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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헌의 브러시백] ‘전성기 투구폼+슬라이더 장착’ 이재학, 돌아온 NC 에이스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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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23 (월) 14:22

                           
| NC 다이노스 '원조 에이스' 이재학이 다시 에이스 투수다운 모습으로 돌아왔다. 여전히 이재학의 목표는 'NC 다이노스' 하면 바로 떠오르는 간판 투수로 남는 것이다.
 
[배지헌의 브러시백] ‘전성기 투구폼+슬라이더 장착’ 이재학, 돌아온 NC 에이스

 
[엠스플뉴스]
 
이재학은 NC 다이노스를 대표하는 내국인 선발 에이스다. 퓨처스리그 시절인 2012년부터 팀의 에이스로 활약했고, 1군 진입 첫해인 2013년엔 10승을 거두며 최우수신인의 영광을 차지했다. 이후 이재학은 2016시즌까지 4년 연속 10승을 기록하며 신생팀 NC 다이노스의 간판 선발투수로 이름을 날렸다.
 
지난 2년은 이재학에게 고난의 시간이었다. 2016년 터진 승부조작 사태의 유탄이 이재학을 덮쳤다. 결국 무혐의로 밝혀지긴 했지만, 포스트시즌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되는 아픔을 견뎌야 했다. 지난 시즌엔 풀타임 1군 선수가 된 이후 최악의 부진에 시달렸고, 5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 달성도 실패했다.
 
하지만 올 시즌 이재학은 보란듯이 반등에 성공했다. 아직 승수는 3승에 불과하지만, 투구내용만 보면 팀내 최고 에이스다. 전성기 시절의 투구폼을 되찾았고, 서클 체인지업의 위력이 다시 돌아왔다. 여기에 수년간 노력에도 결과를 얻지 못했던 슬라이더 장착에 성공, 구종의 다양성까지 갖췄다.
 
엠스플뉴스는 올 시즌 다시 떠오른 ‘마산 잠수함’ 이재학을 만나, 부진을 딛고 에이스로 돌아온 비결을 묻고 들었다. 
 
"제 승리보단 팀이 못 이기는 게 속상해요"
 
[배지헌의 브러시백] ‘전성기 투구폼+슬라이더 장착’ 이재학, 돌아온 NC 에이스

 
올 시즌 투구내용이 굉장히 좋습니다. 7월 21일 현재까지 팀 내 투수 가운데 가장 높은 대체선수대비 기여승수(WAR)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2.33승으로 외국인 투수 로건 베렛(1.31승)은 물론 왕웨이중(2.17)보다도 높은 팀 기여도입니다. 알고 있었나요?
 
처음 알았어요. (활짝 웃으며) 말씀해주셔서 방금 알게 됐습니다.
 
올 시즌 들어 이렇게 좋은 피칭을 이어가는 비결, 뭐라고 생각하세요.
 
글쎄요, 제가 작년에 워낙 못했잖아요. 올 시즌 시작 전에는 선발 자리를 보장받지 못한 채로 출발했구요. 지난해 부진을 만회하고, 다시 제 자리를 찾고 싶은 마음이 강했어요. 그동안 팀에 많은 도움을 주지 못했던 것 같아서, 도움되고 싶은 마음도 컸구요.
 
지난해까지만 해도 확실한 선발 자리가 보장되는 위치였다면, 올해는 ‘경쟁자’의 자리에서 시즌을 시작한 게 도움이 된 셈이군요.
 
그 부분도 있지만 그건 두번째 이유인것 같구요. 첫번째는 지난해 부진을 계기로 좀 더 제가 마음을 다잡고, 저 자신을 돌아보면서 치열하게 시즌을 준비했던 게 비결인 것 같습니다. 
 
한 가지 아쉬운 게 있다면, 좋은 투구내용에 비해 승운이 따르지 않고 있단 점입니다. 19경기에서 4.06의 좋은 평균자책을 기록했음에도 3승(9패)밖에 거두지 못했는데요.
 
제 투구가 뭔가 조금씩, 조금씩 부족한 것 같아요. 팀이 이길 수 있도록 던지는 면에서 조금 부족한 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아요. 경기당 득점지원이 3.62점으로 제이슨 휠러(2.92)와 왕웨이중(3.56)에 이은 리그 최소 득점지원 3위입니다. 잘 던져도 타선이 점수를 못 내주는 게 승리를 못 따는 원인이라고 봅니다.
 
