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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한의 골든크로스] 황윤호 “내 이미지 바꿀 마지막 기회다.”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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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07 (목) 07:22

수정 1

수정일 2018.06.07 (목) 07:32

                           
KIA 타이거즈 내야진에 상처가 생기면 어떤 자리든 치유해주는 빨간약과 같은 역할을 하는 선수가 있다. 바로 지난해 2차 드래프트로 NC 다이노스에서 온 내야수 황윤호다. 올 시즌 KIA에서 알토란같은 역할을 하는 황윤호에게 데뷔 첫 끝내기 안타의 뒷 얘기와 바꾸고 싶은 자신의 이미지에 대해 들어봤다.


 


[김근한의 골든크로스] 황윤호 “내 이미지 바꿀 마지막 기회다.”


 


[엠스플뉴스]


 


6월 3일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열린 ‘단군 매치’는 결말을 알 수 없는 분위기였다. 3회 말 6득점 빅 이닝으로 앞서간 KIA 타이거즈의 낙승이 예상됐지만, 두산 베어스가 무섭게 추격하면서 경기 양상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결국, 분위기를 탄 두산이 8회 초 김재환의 역전 2점 홈런으로 11-9 역전에 성공했다. KIA도 8회 말 김주찬의 2타점 동점 적시타로 경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주말 시리즈 싹쓸이 패배 위기에 빠진 KIA는 9회 말 1사 만루 끝내기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김선빈의 병살타가 나오면서 KIA는 한 차례 끝내기 기회를 놓쳤다.


 


KIA의 답답함은 계속 이어졌다. KIA는 10회 말 무사 만루 끝내기 상황에서도 한승택의 병살타가 나오면서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이어진 2사 2, 3루에서 두산은 타석에 들어선 정성훈을 자동 고의4구로 내보냈다. 정성훈보다 무게감이 떨어지는 후속 타자 황윤호와 상대하기 위한 까닭이었다.


 


하지만, 황윤호는 두산의 이 선택을 후회하게 했다.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았다. 황윤호는 상대 투수 박치국의 바깥쪽 초구 141km/h 속구를 노려 1루수와 2루수 사이를 가르는 끝내기 우전 적시타를 날렸다. 하락세의 팀을 위기에서 구해준 황윤호의 결정적인 한 방이었다.


 


KIA 관계자는 “5할 승률에서 ‘-3’으로 떨어질 위기였다. 자칫 팀 분위기가 완전히 떨어질 수 있었는데 황윤호가 위기에서 팀을 구한 셈이다. 그날 이기고도 다들 ‘정말 힘들었다’라는 말이 저절로 나왔다”라며 한숨을 돌렸다.


 


황윤호가 김기태 감독에게 배치기를 한 사연


 


[김근한의 골든크로스] 황윤호 “내 이미지 바꿀 마지막 기회다.”


 


개인 통산 첫 끝내기의 영광을 안은 황윤호의 당시 마음은 어땠을까. 이미 초구부터 방망이를 휘두르겠단 황윤호의 생각이었다. 6월 6일 수원 KT WIZ전을 앞두고 만난 황윤호는 “만루 상황이라 쉽게 몸쪽으로 공을 못 던질 거로 봤다. 또 박치국이 구위가 좋은 투수라 볼카운트 싸움이 밀리면 힘들겠다고 생각해서 과감하게 초구부터 치자고 마음을 먹고 있었다. 무엇보다 팀이 힘든 분위기에서 중요한 기회를 살렸단 게 기분 좋았다”라며 끝내기 상황을 회상했다.


 


끝내기 안타뿐만 아니라 끝내기 세리모니도 큰 화제였다. 황윤호는 자신의 끝내기 안타로 팀 승리가 확정되자 쓰고 있던 헬멧을 집어 던지면서 두 손을 위로 들어 올리는 큰 동작과 함께 포효했다. ‘위풍당당’이라는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장면이었다.


 


황윤호는 “세리모니를 특별하게 준비한 건 아니었다. 끝내기 경험은 운이 따라야 하는 데다 개인적으로 처음이니까 기분이 너무 좋았다. 나도 모르게 그런 행동이 나왔다”라며 쑥스럽게 웃었다. 


 


김기태 감독과의 ‘배치기’ 세리모니도 눈길을 끌었다. 당시 김 감독은 끝내기 안타로 승리를 안겨준 황윤호에게 포옹하고자 다가갔다. 그 순간 황윤호가 갑자기 김 감독을 상대로 배치기를 하면서 예상치 못한 유쾌한 장면을 만들었다.


