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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쓰는이력서] (4) 한양대 김기범 "위기 때 믿고 쓸 수 있는 선수 되고파"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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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18 (월) 06:44

                           

[내가쓰는이력서] (4) 한양대 김기범 "위기 때 믿고 쓸 수 있는 선수 되고파"



[점프볼=강현지 기자] 2018년 신인 드래프트에 도전하는 ‘예비 프로’가 쓰는 취업이력서. 5편의 주인공은 한양대 김기범(23, 188cm)이다. ‘믿쓰한가’, 프로 무대에 양동근, 조성민, 이재도, 한상혁, 최원혁 등 믿고 쓰는 한양대 출신 가드들이 즐비한 가운데 김기범은 그중에서도 선배 조성민의 뒤를 이어 리그 최고의 슈터가 되기를 꿈꾼다. 지금은 기복 줄이기라는 숙제를 풀고 있는 그가 코트 위의 스나이퍼가 되기 위해 어떤 농구 인생을 살아왔는지 들어봤다.

[내가쓰는이력서] (4) 한양대 김기범 "위기 때 믿고 쓸 수 있는 선수 되고파"

# 성장과정

김기범은 중학교 1학년 2학기 때부터 본격적으로 농구를 시작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삼선초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지만, 그의 부모님은 코트에 나가는 것보다 책상 앞에 앉길 원했다. 다시 인연이 된 건 중학교 1학년. 활달한(?) 김기범의 성격을 지켜본 담임 선생님이 그의 부모님을 불러 운동을 시켜보면 어떻겠냐고 권유했다.

“(중학교 때까지)상당했어요(웃음). 사고를 많이 쳤거든요. 어머니도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농구를 시키시게 됐어요. 저도 초등학교 3학년 이후로 농구를 계속하게 해달라고 졸랐었거든요. 좋은데 이유는 없었어요. 키도 컸었고요. 초등학교 때 170cm대였어요. 지금 키가 중학교 졸업할 때와 비슷했죠.”

이후 김기범은 달라졌다. 오롯이 농구에만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연습에 매진했고, 2학년 때 1년 유급,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선수 등록이 돼 대회에 출전했다. 2011년 서울시장기 결승전에서 용산중을 상대로 짜릿한 쐐기포를 꽂은 경기는 김기범을 좀 더 알린 경기가 됐다.

이후 김기범은 이종현, 최준용, 안영준, 이민영 등이 있었던 경복고로 향한다. 지난해 이력서를 썼던 안영준(SK), 이민영(현대모비스), 김우재(KT), 고행석 등이 빼놓지 않고 이야기했던 4관왕을 휩쓴 이야기다. 고3이 된 김기범으로서는 형들이 떠난 자리를 바라보며 어깨가 무거워질 수밖에 없었던 상황. 하지만 이보다 더 힘든 건 부상이었다.

그는 당시를 “형들이랑 농구할 땐 정말 편했어요. 그래서 (고)1학년 때 농구를 그만둬야 하나 싶기도 했고요. 저런 형들이 농구를 하는 거구나 했거든요. ‘해야 돼’가 ‘이것만 하면 돼’로 바뀌었고, 슛만 던지면 돼서 편하게 농구를 했죠”라고 회상했다. 김기범이 부상을 당한 건 2013년 연맹회장기 우승 이후. 발등 부상으로 6개월, 피로골절까지 덮쳐 힘든 시간으로 보냈지만, “지금까지 해 온 게 있는데…”란 생각으로 버텨 한양대 진학에 성공했다.

# 수상이력

- 2011년 협회장기 남중부 득점상

- 2011년 추계연맹전 남중부 미기상

- 2014년 연맹회장기 남고부 감투상

- 2014년 주말리그 남고부 감투상

- 2017년 대학농구리그 남대부 3점슛상

[내가쓰는이력서] (4) 한양대 김기범 "위기 때 믿고 쓸 수 있는 선수 되고파"

학년이 올라갈수록 김기범의 출전 시간도 늘어갔다. 3학년 때는 한 시즌 동안 58개의 3점슛을 성공시켜 상도 받았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성공률. 슈터치고 31%의 성공률(2017시즌 정규리그 기록)은 그리 위협적이지 못했다.

게다가 올 시즌은 팀 성적까지 좋지 못하다. 유현준을 포함해 5명이 프로 진출, 졸업으로 떠났고, 박상권마저 십자인대부상을 당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럼에도 이번 시즌 중 잘했던 경기가 있다면 단연 단국대와의 시즌 첫 맞대결.