글쎄요. 그것보다는 저도 못 이기고 있는데, 팀도 승리를 못 거두고 있다는 게 속상할 뿐입니다.
 
특히 6월 30일 수원에서 열린 KT 위즈 전이 아쉬웠습니다. 올 시즌 최고의 호투를 펼쳤는데, 6회초에 의문의 강우 콜드가 선언되면서 1실점 완투패를 당하고 말았습니다.
 
정말 아쉬웠죠. 사실 그날이 올해 들어 가장 좋았던 것 같아요. (잠시 말을 멈춘 뒤) 그래도 이미 지나갈 일이니까, 어쩔 수 없어요. 앞으로 더 잘 던져야죠.
 
어떤 투수들은 잘 던지고도 승리를 따내지 못하면, 다음 경기에서 무너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올 시즌 이재학 선수는 크게 무너지는 경기 없이 꾸준히 좋은 투구를 하고 있는데, 비결이 뭔가요.
 
일단 팀이 이기지 못하는 건 제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라서 아쉬움이 크죠. 가능한 신경쓰지 않고 제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려 합니다. 투수코치님도 승패 신경쓰지 말고 피칭에 집중하라고 조언해주시고, 멘탈 코치님도 많이 도와주세요. 덕분에 결과에 신경쓰지 않고 피칭에 전념할 수 있었습니다.
 
지연규 코치의 원포인트 레슨, 전성기 투구폼 되찾다
 
[배지헌의 브러시백] ‘전성기 투구폼+슬라이더 장착’ 이재학, 돌아온 NC 에이스

 
올 시즌 이재학 선수의 반등 비결로 많은 분들이 ‘팔 각도’를 이야기합니다. 해마다 조금씩 위로 올라가던 팔 각도가 올해는 사이드암에 가깝게 내려갔다는 건데요. 
 
팔 각도를 바꿨다기 보다는, 왼쪽 어깨 쪽을 조정했다는 게 정확한 설명일 것 같아요.
 
왼쪽 어깨요?
 
네. 왼쪽 어깨가 그동안 너무 위로 들리면서 벌어지는 경향이 있었거든요. 스프링캠프 막바지 쯤에 지연규 코치님이 문제점을 찾으시곤 원포인트로 조정을 해주셨어요. 왼쪽 어깨를 낮추니까, 투구하는 팔도 저절로 내려가더라구요. 제가 팔 각도를 내리려고 생각했던 게 아니라, (왼쪽 팔을 가리키며) 이쪽을 바꾼 게 팔도 자연스레 내려가는 결과가 된 거죠. 던질 때 감각도 좋아졌구요.
 
그렇군요. 투구 메커니즘은 모든 동작이 서로 연결되어 있으니까요.
 
올해 전 영상을 보면, 그동안 제 폼이 많이 변하긴 변했더라구요. 그런데 지 코치님 말씀대로 투구폼을 바꾸고 다시 영상을 봤더니, 예전의 좋았을 때 폼과 굉장히 흡사했어요. 아, 내가 이렇게 많이 변했었구나! 하고 생각했죠. 그때의 좋았던 느낌을 생각하면서 던지려 하고 있습니다.
 
한동안은 팔 각도가 하도 높아서 사이드암이 아닌 ‘스리쿼터 투수로 불러야 하나’ 생각도 했었습니다.
 
저는 똑같이 던진다고 생각하며 던지는데 실제론 폼이 변해 있었죠. 또 팔만 아래로 낮추려다 보니까 잘 안 되고, 그 때문에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었구요. 다행히 왼쪽 어깨 동작을 교정하고, 영상도 비교해서 보고 연습한 게 잘 맞아 떨어졌어요.
 
지연규 코치는 “이재학이 그간 뒤로 넘어가면서 던지는 경향이 있었다. 그걸 잡으니까 자연스럽게 팔 각도가 내려갔다”고 설명했다. “선수는 결과가 좋지 않으면 뭔가 변화를 주려고 하게 마련이다. 빠른 볼이 잘 안 통하니까 재학이가 주무기인 서클 체인지업에 좀 더 회전을 주고, 무브먼트를 주려고 했다. 그 과정에서 메카닉에 조금씩 변화가 생겼고, 그러면서 변화가 커졌던 것 같다.” 지 코치의 설명이다. 
 
