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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헌의 브러시백] 잘 나가는 LG, ‘고정 베스트 9’이 보여준다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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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05 (화) 10:22

                           
| LG 트윈스는 10개 구단 중에 가장 라인업 변화가 적은 팀이다. 매 경기 거의 동일한 타순으로 경기를 치른다. 전력 안정의 증거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다. 
 
[배지헌의 브러시백] 잘 나가는 LG, ‘고정 베스트 9’이 보여준다

 
[엠스플뉴스]
 
LG 트윈스는 지금 외국인 타자 없이 시즌을 치르는 중이다.
 
외국인 타자 아도니스 가르시아는 딱 20경기만 출전한 뒤 햄스트링 부상으로 떨어져 나갔다. LG 2군 관계자는 “아직 배팅 연습도 제대로 못 하는 상황”이라 전했다. 언제 다시 돌아올지 기약하기 어렵다.
 
보통 이런 상황일 땐 경기 전 인터뷰 때마다 ‘외국인 타자는 언제 돌아오느냐’는 질문이 나오게 마련이다. 하지만 LG 더그아웃에서 가르시아의 이름이 언급되는 날은 많지 않다. 가르시아 없이도 타선이 뛰어난 공격력을 발휘하며 상승세를 타고 있기 때문이다. 
 
가르시아가 빠진 4월 18일 이후 LG는 팀타율 0.311로 1위, 팀 OPS 0.823으로 3위, 팀 득점 236점으로 1위를 기록했다. 이 기간 올린 승수도 23승(17패)으로 두산과 함께 최다승이다. 6월 5일 현재 33승 27패로 팀 순위도 4위까지 끌어 올렸다. 2위 한화와는 1.5게임 차밖에 나지 않는다.
 
이러니, 가르시아란 이름이 마치 ‘추억의 외국인 타자’ 같은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도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타순 변화 최소, LG 전력 안정 증명한다
 
[배지헌의 브러시백] 잘 나가는 LG, ‘고정 베스트 9’이 보여준다

 
특히 눈에 띄는 건 거의 ‘고정 라인업’에 가까울 정도로 베스트 9이 뚜렷해졌다는 점이다. 최근 LG 경기를 보면 전날과 동일한 라인업으로 경기를 치를 때가 많다. 
 
6월 1일부터 3일까지 잠실에서 치른 넥센 3연전은 사흘 연속 이형종-오지환-박용택-김현수-채은성-이천웅-양석환-유강남-정주현이 배치됐다. “라인업은 전날과 똑같습니다”란 감독 멘트를 3연전 내내 들을 기회는 흔치 않다.
 
스프링캠프부터 시즌 초반까지 류중일 감독에게 고뇌를 안겼던 자리가 주인을 찾은 결과다. 톱타자 자리는 부상에서 돌아온 이형종이 완전히 자릴 잡았다. 
 
유격수 자리는 캠프도 못 갔던 오지환이 거의 전 경기 출전(60경기 중의 58경기) 중이다. 최근 류 감독은 “내가 아시안게임 감독이면 오지환 뽑는다”는 과감한 멘트까지 할 정도로 오지환에 대한 신뢰를 보여주고 있다. 
 
온갖 실험과 시행착오를 거듭했던 2루 자리도 2군에서 시즌을 준비한 정주현이 불쑥 솟아나, 2루 수비와 주루플레이에서 팀의 약점을 채워주고 있다. 
 
외야에선 지난 시즌 부진했던 이천웅-채은성이 2016시즌의 활약을 재현하며 좌우 코너를 책임지는 중이다. 여기에 지난 시즌 좋은 활약을 펼친 양석환과 유강남이 올 시즌에도 꾸준하게 제 역할을 하고 있다. 가르시아 없이도 9개 포지션이 아무 문제 없이 잘 돌아가는 중이다.
 
올 시즌 LG는 60경기에서 단 29종류의 타순만을 사용했다. 7차례 사용한 타순이 두 종류나 되고, 6차례 사용한 타순도 있다. 최소 2차례 이상 사용한 타순의 가짓수는 12종류. 리그에서 가장 타순 변화가 적었던 팀이 바로 LG다. 58경기에서 56종류의 타순을 사용한 KT와 비교되는 대목이다.
 
타순 변동이 적다는 건 그만큼 주전 선수들이 큰 기복 없이 제 역할을 해주고 있다는 의미다. 팀 전력이 안정을 이뤘다는 의미도 된다. 주전 선수에게 한번 신뢰를 주면 계속 믿고 기용하는 류 감독의 스타일이 주전 선수들의 활약과 맞물려 좋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베스트 9’ 고정 라인업, 여름철 위기가 변수다
 
[배지헌의 브러시백] 잘 나가는 LG, ‘고정 베스트 9’이 보여준다

 
다만 한 가지 변수는 있다. LG는 올 시즌 초 8연승 뒤 8연패를 경험했던 팀이다. 만사가 순탄한 지금의 흐름이 남은 시즌 내내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6월로 접어들면서 여름철 체력 관리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144경기 체제에선 주전 선수의 체력과 부상 관리가 성공을 좌우한다.
 
LG는 붙박이 지명타자를 기용하는 팀이다. 노장 박용택이 60경기 가운데 58경기에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했다. 다른 구단들처럼 지명타자 자리를 적절히 활용해 주전 선수들에게 휴식을 주기 어려운 선수 구성이다.
 
주전 선수와 백업 선수의 격차도 문제다. 베스트 9은 확고하게 구축했지만, 그 외 선수 구성을 보면 ‘선수층이 두껍다’고 할 정도는 못 된다. 당장 주전 한두 명만 빠져도 빈자리가 크게 느껴질 수 있는 1군 선수단이다.
 
지금까진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가르시아 외엔 야수진에 큰 부상자가 나오지 않았고, 부진한 선수가 있어도 나머지 타자들이 만회하면서 타선의 톱니바퀴가 잘 맞아떨어져 왔다. 하지만 여름으로 접어들며 체력 저하, 컨디션 난조, 부상 선수가 나오기 시작하면 지금의 톱니바퀴가 삐걱댈 가능성은 충분하다.
 
지금은 잠시 잊힌 이름이 됐지만, 가르시아가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온다면 라인업 운영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가르시아가 복귀해 3루수와 중심타자 역할을 해주면 현재 베스트 9 선수들이 휴식을 취할 여지가 생긴다. 양석환은 1루와 3루를 오가며 출전 기회를 얻을 수 있고, 최근 1루수 출전이 잦은 김현수도 1루와 외야를 오가면 된다.
 
김현수가 외야수로 출전하면 이천웅, 이형종, 채은성의 외야진에도 조금은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주전 선수의 컨디션과 부상 여부, 상대 선발투수에 따라 라인업에 조금씩 변화를 줄 여지가 마련될 수 있다.
 
변화 없이 고정적으로 돌아가는 LG의 ‘베스트 9’ 라인업은 LG의 전력이 안정됐고, LG가 잘 나가고 있다는 증거다. 하지만 변화 없는 LG 라인업은 무더운 여름철 한 차례 위기가 찾아올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배지헌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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