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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헌의 브러시백] 해커는 한국행이 절실하고, 넥센은 에이스가 간절하다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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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18 (월) 10:00

                           
| 넥센 히어로즈가 전 NC 다이노스 외국인 투수 에릭 해커 영입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 무대에서만 5시즌 동안 활약한 해커는 외국인 투수 공백이 생겼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검증된 투수다. 다만 몸값을 둘러싼 구단과 에이전트 간의 견해차를 좁히는 게 관건이다.
 
[배지헌의 브러시백] 해커는 한국행이 절실하고, 넥센은 에이스가 간절하다

 
[엠스플뉴스]
 
아마도 맨 처음 ‘훈련 중 셀카’를 인스타그램에 올릴 때만 해도, 이렇게 공백기가 길어질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전 NC 다이노스 외국인 투수 에릭 해커의 SNS 구직 활동이 벌써 반년째 길게 이어지고 있다. 작년 12월 15일 ‘헬스장은 나의 집’이란 제목의 게시물을 올린 뒤로 벌써 6개월이 지났다. 
 
그 사이 해커의 SNS에는 땀흘려 훈련하는 영상, ‘마산 아이돌’ 칼리와 함께 찍은 사진, NC 시절 추억이 담긴 사진들이 마치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하듯 주기적으로 업로드됐다(가끔은 해커가 직접 그린 잭슨 폴록 풍 페인팅도 올라왔다). 
 
하지만 아직도 해커는 트레이닝 복을 새로운 유니폼으로 갈아입지 못하고 있다. 시즌 초반 불안했던 KBO 외국인 투수들이 생각보다 잘 버티면서 해커가 들어올 틈을 주지 않았다. 
 
팀 아델만, 리살베르토 보니야, 펠릭스 듀브론트 등 나왔다 하면 마운드를 땀으로 흥건히 적셨던 투수들이 경기를 치르면서 조금씩 안정세로 돌아섰다. 시즌 초반 제 2의 션 오설리반과 제 2의 피터 마켈이 쏟아져 나오고, 다급해진 구단들이 ‘해커 모시기’ 경쟁을 펼칠 줄 알았던 예상과는 전혀 다른 전개다. 
 
그렇게 한동안 잊혀가던 해커의 이름은 최근 끔찍한 사고와 함께 다시 전면에 등장했다. 넥센 히어로즈 에스밀 로저스가 영상을 다시 돌려보기조차 두려울 정도로 큰 부상을 당하고 수술까지 하면서 남은 시즌 복귀가 불투명해진 탓이다. 넥센은 대체 외국인 투수 찾기에 나섰고, 그 과정에서 해커와 접촉한 것으로 확인됐다.
 
넥센은 신중한 입장이다. 해커가 꾸준한 훈련으로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는 건 확인했지만, 해커의 에이전트가 제시한 몸값이 넥센으로선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란 이유다. 해커 에이전트의 요구조건은 100만 달러 이상은 아니지만, 몇몇 구단 외국인 투수의 한 시즌 몸값과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해커는 한국 복귀를 원하고, 넥센은 검증된 에이스를 원한다
 
[배지헌의 브러시백] 해커는 한국행이 절실하고, 넥센은 에이스가 간절하다

 
어찌 보면 생각보다 간단한 문제일 수도 있다. 해커는 한국 복귀를 간절하게 원하고, 넥센도 수준급 외국인 투수가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해커와 최근까지 긴밀하게 연락을 주고받은 야구 관계자는 엠스플뉴스에 “해커는 한국에서 뛰기를 진심으로 원하고 있다. 해커의 가족 역시 한국 생활을 정말로 그리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6월 17일에도 해커와 한 차례 연락을 주고받으며 한국 쪽의 분위기를 전달했다. 
 
