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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우의 MLB+] 오승환은 어떻게 반등할 수 있었나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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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31 (목) 17:22

                           
[이현우의 MLB+] 오승환은 어떻게 반등할 수 있었나

 
[엠스플뉴스]
 
올해 초 오승환이 처해있던 상황은 2005년 데뷔 이후 최악에 가까웠다. 미국 진출 첫해 메이저리그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만한 활약을 펼쳤던 오승환은, 2년 차였던 2017년 1승 6패 20세이브(4블론) 59.1이닝 평균자책 4.10로 부진했다. 심지어 올 2월에는 성사 직전까지 갔었던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계약이 무산되는 일도 있었다.
 
텍사스는 오승환의 팔꿈치에 경미한 염증이 있다는 이유로 계약금을 깎으려 했으나, 오승환 측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오승환은 스프링캠프가 시작된 후에야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계약을 맺을 수 있었다. 커리어 내내 정상급 불펜 투수로 대우를 받아왔던 오승환이다. 겉으론 담담하게 행동했지만, 자존심에 상처가 나지 않았을 리 없다.
 
최근 오승환이 보이는 활약은 그런 의미에서 '설욕전'에 가깝다. 오승환은 31일(한국시간) 열린 토론토와 보스턴 레드삭스의 경기에서 7회 등판해 1이닝을 1피안타 1볼넷 2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5경기 연속 무실점. 이로써 오승환의 2018시즌 성적은 1승 무패 1세이브 25.1이닝 평균자책 2.13이 됐다.
 
 
 
오승환의 활약이 계속되자, 현지 매체는 다시 칭찬 일색으로 돌아섰다. 지난 29일 캐나다 매체 <블루제이스 프롬어웨이>는 오승환을 팀 내 가장 압도적인 불펜 투수라고 평했다. 한편, 스포츠 전문매체 ESPN은 오승환을 '불펜 트레이드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상품' 7명 가운데 1명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이제 오승환이 반등에 성공했다는 사실엔 의문의 여지가 없다.
 
주전 마무리 로베르토 오수나가 가정폭력 혐의로 25인 로스터에서 제외되고, 임시 마무리를 맡은 타일러 클리파드와 라이언 테페라가 부진한 상황에서 오승환은 유력한 차기 마무리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그렇다면 올해 오승환이 이처럼 반등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컷 패스트볼로 재분류되기 시작한 오승환의 슬라이더
 
 
[이현우의 MLB+] 오승환은 어떻게 반등할 수 있었나

 
오승환의 부활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언급해야 할 구종은 단연 슬라이더다. 빅리그 진출 이후에도 오승환의 '돌직구'는 언제나 위력적이었다.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던 2016시즌(피안타율 .208)은 물론이거니와 부진했던 지난해조차도 오승환의 패스트볼 피안타율은 0.248에 불과했다. 하지만 슬라이더의 경우에는 달랐다.
 
오승환의 슬라이더는 2016년까지만 해도 패스트볼의 뒤를 잇는 확실한 결정구(피안타율 0.164)였다. 하지만 2017년에는 좌타자 상대 슬라이더 피안타율이 0.417까지 치솟았다. 지난 시즌 오승환이 최악의 한 해를 보낸 이유다. 이렇듯 빅리그 진출 이후 오승환의 한 시즌 성적을 결정하는 구종은 늘 슬라이더였다. 이는 올해 역시 마찬가지다.
 
올해 4월 23일까지 오승환의 슬라이더 피안타율은 0.400(15타수 6안타)에 달했다. 이는 같은 기간 허용한 피안타 13개 가운데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수치다. 반면, 안정적인 모습을 되찾은 4월 23일 이후 오승환의 슬라이더는 19타수 1피안타 8탈삼진을 기록 중이다(브룩스베이스볼 기준). 그런데 때마침 그 시점부터 오승환의 슬라이더에서 이상한 점이 관찰되기 시작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 산하 MLBAM에서 운영하는 통계 사이트 <베이스볼서번트>는 올해 4월까지 오승환의 구종을 포심 패스트볼,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으로 분류했다. 그런데 5월부터는 여기에 한 구종이 더 추가됐다. 바로 컷 패스트볼(이하 커터)이다. 이에 따라 31일을 기준으로 기존에 슬라이더로 분류되던 공이 13개를 제외하고는 모두 커터로 재분류됐다.
 
