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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헌의 브러시백] 채은성이 난다, LG가 더 높이 난다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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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04 (수) 10:22

수정 1

수정일 2018.07.04 (수) 10:44

                           
| '채은성이 잘하면, LG도 잘한다'. 2016년 주전 우익수로 활약하며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큰 힘을 보탰던 LG 트윈스 채은성. 그가 다시 붙박이 5번타자 우익수로 우뚝 일어선 올 시즌, LG도 포스트시즌 진출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배지헌의 브러시백] 채은성이 난다, LG가 더 높이 난다


 


[엠스플뉴스]


 


채은성은 2016시즌 LG 트윈스의 신데렐라였다. 무명 선수에서 일약 주전 우익수로 도약해 준수한 장타력과 찬스에서 집중력을 발휘하며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큰 힘을 보탰다. 


 


하지만 어렵게 얻은 주전 자릴 지켜야 한다는 부담감이 너무 컸던 탓일까. 지난 시즌 모든 것이 원래 자리로 돌아갔다. 채은성은 시즌 내내 2016년의 활약을 재현하지 못했고, 공격력이 뚝 떨어진 LG는 팀 평균자책 1위를 하고도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마음을 비우고 '도전자'의 위치에서 맞이한 올 시즌. 개막 전까지만 해도 채은성의 입지는 불안했다. 김현수 영입으로 외야 한 자리가 채워진 가운데 안익훈, 이형종이 주전 외야수로 거론되면서 1군 자리조차 위태위태해 보였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형종이 부상으로 잠시 자릴 비운 사이, 채은성은 2016년보다 더 뛰어난 장타력과 집중력을 발휘하며 주전 우익수 자리를 꿰찼다. 그리고 중심타선인 5번타자 자리까지 굳혔다. 시즌 절반이 지나고 7월이 된 지금까지도 채은성은 김현수와 함께 팀 내 최고의 타자로 활약하는 중이다.


 


채은성이 처음 1군에 올라와 활약한 2014년 LG는 가을야구를 경험했다. 채은성이 주전 우익수로 도약한 2016년에도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채은성이 지난해 부진을 딛고 반등에 성공한 올 시즌, LG는 치열한 상위권 다툼을 펼치며 다시 한번 포스트시즌을 바라보는 중이다. 엠스플뉴스는 개인 성적과 팀 성적, 모든 면에서 최고의 한 해를 보내고 있는 채은성과 만나 올 시즌 활약 비결과 앞으로 목표를 들어봤다.


 


“도전자로 시작한 2018시즌, 철저히 준비했다”


 


[배지헌의 브러시백] 채은성이 난다, LG가 더 높이 난다


 


혹시 ‘채은성 법칙’이 뭔지 아세요?


 


제 법칙이요? 처음 들어보는데요.


 


놀라지 마세요. '채은성이 잘하면 LG도 잘한다'는 법칙입니다. 채은성 선수가 처음 1군에 올라와 가능성을 보여준 2014시즌, 주전 우익수로 활약한 2016시즌, 그리고 커리어하이를 찍고 있는 올 시즌, 죄다 LG가 상위권을 달리고 있잖아요.


 


민망하네요. 그런 얘기까지 듣기엔 좀 민망해요. (웃음) 저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가 다 같이 잘해야죠. 그래야 시너지 효과가 나서 팀도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어요. 올해가 바로 그런 시즌이 아닐까 싶어요.


 


지나친 겸손입니다. 채은성 선수의 맹활약 덕분에 LG의 약점이었던 우익수와 5번타자 고민이 말끔히 해결됐잖아요. 올해 팀 성적에 기여하는 바가 굉장히 큽니다.


 


그런 생각은 별로 안 해봤구요. (웃음) 그저 더 잘하고 싶은 마음으로 열심히 하다 보니까 지금까지는 좋은 결과가 나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혹시 올 시즌 개막 전에 뭔가 좋은 ‘예감’ 같은 게 있었나요?


 


음. 그래도 작년보다는 준비가 잘 된 것 같은 느낌은 있었어요. 사실 나름대로 준비를 많이 했거든요. 준비했던 것들이 실전에서 조금씩 결과로 나오기 시작하면서, 자신감을 얻는 계기가 됐죠. 앞으로 더 잘 준비해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됐구요. 


 


지난 시즌엔 그 ‘준비’ 단계부터 뭔가 꼬였던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스프링캠프에서 한 차례 부상도 있었잖아요.


 


제가 준비를 제대로 못 했던 게 원인이죠. 저 스스로가 힘든 고비를 못 이겨내고, 자꾸 스스로 무너졌던 것 같습니다. 


 


2016년 활약으로 지킬 게 많아진 것도 원인이었을까요. 


 


아무래도 그렇죠. 주전 자리를 한번 맛보고 나니까 지키고 싶은 생각이 강했어요. 그러다가 잘 안 되면 저 스스로 많이 초조해 했구요. 그러다 보니까 잘 안 될 때마다 수시로 변화를 너무 크게 줬어요. 그러다 보니 고비를 헤쳐나가지 못하고 방황했어요. 