 


“감독님께서 안아주시려고 오신 것 같은데 나도 모르게 순간적으로 그런 동작이 나왔다. 감독님이 ‘너 때문에 허리 나갈 뻔했다’라며 웃으셨다. 다음엔 ‘배치기’ 세리모니를 하지 않겠다(웃음).”


 


냉정하게 바라본다면 황윤호에게 보장된 자리는 없다. KIA 내야진은 확고한 주전들로 구성돼 있다. 황윤호도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안다. 하지만, 황윤호는 ‘내야 백업’이라는 역할을 충실히 소화하면서 자신에게 찾아온 한 타석 한 타석을 허투루 보내지 않고자 한다.


 


황윤호는 “나는 주전이 아니다. 그래서 한 타석 한 타석이 정말 소중하게 느껴진다. 같은 백업 역할을 맡은 선수라면 그 마음을 알 거다. 한 번 기회가 왔을 때 모든 걸 보여줘야겠다고 다짐한다. 끝내기 기회가 나에게 찾아오는 것도 운이었다. 수비에서 부담감은 없다. 내 역할을 생각하면 수비에 먼저 충실해야 한다. 그다음이 방망이다. 다행히 팬들이 좋은 평가를 해주시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라며 고갤 끄덕였다.


 


‘활력남’ 황윤호 “더그아웃 분위기 띄우기는 당연히 해야 할 일”


 


[김근한의 골든크로스] 황윤호 “내 이미지 바꿀 마지막 기회다.”


 


그렇다고 황윤호가 방망이에 전혀 신경 쓰지 않은 건 아니다. KIA 이적 전 황윤호의 KBO리그 통산 성적은 79경기 출전 타율 0.094(32타수 3안타) 2타점 17득점이었다. 주로 대수비·대주자 역할만 소화한 황윤호였다. 이에 황윤호는 지난해 2차 드래프트로 친정팀 NC 다이노스를 떠나면서 ‘수비형 선수’라는 자신에 대한 이미지를 바꾸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그 다짐을 지키기 위해 황윤호는 올 시즌 스프링 캠프에서 타격 훈련 비중을 늘리면서 강한 강도의 훈련을 모두 소화했다.


 


“‘수비형 선수’라는 나를 향한 평가는 냉정하게 보면 맞는 말이다. 방망이로 보여준 결과가 지금까지 없었다. 나도 이제 군대(경찰야구단)를 다녀왔고, 유망주로 보이는 나이(1993년생)는 지났다. 벌써 프로 7년 차(2012년 NC 입단)인데 KIA 이적이 나에게 한 번 박힌 이미지를 바꿀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다. 올 시즌 캠프는 내 야구 인생에서 타격에 가장 큰 노력을 쏟아부은 시간이었다. 힘이 떨어지기에 정확한 타격에 초점을 맞추고 연습했는데 지난해보단 조금 나아진 것 같다. 아직 부족하지만, 주위에 많이 물어보면서 스스로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다.”


 


최근 KIA 더그아웃에서 가장 활력이 넘치는 선수가 바로 황윤호다. 한 마디로 더그아웃 ‘분위기 메이커’다. 이는 인위적인 행동이 아닌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행동이다. 황윤호는 “1군에서 나는 ‘막내급’이다. 내가 더그아웃 분위기를 띄우려고 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최대한 팀 분위기를 밝게 만드는 게 도리인 것 같다. 너무 의도적인 것도 아니고 내 성격 자체가 활발한 편이라서 그렇다”라며 미소 지었다.


 


올 시즌 황윤호는 KIA의 시즌 구상에 필요했던 멀티 내야 백업 자원으로 만족스러운 활약을 펼치는 상황이다. 크게 빛나는 역할은 아닐지라도 팀 어딘가가 아프면 그 구멍을 메워주는 ‘빨간약’ 역할을 톡톡히 하는 황윤호다. 간절함과 더불어 활기 넘치는 장면을 만들어내는 황윤호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야구장에선 항상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한다. 안 풀릴 때가 분명히 있지만, KIA 팬들의 응원과 격려가 있다면 없던 힘도 생길 것 같다. 우리 팀에서 내 실력만 뽐내는 것보단 팀의 목표에 힘을 보태는 선수가 되는 게 먼저다. 지난해 우승팀이라면 올 시즌 목표도 우승이다. 그 목표를 이루는 과정에서 어떤 역할이라도 맡고 싶다.“


 


김근한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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