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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째 같은 팀, 여자배구 지배하는 IBK기업은행 이정철 감독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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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19 (화) 10:22

                           

8년째 같은 팀, 여자배구 지배하는 IBK기업은행 이정철 감독



V-리그는 정중동(靜中動)이다. 남녀배구 국가대표팀이 세계 곳곳을 누비며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를 소화한 반면 V-리그는 ‘배구 비수기’를 보내고 있다.

 

8년째 같은 팀, 여자배구 지배하는 IBK기업은행 이정철 감독

V-리그 13개 구단은 2017~2018시즌 직후 꿀맛 같은 휴가를 보낸 후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현재 새시즌 구상에 가장 마음이 바쁜 사람이 감독이다. 이정철 IBK기업은행 감독은 현역 여자팀 감독 중 최장수 감독이다. 기업은행 창단감독을 맡은 이래 8년째 늘 한결같은 모습으로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IBK기업은행 연수원에서 이정철 감독을 만나 IBK기업은행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다시 돌아올 시즌을 기다리며

IBK기업은행은 창단 첫 시즌을 제외한 모든 시즌에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해 3개의 별을 따냈다. 디펜딩챔피언으로 나섰던 2017~2018시즌에는 정규리그를 2위로 마친 후 챔피언결정전에서 한국도로공사의 벽에 막혀 아쉬움을 남겼다.

-새 시즌 준비에 한창일 텐데, 본격적인 훈련은 언제 시작했나요.

지난 4월 말에 선수들이 복귀해서 5월 초부터 다시 훈련을 시작했습니다. 제가 원래 휴가를 3주 이상 안 주는 편인데, 이번에는 시상식도 있고 한·태 올스타전도 있어서 특별히 4주를 줬어요. 대신 선수들한테 쉴 때 쉬더라도 복귀하기 1~2주 전부터는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 가볍게 운동을 하고 오라고 했죠. 완전히 풀어진 상태에서 다시 운동을 시작하면 몸이 더 힘드니까요.

-얼마 전 새로 들어온 한지현 선수는 팀에 잘 적응하고 있나요.

(한)지현이 같은 경우는 흥국생명에 (김)해란이가 들어가면서 뛸 기회가 사라졌잖아요. 충분히 좋은 기량을 갖고 있는 선수이기도 하고 현재 우리 팀에 붙박이 리베로가 없어서 같이 해보자고 했죠. 지현이도 우리 팀으로 오면서 뛸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으니까 그만큼 더 열심히 하리라고 생각됩니다.

-김미연 선수가 FA로 팀을 떠나면서 생긴 빈자리는 누가 채우게 될까요.

 

신인 드래프트 때 우리 차례에 누가 남을지 모르겠지만 아마 (김)미연이와 같은 포지션인 선수가 우리 팀으로 온다면 바로 경기에 투입될 확률이 높다고 봅니다. 현재로썬 주전으로 뛸 수 있는 선수들의 폭이 굉장히 좁아서요.

-팀에 다른 변화는 없나요.

올해부터 (김)수지가 주장을 맡게 됐습니다. 맏언니이기도 하고 선수단 구성에 변화가 생긴 만큼 새로운 출발을 해보자는 차원에서 결정을 내렸죠. 희진이한테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잘 설명해줬어요. 그리고 올해 처음으로 부주장이라는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염)혜선이에게 부주장을 맡겼어요. 세터이기도 하고 나이로 봐도 언니인 편에 속해서요. 지금 수지가 팀에 없어서 부주장을 맡긴 게 아니라 수지가 팀에 있을 때도 부주장으로서 후배들을 잘 다독이고 이끌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혜선이에게 부주장이라는 역할을 줬습니다.

-공교롭게도 늘 홀수 해에는 우승을 하고 짝수 해에는 준우승을 하셨어요.

좋은 징크스가 되길 바라고 있죠(웃음). 사실 지난 시즌을 마무리하면서도 “올해는 짝수라 준우승했다”라며 선수들과 위안을 삼기도 했어요. 그러면서 “다음은 홀수니까 힘내서 우승하자”라고 다짐했죠. 우연인지 운명인지는 모르지만 앞으로도 이 징크스가 쭉 유지될 수 있으면 좋겠네요.

