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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스플 전문가] 히어로즈 제명, 법률적 근거 충분하다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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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31 (목) 15:00

                           
 [엠스플 전문가] 히어로즈 제명, 법률적 근거 충분하다


 
히어로즈 사태를 둘러싸고 많은 해법이 제시되고 있다. ‘국내 최고의 스포츠 법률 전문가’로 꼽히는 박지훈 변호사는 엠스플뉴스에 보낸 기고문에서 “히어로즈를 KBO리그에서 제명할 법률적 근거가 충분하다”며 “썩은 나무를 용기 있게 잘라내지 않으면 한국야구 전체가 ‘썩은 숲’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음은 박 변호사의 특별 기고문이다.
 
[엠스플뉴스]
 
넥센 히어로즈 구단(이하 ‘히어로즈 구단’)이 지금까지 총 23번의 선수 트레이드를 통해 131억 5천만 원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까지 구단들이 자진 신고한 금액만 집계했을 때다. KBO 추가 조사 결과에 따라 총액이 더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현금 트레이드는 현행 KBO 규약상 금지된 게 아니다. KBO의 승인을 받는 한 그 자체론 문제가 없다. 하지만, KBO의 승인을 받은 금액의 몇 배의 트레이드 머니가 은밀히 오갔다면 문제가 달라진다. 
 
신고되지 않은 ‘검은돈’이니 탈세의 도구가 됐었을 수도 있고, 공식적으로 회계장부에 기입될 필요가 없던 돈이니 오너 개인의 호주머니로 흘러 들어갔을 가능성도 있다. 만약 그랬다면 이는 업무상 배임이나 횡령 등으로 비화할 소지가 크다. 중요한 건 지금은 그런 사소한 법리를 따지고 앉아 있을 상황이 아니라는 점이다. 
 
냉정하게 말해 현시점은 히어로즈를 계속 리그의 일원으로 인정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고민해야 하는 중차대한 때다.
 
'선수 팔아 운영비, 뒷돈 챙겨?' 구단이 무슨 불법 피라미드 다단계 업체인가
 
[엠스플 전문가] 히어로즈 제명, 법률적 근거 충분하다

 
사람 장사’로 돈벌이하는 구단이라니, 구단이 무슨 불법 피라미드 다단계 업체인가? 10년 넘게 계속된 히어로즈 구단의 이러한 위법행위를 적발하지 못한(않은?) KBO 사무국은 스스로 자신들의 존재 이유를 설명하는 데 실패하고 말았다.
 
따지고 보면 KBO 사무국이 히어로즈 구단의 ‘사람 장사’에 애써 눈감아 온 이유는 히어로즈 구단의 창단과정에서 저지른 KBO의 원죄 때문이리라. 
 
지금은 고인이 된 하일성 당시 KBO 사무총장은, 이장석 히어로즈 전 대표가 내 건 ‘네이밍 마케팅’이 새롭고 신선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자본금 5천만 원이 전 재산인 ‘센테니얼 인베스트먼트㈜’란 페이퍼 컴퍼니에 명문 현대 유니콘스 야구단을 철퍼덕 안겨줬다(당시 현대 유니콘스 인수를 희망하는 자금력이 탄탄한 다른 중견 기업체가 있었음에도). 
 
하지만, 이 전 대표가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 ‘네이밍 마케팅’이라는 건, 사실 그 때나 지금이나 모든 구단이 다 하는 ‘전혀 새롭지 않은’ 마케팅법이다. 실례로 모기업으로부터 한 해 100억 원부터 150억 원가량 지원을 받는 대부분의 프로야구단은 모기업 이름을 야구단 이름으로 쓰고 있다. 
 
포수 프로텍터나 타자 헬멧, 투수 모자 옆면에 ‘서브스폰서’ 기업 로고를 새기는 것도 히어로즈 탄생 이전부터 여러 구단이 해왔던 마케팅이다. 이 전 대표가 “새로운 마케팅 기법을 도입하겠노라’고 하 전 총장에게 자신만만하게 말한 것들이 바로 이런 것들이었다.  
 
