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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쓰는이력서] (7) 한양대 배경식, “빛나는 조연이 되겠습니다”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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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02 (월) 12:22

                           

[내가쓰는이력서] (7) 한양대 배경식, “빛나는 조연이 되겠습니다”



[점프볼=강현지 기자] 2018년 신인 드래프트에 도전하는 ‘예비 프로’가 쓰는 취업이력서. 7편의 주인공은 한양대 주장 배경식(22, 194cm)이다. 그도 대표적인 블루워커 형 스타일. 플레이 스타일상 크게 주목받지 못하지만, 팀의 승리를 위해 궂은일을 마다치 않아하는 선수다. 또 하나 그만의 메리트가 있다. 바로 중거리 슛. 하지만 부상자가 절반인 한양대 사정상 그는 일단 뭐든 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내가쓰는이력서] (7) 한양대 배경식, “빛나는 조연이 되겠습니다” 

# 성장과정

배경식이 농구공을 잡게 된 데는 에피소드가 있다. 물론 중학교 때 키가 이미 185cm인 덕을 보기도 했다. 삼 형제 중 차남인 그는 동아리 농구를 하던 형의 농구 팀 선생님이 안남중 농구부를 소개해줬다. 당시 공부방에 다니던 배경식은 숙제를 하지 않아 야단을 회피하고자 농구부를 찾았다. 농구가 1순위는 아니었지만 운동을 하고 싶었기 때문에 스스로도 농구공을 잡고 싶은 마음이 컸다.

 

“제가 가장 큰 줄 알았는데, 저만한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가면 바로 주는 줄 알았던 유니폼도  일주일을 버티면 준다고 했어요. 오기가 생겼죠(웃음). 신장이 있어서 우대받을 줄 알았는데…, 그 일주일이 정말 힘들었어요. 집에 가는 버스 안에서는 기절상태였죠.”

 

그렇게 얻어낸 유니폼. 경기를 뛸 수 있어 좋았지만, 팀 성적이 받쳐주지 못해 속상한 날이 더 많았다. 중3 때는 극에 달해 결국 농구를 그만두겠다고 짐을 싸서 나왔다. 공부를 해 보겠다고 나왔지만, 그것도 고작 3일. 농구를 왜 시작했을까 라는 근본적인 이유를 고민했지만, 결국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그가 택한 길이었단 걸 깨닫는다.

 

당시 이은호 코치(현 충주중 코치)가 안남중으로 새롭게 부임하며 배경식의 마음을 돌려놓는다. “그때 이 코치님이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다’며 고등학교에서도 절 보고 있는 학교가 많다고 해주셨어요. 죄책감이 들어 체육관으로 돌아왔죠.” 배경식은 ‘센터 사관학교’로 불린 제물포고로 진학했다.

 

선배로는 최우연(전자랜드), 동기로는 변준형(동국대), 후배로는 유현준(KCC)이 들어오면서 그토록 바라는 성적도 나왔다. 배경식은 당시를 “제물포고의 높이가 낮아지던 시기였어요. 높이 농구보다는 패스웍이 좋은 준형이와 현준이를 앞세웠죠. 친구들 덕을 크게 본 것 같아요”라고 회상했다.

 

정효근(전자랜드)이 빠진 한양대는 배경식을 영입하며 공백을 수혈했다. 1학년 시절 시즌 2번째 경기에서 조선대를 상대로 17득점 7리바운드 스틸을 기록하며 팀 승리(67-63)를 이끈다. 하지만 그의 발목을 잡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부상이었다. “초반부터 활약이 좋아서 한양대에서 잘할 수 있겠다란 생각을 했는데, 전반기 마지막 경기에서 부상을 당했어요. 후반기를 날렸죠. 이후 2학년 때는 군대 다녀온 형들(고동현, 김동현)이 복학하면서 공백기가 길어졌어요.” 배경식이 고개를 떨궜다.

 

# 수상이력

- 2014년 쌍용기 남고부 감투상

 

[내가쓰는이력서] (7) 한양대 배경식, “빛나는 조연이 되겠습니다”

4학년 때도 그랬다. 정규리그를 들어가기 전 연습경기 과정에서 후배에게 부딪혀 종아리 근육이 찢어지는 부상을 입었다. 졸업반이 아니었다면 조급하지 않았을 것을. 형들의 졸업으로 전력이 약화된 가운데 박상권마저 십자인대부상으로 시즌 아웃이 결정돼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변준형, 박준영 등 친구들이 주가를 떨치는 모습을 보여 더 조급해졌다. “4학년이 되면서 마음이 조급해졌어요. 중학교 때부터 변준형(원주대성중), 박준영(송도중)과 연습 경기를 많이 했어요. 박준영은 라이벌 팀이기도 했고요. 친구들이 성장하고, 대표팀 가는 모습을 보면서 아쉬움이 컸어요. 친구들이 잘되는 모습을 보면서 부담감이 컸고요.”