-그렇다면 앞으로도 매년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할 수 있겠네요.

그렇게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누구나 그렇듯 늘 우승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 자리에서 내려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거고요. 구단에서 현장을 신뢰하는 만큼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더 잘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습니다.

 

8년째 같은 팀, 여자배구 지배하는 IBK기업은행 이정철 감독

프로감독이란 자리, 성적 부담은 숙명

프로스포츠사상 최초로 창단 두 번째 시즌 만에 통합 우승 달성. 2016 리우 올림픽 8강 진출. V-리그 여자부 최초 6시즌 연속 챔피언결정전 진출. 이 모든 게 IBK기업은행 이정철 감독이 이룬 업적이다. 늘 상위권에 머물렀기에 그가 짊어져야할 부담 또한 그만큼 적지않다고 할 수 있다.

 

-새로운 시즌을 앞두고 어떤 점이 가장 고민이 되나요.

매 시즌 좋은 성적을 거두는 건 정말 기쁩니다만 그 다음 시즌을 준비하기가 굉장히 어려워요.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이나 신인 선수 드래프트 때 후순위를 받게 되니까 좋은 선수를 데려오기가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주전 선수들과 백업 선수들의 격차가 다른 팀에 비해서 큰 게 사실입니다. 주전 선수들이 은퇴나 FA같은 이유로 팀을 떠나게 되면 그 자리를 메워줄 선수가 없어요. 선수단 구성에 어려움이 크다보니 트레이드를 통해 보강하고 있죠.

-지난 시즌에도 시즌 도중 트레이드로 많은 이슈가 됐었죠.

지난 시즌 트레이드 대상이었던 선수들도 각 팀에서 큰 역할을 맡지 않았던 선수들이에요. 선수들이 오랜 시간 같은 위치에 있다 보면 매너리즘에 빠지는 경우가 가끔 있어요. 늘 똑같은 환경에서 배구를 하니까 특별한 자극도 없고 동기부여가 될 만한 것들도 없는 거죠. 그럴 때 변화를 줌으로써 팀에게 필요한 전력을 보강하고 선수들에게도 자극과 기회를 주는 거죠. 물론 선수 입장에서는 상처가 될 수도 있지만 감독 입장과 선수의 입장은 다르니까요.

-시즌이 끝난 지 벌써 두 달이 지났네요. 늦었지만 고생 많으셨습니다.

선수들이 정말 잘해줬죠. 그 전 시즌에 주전으로 뛰었던 선수들 중 4명이나 빠졌는데도 잘 싸워줬습니다.

-어떤 일이든 끝나고 나면 아쉬움이 남기 마련인데, 6번째 챔프전은 어떠셨나요.

1차전이 가장 아쉬웠죠. 앞선 두 세트를 내주고 3, 4세트를 잡아서 5세트까지 끌고 갔는데 14-10에서 결국 뒤집혔잖아요. 정규리그를 치르던 중에는 선수들이 교통사고를 당하기도 했고, 다 끝나고 나니 ‘올해는 참 힘들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당시에 세터 두 명(염혜선, 이고은)이 모두 사고를 당해서 다들 걱정이 많았어요.

혜선이는 코뼈가 부러져서 수술을 받았는데 (이)고은이가 자기는 괜찮다면서 사고 다음날에도 멀쩡하게 훈련했어요. 그런데 다음 경기를 하루 앞두고 갑자기 꼼짝도 못할 정도로 몸이 아프다고 하더라고요. 그 때 교통사고 후유증이 얼마나 무서운 건지 처음 느꼈어요. 그 때가 현대건설과 경기였는데, 그 경기에서 이기면 우리가 정규리그 1위로 올라갈 수 있는 상황이었거든요. 혜선이가 마스크를 쓰고 나와서 경기를 치르긴 했는데 결과가 좋지 못해 너무 아쉬웠죠. ‘정규리그를 잘 마무리했다면 다른 결과가 있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우승을 놓친 건 아쉽지만, 6시즌 연속 챔프전 진출이라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늘 어렵지만 선수들이 잘 버텨준 덕분에 감독으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구단에서도 신뢰를 많이 해주고 있고요. 지금까지는 선수들이 잘 버텨줬지만 앞으로가 힘들 것 같아 고민이 많네요.