극히 부실한 재정으로 출발한 히어로즈 구단이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고 내건 청사진이 전부 ‘세 치 혀의 말장난’에 불과했던 셈이다. 원죄가 워낙 큰 까닭인지 KBO는 지난 10년간 히어로즈 구단 감시에 ‘이상하리만치’ 소홀했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게 된 책임은 본질적으로 히어로즈뿐만 아니라 KBO에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히어로즈 제명, 법률적 근거 충분하다. 히어로즈 구단 주주들의 재산권은 ‘주식회사 서울히어로즈’의 내부 문제일 뿐
 
[엠스플 전문가] 히어로즈 제명, 법률적 근거 충분하다

 
그렇다면 결국 이 난국을 풀어야 하는 주체도 KBO다.
 
히어로즈 구단의 KBO리그 진입을 적극적으로 돕고, 10년 넘게 벌어진 불법적인 방식의 구단 운영을 적발해내지 못한 KBO는 지금이라도 800만 야구팬과 국민 앞에 진심으로 사죄해야 한다. 그리고 KBO 총재 직권으로 히어로즈 구단을 리그 회원에서 제명한 후, 새 구단 주체를 선정해야 한다.
 
KBO 정관과 규약은 ‘제명요건’ 또는 ‘회원자격 박탈 사유’에 대해 명확히 규정하고 있지 않다. 그래서 ‘현 KBO 정관과 규약에 의할 경우 히어로즈 구단의 제명 또는 자격 박탈이 불가능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KBO 규약 제14조 제1항 3호는, 구단의 재정상태가 중대하게 악화된 경우, KBO이사회는 총재에게 당해 구단의 회원자격 및 제반 권리에 대한 처분의 발동을 신청할 수 있고, 이 경우 총재는 심사 후 적절한 처분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장석 전 대표가 창단 초기부터 지분을 담보 잡혀 돈을 빌렸고, 선수 장사를 통해 운영비를 충당해왔으며, 갖가지 방법을 통해 횡령과 배임을 일삼아 구단 재정을 악화시켜 구속 수감 중인 걸 고려한다면 ‘총재의 적절한 처분 사례’에 해당한다 할 수 있다. 가뜩이나 '주식회사 서울히어로즈'는 회계법인으로부터 '회계감사'까지 거절당할 만큼 회계 자체가 불투명한 기업이다.
 
또한 KBO 규약 제4조 제3항 1호는, '리그 관계자가 KBO 규약을 위반하는 경우 총재는 재결을 통해 당해 구단의 회원자격을 박탈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더욱이 KBO 규약 부칙 제1조 [총재의 권한에 대한 특례]엔, ‘총재는 리그의 무궁한 발전과 KBO의 권익을 증진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KBO 규약에 명시적으로 규정하지 않은 사항에 대해서도 제재를 내리는 등 적절한 강제조치를 할 수 있다’란 내용이 적시돼 있다. 히어로즈 구단을 KBO리그에서 퇴출할 수 있는 법률적 근거가 충분하다는 뜻이다.
 
여기서 ‘히어로즈 구단을 KBO에서 퇴출하는 것이 히어로즈 구단 주주들에 대한 재산권 침해가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주식회사 서울히어로즈’가 내부적으로 해결할 문제일 뿐이다. 
 
KBO는 히어로즈 구단이 KBO 회원으로서의 제 역할을 하지 못했기에 제명하는 것일 뿐, 주식회사 서울히어로즈를 폐업시키거나 청산시키는 것이 아니다. 상법상 그렇게 할 권한도 없다.
 
히어로즈 구단 제명과 새 주인 물색, 이것이 정운찬 KBO 총재가 취임 후 직면한 첫 번째 도전이 될 것이다. 지금이라도 결단을 내려 썩은 나무를 도려내지 않는다면, 한국 야구는 결국 ‘썩은 숲’이 될 것이다.
 
[엠스플 전문가] 히어로즈 제명, 법률적 근거 충분하다

 
기고 : 박지훈 변호사(법무법인 태웅, 한국프로축구선수협 자문 변호사, 젊은 빙상인 연대 자문 변호사, 전 스포츠문화연구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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