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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스플 기획] ‘KBO-부산시 줄다리기’…야구박물관, 4년째 삽도 못 떴다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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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14 (목) 10:22

                           
| '2016년 10월 완공해 2017년 3월 개장한다'며 요란하게 홍보했던 KBO 야구박물관 사업. 하지만 2018년 6월까지도 첫 삽조차 뜨지 못한 상황이다. 지지부진한 야구박물관 사업의 원인과 전망을 엠스플뉴스가 취재했다.
 
[엠스플 기획] ‘KBO-부산시 줄다리기’…야구박물관, 4년째 삽도 못 떴다

 
[엠스플뉴스]
 
2017년 3월이면 문을 연다더니, 정작 2018년 6월인 지금까지도 첫 삽을 못 떴다. 이 핑계 저 핑계로 미루고 또 미루더니, 이제는 언제 공사를 시작할지 기약이 없다. 구본능 전 KBO 총재가 호기롭게 “최우선으로 건립하겠다”고 공약했던 한국야구박물관과 명예의 전당 사업의 현주소다.
 
엠스플뉴스는 최근 부산시 기장군 야구박물관 건립 부지 상황을 점검했다. 신임 KBO 집행부는 취임 직후 야구박물관 상황을 궁금해하는 야구 원로들에게 “6월이면 첫 삽을 뜰 것”이라고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현장 취재 결과 건립 부지는 여전히 허허벌판 상태였다. 운영 비용을 둘러싼 KBO와 부산시의 줄다리기 때문이다.
 
박물관 건립이 지연되면서 원로 야구인들 사이에선 성토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온다. 언론인 출신의 한 야구 원로는 “구본능 전 총재와 양해영 사무총장이 야구박물관 건립을 약속하고, 그렇게 자기들 치적으로 홍보하기에 반신반의하면서도 일단 믿어보기로 했다. 그런데 아니나다를까, 어느 순간부터 박물관 얘기가 쏙 들어가 버렸다”며 고갤 저었다.
 
다른 원로 야구인은 “이러다 야구박물관 건립보다 남북통일이 먼저 될 것 같다”며 쓴웃음을 짓고서 “이젠 기대도 안 한다”고 잘라 말했다. 
 
금방이라도 완공해 선을 보일 것만 같았던 야구박물관 건립은 왜 아직도 이뤄지지 않은 것일까.
 
‘현실’의 벽에 부딪힌 야구박물관 사업
 
[엠스플 기획] ‘KBO-부산시 줄다리기’…야구박물관, 4년째 삽도 못 떴다

 
KBO가 처음 야구박물관 건립 운을 띄운 건 2011년이다. 이후 2012년 한국야구 명예의 전당 부산 유치가 성사됐고, 2014년 3월엔 부산시와 기장군, KBO가 실시협약서를 체결했다. '2015년 10월 착공해 2016년 10월 완공, 2017년 3월 개장'이 당시 KBO가 내놓은 건립 계획이었다.
 
당시 KBO의 계획은 건립비용부터 운영 방안까지 장밋빛으로 가득했다. 부산시와 기장군이 주는 돈으로 건물을 지은 뒤, 희귀한 야구 수집품을 전시하면 많은 야구팬이 찾아올 거라는 전망을 제시했다. 부산 도심에서 차로 1시간이 걸리는 접근성 문제에 대해선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당시 KBO 야구박물관 사업 담당자는 ‘수익 창출 방안’을 묻는 기자에게 “부산이 '구도' 아닌가. 그런 자부심을 활용해 지역 밀착 비즈니스를 할 계획"이라며 "야구박물관 바로 옆에 '기장-현대차 드림 볼파크'가 있는 만큼 많은 사회인 야구동호인과 그 가족이 찾아올 것으로 기대한다”며 마케팅 문외한이 듣기에도 크게 매력적이지 않은 얘기를 늘어놨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했다. 일단 부산시가 약속했던 사업비용부터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 애초 115억 원이던 건립비는 7억 원이 줄어 108억 원이 됐다. 건립비가 줄면서 박물관 전체면적도 3,300㎡에서 3,000㎡로 10%가량 축소했다. 부산시가 해마다 3억 원씩 6년 동안 18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던 초기 운영비용도 시의회가 제동을 걸었다. KBO가 독립채산제로 운영비를 조달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KBO 쪽에선 ‘박물관 사업이 늦어지는 건 부산시 때문’이란 말이 나온다. 당시 KBO 사업 담당자는 “국비로 하기로 했던 사업을 전액 시비로 전환하면서 1년이 늦어지고, 박물관 면적이 줄면서 협약서 내용을 수정하는 데 또 1년이 걸렸다. 부산시의 열의가 없다”며 야구박물관 건립이 지지부진한 이유를 부산시 탓으로 돌렸다.
 
KBO 전임 수뇌부, 야구박물관 건립 의지 있었나
 
[엠스플 기획] ‘KBO-부산시 줄다리기’…야구박물관, 4년째 삽도 못 떴다

 
하지만, 야구박물관 사업 진행 과정을 지켜본 원로 야구인들은야구박물관 사업이 지금까지도 지지부진한 건 KBO 전임 총재와 사무총장 등의 무책임한 일 처리가 원인이라고 비판한다. 애초부터 사업성과 현실성을 꼼꼼하게 따지지 않은 채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했고, 야구박물관을 자신들의 '치적 홍보용'으로만 활용하려 했다는 게 비판의 이유다.
 
