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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섭의 하드아웃] '늦깎이 루키' 남윤성 "넘어질수록 일어나기 쉽다"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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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27 (수) 14:22

                           
‘2006 KBO리그 신인지명회의’는 한국 야구 황금세대로 꼽힌다. 류현진, 강정호, 양의지 등 기라성같은 스타들이 무더기로 배출된 까닭이다. 황금세대가 KBO리그를 주름잡고 있는 2018년. '황금세대' 주역으로 손꼽히던 투수가 '늦깎이 데뷔전'을 치렀다.
 
[이동섭의 하드아웃] '늦깎이 루키' 남윤성 넘어질수록 일어나기 쉽다

 
[엠스플뉴스]
 
고졸 유망주 신분으로 ‘메이저리그 도전’을 시작한 지 12년이 지났다. 어느덧 나이 서른둘이 됐다. 그리고 마침내 KBO리그 1군 마운드에 데뷔했다. SK 와이번스 늦깎이 신인 남윤성의 이야기다. 
 
남윤성(개명 전 남윤희)은 ‘황금세대’라 불리는 ‘2006 KBO리그 1차 신인지명회의’에서 두산 베어스 지명을 받았다. 그러나 남윤성의 시선은 더 큰 무대를 향했다. 바로 메이저리그였다. 남윤성은 두산 입단을 포기하고, 계약금 텍사스 레인저스와 6만 5천 달러에 계약했다.
 
남윤성의 메이저리그 도전은 생각했던 것처럼 순탄치 않았다. 남윤성은 어깨 부상으로 남윤성은 도전을 멈춰야했다. 하지만, 남윤성은 넘어질지언정, 포기하지 않는다는 마음가짐으로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2018년 5월 30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SK와 두산의 경기. 12년 동안 먼 길을 돌아 온 남윤성은 마침내 생애 첫 프로 1군 무대에 오르는 기쁨을 맛봤다. 
 
남윤성의 출발은 늦었다. 하지만, 그의 야구 열정은 누구보다 뜨겁게 불타 오른다. 서른 둘 늦깎이 신인 남윤성의 이야기를 엠스플뉴스가 들어봤다. 
 
12년 먼길 돌아 KBO리그 데뷔한 '늦깎이 신인' 남윤성
 
[이동섭의 하드아웃] '늦깎이 루키' 남윤성 넘어질수록 일어나기 쉽다

 
1군 데뷔 축하드립니다. 정말 먼 길을 돌아 1군에 데뷔했습니다. 
 
2006년 2월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12년 만입니다. 마음속으로 간절히 바라던 1군 데뷔에요. 정말 감격스러워요. 앞으론 어려웠던 시간들을 되새기면서, 초심을 잃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말 그대로 감격스런 데뷔전이었습니다. 공교롭게도, 데뷔전 상대가 '2006 KBO리그 1차 신인지명회의'에서 남윤성을 지명한 두산 베어스였습니다. 
 
그렇습니다. 하지만, 큰 의미를 두진 않았어요. 제겐 감상에 젖어 있을 시간이 없었습니다. 준비한대로 정성을 다해 타자를 잡아야겠다는 생각뿐이었죠.
 
[이동섭의 하드아웃] '늦깎이 루키' 남윤성 넘어질수록 일어나기 쉽다

 
데뷔전 1이닝 1실점을 기록했습니다. 1군 데뷔 첫 실점을 ‘동기생’ 양의지에게 내줬습니다.
 
이제 양의지는 ‘동기생’이 아닙니다. 저는 이제 막 프로에 데뷔한 신인이고, 양의지는 리그를 대표하는 강타자죠. 12년 전엔 동기생이었을지 몰라요. 하지만, 이제 저는 엄연히 '도전자' 입장에 섰습니다. 다음 승부에선 '강타자' 양의지를 꼭 잡아내고 싶습니다.
 
2006년 프로에 입단한 동갑내기들은 황금세대라 불리며, 승승장구하고 있습니다.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는 류현진, 강정호. KBO리그 양의지, 차우찬, 황재균, 민병헌, 최주환 등 쟁쟁한 스타플레이어 동기생이 많습니다.
 
그렇습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로 우뚝 선 동기생들이 정말 많아요. 지난 12년 동안 최고의 자리에 올라서려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지 가늠조차 되지 않습니다. 나이는 같지만, 존경스러워요. 
 
어렸을 적 함께 그라운드를 누비던 동기생들을 바라볼 때면, 복잡미묘한 감정이 들겠습니다. 
 
'지난 12년 동안 동기생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치열한 삶을 살았다'는 게 피부로 느껴져요. 저 역시 ‘최고의 자리’에 올라서지 못했을 뿐, 배운 게 정말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게도 자신감은 있습니다. 마음에서 지고 들어가면, 승부에서도 집니다. 야구는 그런 스포츠에요. 최고 선수가 된 동기생들과 후회 없이 맞붙어 볼 각오입니다.
 
다음 두 번의 등판은 깔끔했습니다. 6월 19일 삼성 라이온즈전 2이닝 무실점, 24일 KT 위즈전에서 1.1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는데요.
 
아무래도 첫 등판보다 긴장감이 덜한 건 사실이었습니다. 마운드 위에서 정신이 ‘번쩍’ 들더라고요(웃음). 포수를 믿고, 공을 던진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포수들에게 고마운 마음이에요.
 
"4년의 공백, 나는 더 단단해졌다."
 
