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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스플 피플] 광주일고 우승 이끈 성영재, 30년 만에 고교 정상에 서다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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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01 (금) 13:44

                           
| 5월 31일 열린 황금사자기 결승에서 광주일고가 정상에 올랐다. 현역 시절 우승과는 거리가 멀었던 성영재 감독은 사령탑에 오른 지 2년 만에 광주일고만의 확실한 야구 색깔을 만들어 팀을 우승까지 이끌었다.
 
[엠스플 피플] 광주일고 우승 이끈 성영재, 30년 만에 고교 정상에 서다

 
[엠스플뉴스]
 
“우승하면 뭔가 다른 느낌이 있을 줄 알았는데, 막상 해보니까 덤덤합니다.”
 
현역 시절 마운드에서 보여준 모습 그대로 차분하고, 담담했다. 왕년의 ‘쌍방울 특급잠수함’ 성영재가 이제는 지도자가 되어 모교에 전국대회 우승을 안겼다. 
 
광주제일고등학교는 5월 31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제72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결승전에서 대구고를 10-2로 대파하고 정상에 올랐다. 매 경기 접전을 펼치며 결승까지 올라온 광주일고는 이날 선발 정해영의 역투와 초반부터 폭발한 타선에 힘입어 비교적 손쉽게 우승을 거머쥐었다. 
 
전통의 강호 광주일고, 다시 강팀이 되다
 
[엠스플 피플] 광주일고 우승 이끈 성영재, 30년 만에 고교 정상에 서다

 
광주일고의 우승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이변이다. 대회를 앞두고 프로 스카우트와 전문가들은 지난해 우승팀 덕수고를 비롯해 ‘고교 넘버원’ 서준원이 버티는 경남고, ‘고교 넘버투’ 김기훈이 있는 광주동성고, 선수층이 풍부한 북일고 정도를 우승후보로 꼽았다. 광주일고에 대한 예상치는 8강 정도였다.
 
성 감독도 "이번 대회 우리 팀은 8강이 목표였다"고 했다. 하지만 전통의 강호 광주일고의 저력은, 자신들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강했다. 광주일고는 대회 기간 우승후보팀들을 상대로 마치 ‘도장 깨기’ 하듯 연전연승했다. 
 
21일 대회 첫 경기부터 북일고와 만나 6-5 한 점 차 승리를 거뒀다. 북일고 선발로 나선 에이스 최재익을 0.2이닝 만에 무너뜨렸고, 4-5로 뒤진 9회말엔 장신 유망주 신지후를 상대로 2점을 뽑아내 극적인 끝내기 승리를 챙겼다.
 
25일 열린 16강전에선 만만찮은 적수 제물포고와 만나 5-2로 이겼다. 27일 8강전에선 디펜딩 챔피언 덕수고에 6-4로 거짓말 같은 대역전승을 거뒀다. 7회까지 2-4로 끌려가던 북일고는 8회말 공격에서 덕수고 1학년 에이스 장재영을 무너뜨리며 4득점, 6-4로 경기를 뒤집고 승리를 따냈다.
 
30일 준결승에선 고교 최강 경남고와 만났다. 좌완 선발 조준혁이 8회 1아웃까지 2실점(무자책)으로 기대 이상의 호투를 펼쳤고, ‘고교 넘버원’ 서준원을 상대로 8회 결승점을 뽑아내며 승리했다. 8회말 위기에선 2학년 에이스 정해영이 등장해 삼진 퍼레이드로 팀을 구했다. 
 
북일, 덕수, 경남. 하나같이 우승 후보로 꼽히는 강팀이지만 광주일고는 이들을 상대로 극적인 역전 드라마를 펼치며 결승까지 올라왔다. 성영재 감독은 “항상 선수들에게 우리보다 강한 팀도 없고 약한 팀도 없다고 말한다”며 “기죽지 않고, 상대에게 배운다는 자세로 나서자고 했다. 첫 게임부터 강한 팀과 붙었던 게 우리에게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이 대회 중계방송을 맡은 이효봉 해설위원은 “광주일고 선수들이 경기를 거듭할 수록 자신감이 붙고 실력이 느는 게 눈에 보였다”고 했다. “발 빠른 타자들이 그야말로 날아다녔다. 마치 덕수고 같은 야구를 보여줬다. 경기를 치르면서 점차 강팀이 되어갔다.” 이 위원의 분석이다.
 
