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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헌의 브러시백] ‘ERA 1위’ SK 마운드, 관리에 믿음까지 더했다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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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18 (수) 14:22

수정 1

수정일 2018.07.19 (목) 07:57

                           
| SK 와이번스가 2010년 이후 8년 만에 팀 평균자책 1위에 도전한다. 힐만 감독의 철저한 관리, 손 혁 코치의 코칭, 여기에 투수들을 향한 믿음까지 더해진 결과다. 


 


[배지헌의 브러시백] ‘ERA 1위’ SK 마운드, 관리에 믿음까지 더했다


 


[엠스플뉴스]


 


아직도 SK 와이번스를 ‘타격의 팀’ ‘홈런의 팀’이라 부르는 사람이 있다면, 이제는 생각을 좀 바꿔야 할 것 같다. 물론 여전히 SK가 강한 공격력을 자랑하는 팀이긴 하다. 7월 17일 현재 팀 홈런 1위(150개)에 팀 OPS 2위(0.836)로 공격 지표 최상위권 팀이 SK다. 


 


하지만 타격이 전부는 아니다. 정말로 SK가 경쟁력을 발휘하는 영역은 따로 있다. SK의 힘은 팀 평균자책 1위(4.42), 리그 최소실점(409점)에 빛나는 마운드에서 나온다. 염전 소금보다도 짜디짠 인천 전통의 ‘짠물야구’가 올 시즌 오랜만에 부활한 것이다.


 


팀 승리 기여도를 놓고 봐도 타자보다는 투수 쪽이 월등했다. SK는 팀 홈런과 OPS에선 리그 최상위권 기록을 냈지만 실제 팀 득점은 490점으로 6위에 불과했다. 타격 대체선수대비 기여승수(WAR)도 15.52승으로 리그 4위다. 그러나 투수 WAR은 13.46승으로 리그 전체 1위다. 득점력은 리그 ‘평균’ 수준이지만, 압도적인 마운드의 힘을 앞세워 리그 3위를 달리고 있는 셈이다.


 


힐만표 관리야구, 선발도 불펜도 혹사 없다


 


[배지헌의 브러시백] ‘ERA 1위’ SK 마운드, 관리에 믿음까지 더했다


 


비결이 뭘까. SK 구단과 트레이 힐만 감독이 추구하는 관리야구가 비결 가운데 하나다. SK는 그 어느 팀보다도 철저한 투수 관리가 돋보이는 팀이다. ‘토미존 복귀 1년차’ 김광현 관리법만 봐도 알 수 있다. SK는 김광현을 두 차례 1군 엔트리에서 말소했다. 조금이라도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과부하가 왔다 싶으면 주저없이 엔트리에서 제외해 휴식을 줬다.


 


김광현 뿐만이 아니다. 메릴 켈리, 서진용, 박정배 등 다른 투수들에게도 시즌 중 휴식을 주면서 컨디션 관리에 만전을 기했다. 가벼운 부상이라도 참고 던지는 일은 없다. 곧장 1군 전력에서 제외해 휴식을 준다. 그러면서 144경기, 더 나아가 포스트시즌까지 가는 장기전을 대비한다.


 


관리야구에 예외는 없다. 부상 없이 ‘건강한’ 투수들도 관리 대상이다. 외국인 투수 앙헬 산체스는 시즌 17차례 선발등판 가운데 단 6경기에서만 100구 이상 던졌다. 조기강판 경기가 잦은 탓이 아니다. 퀄리티스타트 12차례로 리그 4위, 평균 6.14이닝으로 10위를 기록하며 ‘이닝이터’로 제몫을 다한 산체스다. 산체스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7월 등판에서도 평균 150km/h대 강속구를 유지했다. 


 


잠수함 선발 박종훈도 마찬가지. 17번 선발 가운데 100구 이상 경기가 딱 네 차례 뿐이다. 5이닝 이상-90구 미만을 던지고 내려온 경기도 8차례나 된다. 선발투수가 좀처럼 100구 이상 많은 공을 던지게 하지 않는 SK의 원칙이다. SK 선발진의 평균 투구이닝은 5.51이닝(5위), 경기당 투구수는 88.75구(최소 2위)다. 