지난 4월 5일, 한양대는 단국대와의 원정 경기에서 82-80으로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3연패 뒤 첫 승에는 김기범의 맹폭이 컸다. 3점슛만 6개, 무려 39득점을 터뜨리며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저도 그렇게 터질 줄 몰랐어요”라고 웃은 김기범은 “운도 좋았어요. 제 슛이 초반에는 안 들어갔는데 (박)민상이가 잘 넣어줬고, 이후에 제 슛이 터졌죠. 마지막에는 (윤)원상이가 바스켓카운트를 얻어내면서 쫓아왔는데, 막판 슛이 튕겨 나왔죠. 저희는 이상하게 던진 슛도 터졌고요. 그런 날 있잖아요. 안 들어갈 것도 들어가고, ‘이런 것도 들어가네’라고 생각 드는 날. 한 명도 못 한 선수가 없었죠.”

김기범은 크게 의미를 두진 않았지만, 당시 이상백배 대학 선발팀을 이끌었던 성균관대 김상준 감독은 “(김)기범이가 센터들과 농구를 하다 보니 슛이 좋다”고 칭찬했다. 상비군으로 있었던 그는 아쉽게도 최종 명단에 뽑히지 못했지만, 처음으로 대표팀 선수들과 손발을 맞춘 것이 경험이 됐다 (올 시즌 한양대는 195cm의 이승훈이 골밑을 지키고 있다).

“센터 있는 농구를 하다 보니 확실히 편했어요. 대학 최고의 선수들이 모인 자리고, (박)정현(고려대)이, (한)승희(연세대)랑 같이 뛰다 보니 편했죠. 배우는 시간도 됐고, 무엇보다 정현이의 골밑 존재감을 크게 느낀 시간이었죠(웃음).

[내가쓰는이력서] (4) 한양대 김기범 "위기 때 믿고 쓸 수 있는 선수 되고파"

# 입사 후 포부

기쁨도 잠시. 3연패 뒤 2연승으로 숨을 고른 한양대지만, 이후 5연패를 안으면서 전반기를 마무리했다. 2승 8패로 11위. 한양대는 2010년 대학리그 출범 이후 처음으로 플레이오프에 탈락할 수도 있는 위기를 맞았다. 하반기에는 분위기 반전이 분명 필요하다.

김기범의 장점은 3점슛. 한 번 터지면 걷잡을 수가 없어 상대 팀으로부터 집중견제를 받는다. 하지만 앞서 말했다시피 기복 줄이기는 반드시 신인 드래프트까지 줄여가야 할 숙제 중 하나다.

김기범은 “슛이 들어가면 좋지만, 어떻게 보면 공격 기회를 날리는 거예요. 또 우리 팀이 리바운드 가담이 좋은 팀이 아니기 때문에 제 3점슛은 양날의 검과 같죠. 예전 경기 영상을 보면서 느끼는 게 지금 무리하고 있는 모습도 보여요. 드리블도 많이 치고요. 앞으로 움직임을 더 가져가야 할 것 같아요. 3학년 때까지만 해도 슛을 던지고 나면 안 들어가더라도 움직이면서 다시 기회를 엿봤는데, 올해는 그런 모습이 적더라고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프로에 진출한다면 “위기 때 믿고 쓸 수 있는 선수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롤 모델은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에서 뜨거운 손맛을 선보였던 전성현이라고. “롤 모델이 매 시즌 슛 잘 던지는 선수로 바뀌는데, 올해는 전성현 선수가 그랬던 것 같아요. 저도 위기 때 한 방을 넣어주는 선수가 되고 싶은데, 프로 무대에 도전하기까지 슛 성공률을 높여야 할 것 같아요”라고 힘줘 말했다.

[내가쓰는이력서] (4) 한양대 김기범 "위기 때 믿고 쓸 수 있는 선수 되고파"

그때까지 한양대 김기범의 진가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대학리그는 잠시 쉬어가지만, 7월부터 MBC배 전국대학농구대회, 종별농구선수권대회가 예정되어 있다. 9월부터는 대학리그가 재개돼 한양대가 막판까지 스퍼트를 끌어올려야 할 시기다.

김기범은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 플레이오프 진출에 노력하려고요. 끝까지 해보는 게 목표에요. 저희가 가릴 수 있는 처지가 아니잖아요. 전반기보다는 좀 더 많은 움직임을 보여주면서 끝까지 해보겠습니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 사진_(점프볼 DB_ 문복주 기자), 유용우 기자



  2018-06-18   민준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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