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이동섭의 하드아웃] '맞벌이' 문승원 "가장의 책임감으로 던진다"

일병 news1

조회 4,226

추천 0

2018.07.09 (월) 10:00

                           
많은 이에게 가족은 사회생활의 원동력이다. 이는 프로야구 선수에게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2월 SK 와이번스 문승원은 가정을 꾸렸다. ‘새신랑’이 된 문승원은 마운드 위에서 ‘가장의 책임감’을 담아 공을 던진다.
 
[이동섭의 하드아웃] '맞벌이' 문승원 가장의 책임감으로 던진다

 
[엠스플뉴스]
 
SK 와이번스 문승원은 선발진에 없어선 안 될 투수다. 
 
빛나는 성적은 아니다. 하지만, 선발 로테이션을 꾸준하게 지키며, 계산이 서는 투구를 하는 게 문승원의 매력이다. 올 시즌 문승원은 팀에서 두 번째로 많은 이닝(93이닝)을 소화했다. 공헌도 역시 높다. 문승원은 7월 9일 기준, 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WAR) 1.54를 기록 중이다. SK 투수 가운데, 4번째로 높은 수치다. 
 
지난해 12월 7년 열애 끝에 결혼에 골인한 문승원은 “가장으로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올 시즌 흔들림 없이 꾸준한 문승원 활약의 원동력은 '가족' 덕분일까. 엠스플뉴스가 새신랑 문승원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성장하는 문승원 “나는 아직 배울 게 많은 투수.”
 
[이동섭의 하드아웃] '맞벌이' 문승원 가장의 책임감으로 던진다

 
얼굴이 좋아졌습니다
 
무슨 말씀이세요. 여기저기 여드름이 가득 났습니다(웃음). 
 
다시 보니 그렇군요(웃음). 비시즌 “기복을 줄이겠다”‘퐁퐁당 퐁퐁퐁당’ 패턴을 이어가겠다”고 공약했는데요. 올 시즌 전반기를 되돌아보면 어떻습니까. 
 
시즌 초반엔 기복을 줄인 듯했습니다. 하지만, 요즘엔 또 ‘퐁당퐁당’ 투구를 하고 있어요. 기복을 줄이려는 노력은 앞으로도 이어질 겁니다.
 
지난해 첫 풀타임 선발로 활약한 뒤 맞이한 올 시즌, 안정감이 느껴지는 투구가 눈에 띕니다.
 
세부 기록이 좋아졌더라고요. Whip(이닝당 출루 허용률), 볼넷 같은 수치요. 탈삼진도 지난해 요맘때와 비교했을 때 증가했습니다. 그런데, 평균자책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어요. 좀 내려가려고 하면, 다시 그 자리에요(웃음).
 
[이동섭의 하드아웃] '맞벌이' 문승원 가장의 책임감으로 던진다
[이동섭의 하드아웃] '맞벌이' 문승원 가장의 책임감으로 던진다


현대 야구에선 평균자책을 ‘투수의 모든 걸 표현하기 어려운 수치’라 평가하는데요.
 
맞습니다. 하지만, 평균자책은 여전히 투수의 자존심이에요(웃음). 승리를 많이 못 하면, 평균자책이라도 낮아야 하는데… 평균자책에 눈이 자주 가는 게 사실입니다.
 
전반기 4승을 올리는 중입니다. 승운이 많이 따르지 않는 편인데요.
 
‘운이 없다’라기 보다, 제 실력이 모자란 탓입니다. 주변에선 팀 동료 (박)종훈의 승운이 좋다고 말해요. 하지만, 운으로 승리를 얻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건 종훈이의 실력이에요.
 
“실력이 모자라다”란 말엔 쉽게 동의할 수 없습니다. 혹시 SK 투수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 순위를 아십니까.
 
제가 4등이에요(웃음)! 중계방송에 그 기록이 나오더라고요. 메릴 켈리에게 “나 4등”이라고 자랑도 했습니다. “조만간 네가 저 자리에 올라갈 것”이라고 덕담도 건넸어요.
 
그런데도, 자신의 실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나요?
 
그렇습니다. 높은 WAR는 그저 ‘운’이라고 생각합니다(웃음). 저는 아직 배울 게 많은 투수에요. 
 
"'결혼한 뒤 못한다'는 말 듣기 싫다. 아내를 위한 책임감으로 공 던진다."
 
[이동섭의 하드아웃] '맞벌이' 문승원 가장의 책임감으로 던진다

 
7월 3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넥센 히어로즈를 상대로 시즌 4승을 올렸습니다. 이 말을 꼭 전해달라. 아내 생일날 승리를 거둬서 기분이 정말 좋다. 아내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경기가 끝난 뒤 인터뷰 내용입니다. 이 말을 듣고, 정말 애틋했는데요.
 
경기 내용이 좋지 않을 때 아내에게 투덜거리는 스타일이에요. 그런데, 아내가 그걸 다 받아줍니다. 정말 고맙죠. 그래서 ‘아내 생일날만큼은 투덜거릴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 컸습니다. 
 