1983년 생인 해커는 올해 한국 나이로 35살이다. 최근 미국야구는 트리플 A에서도 30대 베테랑보다는 20대 젊은 선수를 선호하는 분위기다. 벌써 30대 후반으로 접어드는 해커가 뛸 만한 무대를 찾기 쉽지 않다. 마이너리그에서 고된 생활을 감내하며 메이저리그 진출을 시도할 때는 이미 지나갔다. 이런 해커에게 지난 6년 동안 생활한 KBO리그만큼 잘 어울리는 무대도 없다.
 
넥센 역시 뛰어난 외국인 투수가 필요한 상황이다. 부상 전까지 로저스는 13경기 5승 4패 평균자책 3.80에 경기당 평균 6.38이닝을 소화하는 에이스였다. 올 시즌 안팎으로 악재를 겪고 있는 넥센은 포스트시즌 진출과 우승으로 구단의 가치를 증명해야만 한다. 그러려면 로저스의 공백을 메울 검증된 외국인 에이스가 필요하다.
 
몸값을 둘러싼 생각의 차이는 얼마든지 좁힐 수 있다. 해커와 꾸준히 연락을 주고받은 야구 관계자는 “해커가 NC와 재계약에 실패한 이유는 몸값 때문이 아니었다. 코칭스태프가 교체를 원했기 때문”이라며 “지금도 한국에서 뛸 수 있다면 몸값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게 해커의 생각”이라 전했다.
 
“6개월 실전 공백, 큰 문제 되지 않을 것”
 
[배지헌의 브러시백] 해커는 한국행이 절실하고, 넥센은 에이스가 간절하다

 
넥센 고형욱 단장은 이번 미국행에서 해커 외에 앤디 벤헤켄과 다른 투수 2명을 체크했다. 이 가운데 밴헤켄은 최고 구속이 130km/h 초반에 그칠 정도로 준비가 안 된 상태라 영입 후보에서 제외됐다. 
 
다른 2명의 투수는 마이너리그 소속으로 기량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한국 무대에서 뛴 경험이 전혀 없다는 게 단점이다. 신분조회와 비자발급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도 문제다. 
 
해커는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5시즌 동안 KBO리그에서 활약했다. 데뷔 초기만 해도 140km/h 후반대 강속구와 커브를 앞세운 파워피처였지만, 점차 커터와 투심 등 변형 패스트볼 비율을 늘린 끝에 기교파 투수로 변신에 성공했다. 
 
한국 무대 적응기간이 전혀 필요없단 것도 해커의 장점이다. 한국 타자들 특성을 웬만한 국내 투수보다 더 잘 아는 해커다. 팀 동료들과 관계도 좋다. NC 관계자는 “해커가 조금 괴짜 같은 면이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팀 동료들을 잘 챙기는 선수였고 책임감도 강했다”고 했다. 
 
넥센 고형욱 단장은 “해커는 지난 6개월간 실전 마운드에 서지 않았다. 이번에도 사이드 피칭하는 모습만 보고 돌아왔다”면서도 “그동안 준비를 잘 했는지 몸 상태가 굉장히 좋아 보였다. 또 워낙 다양한 구종을 던지는 투수인 만큼, 막상 마운드에 서면 공백기간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 밝혔다. 넥센도 해커의 기량만큼은 전혀 의심하지 않는단 얘기다. 
 
넥센은 해커와 추가 협상을 통해 몸값을 둘러싼 이견을 좁혀갈 예정이다. 한국 복귀를 간절히 원하는 해커와, 검증된 에이스를 원하는 넥센의 바람이 맞아 떨어지는 게 지금으로선 최상의 시나리오다. 
 
다만 넥센은 마냥 해커에게만 매달리진 않겠다는 입장이다. 넥센 관계자는 “해커와 협상이 생각대로 되지 않을 때는 새로운 영입 후보를 알아볼 것이다. 아니면 로저스의 부상 복귀를 기다리는 방법도 있다”며 주도권을 유지하겠단 뜻을 밝혔다.
 
배지헌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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