제 3구종 슬라이더, 될 때까지 던지고 또 던졌다
 
[배지헌의 브러시백] ‘전성기 투구폼+슬라이더 장착’ 이재학, 돌아온 NC 에이스

 
또 하나 눈에 띄는 건 예년보다 제 3 구종인 슬라이더 구사율이 크게 늘어났단 겁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빠른 볼과 체인지업 두 가지 구종만 구사했는데, 올해는 슬라이더까지 세 가지 구종을 던지고 있어요.
 
슬라이더 구사율이 제 느낌으론 한 게임에 10% 정도는 되는 것 같아요(실제론 9.8%). 100구 던지면 10구 이상 던지고 있는데, 적재적소에 던지면 잘 먹혀드는 것 같습니다.
 
몇 년 동안 서드 피치 장착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지만 결과가 나오질 않았었는데, 올해 제 3 구종 장착에 성공한 비결이 뭘지 궁금합니다.
 
사실 겨울 내내 슬라이더를 염두에 두고 많은 연습을 했어요. 그동안엔 슬라이더 잘 던지는 주위 분들에게 이렇게 던져라, 저렇게 던져라 조언을 많이 들었지만 잘 안 됐었거든요. 그보단 제가 계속 던지면서 느낌을 찾는 게 맞겠다 싶었죠. 그래서 ‘될 때까지 계속 던져보자’는 생각으로 그물에다 대고 줄창 던졌는데, 그러면서 조금씩 저만의 느낌을 알게 됐고 경기에서 써먹을 수 있는 수준이 됐습니다. 
 
공의 스피드나 궤적상으론 슬라이더인지 커브인지 조금 애매하던데, 슬라이더라고 보는 게 맞나요?
 
슬라이더는 슬라이더인데, 완전 슬라이더는 아니고 커브와 비슷하게 날아가는 것 같아요. 슬러브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그동안엔 사이드암 투수임에도 우타자보다 오히려 좌타자 상대 성적이 좋았는데, 올해는 우타자 상대로 피OPS 0.623이란 좋은 기록을 내고 있습니다. 역시 슬라이더 덕분이라 봐야겠죠? 
 
맞아요. 우타자 상대할 때 한두개씩 던지거든요. 그동안엔 우타자한테 더 많이 맞았는데, 요즘엔 그래도 우타자 승부를 잘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이재학 선수가 부진할 때 많은 사람이 ‘왜 제 3구종을 장착하지 않냐’ ‘왜 투구폼을 교정하지 않느냐’고 비판했습니다. 하지만 투수가 새로운 구종을 장착하거나 투구폼을 교정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런 비판이 내심 서운했을 것도 같습니다.
 
(미소지으며) 저도 누구보다 새 구종 장착하고 싶고, 누구보다 잘 하고 싶죠. 그게 선수 마음이니까요.
 
지연규 투수코치는 이재학 선수가 겨우내 정말 많은 노력을 했다고 칭찬했습니다.
 
그건 저 아니라도 모든 선수가 다 똑같을 거에요. 더 잘하려고 노력하는 건 선수 누구나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선수로서 당연히 할 일을 한 거구요.
 
또 한가지 올 시즌 좋아진 부분이 있습니다. 뭔지 아세요? 바로 ‘주자 견제’입니다.
 
(눈이 동그래지며) 제가요? 
 
지난해까지 이재학 선수가 마운드에 서면 상대 주자들이 높은 빈도로 도루를 시도했습니다. 해마다 도루시도율 6% 이상을 기록했는데요, 올해는 주자들의 도루시도율이 3.6%로 뚝 떨어졌습니다. 또 도루저지율도 60%로 데뷔 이후 가장 좋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건 몰랐습니다. 아무래도 타이밍이 이유일 것 같네요. 제가 던질 때 여러가지 타이밍으로 던지는 게 이유가 아닐까 싶어요. 하나-둘-셋에 던지기도 하고, 하나아-두울-세엣에 던지기도 하는 식으로요.
 
슬라이드 스텝이 빨라지거나 한 건 아니죠?
 
슬라이드 스텝은 원래 느려요. (웃음) 지금도 많이 느립니다. 왜 못 뛰는지 사실 잘 모르겠네요. 리그 전체적으로 도루가 줄어들어서 그런 걸까요? 정말 모르겠어요.
 
