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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스플 특집] '졸속 행정' 주말리그, 대학야구 씨가 마른다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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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19 (목) 14:00

                           
-해마다 감소하는 대학선수들의 프로지명 숫자
-주말리그 제도 도입으로 대학야구 환경이 더 어려워졌다.
-'갑질 논란' 한국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의 주말리그 강제 시행 의혹
-한국대학야구연맹 "우리가 욕먹어도 좋다. 주중리그 빨리 시행되길."
 
[엠스플 특집] '졸속 행정' 주말리그, 대학야구 씨가 마른다

 
[엠스플뉴스]
 
“이러다간 대학야구 전체가 공멸합니다.”
 
제73회 전국대학야구선수권 결승전이 열린 7월 18일 보은 스포츠파크. 현장에선 너나 할 것 없이 벼랑 끝으로 밀려난 대학야구를 얘기했다. 대학야구를 대표하는 대회 결승전임에도 프로팀 스카우트는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그게 대학야구의 현실이었다.
 
“아이들도 관심이 있어야 힘이 나잖아요. 프로팀 스카우트들이 안 보이니까 다들 꽤 실망한 눈치더라고요. 대학야구가 이렇게 외면받고 있습니다.” 결승전을 찾은 한 학부모의 안타까운 말이다.
 
이처럼 대학야구는 해마다 위기의식이 커지고 있다. 단적으로 신인 드래프트에서의 지명 숫자만 봐도 대학야구의 위기가 제대로 느껴진다. 2016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총 37명이 뽑힌 대학선수 숫자는 2017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4명, 2018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7명으로 점점 줄었다.
 
한 대학야구 현장 관계자는 당연한 지명 결과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지명 숫자만 봐도 대학야구에 대한 프로팀의 관심이나 기대치가 떨어지는 걸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사실 스카우트들이 기량만 좋다면 왜 지명을 안 하겠습니까. 그만큼 최근 대학야구 선수들의 실력이 고교야구 선수들과 비교해서 큰 차이가 없단 뜻이에요. 당연히 나이가 어린 고졸 선수를 선호할 수밖에 없죠.”
 
고등학교 선수들과 학부모들도 최근 대학야구가 처한 어려움을 잘 안다. 예전엔 하위 라운드 지명 선수가 대학교 진학을 택하는 장면을 종종 볼 수 있었다. 하지만, 2018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프로팀 입단을 포기하고 대학교로 진학한 지명자는 단 한 명(SK 와이번스 10라운드 지명 투수 송현제·고려대학교 진학)이었다. 대학야구의 씨가 마른단 얘기가 나올 만한 현실이다.
 
대학야구를 끝없는 수렁에 빠뜨리는 ‘주말리그’
 
[엠스플 특집] '졸속 행정' 주말리그, 대학야구 씨가 마른다

 
대학야구가 최근 어려움에 부닥친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주말리그 도입이다. 지난해부터 시행된 대학야구 주말리그는 한국대학야구연맹·대학 체육과·감독·선수·학부모 등 모든 대학야구 구성원이 반대하는 제도다.
 
먼저 대학야구연맹은 주말리그 시행으로 야구장 수급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고교 주말리그와 사회인 야구에 밀린 대학야구는 기장·순천·여수까지 내려가서 주말리그 일정을 소화하는 상황이다.
 
대학야구연맹 관계자는 “주말에만 리그를 진행하다 보니 목동구장은 고등학교 팀들에게 사용 우선권이 있다. 그나마 대학교 팀들이 소유한 야구장도 주말 사회인 리그와 장기 계약을 맺은 곳이 대다수다. 선수들도 당연히 힘들겠지만, 연맹 직원과 심판, 그리고 현장 진행요원 모두 주말리그로 피로가 크게 누적되는 상태”라고 전했다.
 
자연스럽게 수도권 대학교 팀들의 이동 거리 부담이 크게 늘었다. 이제 대학야구 선수들은 평일엔 수업과 훈련을 병행하고, 주말엔 경기를 위해 지방으로 장거리 이동을 해야 한다. 체계적인 훈련과 휴식권 없는 대학야구 선수들에게 프로 입단을 위한 실력 향상은 요원한 일이다.
 
수도권 대학팀 감독 A 씨는 주말리그 시행과 관련해 울분을 터뜨렸다.
 
‘공부하는 학생 선수’라는 소리는 듣긴 좋죠. 그런데 현실을 보세요. 선수들은 금요일까지 수업을 들으면 그날 저녁에 지방 경기장으로 출발합니다. 밤에 도착해서 토요일부터 일요일까지 경기를 한 뒤 일요일 밤에 다시 올라와요. 그러면 월요일 새벽에 도착합니다. 그리고 월요일 수업을 들으러 가야 해요. 주말리그 시행을 결정한 분들이 직접 이 생활을 체험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왜 선수들의 꿈을 이런 식으로 짓밟는지 모르겠어요.
 