 


불펜에서도 3연투 등 무리한 등판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불펜투수의 투구수와 휴식일을 철저하게 지켰고, 특정 투수에게 이닝 부담이 쏠리지 않게 했다. 리그 불펜투수 최다이닝 10위권에 SK 투수는 김태훈(43이닝, 8위)이 유일했고 30위권에는 서진용(37이닝, 20위)이 포함된 게 전부다. 


 


손 혁 코치의 깨달음 “선수들을 더 믿어야 한다”


 


[배지헌의 브러시백] ‘ERA 1위’ SK 마운드, 관리에 믿음까지 더했다


 


하지만 관리가 전부는 아니다. 지난해에도 SK는 매뉴얼에 가까운 철저한 마운드 관리를 자랑했지만, 올해처럼 리그 최강 마운드를 구축하진 못했다. 지난해 SK 팀 평균자책은 5.03으로 리그 6위에 그쳤다. 투수 유망주는 많은데, 젊은 투수들 가운데 좋은 공을 갖고도 자신있게 던지지 못하는 선수가 많았다. 투수 기용법과 교체 타이밍도 구단 안팎에서 많은 지적을 받은 부분이다. 


 


하지만 올해 손 혁 코치가 메인 투수코치로 합류하면서 투수진의 기량이 몰라보게 발전했다. 투구 이론에 정통한 손 코치는 스프링캠프 때부터 선수 개개인의 특성을 살린 코칭으로 자신감을 불어넣고 장점을 끌어냈다. 그 결과 박종훈, 문승원 등 선발투수는 물론 김태훈, 이승진 등 불펜에서도 히트작이 쏟아져 나왔다.


 


지난해 리그 최약체였던 불펜도 눈에 띄게 안정을 찾았다. 지난해 평균자책 5.63(7위), WAR 꼴찌(4.12승)에 그쳤던 SK 불펜이 올해는 평균자책 4.71(2위), WAR 3.45(6위)로 향상됐다. ‘마무리 부재’ 문제는 신재웅을 마무리로 고정하면서 해결했고, 여기다 박희수와 서진용을 필승조로 기용해 불펜 안정을 이뤘다.


 


여기엔 불펜 투수들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기용법도 한 몫을 했다. SK 불펜진의 등판시 평균 레버리지 인덱스(enLI)는 0.70으로 10개 팀 가운데 가장 낮았다. 등판시 물려받은 승계주자도 110명으로 10개 팀 중에 가장 적었다. 그만큼 SK 불펜 투수들이 부담이 적은 상황에서 등판했단 얘기다. 가능하면 주자 없는 상황에 등판해, 상대적으로 강점이 있는 타자 위주로 상대한 뒤 마운드에서 내리는 전략으로 투수진 구성의 약점을 상쇄했다. 


 


하지만 손 코치는 “너무 투수들을 ‘정확하게만’ 기용하려 했던 것 같다”며 반성했다. “이 투수는 좌타자에 강한 투수, 저 투수는 누구에게 강한 투수, 이런 식으로 너무 투수들의 역할과 한계를 정해놓고 그 안에서 기용했다. 그러다 보니 나중엔 투수들을 못 믿는 상황이 되더라.” 손 코치의 말이다.


 


손 코치는 “이제는 투수들을 좀 더 믿고 맡기려 한다”“0.2이닝만 던지고 내려가던 투수에게 한 이닝을 맡기고, 흔들리는 투수도 계속 던지게 맡겨봤다. 그러다 보니 조금씩 투수들이 위기를 극복하면서 스스로 막아내고 자신감을 얻는 모습이다. 선수들을 더 믿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손 코치의 깨달음이 가져온 결과는 인상적이다. SK는 6월 이후 불펜 평균자책 3.68로 리그에서 유일한 4점대 미만 불펜 평균자책을 기록 중이다. 특히 7월 들어선 불펜 평균자책 2.09로 불펜 투수들이 ‘철벽투’를 자랑한다. 


 


후반기 첫 경기인 17일 NC전에서도 문승원이 4이닝만 던지고 내려갔지만, 김태훈(2이닝)을 시작으로 서진용-박희수-전유수가 차례로 1이닝을 막아내 승리를 지켰다. 철저한 관리 속에 평균자책 1위로 전반기를 마친 SK 마운드가 코칭스태프의 ‘믿음’까지 더해진 후반기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 주목된다. 


 


배지헌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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