실제 광주일고는 이번 대회 5경기에서 총 17개의 도루를 성공시켜 경기당 평균 3.4개를 기록했다. 2루타가 될 타구에 3루까지 내달리고, 짧은 안타에도 한 베이스를 더 질주하는 빠른 야구가 돋보였다. 유장혁, 김창평 등 발 빠른 야수들이 상대의 혼을 빼놓는 야구를 펼쳤다.
 
마운드 운영도 완벽했다. 좌완 조준혁의 기대 이상 호투 속에 다양한 투수를 골고루 활용하며 투구수 제한 제도를 극복했다. 특히 30일 준결승에서 조준혁이 7회 이상을 던진 덕분에 에이스 정해영의 투구수를 아낄 수 있었고, 이는 결승전에서 대구고를 손쉽게 꺾은 원동력이 됐다.
 
성영재 감독은 “선수들이 다 잘해준 덕분에, 목표로 잡은 8강 이상 올라올 수 있었다. 8강전에서 이긴 뒤부터는 지지 않는다는 자신감이 생겼고, 그 자신감을 바탕으로 우승까지 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고교 시절 못한 황사기 우승, 지도자가 되어 이뤘다
 
[엠스플 피플] 광주일고 우승 이끈 성영재, 30년 만에 고교 정상에 서다

 
성 감독에게 이번 황금사자기 우승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현역 시절 유독 우승과 큰 인연이 없었던 성 감독이다. 광주일고 시절 이종범, 박철웅과 함께 1988년 청룡기 우승을 차지했지만, 뒤이어 열린 황금사자기에선 우승의 기쁨을 누리지 못했다. 
 
인하대학교에서 두 차례 우승기를 들어 올렸지만, 이후 프로에 진출해선 한 번도 우승을 경험하지 못했다. 그가 입단한 쌍방울 레이더스는 만년 하위권을 맴도는 외인부대였다. 이후 SK와 해태, 두산, LG를 거치면서도 우승은 그가 유니폼을 입은 팀을 피해갔다. 은퇴 이후 LG 코치와 스카우트를 하면서도 우승은 손에 닿지 않는 먼 거리에 있었다.
 
2016년을 끝으로 스카우트 생활을 접은 성 감독은 모교 광주일고 감독직에 올랐다. 최근 광주 지역은 어린 유망주가 서울로 전학하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전체적인 선수층이 예전만 못하단 말이 나온다. 광주일고도 최근 몇 년간 전국대회에서는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마지막 전국대회 우승은 2015년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
 
어려운 상황에 감독직을 맡은 성 감독은 광주일고 야구부를 빠르게 강팀의 자리에 돌려놓았다. 감독 부임 첫해인 지난해 봉황대기 4강에 진출했고, 올해는 전기 주말리그 7전 전승으로 광주일고를 전라권 1위에 올렸다. 이어 황금사자기에서도 5전 전승으로 우승까지 차지했다.
 
감독 데뷔 2년 만의 전국대회 우승. 고3 때 선수로 못했던 황금사자기 우승을, 30년 만에 감독이 되어 달성했다. 성 감독은 “어쩌다 보니 프로에선 한 번도 우승을 못 해봤다. 정말 우승까지 생각지도 못하다 광주일고를 맡게 됐는데 이렇게 우승을 하게 됐다”며 “욕심을 부리지 않으니까, 오히려 우승이 찾아온 것 같다”고 말했다.
 
광주일고는 주축 선수 가운데 2학년이 많은 편이다. 앞으로 더 강한 팀이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얘기다. 성 감독은 “선수들에게 항상 열심히 치고 잡고 던지는 기본을 강조한다”며 “선수들이 이제는 감독, 코치의 지도에만 의존하지 않고 경기에서 이겨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광주일고의 밝은 미래를 바라봤다.
 
담담하게 말을 이어가던 성 감독은 우승팀 헹가래 차례가 되자 선수들이 모인 마운드 쪽으로 향했다. 선수들이 하나, 둘, 셋 뒤에 성 감독을 번쩍 들어 올렸다. 공중으로 높이 떠오른 성 감독. 우승 순간에도 옅은 미소만 보여주던 성 감독의 얼굴에 그제야 환하고 큼직한 웃음이 가득 번졌다.
 
배지헌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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