야구박물관 추진 당시 ‘준비위원회’에 참여한 야구 원로들에겐 예산과 차량 지원이 제대로 배정되지 않았다. 박물관에 전시할 사료를 수집하러 전국을 돌아다니는 고된 작업을 하면서 자비를 들여야 했다. 게다가 사료 수집이 어느 정도 이뤄지자 위원들에게 양해도 구하지 않은 채 준비위원회를 해산해 뒷말을 낳았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야구인은 “준비위원회 위원 가운데 KBO에 쓴소리하는 원로를 구본능 전 총재가 못마땅하게 여겼다. 한 야구원로가 준비위원회 문제로 구 전 총재에게 면담을 신청했지만, 만나주지 않았고, 얼마 뒤 위원회 해체 결정을 통보받았다”고 털어놨다.
 
구 전 총재는 2011년 8월 취임 이후 “야구박물관과 명예의 전당 건립을 최우선 실행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공언은 공언으로 끝났다. 박물관 사업은 10구단 창단 작업 등과 맞물리며 후순위로 밀려났다. 
 
10구단이 창단 작업이 끝나자 이번엔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서울 개최로 또 뒷순위로 밀려났다. 지난해 초 엠스플뉴스가 취재한 당시 KBO 야구박물관 사업 담당자는 “본격적으로 추진하려면 WBC가 끝나야 한다. WBC 끝나자마자 야구박물관 전담조직을 만들 것”이라며 "아직은 때가 아니다,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말을 되풀이했다. 
 
그렇다면 이 얘길 한 사람은 누굴까. 그는 바로 지난해 KBO를 뒤흔든 ‘입찰 비리 사태’의 장본인인 강 모 기획팀장이다. 야구박물관 건립 진행과 WBC 사업 담당을 겸했던 강 모 팀장이 '입찰 비리'에 연루돼 갑작스럽게 KBO를 떠나면서 야구박물관 사업은 또 다시 지지부진해졌다.
 
결국 개인의 비위 문제가 야구계의 숙원사업인 야구박물관 사업에까지 차질을 가져온 셈이다.
 
부산시와 KBO “야구박물관 의지 확고하다” 주장
 
[엠스플 기획] ‘KBO-부산시 줄다리기’…야구박물관, 4년째 삽도 못 떴다

 
현재 야구박물관 사업을 둘러싼 이슈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박물관 건립 시 전시할 물품을 분류하고 정리하는 작업이다. 
 
KBO 관계자는 “현재 KBO 지하 1층 아카이브 센터에 3만여 점의 수집품을 보관하고 있다. 이 가운데 전시할 만한 가치가 있는 수집품을 추려내고 체계적으로 배치하기 위해 인력과 비용이 어느 정도 필요한지 외부 용역을 통해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물관 초기 ‘큐레이팅’ 작업에 얼마가 들어갈지 계산기를 두들기는 중이란 얘기다.
 
둘째는 연간 운영비 ‘20억 원’을 둘러싼 KBO와 부산시의 줄다리기다. 애초 부산시가 지원하려던 초기 6년간 운영비용을 시의회가 제동을 걸면서 KBO가 이를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KBO는 연간 운영비용을 약 20억 원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KBO가 올 초에 총재와 이사진이 모두 바뀌었다. 1년에 20억 원 들어가는 운영비용을 다 소화할 수 있을지, 어떻게 이익을 내서 부담을 줄일 것인지 고민하는 것 같다”며 “외부 용역을 통해 운영비 절감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들었다. 추가 협약을 통해 부산시가 일부분을 부담해 달라는 제안도 해 왔다”고 전했다. 
 
KBO 관계자는 “KBO 예산이 연 250억 원 정도로 20억 원 가까운 박물관 유지관리비를 부담하기엔 어려움이 있다. 또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해서 운영비를 부담해야 하고, 박물관의 초기 안정적 운영이 중요하기 때문에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야구 원로는 “새 KBO 집행부도 고민이 많이 될 것”이라 했다. “전임 행정부는 자기들 치적을 쌓겠다고 야구박물관 사업을 홍보하는 데 열중했지만, 실제로는 제대로 된 운영계획도 없이 졸속으로 일을 추진했다. 전임 행정부가 남긴 문제를 새 행정부에서 뒤처리해야 하니 골치가 아플 것이다.” 
 
만일 KBO가 연간 운영비용을 줄이기로 하면, 이에 따라 야구박물관의 건물 규모까지 줄어들 수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아직 실시설계를 하지 않은 단계로, 운영비 규모에 따라 박물관 설계까지 일부 조정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박물관 전시 물품 규모도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 밝혔다.
 
일각에선 지금이라도 기존 협약을 파기하고, 야구박물관을 부산 대신 접근성이 좋은 수도권 지역에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야구박물관 사업에 관여한 야구 관계자는 “애초에 부산에 박물관을 짓는다고 할 때부터 의아해하는 시선이 많았다. 당시 부산과 경쟁한 다른 지자체 중에선 훨씬 좋은 조건에 박물관 유치를 추진한 곳도 있었다. 지금도 여전히 박물관에 관심 있는 지자체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부산시 측은 “우리는 박물관 건립에 의지를 갖고 있다. 108억 원은 부산시 전체 예산에서도 적은 비중이 아니다”라면서 박물관 건립을 다짐했다. KBO 관계자도 “박물관을 짓는다는 의지는 확고하다. 정운찬 총재 취임 뒤 ‘신사업 팀’을 만들어 박물관 사업을 전담하게 한 것도 총재의 의지를 보여주는 증거”라고 했다.
 
배지헌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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