아내를 생각하면서, 이를 악물고 던진 겁니까(웃음).
 
그런 건 아니에요. 그저 평소보다 경기에 더 집중하려 노력했습니다. 경기 전에 말수를 줄이고, 차분한 마음을 유지했죠.
 
행복한 마음으로 집에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컸겠군요.
 
고척 원정 때는 숙소 생활을 해서, 집에 갈 순 없었어요. 하지만, 경기를 마친 뒤 숙소에서 아내와 행복하게 통화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승리를 하고난 뒤 홀가분한 마음으로 아내와 통화할 수 있어 정말 기뻤어요. 
 
[이동섭의 하드아웃] '맞벌이' 문승원 가장의 책임감으로 던진다

 
그렇군요. 아내의 존재가 승리로 이어진 듯합니다. 운동 선수가 결혼을 하면, 마음이 안정된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 말을 실감하시나요?
 
책임감은 확실히 커졌습니다. 아무리 운동선수라도, 운동하기 싫을 때가 있어요. 그런데, 결혼을 하고난 뒤 마음가짐이 달라졌습니다. ‘가장’이란 책임감이 막중해요. 마운드 위에서 책임감'을 갖고, 공을 던지기 시작했습니다.
 
책임감을 갖고 공을 던진다?
 
네. '아내가 싫은 소리를 듣게 하면 안되겠다'는 책임감이죠. 결혼한 다음 시즌에 슬럼프에 빠지면, 부모님께서 ‘며느리 탓’을 하실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올 시즌 더 좋은 활약을 펼치고픈 마음이 컸어요. 제가 잘해야 아내가 ‘내조의 여왕’으로 거듭날 수 있으니까요. 
 
아내가 실제로 내조를 잘해주는지 궁금합니다.
 
네. 말 그대로 ‘내조의 여왕’입니다. 제가 아내와 맞벌이를 하고 있거든요. 아내도 쉬고 싶을 텐데 주말마다 아침밥을 차려줍니다. 새벽에 일어나서요. 정말 고맙죠. 그런데, 제가 ‘고맙다’는 표현을 잘 못해서 미안한 마음이 큽니다. 
 
새신랑 문승원 "'일하겠다'는 아내 의사 존중, 맞벌이가 즐겁다"
 
[이동섭의 하드아웃] '맞벌이' 문승원 가장의 책임감으로 던진다

 
프로야구 선수의 ‘맞벌이’ 이야기가 궁금증을 자극합니다.
 
일반적인 맞벌이 부부와 비슷하지 않을까요? 아내의 출·퇴근길이 험난해서 그게 마음에 걸립니다. 인천에서 서울 시내까지 지하철로 ‘왔다 갔다’ 해요. 원래 차를 타고 다녔는데, 서울 시내에 주차할 공간이 마땅치 않아 대중교통을 이용하게 됐습니다. 들어보니, 서울은 주차비가 비싸더라고요. 
 
더 좋은 성적을 올려 ‘주차비 걱정’을 덜어주면, 아내의 출·퇴근길이 편해지지 않을까요?
 
하하하(폭소). 그 정도로 돈을 많이 벌면 맞벌이가 필요 없지 않을까요(웃음)? 사실 아내에게 ‘일이 힘들면, 안 해도 된다’고 말했어요. 그런데, 아내가 성취욕이 강해요. ‘일을 하고 싶다’는 의지가 굳셉니다. 저는 아내의 의사를 존중해요. ‘맞벌이’를 하면서, 즐겁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내 분이 업무와 내조를 병행하느라 고생이 많으시겠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아내에게 사랑을 전하는 메시지 전달 부탁드립니다. 아내 분께도 큰 힘이 될 듯해요.
 
결혼하자마자, 스프링캠프 다녀오느라 아내를 챙겨주지 못했습니다. 지하철 타고 출퇴근하느라 힘들 텐데, 서로 힘을 내서 함께 이루고 싶은 것 다 이뤘으면 좋겠어요. 
 
[이동섭의 하드아웃] '맞벌이' 문승원 가장의 책임감으로 던진다

 
표현이 서투른 게 느껴지네요(웃음). 
 
사랑한다. 이런 말을 원하시는 건가요(웃음)? 너무 공개적으로 그런 말을 하면, 쑥스럽잖아요.
 
아. 아내 분이 ‘사랑한다’는 말을 안 좋아 하시나요?
 
‘적극적인 표현’을 좋아하지 않는 여자가 어디 있겠어요. 주변 사람들 눈치도 보이니까 쑥쓰러워서 그래요… (결심을 한 듯)알았습니다. 다시 할게요. 
 
네. 
 
(심호흡)평소에 내게 도움이 되는 조언 많이 해줘서 고마워. 평생 인생의 동반자로 꽃길만 걷자.
 
이동섭 기자 [email protected]


ⓒ <엠스플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0

신고를 접수하시겠습니까?

이전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