[이동섭의 하드아웃] '늦깎이 루키' 남윤성 넘어질수록 일어나기 쉽다

 
시간을 되돌려보겠습니다. 2006년 두산 베어스 입단을 포기하고, 텍사스 레인저스 유니폼을 입었는데요. 하지만, 미국 진출 6년 만인 2012년 빅리그를 향한 도전을 멈췄습니다.
 
후회 없는 도전이었습니다. 배운 게 정말 많아요. 
 
도전을 멈춘 이유가 궁금합니다.
 
무리하게 운동을 하다, 어깨를 다쳤습니다. ‘미국 선수들을 따라잡아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했어요. 미국 선수들은 모두 덩치가 좋잖아요. 그 친구들을 따라하려, 제게 맞지 않는 방식으로 운동을 했습니다. 결국, 탈이 난 거죠.

도전을 멈추는 건 분명 어려운 결정이었을 텐데요. 귀국을 결정한 2012년, 이름을 바꿨습니다. 남윤희에서 남윤성으로요. 바뀐 한 글자는이룰 성(成)인가요?
 
그렇습니다. 이룰 성(成)이에요. 하지만, 새 이름에 큰 의미를 두진 않았습니다. 새로운 마음을 다지고, 야구를 다시 시작하고 싶은 마음만 가득했죠.‘이름을 바꾼 뒤, 인생이 바뀔 것’이란 기대감은전혀 없었어요.
 
[이동섭의 하드아웃] '늦깎이 루키' 남윤성 넘어질수록 일어나기 쉽다

 
그렇군요. 이름을 바꾼 뒤 고양 원더스 입단에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그라운드에서 자취를 감췄습니다. 2012년부터 2016년까지 4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나요?
 
병역을 해결하기 위해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했어요. 그리고 그라운드에 복귀하기 위해 운동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라운드로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정말 컸어요.
 
긴 공백 기간 얼마나 마음이 착잡했을지, 짐작조차 되지 않습니다. 
 
그라운드를 비웠던 4년… 정말 길었습니다. 제 인생에서 가장 무기력했던 시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늘 머릿속에 의문이 가득했어요. 자신감이 떨어진 건 두말할 나위 없었죠. 버티기 쉽지 않은 시간이었습니다. 
 
그 어려운 시간을 버텨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나요?
 
야구를 다시 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었습니다. 그 뒤엔 '가족'이란 동력이 있었죠. 가족이 아니었으면, 버티기 힘들었을 거예요.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게 한두번이 아니었거든요. 그때마다 가족들이 괜찮다. 다시 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북돋워 줬습니다. 가족을 생각하면, 야구를 절대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가족과 야구에 대한 사랑이 동시에 느껴집니다. 
 
인생 공부 많이 했죠(웃음). 소중한 게 뭔지 깨달았으니까요. 어려운 시간을 겪으면서, 마음만큼은 누구보다 단단해졌을 거라 자신합니다. 
 
"넘어졌을 때 실패하는 게 아니다. 실패가 찾아오는 순간은 포기할 때다."
 
[이동섭의 하드아웃] '늦깎이 루키' 남윤성 넘어질수록 일어나기 쉽다

 
어려운 시간을 이겨내고, 마침내 ‘KBO리그 루키’로 데뷔했습니다. 신인으로서 새로운 무대에 도전하는 마음가짐이 궁금합니다.
 
저는 ‘늦깎이 신인’입니다. 열정과 패기로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나이는 지났어요. 1군 무대에 데뷔할 때까지 도전을 했고, 공백도 있었습니다. 의미가 없었던 시간이 절대 아니었어요. 이젠 경험했던 좌절을 거울삼아 새로운 도전에 불을 지필 때입니다.
 
좌절을 거울 삼는다. 정말 멋진 말입니다.
 
좌절의 시기는 ‘인간 남윤성’에게 꼭 필요한 시간이었습니다. '좌절로 단련된 단단한 정신력'을 마운드에서 원 없이 선보이고 싶습니다. 공을 던지는 모든 순간에 ‘감사함’을 느끼며, 초심을 잃지 않을 거예요. 
 
‘늦었다’는 게 실패를 의미하는 건 아닌데요. 조금 늦게 첫 발을 뗀 ‘신인 투수’ 남윤성, 앞으로의 각오가 궁금합니다.
 
꾸준한 활약을 펼치는 투수가 되고 싶어요. 코칭스태프와 팀 동료들에게 신뢰를 얻는 투수요. 더 나아가 팬들이 신뢰하는 투수가 된다면, 더할 나위 없는 영광일 겁니다. 늦은 나이에도, 성장을 멈추지 않겠습니다. 꼭 지켜봐 주세요. 
 
좌절에도, 포기하지 않은 '근성'이 청년들의 귀감이 될 듯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나라 청년들은 숱한 좌절을 겪고 있는데요.
 
제가 늘 가슴에 품고 있는 말이 있습니다. 넘어졌을 때 실패하는 게 아니다. 실패가 찾아오는 순간은 포기했을 때다. 이 말이에요. 많이 넘어질수록, 일어나는 건 쉬워집니다. 알아요. 뭘 해도 안되는 순간이 있습니다. 버티기조차 힘들 때 말이에요. 하지만, 기회는 분명히 찾아옵니다. 대한민국 청년 모두가 좀 더 힘을 냈으면 좋겠습니다. 저 역시 여러분을 응원하겠습니다!
 
이동섭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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