[이현우의 MLB+] 오승환은 어떻게 반등할 수 있었나

 
*<베이스볼서번트>가 구종을 분류하는 기준은 원칙적으로 패스트볼과의 구속 차이와 무브먼트다. 따라서 오승환의 슬라이더 가운데 일부가 커터로 분류됐다는 것은, 오승환이 던지는 슬라이더가 속도와 무브먼트 측면에서 변화를 보였다는 것을 뜻한다. 커터는 패스트볼처럼 날아가다가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날카롭게 횡 방향으로 움직임을 보이는 구종이다.
 
 * 메이저리그 사무국 산하 MLBAM에서 운영하는 <베이스볼서번트>는 트랙맨베이스볼의 '레이더추적 기술'과 카이런헤고의 ‘광학 카메라 기술’을 통해 수집된 스탯캐스트 데이터를 재가공해서 보여주는 야구 통계사이트다. 2017시즌부터 MLB.com의 인터넷중계와 문자중계를 통해 제공되는 구속과 구종은 <베이스볼서번트>에서 제공하는 자료와 그 기준이 같다.
 
날아가는 속도와 움직임 면에서 패스트볼과 슬라이더의 중간 정도다. 실제로 커터로 재분류된 오승환의 공은 기존에 슬라이더로 분류되던 공에 비해 구속이 1.3마일(2.1km/h)가량 빠른 대신 분당 회전수가 100회 정도 줄었고, 좌우 움직임이 3cm, 상하 움직임이 5cm 정도 적다. <베이스볼서번트>에 의해 새롭게 커터로 분류된 공은 올 시즌 피안타율 .219를 기록 중이다.
 
위력적인 커터성 슬라이더, 그리고 '돌직구'
 
[이현우의 MLB+] 오승환은 어떻게 반등할 수 있었나

 
그렇다면 오승환의 2017년 슬라이더와 2018년 커터로 분류되기 시작한 공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위 그림은 <베이스볼서번트>에서 제공하는 3차원 투구분석을 통해 오승환의 구종별 평균 궤적을 나타낸 자료다. 지난해 오승환의 슬라이더는 던진 직후 얼마 되지 않아 패스트볼과 구분되는 문제점이 있었다(관련 기사: [이현우의 MLB+] 오승환의 슬라이더, 문제점과 해법은?).
 
반면, 2018년 커터로 분류되고 있는 오승환의 공은 홈플레이트 근처에 올 때까지 패스트볼과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릴리스포인트가 패스트볼과 슬라이더의 중간 지점에 놓여있어 던지는 순간 다른 구종임을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다. 둘째, 타자 바로 앞에 다다르기까지 패스트볼 궤적과 유사한 움직임을 보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타자들이 릴리스포인트와 궤적 등으로 슬라이더임을 미리 인지하고 치던 지난해와는 달리, 올해는 오승환의 패스트볼과 변화구(커터로 분류되는 슬라이더)를 구별하기 어려워졌다. 이것이 바로 오승환의 커터로 분류되는 슬라이더가 위력적인 이유다. 물론 그에 앞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베이스볼서번트>의 분류 기준은 오로지 '숫자'라는 점이다.
 
사실 오승환은 KBO리그 시절부터 두 가지 슬라이더를 던졌다. 현재까지도 슬라이더로 구분되고 있는 각이 큰 슬라이더와 지금은 커터로 분류되고 있는 각이 작은 대신 더 빠른 슬라이더다. 그동안 <베이스볼서번트>(와 MLB.com 게임데이)는 두 개를 뭉뚱그려 슬라이더로 분류하다가, 최근 들어 두 개를 나누어 분류하기 시작한 것이다. 따라서 새로운 구종이라기엔 어폐가 있다.
 
[이현우의 MLB+] 오승환은 어떻게 반등할 수 있었나

 
그러나 <베이스볼서번트>의 구종 분류 방식이 바뀐 이유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미국 진출 이후 오승환은 커터성 슬라이더를 간간히 던지긴 했지만, 지난해까진 주로 각이 큰 정통 슬라이더를 주로 던져왔다. 하지만 올해 들어 정통 슬라이더의 비중을 줄이고 커터성 슬라이더의 비율을 크게 늘렸다. 그리고 그것은 앞서 말한 슬라이더의 성적 향상을 불러왔다.
 
이와 더불어 제2구종인 슬라이더의 성적 향상은, 주무기인 '돌직구'의 성적도 불러일으키는 효과를 낳았다. 여기에 텍사스와의 계약 무산과 취업 비자 발급의 지연으로 봄 훈련을 늦게 시작하는 바람에 채 올라오지 않았던 패스트볼 평균구속이 최근 들어 4월보다 약 1마일 가량 빨라진 91.7마일(147.6km/h)까지 올라온 점도 영향을 미쳤다. 
 
올해 오승환의 반등은 이 모든 것이 복합적으로 맞물린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현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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