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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섭의 하드아웃] '리베라의 볼 끝', SK 이승진 "패기 있는 투수 되겠다"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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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06 (금) 11:22

                           
마치 공 스스로 마음이 있는 듯했다. 마지막 순간에 좌타자 상대 몸쪽, 우타자 상대 바깥쪽으로 속구가 휘었다. 이게 내 컷 패스트볼 탄생의 기원이다. 신으로부터 받은 놀라운 선물이었다. - 마리아노 리베라 자서전 「클로저」 中
 
[이동섭의 하드아웃] '리베라의 볼 끝', SK 이승진 패기 있는 투수 되겠다

 
[엠스플뉴스]
 
미국 메이저리그(MLB)의 전설적인 마무리 투수 마리아노 리베라의 트레이드마크는 '컷 패스트볼'이다. 
 
리베라는 어느 날 갑자기 ‘세계 최고의 컷 패스트볼’을 터득했다. 리베라가 자신의 컷 패스트볼을 신의 축복이라 부른 이유다. 
 
올 시즌 KBO리그에 리베라처럼 ‘선천적 컷 패스트볼’을 던지는 투수가 데뷔했다. 주인공은 바로 SK 와이번스 우완투수 이승진이다. 
 
SK 손 혁 투수코치는 이승진의 속구를 컷 패스트볼처럼 변화무쌍한 움직임을 지녔다 극찬했다. 한 가운데만 보고 던져도, 볼의 변화가 심해 코너웍이 된다. 움직임을 쉽게 예측할 수 없는 '마구'다. 손 코치의 설명이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변화무쌍한 볼 끝’이란 무기를 손에 넣은 이승진의 이야기를 엠스플뉴스가 들어봤다. 
 
기회를 운명으로 뒤바꾼 이승진 "내 별명은 파프리카!"
 
[이동섭의 하드아웃] '리베라의 볼 끝', SK 이승진 패기 있는 투수 되겠다

 
야구팬들에겐 아직 낯선 투수입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SK 와이번스 우완투수 이승진입니다. 별명은파프리카입니다. 
 
파프리카요?
 
파프리카를 반으로 쪼개면 저를 닮았다고 하더라고요(웃음). 궁금해서 사진을 찾아봤는데, 정말 비슷했습니다. 
 
정말 독특한 별명입니다(웃음). 캐릭터가 확실하군요. 사실 지난해 손 혁 투수코치가 부임한 뒤 ‘SK에서 주목할 만한 영건 5인’에 이름을 올렸어요. SK 팬들에게 이승진이란 이름은 이미 익숙할 듯한데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2014년 프로에 입단한 뒤 올해 5월까지 1군 엔트리에 한 번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군대에 다녀오면서, 공백도 있었고요. 아무래도 저를 낯설어하는 팬들이 더 많으실 거라 생각해요. 
 
[이동섭의 하드아웃] '리베라의 볼 끝', SK 이승진 패기 있는 투수 되겠다
[이동섭의 하드아웃] '리베라의 볼 끝', SK 이승진 패기 있는 투수 되겠다

 
하지만, 씩씩한 투구로 ‘이승진’ 이름 세 글자를 팬들 머릿속에 각인시키고 있습니다.
 
제가 이렇게 잘 던질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퓨처스리그에선 평균자책 8점대 투수였거든요(웃음). 1군에 온 뒤 좋은 투구 내용을 보이는 게 저 역시도 믿기지 않습니다. 
 
퓨처스리그에서 8점대 평균자책이라… 자신감이 떨어진 상태로 1군에 올라온 겁니까.
 
퓨처스리그 시즌 첫 4경기에서 5이닝 동안 13실점(10자책) 했어요. 그 다음부터 흐름이 좋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손 혁 코치님의 “폼에 너무 신경 쓰지 말고, 포수 미트를 보고 던지라”는 조언이 결정적이었어요. 그때부터 복잡했던 머리가 정리됐습니다. 결과는 자연스레 따라왔습니다. 결과적으로 평균자책을 8점대로 줄인 뒤 1군 진입에 성공했죠(웃음). 
 