 

설상가상으로 배경식은 성균관대와의 경기(4월 1일)에서 발목 부상을 입어 코트에 주저앉았다. 다행히 한 경기 결장 후 배경식은 약 2주 만에 코트로 돌아왔다. 김기범의 활약으로 첫 승을 끊은 상태라 부담감은 덜했다. 이어진 고려대전은 훨훨 날았다. 배경식은 박준영, 박정현, 하윤기 등 고려대의 장신 선수들과 맞서 26득점 10리바운드를 기록했다.

 

배경식은 개막전 경기를 보며 생각이 많았다고 한다. 홈 개막전에서 팀이 고려대에게 65-95로 대패하는 걸 지켜보기만 한 것이 마음 아팠다. 비록 두 번째 매치업에서도 승리하진 못했지만, 전반기 최고 활약 모습을 보이면서 부상에 울상인 한양대에 한 줄기의 희망이 됐다. 하지만 배경식은 그때도 웃지 못했다.

 

“시즌 시작하면서 선수들에게 열심히 하자고 했는데, 부상으로 벤치에서 고려대에게 뒤지는 걸 보며 제 자신에게 너무 실망스러웠어요. 다음에 고려대를 만나면 열심히 뛰자는 생각뿐이었죠”라고 말하며 씁쓸하게 웃은 배경식은 “주변에서는 이전보다 경기 내용이 더 좋아졌다고 격려해줬지만, 경기 결과가 달라진 건 아니었잖아요. 지기도 했고, 마음이 무거웠어요”라며 말끝을 흐렸다.

 

게다가 638일 만에 조선대의 25연패를 끊어주는 졸전도 나왔다. 지난 시즌에 이어 ‘플레이오프 진출’ 걱정을 하게 됐다. 지난 시즌에는 유현준이 복귀하며 전력에 플러스 요인이 있지만, 올해는 후반기 전망도 그리 밝지 못하다.

 

“걱정이 많아요”라고 깊은 한숨을 쉰 배경식은 “이번에 조선대한테 진 건 변명의 여지가 없어요. 팀 내부적으로도 충격이었죠. 홈에서 했을 때 너무 편하게 이겼거든요. 안일하게 생각했죠. 전반전에 26점 차가 났고, 후반에 정신을 차렸는데, 그땐 너무 늦었죠. 선배 형들에게도 연락을 많이 받았어요. 죄송했다”며 거듭 아쉬움을 표했다.

 

[내가쓰는이력서] (7) 한양대 배경식, “빛나는 조연이 되겠습니다” 

# 입사 후 포부

배경식의 장점은 슛. 하지만 득점력을 뽐내기보다는 그동안 팀에서 필요한 궂은일과 리바운드에 힘써왔다. 이전까지 웨이트 트레이닝을 꾸준히 해와 힘에서는 맞붙을 자신이 있다. 지금은 원주 DB로 프로진출에 성공한 배경식의 선배 윤성원은 “누가 봐도 경식이는 웨이트가 좋다”며 “3점슛 보다는 미들슛이 좋다. 대학에서 손꼽힐 정도다”라며 후배를 칭찬했다. 단점은 스피드. “지금보다 끌어올려야 할 것 같다”는 것이 선배의 조언이다.

 

“1,2학년 때는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였다면, 지금은 승리를 이끄는 선수가 되어야 해요”라고 말한 배경식은 후반기를 바라봤다. U-리그 전반기 성적이 2승 8패에 그쳤기 때문에 후반기가 시작되기 전까지 팀을 재정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곧 상주에서 MBC배, 영광에서 종별선수권 대회도 열린다. 팀 상황이 어려운 건 어쩔 수 없지만, 일단 프로에 진출하기 위해선 일단 배경식 자신의 장점이 어떤 건지를 보여줘야 한다.

 

드래프트를 앞둔 소감에 대해서는 “롤러코스터를 타기 전의 기분에요. 제 차례가 다가왔을 때 느낌”이라고 말하며 배경식은 “앞으로의 경기에서는 죽어라 뛰며 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주연보다는 빛나는 조연”이 되고 싶다며 프로 진출을 앞둔 포부를 전했다.

 

# 사진_ 점프볼 DB(한필상 기자), 유용우 기자



  2018-07-02   강현지([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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