 

8년째 같은 팀, 여자배구 지배하는 IBK기업은행 이정철 감독

찬란한 역사의 시초가 된 힘겨운 시작



2010년 10월, 이정철 감독이 IBK기업은행의 초대 감독으로 선임됐을 당시만 해도 선수단이 사용할 연습체육관은 물론 생활할 숙소조차 준비되지 않은 상태였다. IBK기업은행은 2011년 모기업의 창립 50주년에 맞춰 공식 창단을 계획했기 때문에 선수 수급을 마친 2010~2011시즌에도 V-리그에 출전하지 못했다.

-그래도 비교적 짧은 시간에 팀이 완성된 모습을 보인 것 같습니다.

처음엔 정말 힘들었어요. 창단이 늦어지면서 신생팀 우선지명 방식에도 변화가 있었거든요. 원래 신인선수 드래프트 1순위부터 8순위까지 지명할 수 있었는데 기존 팀들의 사정을 고려해서 세 학교에서 선수를 수급하는 방식으로 바뀌었어요. 그래서 당시에 중앙여고, 남성여고, 선명여고에서 선수 10명을 선발하는 걸로 결정이 됐죠. 공식적으로 선수들을 지명한 게 11월 23일이었는데 10월에 감독으로 선임되고 11월에 선수들을 데려오기 전까지 연습체육관이랑 숙소를 구하려고 안 다녀본 곳이 없었습니다.

-정말 아무 것도 없는 상황에서 출발을 하셨네요.

가장 급한 게 연습체육관이었어요. 연고지인 화성이랑 그 주변까지 샅샅이 살펴봤죠. 그러다가 배구부가 있는 수원 수일여중 교장선생님께서 협조를 해주신 덕분에 그쪽 체육관을 빌려서 쓸 수 있게 됐어요. 연습할 곳을 찾은 뒤로는 바로 숙소 구하기에 들어갔죠. 그 당시에 수일여중 근처에 대형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지 얼마 되지 않아 곧장 근처 부동산에 가서 팀 사정을 설명하고 매물이 나오는 대로 다 잡았어요. 선수들이 지낼 공간, 코칭스태프들이 쓸 공간, 식당까지 해서 총 6채를 임대해서 지냈습니다.

-그래도 불행 중 다행이었네요.

운이 정말 좋았죠. 그런데 저희가 아파트에서 생활하는 것에 대해 주민들의 민원이 많았어요. 매일 아파트 단지에 선수단 버스가 드나들고 일반 거주지에 선수들이 생활한다는 거에 대해 거부감이 있었던 것 같아요. 최대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아파트 관리소장도 만나고 단지 부녀회장도 만나면서 사정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는 일도 직접 했죠. 수일여중에 웨이트 트레이닝 시설이 없어서 한동안 아파트 단지 근처에 있는 장안구청 헬스장을 이용하기도 했어요. 거기서도 민원이 많았죠. 일반 주민들이 운동하는 곳에서 선수들이 몰려와서 운동을 하니까요. 장안구청 헬스장에서는 동네 어르신들의 도움이 정말 컸어요. 다른 주민들이 우리 선수들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면 “선수들도 다 우리 아파트에 함께 사는 주민인데 왜 운동을 못하게 하느냐”라며 혼내주셨죠.

고생 끝에 낙이 온다

우여곡절 끝에 입성한 V-리그. 처음으로 치른 2011~2012시즌에서 승점 1점이 모자라 정규리그 4위로 포스트 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하지만 바로 다음 해, 창단 두 시즌 만에 통합우승을 달성하며 지금의 IBK기업은행의 모습을 만들어나갔다.

 

-힘겨운 창단 과정을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매년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데요.

초반에는 우리 전력에 비해 선수들이 정말 잘해줬죠. 박정아(한국도로공사)나 김희진 같은 선수들도 어찌 보면 신생팀에 있었기 때문에 꾸준히 성장할 수 있었다고 봅니다. 기존 팀에 들어갔었다면 교체될 선수가 많이 있기 때문에 경험을 쌓기 쉽지 않았으리라고 봅니다. 운도 많이 따라줬고 외인 선수들도 매번 좋은 활약을 해준 덕분에 이룬 성과라고 할 수 있죠.