 


지난해 캠프 때는 주전 우익수 자릴 지켜야 하는 입장이었다면, 올해 캠프에선 다시 자리를 되찾아야 하는 입장이었습니다. 김현수 선수가 오면서 외야 경쟁도 더 치열해진 상황이었는데, 그 경쟁을 뚫고 주전 우익수 자리를 되찾는 데 성공했습니다. 


 


해마다 마찬가지지만, 확실한 제 자리가 있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저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겠지만, 나갔을 때 잘해야 그 자리를 차지하는 거니깐요. 게다가 올해는 류중일 감독님도 새로 오셨고, 모든 게 제로에서 시작하는 상황이었어요. 처음부터 ‘제 자리’란 건 없었어요.


 


‘도전자’의 입장이 되면서 오히려 심리적으론 편안했을 수도 있겠네요.


 


워낙 지난 시즌을 힘들게 보내서 그런지, 올해는 이런저런 것들 신경 쓰기보다 제가 할 수 있는 것만 최선을 다하자고 생각했어요. 확실히 올해는 작년과 마음가짐이 달랐던 것 같아요. 기술적인 면에서도 작년처럼 수시로 변화를 주기보단, 캠프 때부터 준비했던 것들을 큰 틀에서 꾸준히 유지하려고 노력했어요. 


 


“찬스 때 더 집중 잘 돼, 자신감 생겼다”


 


[배지헌의 브러시백] 채은성이 난다, LG가 더 높이 난다


 


올 시즌 거의 모든 타격지표에서 리그 최고 수준의 성적을 내고 있습니다. 3일 현재 타율(0.331)은 물론이고 홈런(13개), 타점(63점), 장타율(0.541) 등 모든 지표가 리그 상위권이에요.  대체선수대비 기여승수(WAR)는 2.65승으로 팀 내에서 김현수(3.35승) 다음으로 높고, 리그에선 KIA 최형우(2.6승)보다도 높아요. 대체 어떻게 된 건가요.


 


작년에 워낙 못해가지고... (웃음) 작년에 하도 못해서 그런지, 올해 더 잘하는 것처럼 보이는 게 아닐까요. 


 


올해 타격하는 모습을 보면 뭐랄까, ‘적극적이면서도 신중한’ 모습이 눈에 띕니다. 모순된 얘기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공격적이어야 할 땐 공격적으로, 신중하게 대처해야 할 때는 신중하게 타격한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상황상황에 맞게 생각을 많이 하려고 해요. 상대 투수가 저한테 어떻게 승부할지, 대기타석에서 미리 생각하고 타석에 임하죠. 초구부터 쉽게 들어오는 상대에겐 초구부터 과감하게 방망이를 내기도 하고, 다음에 다시 만났을 때 어렵게 승부하면 그땐 저도 신중하게 승부하구요. 


 


또 하나 눈에 띄는 건 빠른 볼에 굉장히 강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단 겁니다. 빠른 볼 타격 시 타율이 무려 0.395나 됩니다. 


 


그런가요. (웃음) 그건 몰랐습니다. 


 


게다가 스트라이크존으로 들어오는 빠른 볼엔 모든 코스에 3할 이상의 타율을 기록하고 있어요. 제가 투수라면 채은성 선수에게 빠른 볼 스트라이크는 가능하면 던지지 않을 것 같아요.


 


빠른 볼 대처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어요. 타석에서 저만의 가상 존을 그려 놓고, 그리로 빠른 볼이 오면 타이밍 늦지 않게 무조건 친다는 생각을 합니다. 존을 넓게 보고 치는 편이에요. 코스를 가려서 때리기보단, 커버할 수 있는 영역에 공이 들어오면 친다는 생각으로 타석에 임합니다. 


 


득점 찬스 때 성적도 굉장히 좋습니다. 득점권 상황에 타율 0.343에 장타율 0.606, 주자 있는 상황에 타율 0.356에 장타율 0.581을 기록 중입니다. 중요도가 높은 하이 레버리지 상황에서도 타율 0.342를 기록 중이구요. 


 


사실 주자가 있을 때 좀 더 집중이 잘 되는 게 사실이에요.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겠지만, 타격감이 좋을 때는 ‘나한테 찬스가 와라’는 생각을 많이 하잖아요. 올해는 그런 생각이 들 때가 많아졌어요. 자신감이 생긴 거죠. 


 


“고정 라인업? 믿음을 얻기까지 과정이 어려워”


 


[배지헌의 브러시백] 채은성이 난다, LG가 더 높이 난다


 


아무래도 5번타자 역할을 맡고 있다 보니 찬스가 자주 돌아오게 마련인데, 그 역할을 아주 잘 해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5번타자는 중심타자잖아요. 팀이 이길 수 있게 타점을 내야 하는 상황이 자주 생겨요. 앞에서 잘 치는 타자들이 자주 나가주니까, 어떻게든 홈으로 불러들이는 역할을 해야죠. 제가 못하더라도 좋은 흐름으로 연결하는 역할도 해야 하구요. 


