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이현우의 MLB+] 브라이스 하퍼에겐 무슨 일이 생긴걸까?

일병 news1

조회 3,824

추천 0

2018.07.10 (화) 17:22

                           
[이현우의 MLB+] 브라이스 하퍼에겐 무슨 일이 생긴걸까?

 
[엠스플뉴스]
 
지난 수년간 메이저리그에서 2019년 자유계약 선수(FA)는 그야말로 마법의 단어였다. 뉴욕 양키스와 LA 다저스가 2018시즌을 앞두고 사치세 부과 기준선 아래로 연봉총액을 낮춘 이유는? 삑! 정답은 2019년 FA를 영입하기 위해서. 리빌딩을 진행 중이던 필라델피아 필리스가 2018시즌을 앞두고 갑자기 투자하기 시작한 이유는? 삑! 정답은 2019시즌 FA를 영입하기 위해서.
 
2018시즌이 다가올수록 투자를 하지 않는 원인부터 투자를 하게 된 속내까지, 한 구단의 모든 행위에 대한 논평은 결국 2019년 FA로 귀결됐다. 2018시즌 종료 후 열릴 FA 시장에는 역대 최고 수준의 선수들이 풀릴 것이라고 내다봤기 때문이다. 아래 명단에 포함된 선수 면면을 살펴보면 2019년 FA 시장이 왜 '역대 최고'란 평가를 받았는지 이해할 수 있다.
 
2018시즌을 앞두고 FA가 되는 주요 선수들
 
OF 브라이스 하퍼
SS/3B 매니 마차도
3B 조시 도널드슨
2B 브라이언 도저
SP 클레이튼 커쇼(옵트아웃)
SP 댈러스 카이클
RP 크레이그 킴브렐
RP 앤드류 밀러
RP 잭 브리튼
 
하지만 현재 2018시즌을 마치고 FA가 되는 선수 가운데 기대만큼의 활약을 펼치는 선수는 매니 마차도와 크레이그 킴브렐뿐이다. 그마저도 마차도는 수비 기여도(UZR)에서 유격수 부문 압도적인 꼴찌를 기록하며, 체면을 구기고 있다. 물론 그 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부진을 겪는 선수는 단연 브라이스 하퍼(25·워싱턴 내셔널스)다.
 
하퍼는 2010년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뽑히기 전부터 역대 최고의 재능이란 평가를 받았다. 고등학교 재학 시절부터 SI 표지를 장식했고, 2009시즌에는 그를 차지하기 위해 꼴사나운 전체 꼴찌 다툼이 벌어졌을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까지 하퍼는 드래프트 이전 전문가들의 평가에 걸맞는 활약을 펼치고 있었다. 
 
마이크 트라웃과 동 세대에 뛰는 바람에 저평가받고 있지만, 2015시즌 만 22세의 나이로 타율 .330 42홈런 99타점 OPS 1.109를 기록하며 만장일치로 MVP를 차지하는 것은 아무나 이룰 수 있는 업적이 아니다. 올 시즌 전까지만 해도 하퍼가 최소 4억 달러 이상의 대형 계약을 맺는 것은 기정사실이나 다름없어 보였던 이유다.
 
그러나 이런 평가가 무색하게도 하퍼의 2018시즌 성적은 타율 .218 21홈런 50타점 OPS .846에 머물고 있다. 대체 하퍼에게는 어떤 일이 생긴 걸까?
 
늘어난 수비 시프트, 그를 의식한 스윙 메커니즘의 변화
 
[이현우의 MLB+] 브라이스 하퍼에겐 무슨 일이 생긴걸까?