“주말리그는 대학야구를 죽이는 정책입니다.”
 
[엠스플 특집] '졸속 행정' 주말리그, 대학야구 씨가 마른다

 
누구보다 주말리그 시행으로 가장 큰 피해를 받는 건 대학야구 선수들이다. 수도권 대학 소속 B 선수는 ‘프로팀 입단’이라는 부푼 꿈을 안고 대학 진학을 택했다. 하지만, B 선수는 실력 향상은커녕 실력 저하가 안 되면 다행인 환경에 고통을 호소했다.
 
야구 실력을 키울 환경이 전혀 아니라고 느껴져요. 평일엔 선수들이 각자 수업 듣는 게 다르니까 다 함께 훈련하는 시간도 거의 없습니다. 주말리그를 하니까 선수들이 푹 쉴 시간도 없어요. 일반 학생들과 경쟁하는 거라 수업과 학점에 대한 부담감도 있어요. 수업은 어쩔 수 없다 쳐도 제발 야구 실력을 키울 수 있는 환경만이라도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선수들끼리 항상 ‘이건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어요. 주말리그는 대학야구를 죽이는 정책입니다.
 
프로팀 스카우트들도 대학 주말리그 시행으로 대학 선수 관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C 구단의 D 스카우트는 “스카우트 팀 인원이 한계가 있으니까 주말에 일정이 겹치면 대학야구 선수들을 보러 가는 게 쉽지 않다. 물리적인 거리의 어려움도 분명히 있다. 확실히 주말리그보단 주중리그를 하면 대학선수들을 제대로 관찰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F 구단의 E 스카우트는 “학습권 보장이나 학점 원칙도 좋지만, 프로야구선수의 기량을 갖출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는 게 먼저가 아닌가 싶다. 평일에 대학선수들을 보러 가도 수업을 각자 따로 들으러 가니까 다 모여서 제대로 훈련하는 걸 볼 수가 없더라. 대학야구가 죽으면 안 된다는 건 모든 구단이 공감하고 있다. 대학야구가 죽으면 프로야구에도 위기가 찾아온다. 모두 다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의 주말리그 강제 지시 의혹
 
[엠스플 특집] '졸속 행정' 주말리그, 대학야구 씨가 마른다

 
그렇다면 대학야구를 죽이는 폐단으로 지적되는 주말리그는 누가 강제로 시행한 걸까. 대학야구 선수 학부모들은 올 시즌 전반기 리그 동안 피켓 시위를 펼쳤다. 이 피켓 내용 안엔 ‘한국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KUSF)’라는 단체에 대한 비판이 있었다.
 
KUSF는 전국 운동부 설치 대학교의 총장협의체로 2010년 출범한 단체다. 대학스포츠와 관련한 모든 정책을 총괄하는 KUSF는 지난해부터 대학야구리그 주최와 예산 배정의 권한도 가지게 됐다.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지원금을 받는 KUSF는 지난해 총 134억 4,400만 원의 예산을 집행했다. 그 가운데 대학야구리그에 지원한 금액은 고작 3억 4,000만 원이었다. 올해엔 1억 5,000만 원이 오른 4억 9,000만 원의 금액을 대학야구리그에 지원한다.
 
KUSF는 학습권 보장을 이유로 대학야구연맹에 주말리그 강제 시행의 압력을 넣었단 의혹이 있다. KUSF에 리그 운영 예산을 얻어야 할 대학야구연맹은 철저한 을(乙)의 신세다. 하지만, KUSF는 최근 “주말리그는 대학야구연맹의 결정이다. 우리는 리그제를 시행하라고 했을 뿐 주말리그를 운영하란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발뺌했다. 대학야구연맹에 주말리그 시행 책임을 떠넘긴 셈이다.
 
주말리그 폐지에 찬성하는 대학야구연맹은 KUSF와의 진실게임보단 주중리그 실행이 얼른 이뤄지길 바란다. 연맹 관계자는 “우리가 비난을 받는 건 상관없다. 주말리그 제도에 고통받는 학생들과 현장 관계자들을 위해서라면 내년부터라도 주중리그 제도로 변화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KUSF가 순순히 주중리그 제도로 회귀를 가만히 놔둘 것이냐는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대학야구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KUSF가 예산을 가지고 대학야구연맹과 대학교를 상대로 갑(甲)질을 한단 건 널리 알려진 의혹이다. 만약 주말리그 폐지 움직임을 보인다면 대학교 체육과 관계자들에게 예산을 더 배정해줄 테니 동조하지 말라는 압박을 줄 수도 있다. 대학야구선수들의 미래를 걱정하기보단 자신들의 입지를 넓히는 데만 집중하는 단체라고 지적했다.
 
김근한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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