 


류중일 감독은 가능하면 라인업에 큰 변화를 주지 않는 편이잖아요. 올해 치른 82경기 가운데 72경기에 5번타자로 출전했습니다. 박용택(3번타자, 80경기) 다음으로 타순 변동이 적은 선수가 바로 채은성 선수였는데, 올 시즌 좋은 성적엔 고정 라인업 기용도 한몫을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맞아요. 일전에 박용택 선배님도 비슷한 말씀을 하신 걸 봤는데, 타순이 정해지면서 선수들이 자기 타순에 맞게끔 미리 준비할 수 있게 됐어요. 상대 선발투수 영상을 보면서 분석도 하고, 공부도 하구요. 준비를 더 철저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4타수 무안타를 쳐도 초조하고 불안한 마음을 갖기보단, 차분하게 다음 경기를 준비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네. 만약 작년 같으면 한 경기 부진하면 굉장히 초조해했을지 몰라요. 이제는 부진해도 금방 잊어버리려 하고, 내일을 생각하게 됐어요. 


 


오늘 부진해도 내일 다시 기회가 있다는 걸 아니까요.


 


맞아요. 하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아요. 오늘 부진해도 내일 다시 출전 기회가 주어지는, 그 믿음을 얻기까지가 힘든 거죠.


 


믿음 얘기가 나와서 생각났는데, 2016시즌이 끝나고 엠스플뉴스와 만났을 때는 자기 자신을 온전히 믿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해 주전으로 활약하면서 데뷔 이후 가장 좋은 성적을 냈는데도 말이죠. 


 


사실 제가 타고난 운동신경을 지닌 선수도 아니고, 입단할 때도 야구를 잘했던 게 아니잖아요. 밑바닥부터 노력해서 올라왔어요. 야구를 그렇게 잘해본 적이 없었거든요. 그러다 보니 2016년에 한창 잘 맞을 때도 어떻게 해서 잘 맞는지 저 스스로가 잘 몰랐어요. 그냥 ‘아, 이렇게 잘 칠 수가 있구나’ 생각했죠. 멋모르고 했던 거죠. 


 


이제는 자신에 대한 믿음이 조금은 생겼나요.


 


조금은 나아졌어요. 여전히 ‘언제 떨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마음속에 갖고 있지만,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계속 내일을 준비하는 거죠. 그날그날 경기마다 최상의 결과를 만들기 위해 준비하고 또 준비하는 자세를 갖게 됐습니다.


 


인터뷰를 하면서 느낀 건데, ‘준비’를 유독 여러 차례 강조하는 것 같습니다.


 


박용택 선배님께 들은 얘기인데, 자신감도 준비에서 나온다고 하시더라구요. 정말 맞는 얘기인 것 같아요. 그냥 ‘자신감있게 해야지!’ 마음먹는다고 자신감이 생기는 게 아니거든요. 내가 얼마나 잘 준비하느냐에 따라 자신감도 생기는 거니까. 저도 항상 선배들 하는 것 잘 보면서 준비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잘하든 못하든,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플레이 해야죠”


 


[배지헌의 브러시백] 채은성이 난다, LG가 더 높이 난다


 


처음에도 얘기했지만, 올 시즌 개인 성적도 좋고 팀 성적도 좋은 최고의 한 해를 보내고 있습니다. LG 가을야구의 꿈이 점점 현실의 형상을 갖춰가고 있는데요.


 


저 개인적으론 올 시즌 주전을 차지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는데, 지금까지 팀과 함께 좋은 성적을 내면서 잘 가고 있어서 다행입니다. 이 분위기가 계속 이어져서 팀이 지금보다 더 높은 위치로 올라갔으면 하는 바람이 커요.


 


개인 목표도 시즌 전보다는 조금 상향 조정하지 않았나요.


 


글쎄요. 솔직히 올 시즌은 개인 성적 목표 없이 시작했어요. 어떻게든 1군에서 살아남겠단 생각으로 준비를 했었죠. 원래 개인 목표를 크게 세우지 않는 편이에요. 조금씩 하나씩 이뤄가는 걸 좋아해요. 지금도 부상 없이 꾸준하게 시즌을 치르는 게 목표입니다.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다 보면, 기록은 나중에 따라오게 마련이라 생각해요. 아직 시즌 중반이고, 기록을 생각할 때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LG 팬들에게 반드시 지킬 수 있는 약속 하나만 한다면?


 


항상 잘하든 못하든 저 자신이 납득할 수 있는 플레이를 하고 싶어요. 제가 스스로 납득하지 못하는 플레이라면, 팬들의 눈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해요. 언제나 경기장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 그게 제가 할 수 있는 약속입니다.


 


배지헌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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