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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우의 MLB+] 조급증이 부른 커쇼의 허리 부상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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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01 (금) 16:22

                           
[이현우의 MLB+] 조급증이 부른 커쇼의 허리 부상

 
[엠스플뉴스]
 
이두근 부상으로 한 달간 부상자 명단에 올라있던 클레이튼 커쇼(30·LA 다저스)의 복귀전 성적은 기록만 놓고 보면 나쁘지 않았다. 5이닝 4피안타 1실점 5탈삼진. 그나마도 1실점은 마이켈 프랑코가 홈을 밟지 않았기 때문에 비디오 판독 신청을 했으면 번복될 수도 있었다. 다소 유리한 볼 판정이 있기도 했지만, 이득을 본 것은 상대 선발 애런 놀라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경기를 직접 본 이라면 커쇼에게 무엇인가 문제가 생겼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커쇼의 패스트볼 구속은 경기 내내 90마일(144.8km/h)을 밑돌았다. 심지어 140km/h를 밑도는 공도 있었다. 올해 들어 평균구속이 91.1마일(146.6km/h)까지 감소했다고는 하지만, 커쇼의 패스트볼이 경기 내내 이렇게 느렸던 적은 데뷔 이후 한 번도 없었다.
 
불길한 예감은 빗나가지 않았다. 경기가 끝난 후 다저스 감독 데이브 로버츠는 취재진에게 "커쇼가 허리 통증 때문에 MRI 촬영을 받을 예정이다"고 전했다. MRI 검사 결과 구조적인 문제가 발견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허리(low back)는 커쇼가 최근 몇 년간 지속적으로 부상을 입었던 부위다. 커쇼가 복귀 한 경기 만에 다시 부상자 명단에 가는 것은 거의 확정적이나 다름없다.
 
에이스의 복귀를 기다리던 다저스의 팬들에겐 청천벽력같은 소식이다. 한편으론 커쇼의 독특한 투구폼을 잦은 허리 부상의 원인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사실 신체 메커니즘을 고려했을 때 일리 있는 분석이다. 하지만 그전에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이번 커쇼의 부상은 거의 전적으로 구단의 조급증이 만들어낸 참사라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한 투수가 팔 부위에 부상을 입은 상태에서 한 달여간 공을 던지지 않았을 경우, 메이저리그 복귀 전까지 최소 한두 차례는 마이너리그 재활 등판을 거치게 된다. 하지만 커쇼는 시뮬레이션 피칭 이후 재활 등판 없이 바로 빅리그에 복귀했다. 이는 커쇼가 최고의 에이스임을 고려하더라도 극히 예외적인 사례다. 
 
문제는, 커쇼의 이른 복귀를 주도한 것이 다저스 코치진이었다는 점이다. 로버츠 감독은 경기 전 인터뷰에서 "(커쇼는) 시뮬레이션 게임을 한 차례 소화했다. 그는 이곳에 오래 있었던 선수다. 선수 자신이 몸 상태가 괜찮고, 공을 던질 자신이 있다면 우리는 그를 메이저리그 경기에서 활용하고 싶다"고 커쇼의 이른 복귀 배경을 설명했다.
 
물론 그간 커쇼가 보인 행보를 생각했을 때 이런 이른 복귀 배경에는 선수 본인의 의사도 영향을 미쳤을 확률이 높다. 그리고 커쇼가 팀 내에서 차지하고 있는 입지를 고려한다면 그 자신이 복귀를 원할 경우 말리기도 쉽지 않을 것이 자명하다. 그렇다고 할지라도 부상 복귀 시점을 비롯한 선수 관리는 전적으로 구단의 몫이다.
 
다저스 프런트 및 코치진이 커쇼의 2차 부상에 따른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포수 야스마니 그랜달에 따르면 커쇼가 5회에 던진 공 대부분은 사실 패스트볼이었다. 하지만 낮아진 구속으로 말미암아 커쇼가 던진 패스트볼은 한 개를 제외하면 모두 변화구(슬라이더, 체인지업)으로 찍혔다. 커쇼의 패스트볼은 4회까진 아무리 낮아도 87마일대를 형성했다.
 
여기에서 알 수 있는 점은 이번 커쇼의 허리 부상 원인이 팔 부상에서 미처 회복하지 못한 채 등판하다가 경기 도중 허리에 무리가 왔기 때문이거나, 팔 부상에서는 회복했지만 갑작스러운 실전 등판으로 인해 갑자기 탈이 났을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정황을 보건대 경기 전부터 허리에 통증을 안고 있었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현우의 MLB+] 조급증이 부른 커쇼의 허리 부상

 
하지만 다저스 코치진은 결과(3연속 삼진)가 좋다는 이유로 커쇼를 교체하지 않았다. 이런 식의 기용은 자칫 부상의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방임 행위에 가깝다. 통증이 있었음에도 교체 사인을 내지 않았던 커쇼에게도 잘못이 있지만, 이상을 인지하고 분명히 더그아웃 출구 쪽으로 향하던 로버츠가 왜 마운드에 올라가지 않았는지는 분명 생각해볼 문제다.
 
최근 다저스는 시즌 초반 지구 선두를 달리던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부진과 현 선두 콜로라도 로키스가 답보 상태에 빠진 틈을 타 경기 차이를 매섭게 좁혀가고 있었다. 그러나 선발 투수들의 연이은 부상에 이어, 알렉스 우드마저 다리 경련 증세로 등판이 연기되면서 2일 경기에서는 고정 선발 투수 없이 경기를 치르는 '불펜 데이'를 예고하기까지 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다저스는 부상자 명단에 있던 선수 가운데 가장 몸상태가 좋은 커쇼를 조금 앞당겨 복귀시킴으로써 선발 로테이션 한 자리를 채우려 했을 확률이 높다. 하지만 다저스의 조급함은 결국 부상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이번 사건은 또 한 명의 선발 투수에 대한 염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바로 내전근 부상 이후 재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류현진이다.
 
1일 로버츠 감독은 "류현진은 롱토스를 계속하고 있다. 곧 마운드에 오를 것이다. 설레는 소식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류현진의 부상 정도(염좌 2단계)를 고려했을 때 당초 빨라야 올스타전 직전이 될 것이라는 예상에 비해 지나치게 빠른 페이스다. 하지만 이번 커쇼의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이른 복귀는 부상 재발 또는 다른 부위의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부상 선수의 이른 복귀는 결코 구단에 득이 되지 않는다. 다저스 구단의 조급증이 우려되는 이유다. 
 
이현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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