-알레시아부터 메디까지, 외인 선수를 보는 눈도 탁월하신 것 같아요.

알레시아가 있을 땐 지는 경기가 별로 없었어요. 2012~2013 시즌 때 30경기에서 25승 5패를 했었으니까요. 저도 놀랄 정도로 알레시아가 정말 잘해줬죠.

 

-트라이아웃이 도입되고 나서 줄곧 후순위로 외인 선수를 선발했는데도 늘 성공하셨어요.

사실 메디도 우리 팀에 오기 전까지 미국 국가대표 명단에 들지 못하는 선수였어요. 트라이아웃에 참가했을 때도 우리가 6순위로 뽑은 선수였잖아요. 우리 팀에서 한 시즌을 치르고 나서 국가대표로 선발됐죠. 그 전에는 메디가 수비랑 블로킹에서 약한 부분을 보였었거든요. 메디 어머니가 한국에서 메디의 경기를 보면서 “메디가 블로킹 잡는 걸 처음 본다”라고 할 정도였어요. 외인 선수들은 한국 V-리그를 견디겠다는 마음가짐만 있으면 얼마든지 자신의 기량을 늘릴 수 있어요.

-그렇다면 이번에 뽑은 어도라 어나이에게서도 그런 마음가짐을 느끼셨다는 말씀이신가요.

사실 갓 대학을 졸업한 선수라 걱정이 많이 됩니다. 드래프트 이전에 어나이에게 “너는 나이도 어리고 해외 리그를 경험해본 적도 없는데 한국에서 8개월 동안 버틸 수 있겠느냐”라고 물어봤어요. 제 눈을 피하는지 안 피하는지 보려고 눈을 맞추고 얘기했죠. 그랬더니 어나이가 제 눈을 전혀 피하지 않더라고요. 오히려 자기는 하와이 출신인데 미국 본토(유타대학교)에서 4년간 타지 생활을 했던 경험이 있으니 자신 있다고 말하더라고요. 어나이가 한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는 없겠지만 눈빛을 보니 어느 정도 답이 나왔습니다. 어나이의 발전가능성을 믿어야죠.

-어나이와 헤일리(전 KGC인삼공사) 사이에서 고민이 많으셨다고 들었어요.

헤일리가 트라이아웃 첫째 날에는 잘했는데 둘째 날부터 체력적인 부분에서 아쉬운 모습이 보이더라고요. 파워가 부족해보였어요. 어나이한테서도 파워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기는 했어요. 공을 때릴 때 힘을 다 쓰지 않는 버릇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어나이를 뽑고 나서 어나이한테 이런 부분에 대해서 얘기를 했죠. 어나이는 몸도 좋고 유연해서 우리 팀에 와서도 훈련을 잘 버틸 거라고 생각해요. 앞서 얘기하건데 어나이가 메디보다 수비나 블로킹, 하이볼 처리, 오버 토스 부분에서는 뒤처지지 않을 거라고 봅니다. 파워는 분명 메디에 비해 부족하지만 우리 팀에 와서 공격력을 폭발시킬 수 있도록 가르치려고 합니다. 나이가 어린 만큼 발전 가능성이 큰 선수라고 보고 있어요. 이번에도 제 예상이 적중했으면 좋겠네요.

-훈련이 많기로 소문난 IBK기업은행인데, 이번 시즌에도 변함없이 준비하는 건가요.

창단했을 때부터 정말 엄청났죠. 아침 9시부터 12시 반까지 꽉 채워서 운동하고 오후 2시 반부터 7시까지 훈련을 했으니까요. 처음 팀을 만든 후로 우승도 하고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주는 걸 보면서 이제 선수들이 마냥 어리기만 한 게 아니더라고요. 이제는 훈련량을 줄여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서 조금 줄여줬습니다. 그런데도 얼마 전에 팀에 합류한 지현이가 너무 힘들다고 하더라고요(웃음). 선수들은 왜 이렇게 힘들게 시키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감독 입장에서는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하는 것뿐입니다.

-지금 팀에 가장 필요한 부분은 어떤 것들인가요.

