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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한의 골든크로스] 달콤 씁쓸했던 KIA의 ‘불펜 데이’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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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21 (토) 06:22

                           
깜짝 선발 임창용 카드를 꺼낸 KIA 타이거즈는 불펜 총력적으로 역전승을 거뒀다. 전반기 극심한 부진에 빠졌던 KIA의 후반기 중요 키워드를 엿볼 수 있던 하루였다. 불펜 야구를 택한 디펜딩 챔피언의 절박함이 엿보였다. 
 
[김근한의 골든크로스] 달콤 씁쓸했던 KIA의 ‘불펜 데이’

 
[엠스플뉴스]
 
후반기 KIA 타이거즈의 핵심 키워드는 ‘불펜’이다. 올 시즌 다소 주춤하는 선발진보단 불펜진에 더 힘을 실어주는 KIA의 분위기다. 7월 20일 광주 KT WIZ전이 이 흐름을 대표하는 경기가 됐다. 흔히 말하는 ‘불펜 데이’와 같은 투수 기용이 이어졌다.
 
KIA 김기태 감독은 20일 선발 투수로 임창용을 올리는 깜짝 기용을 선보였다. 이미 17일 광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구원 등판(1이닝 2탈삼진 무실점)을 소화했던 임창용은 불과 이틀 휴식 뒤 선발 마운드에 올랐다.
 
임창용이 선발 마운드에 오른 건 삼성 소속 시절인 2007년 9월 30일 대구 현대 유니콘스전 이후 3,946일 만이었다. 타이거즈 소속으로 기록은 해태 시절인 1995년 5월 31일 무등 LG 트윈스전 이후 무려 8,085일 만이었다.
 
임창용의 투구 수는 80구 안으로 제한된 상황이었다. 출발은 불안했다. 임창용은 1회 초 2사 뒤 멜 로하스 주니어와 유한준에게 각각 2루타와 안타를 맞으면서 첫 실점 했다. 2회 초와 3회 초를 무실점으로 넘긴 임창용은 팀이 2대 1로 앞선 4회 초 박경수에게 동점 솔로 홈런을 허용했다.
 
2대 2로 맞선 5회 초 임창용은 1사 뒤 심우준에게 중전 안타를 맞고 공을 투수 임기준에게 넘겼다. 이날 임창용의 기록은 4.1이닝 5피안타(1홈런) 4탈삼진 무사4구 2실점이었다. 총 투구 수는 74구였다. 속구 최고 구속 146km/h를 찍은 임창용의 이날 투구는 나쁘지 않았다. 5회를 못다 채운 것을 제외하곤 갑작스러운 선발 등판에도 베테랑의 관록을 보여준 임창용이었다.
 
임창용이 내려간 뒤 KIA는 ‘불펜 데이’와 같이 필승 계투진을 쏟아부었다. 임기준(0.2이닝)·유승철(1이닝)·팻딘(1이닝)·김윤동(1이닝)·윤석민(1이닝)이 순서대로 이닝을 나눠서 각자 임무를 완수했다. KIA는 2대 3으로 뒤진 7회 말 김주찬의 2타점 역전 결승타와 폭투 득점, 그리고 8회 말 이명기의 1타점 적시타로 6대 4 역전승을 거뒀다.
 
불펜 야구로 보여준 ‘디펜딩 챔피언’의 절박함
 
[김근한의 골든크로스] 달콤 씁쓸했던 KIA의 ‘불펜 데이’

 
임창용과 팻딘이 보직을 서로 맞바꾼 모양새다. 특히 후반기부터 불펜으로 보직 변경을 수용한 팻딘은 후반기 첫 불펜 등판에서 1이닝(8구) 1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로 벤치가 바라는 좌완 필승조의 구위를 보여줬다. 임기준에게 쏠렸던 좌완 계투의 부담감이 팻딘의 불펜 합류로 다소 덜어질 것으로 보인다.
 
선발 등판 경험이 있는 유승철과 임기준이 있었지만, 김기태 감독이 택한 카드는 임창용 카드였다. 고육지책에 가까웠던 임창용 선발 카드의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팻딘의 빈자리를 무난히 채운 임창용은 향후 다시 선발 등판 기회를 얻을 분위기다. 그만큼 KIA 선발진이 헐거워졌단 의미기도 하다.
 
올 시즌 KIA 선발진은 7월 20일 기준 팀 선발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 리그 9위(4.87)에 머문 상태다. 팀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도 리그 7위(34차례)에 그쳤다. 지난해 통합 우승을 이끈 선발진의 힘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헥터 노에시와 양현종이 지난해와 비교해 주춤하는 분위기에다 임기영과 한승혁은 최근 등판에서 조기 강판으로 진한 아쉬움을 남겼다.
 
후반기부터 KIA가 선택한 불펜 중심의 마운드는 ‘디펜딩 챔피언’의 절박한 처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대회 휴식기 전 5위 넥센 히어로즈와의 거리가 더 멀어진다면 KIA는 한국시리즈 우승 다음 해 극심한 부진을 겪은 2010년의 악몽을 되풀이한다. 불펜진이 조금 무리를 하더라도 이길 수 있는 경기는 꼭 잡겠단 의지가 보이는 분위기다.
 
그래서 ‘불펜 데이’ 승리는 달콤하면서도 씁쓸한 맛을 남겼다. 가을 야구를 향한 후반기 희망을 엿봤지만, 올 시즌 전체를 본다면 마운드 안정화가 여전히 요원한 상황이다. 올 시즌 전 구상한 선발과 불펜 마운드 구상이 완전히 어긋난 셈이다. 한승혁·임기영·임창용·윤석민·팻딘·김세현 모두 시즌 전 구상과는 다른 역할을 맡고 있다. 시즌 내내 보직 이동이 밥 먹듯이 이뤄지는 상황은 절대 긍정적인 신호가 아니다.
 
시즌 전 선발 준비를 하지 않은 1976년생 베테랑 투수가 후반기 갑자기 선발 등판 하는 그림은 무언가 어색하다. 일회용 카드가 아니라면 더 그렇다. 팻딘을 교체하지 않고 불펜으로 안고 가려는 현장의 선택도 강수다. KIA 벤치의 과감한 승부수가 한 달 뒤 어떤 결과를 낳을지 궁금해진다.
 
김근한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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