지연규 투수코치는 “견제 타이밍을 잘 잡고, 던지는 타이밍에 변화를 주는 게 이유일 것”이라 말했다. “사실 슬라이드 스텝은 작년보다 더 느려요. 그럼에도 주자들이 못 뛰는 데는 자기만의 견제 방법이 있다고 봅니다. 투수를 오래 하다보면 던져야 할 타이밍과 견제 타이밍이 눈에 보이거든요.” 지 코치의 말이다. 
 
이재학의 목표, ’NC 선발’ 하면 떠오르는 선수로 남고 싶다
 
[배지헌의 브러시백] ‘전성기 투구폼+슬라이더 장착’ 이재학, 돌아온 NC 에이스

 
지난해까진 거의 모든 등판에서 김태군 포수와 호흡을 맞췄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김태군 선수의 입대로 새로운 포수들과 배터리를 이루고 있는데요. 그럼에도 좋은 투구를 하고 있다는 점이 이재학 선수의 성장한 모습을 증명하는 것 같습니다.
 
올해 태군이 형이 빠지면서 새로운 포수와 함께 해야 한다는 걸 알았죠. 그간 제가 포수에 예민한 면이 있었는데, 올해는 그런데 신경쓰지 말고 신인 때 마음가짐으로 해보자고 마음 먹었어요. 어느 포수와도 호흡을 맞출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윤수강 형, 정범모 형, 김형준까지 모든 포수에게 똑같이 맞추려고 생각했어요.
 
흥미롭게도 고졸 신인인 김형준 선수와 호흡을 맞췄을 때 성적이 가장 좋습니다. 3경기에서 평균자책 2.70을 기록했어요. 물론 포수 평균자책이 믿을 만한 스탯은 아닙니다만.
 
형준이는 완전 신인인데도 굉장히 차분해요. 신인 티도 거의 안나구요. 
 
올해 최고의 호투를 펼친 6월 30일 KT전도 김형준과 배터리를 이뤘습니다.
 
맞아요. 그때 형준이가 포수로 첫 선발 출전이었죠. 아무래도 형준이가 제 스타일을 잘 모르잖아요. 그래서 경기 전에 일단 너 편한 대로 사인을 줘라. 그러면서 점점 내 스타일을 파악해 가면 된다고 얘기했는데 결과가 좋았죠. 형준이가 머리도 똘똘하고, 신인인데도 차분해서 앞으로 더 잘할 것 같아요. 
 
신인왕을 차지한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후배 선수들을 이끌어가는 위치까지 올라왔군요.
 
팀에 나이 어린 선수들이 많아요. 일단 제가 잘하고 봐야 선배 노릇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야구를 잘해야 후배들에게 더 많은 조언도 해줄 수 있어요. 그래서 더 열심히 하게 됩니다.
 
어쩌면 재작년, 작년에 힘든 시간을 이겨낸 게 투수로서 좀 더 단단해지는 계기로 작용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많이 힘들었죠. (미소지으며) 지금이야 웃으며 말할 수 있지만, 당시엔 정말 많이 힘들었어요. 잘 모르겠어요. 여러가지 힘든 일을 겪으면서 제가 정신적으로 강해졌는지. 한편으론 강해진 것 같기도 한데, 사실 안좋았던 일들을 별로 떠올리고 싶지가 않아요. (웃음)
 
지연규 투수코치는 “이재학은 상당히 민감한 선수다. 그간 좋지 않은 일들 때문에 멘탈 쪽에서 흔들린 부분이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올해 큰 변화보단 심리적으로 안정을 찾고, 스로잉 동작과 슬라이더 추가 등의 결과로 작년보다 좋은 투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뼘 더 성장해서 에이스로 돌아온 이재학 선수의 남은 시즌 목표가 뭘지 궁금합니다.
 
팀의 선발투수답게 제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지금보다 더 잘 던져서 팀이 이기는 데 도움이 되고 싶어요. 아직은 좀 부족한 것 같아요. 부족한 점을 채워서 팀이 이기는 방향으로 이끌고 싶습니다. 
 
올 시즌, 이재학 선수를 향한 홈 팬들의 응원 소리가 다시 크게 울려 퍼지고 있습니다. 마운드에 섰을 때, 팬들이 보내는 응원이 느껴지나요?
 
팬들이 많이 응원해주셔서 기쁩니다. 먼 훗날 제가 은퇴한 뒤, 누군가 제 이름을 들으면 바로 ‘NC 다이노스 선발투수’로 기억할 수 있는 그런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계속 열심히 하다보면, 언젠가는 그런 선수로 남을 수 있겠죠?
 
배지헌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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