혜선이가 지난 시즌 우리 팀으로 오면서 새로 리듬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한 시즌 동안 겪었던 여러 시행착오를 통해 본인이 불안해하는 부분을 털어버린다면 다음 시즌은 더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팀의 에이스이자 국가대표로 차출된 김희진 선수는 어떤가요.

(김)희진이가 많이 걱정됩니다. 대표팀에서 기복 있는 모습을 종종 보이더라고요. 이 부분을 본인도 잘 알고 있고 고민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경기를 할 때 항상 좋은 공만 때리고 좋은 경기만 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잘 될 때가 있으면 안 될 때도 있는 거고, 안 될 때 마인드 컨트롤을 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해요. 이번 기회를 통해 희진이가 한층 더 성장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팀으로 돌아와서도 경기가 안 풀릴 때 어떻게 마인드 컨트롤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많이 얘기를 해주려고 합니다.

-감독님이 만들어갈 IBK기업은행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요.

거창한 수식어로 설명하기보다는 견고한 팀으로 만들고 싶어요. 지금도 늘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걸 보면 어느 정도 완성이 된 것 같기도 하네요(웃음). 올해 FA 결과를 보니 다른 팀들의 전력이 다들 좋아져서 다음 시즌은 힘들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언젠가 우리 선수들의 전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할 때가 오더라도 “IBK기업은행은 상대하기 까다로운 팀이다”라는 얘기를 들을 수 있는 팀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8년째 같은 팀, 여자배구 지배하는 IBK기업은행 이정철 감독

여자배구를 향한 걱정 어린 시선

 

26년이라는 시간 동안 여자배구 지도자로 있으면서 쌓인 노하우와 이해, 그리고 애정은 그 누구보다 깊고 뜨거웠다. 그에게서 한국여자배구의 현실과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감독님께서도 국가대표팀 감독을 하신 경험이 있는 만큼 현재 진행 중인 세대교체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어느 정도 후발 주자가 선정돼서 후계구도를 이루면 좋은데 그게 쉽지 않습니다. 국제 경기에서는 신장을 필요로 하는 만큼 세터 중에서는 (이)다영이가 대표팀에 쭉 있으면서 성장한다면 대표팀에도 많은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세터뿐만 아니라 다른 포지션에서도 실력 있는 어린 선수들이 대표팀에 계속 차출돼 배울 수 있는 체계가 구축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죠.

-세대교체에 성공하려면 좋은 선수들이 많이 올라오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그 부분이 가장 걱정이죠. 아시아에서만 보더라도 일본, 중국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아마추어 저변이 좁아요. 태국에도 100개가 넘는 학교에서 배구부를 운영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여고팀이 20개가 채 되지 않습니다. 몇몇 팀들은 대회에 출전하기조차 힘들 정도로 인원이 적은 상황이고요. 현재 시스템으로는 선수를 육성하기 굉장히 힘든 환경입니다. 실력 있는 선수들이 밑에서 계속 치고 올라와야 경쟁이 되고 수준도 향상이 되는데 선수 자체가 없으니 걱정이 많죠.

-선수 저변이 넓지 않아서 좋은 선수를 발굴하기가 쉽지 않겠네요.

(김)연경이도 벌써 서른을 넘겼어요. 사실상 지금보다 더 나은 기량을 보이기 힘들다고 봐야죠. 그래도 (이)재영이나 (강)소휘 같은 친구들의 경험이 쌓이고 있다는 게 다행입니다. 이제는 한 선수에게만 의존해서는 안 돼요. 골고루 조금씩 성장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아마추어와 프로가 동시에 발전해야 하는데 쉽지 않습니다. 늘 고민하고 있는 문제지만 이루기 힘든 숙제죠.

-배구계 곳곳에서 이미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각 구단이나 연맹에서 아마추어 쪽에 지원을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 규모를 더 늘릴 필요가 있어요. 각 구단이 연고지를 갖고 있는 만큼 연고지를 기반으로 한 유소년 팀을 창단하는 데 힘을 쏟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배구를 시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줘야 해요. 모두가 관심을 갖고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저 역시도 배구가 더 많은 인기를 얻을 수 있도록 현장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열심히 해야죠.

 

 

글/이현지 기자

사진/문복주 기자, 유용우 기자, 홍기웅 기자

 

(위 기사는 더스파이크 6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2018-06-19   이현지([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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