1군 엔트리에 등록될 당시, ‘이승진은 금방 다시 퓨처스리그로 돌아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저 역시 그렇게 생각했어요. 3일이면, 다시 퓨처스리그로 돌아갈 거라 봤습니다(웃음). (김)광현이 형이 잠깐 빠져있을 때였거든요. 광현이 형이 돌아오면, 제가 엔트리에서 빠질 1순위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운이 좋았어요. 지금까지 1군에서 버티고 있잖아요?

기회를 운명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봐주시면, 감사할 따름이죠(멋쩍은 웃음).
 
리베라처럼 '신의 축복' 받은 이승진 "패기 있는 투수 되겠다"
 
[이동섭의 하드아웃] '리베라의 볼 끝', SK 이승진 패기 있는 투수 되겠다

 
이제 이승진이 가진 ‘비장의 무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SK 손 혁 코치는 “자연적으로 휘는 볼 끝”을 이승진의 최고 무기로 꼽았습니다.
 
그 볼 끝을 얻게된 건 상무(국군체육부대)에 있을 때였습니다. 캐치볼을 할 때였어요. 공이 조금씩 휘었어요. 선임들이 “공을 똑바로 채라”고 잔소리를 하는 겁니다. 전역을 하고도, 휘는 볼 끝이 마음에 걸렸어요.
 
그렇군요.
 
그런데, 손 혁 코치님께서 “이 볼 끝은 최고의 무기가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북돋워주셨습니다. 그제야 ‘남들과 다른 속구가 저만의 무기’란 걸 깨달았어요.
 
'타고난 속구 볼 끝'을 가진 투수 가운데, 메이저리그를 호령했던 ‘전설’이 있습니다. 혹시 누군지 알고 계십니까. 
 
(머리를 긁적이며)마리아노 리베라 말씀이죠?
 
[이동섭의 하드아웃] '리베라의 볼 끝', SK 이승진 패기 있는 투수 되겠다

 
그렇습니다. 리베라는 어느 날 갑자기 휘는 볼 끝을 발견했습니다. 그 볼 끝을 ‘신의 축복’이라 표현했어요. 
 
리베라도 그랬나요? 저도 그랬어요. 고등학교 때까진 제 속구 궤적은 직선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중지 손가락 안쪽에 공이 걸리는 느낌을 받았어요. 여기 보시면, 유독 중지 손톱에만 피멍이 들어있죠?
 
정말 그렇군요.
 
공을 던지는데, 이 부분이 계속 얼얼한 거예요. 그때부터 공이 조금씩 휘기 시작했습니다. 요즘엔 볼이 제 의지와 다르게 너무 많이 휘어서 제구에 어려움을 겪을 때도 있어요. 

손 혁 코치가 이승진의 단점은 제구에 대한 콤플렉스라고 말했습니다. 혹시 남다른 볼 끝이 제구에 대한 불안감을 키우는 걸까요?
 
사실 제가 제구가 좋은 투수는 아닙니다(웃음).
 
[이동섭의 하드아웃] '리베라의 볼 끝', SK 이승진 패기 있는 투수 되겠다

 
아직 자신이 없는 겁니까(웃음).
 
자신은 있죠. 마운드에 올라가면, 가운데만 보고 공을 던질 뿐이에요. 하지만, 변화구 제구는 분명히 가다듬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위에서 아래로 ‘뚝’ 떨어지는 커브가 일품이란 평가도 있습니다. 
 
커브는 아직 양날의 검이에요. 제구를 더 확실히 잡아야 타자를 효과적으로 요리할 무기로 사용할 수 있을 거라 봅니다. 
 
이제 신인으로 KBO리그 1군 무대에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리베라와 공통점이 있는 이승진, 어떤 투수가 되고 싶은가요?
 
리베라처럼 던지는 건 바라지도 않습니다(웃음). 패기 있는 투수가 되고 싶어요. 맞더라도 정중앙에 공을 던지는 투수요. ‘패기’ 하나로 타이트한 상황에 SK 승리를 지키는 투수로 성장하겠습니다.
 
이동섭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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