 
시즌 초반만 해도 이렇지 않았다. 하퍼는 올해 4월 17일까지 타율 .315 8홈런 17타점 OPS 1.265으로 역대 최연소 만장일치 NL MVP를 차지했던 2015시즌을 재현하는 듯한 활약을 펼쳤다. 5월 한 달간 타율 .221 10홈런 21타점 OPS .851을 기록했지만, 이때까지도 하퍼에 대해 걱정하는 이들이 많지 않았다. 하퍼의 커리어를 살펴보면 시즌 초반 맹활약을 펼치다가 상대팀의 집중견제가 시작되는 5월쯤 일시적으로 타율이 낮아지는 경향이 발견되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다시 6월 무렵부터 반등하기 시작해 8-9월 무렵 다시 시즌 초반과 같은 활약을 펼치는 것이 하퍼의 일반적인 패턴이다. 이에 대해 현지 전문가들은 통산에 비해 지나치게 낮은 BABIP(인플레이 된 공이 안타가 되는 비율)를 근거로 운이 따르지 않는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통산 BABIP .314, 올해 .228). 이에 따라 BABIP만 정상으로 돌아오면 하퍼는 다시 드라마틱한 반등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이는 헛된 꿈에 지나지 않았다. 6월이 되자 하퍼의 타율은 .188로 내려갔고 홈런은 2개로 줄어들었다. 7월 들어서도 타율 .200 1홈런에 머물고 있다. 시즌 초 전문가들의 예상이 틀린 원인은 단순하다. 하퍼의 BABIP가 낮아진 것은 결코 운이 없어서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퍼는 올 시즌 들어 개인 통산 가장 높은 '잡아당겨 친 타구 비율(Pull%)'을 기록 중이다. 그리고 상대팀은 이에 맞춰 하퍼를 상대로 가장 높은 비율(56%)로 수비 시프트를 펼치고 있다.
 
[이현우의 MLB+] 브라이스 하퍼에겐 무슨 일이 생긴걸까?

 
그러다 보니 하퍼의 타구가 시프트에 막혀 아웃을 당하는 장면만 벌써 42번이 나왔다. 이는 지난해 대비 26번이나 많은 수치다. 올해 396타석으로 지난해보다 약 100타석을 덜 소화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놀라운 증가량이 아닐 수 없다. 즉, 하퍼의 BABIP가 낮아진 원인은 불운이 아니라 수비 시프트에 자주 걸리기 때문이란 얘기다. 그러면서 하퍼의 스윙에는 변화가 생겼다. 수비 시프트에 걸리지 않기 위해 공을 억지로 띄우려다 보니 지나친 어퍼 스윙이 된 것이다.
 
스윙 메커니즘의 교정, 하퍼의 후반기가 기대되는 이유
 
[이현우의 MLB+] 브라이스 하퍼에겐 무슨 일이 생긴걸까?

 
하퍼의 스윙 변화는 각종 지표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올 시즌 하퍼의 헛스윙 비율은 지난해 대비 6%p가 늘어난 33%에 달하며, 바깥쪽 공 상대 성적은 지난해 .333에서 올해 타율 .153로 낮아졌다. 이는 한 타자가 '공을 억지로 잡아당겨 띄우려고 할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현상이다. 이에 대해 워싱턴 타격 코치 케빈 롱은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의 톰 버두치와의 인터뷰를 통해 "하퍼 역시 (자신의 스윙이 무너졌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오랫동안 무너진 스윙을 교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마도 2, 3일 휴식을 취한 다음 돌아오면 좋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하퍼다. 우리는 그를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극심한 슬럼프를 겪고 있는 타자에게는 며칠간 자신의 스윙 메커니즘을 되돌아볼 수 있는 휴식이 주어진다. 하지만 무난히 NL 동부지구 우승을 차지할 것이란 시즌 초 예상과는 달리, 45승 45패로 간신히 5할 승률을 유지하는 워싱턴은 중심 타자에게 휴식을 줄 틈이 없었다.
 
이런 팀 내 사정이 슬럼프가 길어지는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마침내 하퍼는 지난 8일(한국시간) 자신의 스윙 메커니즘에 있었던 결함을 해결했다 방법은 특수한 티배팅. 워싱턴의 보조 타격 코치인 조 딜론에 따르면 하퍼는 홈플레이트 바깥쪽 모서리에 티를 놓고 좌익수 방면으로 타구를 날리는 연습을 통해, 축이 무너지지 않은 채 바깥쪽 공을 밀어서 담장을 넘길 수 있는 스윙 궤적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날 하퍼는 3타수 3안타 4득점을 기록했고, 9일 경기에서는 3개의 볼넷을, 오늘(10일) 경기에서는 시즌 22호 홈런을 쏘아 올렸다. 매우 짧은 기간에 불과하지만, 스윙 메커니즘이 회복된 시기와 성적 반등이 일어난 시점이 일치한다는 점은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 하퍼의 반등을 기대해볼 수 있는 긍정적인 요소임에는 틀림이 없다. 과연 하퍼는 극적으로 반등해 시즌 전 예상대로 'FA 대박 계약'을 맺을 수 있을까? 남은 시즌 하퍼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이현우 기자 [email protected]


ⓒ <엠스플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0

신고를 접수하시겠습니까?

이전 10 페이지다음 10 페이지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