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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우의 MLB+] 양키스의 슈퍼 루키, 글레이버 토레스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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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30 (수) 17:22

                           
[이현우의 MLB+] 양키스의 슈퍼 루키, 글레이버 토레스

 
[엠스플뉴스]
 
뉴욕 양키스 팬들에게 데릭 지터는 특별한 존재다. 현역 시절 지터의 별명은 뉴욕 시민이 가장 사랑하는 남자이자, 양키스의 영원한 캡틴이었다. 1995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지터는 이후 20년간 단 한 번도 팀을 옮기지 않고 양키스의 주전 유격수로서 통산 2747경기에 출전해 3465안타 260홈런 1311타점 358도루 타율 .310 bWAR 72.4승을 기록했다.
 
하지만 지터가 특별했던 이유는 이러한 꾸준함 때문만은 아니었다. 지터는 언제나 양키스의 승리와 함께했다. 지터가 타율 .314 10홈런 78타점 14도루를 기록하며 아메리칸리그 올해의 신인상을 차지했던 1996년, 양키스는 18년 만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거머쥐었다. 그 기세를 몰아 양키스는 1998, 1999, 2000년 3시즌 연속 우승을 달성하며 왕조를 구축했다.
 
지터와 함께한 20시즌 동안 양키스는 가을 야구 무대를 16번(지구 우승 13회, 와일드카드 3회)이나 밟았고, 월드시리즈 우승을 5번이나 차지했다. 같은 기간 지터가 팀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었다. 그런 지터가 2014년을 끝으로 은퇴한 후 지난 수년간 양키스는 그의 후계자를 찾기 위해 바쁘게 움직여왔다.
 
가장 먼저 양키스는 2014년 실망스러운 성적을 기록했지만, 한때 케빈 타워스 애리조나 단장으로부터 '지터가 연상된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었던 디디 그레고리우스를 영입했다. 한편, 2016년까지 호르헤 마테오, 타일러 웨이드, 월커먼 가르시아, 박효준 등 유격수 유망주와 연이어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기대를 받는 선수는 따로 있었다.
 
바로 마무리 아롤디스 채프먼을 시카고 컵스에 넘기는 대가로 2016시즌 중반 영입한 글레이버 토레스(21)다. 토레스는 이적 후 팀 내 NO.1 유망주를 차지하며, 양키스 산하 마이너리그 팀에서 벌어지던 '후계자 경쟁'의 판도를 바꿔놨다. 2년 뒤인 올해 마침내 빅리그 무대를 밟은 토레스는 문자 그대로 메이저리그를 초토화시키고 있다.
 
토레스는 아메리칸리그 이주의 선수로 뽑힌 30일(한국시간), 휴스턴 애스트로스와의 경기에서 10회말 끝내기 안타를 때려냈다. 개인 통산 두 번째 끝내기 안타. 이로써 토레스의 2018시즌 성적은 31경기 9홈런 24타점 타율 .317 OPS .985 WAR 1.3승이 됐다.
 
예상을 뛰어넘는 장타력, 그리고 클러치 능력
 
 
 
베네수엘라 출신인 토레스는 지난 2013년 컵스와 170만 달러에 계약을 맺었을 때부터 공을 방망이 중심에 맞히는 재능만큼은 타고났다는 평가를 받았다. 더불어 어린 나이답지 않게 뛰어난 참을성을 갖추고 있어 메이저리그에서도 3할 이상의 타율을 기록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여겨졌다. 올해 토레스는 이런 평가를 실제 경기력으로 입증해내고 있다.
 
놀라운 점은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마이너리그에서도 한 시즌 최다 홈런이 11개에 불과했던 토레스는, AL 신인 최초 4경기 연속 홈런을 포함해 32경기에서 벌써 9개의 홈런을 쳐냈다. 162경기로 환산하면 47홈런. 이는 시즌 전 MLB.com이 토레스의 파워에 55점(15~20홈런)을 메겼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파격적인 페이스가 아닐 수 없다.
 
이런 토레스의 예상을 뛰어넘는 활약은 양키스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토레스를 콜업하기 전까지 10승 9패(52.6%)를 기록 중이던 양키스는, 토레스 콜업 이후 24승 8패(75.0%)를 내달리며 보스턴에 이은 AL 승률 전체 2위에 올라있다. 여기에는 신인이자, 9번타자임에도 불구하고 토레스가 결정적인 순간마다 활약을 펼친 것이 한몫했다.
 
[이현우의 MLB+] 양키스의 슈퍼 루키, 글레이버 토레스

 
야구 통계사이트 <팬그래프닷컴>은 WPA(승리확률 합산)과 LI(영향력 지수)를 이용해 Clutch(결정적인 국면에 얼마나 활약을 펼쳤는지 나타내는 지표)를 제공하고 있다. 토레스는 해당 지표에서 0.75를 기록 중이다. 이는 100타석 이상 소화한 MLB 타자 가운데 공동 7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빅리그에 데뷔한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은 신인의 성적이라곤 믿기 힘들 정도다.
 
실제로 주자 없는 상황에서 타율 .306 4홈런 4타점인 토레스의 성적은, 득점권이 되면 타율 .333 5홈런 20타점으로 올라간다. 물론 세이버메트릭스적인 관점에서 극소수 타자를 제외하면 클러치 능력은 '운'에 좌우되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실력이건 운이건 간에 토레스가 결정적인 순간에 펼친 활약이 양키스에 도움을 주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다.
 
토레스는 진정한 '지터의 후계자'가 될 수 있을까
 
[이현우의 MLB+] 양키스의 슈퍼 루키, 글레이버 토레스

 
이런 토레스의 정상급 콘택트 능력과 예상을 뛰어넘는 파워, 결정적인 순간에 강한 모습은 마치 전성기 시절 지터를 연상시킨다. 게다가 풀타임 데뷔 첫 시즌 양키스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는 점도 지터와의 데자뷔를 불러일으키는 요소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지터와 토레스 간에는 결정적인 차이점이 하나 있다. 바로 수비 포지션이다.
 
데뷔 시즌부터 은퇴할 때까지 유격수로 활동했던 지터와는 달리, 토레스의 현 포지션은 2루수다. 여기에는 기존 유격수인 그레고리우스의 수비가 AL 유격수 가운데 손에 꼽힐 정도로 뛰어나다는 점이 한몫했다. 그에 반해 빅리그 데뷔 이후 토레스의 수비는 좋게 말해 평균 정도다. 수비 범위는 평균 이상이지만, 1달 사이에 벌써 5개의 실책을 저질렀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레고리우스가 있는 이상 토레스의 포지션은 당분간 2루수로 고정될 확률이 높다. 그러나 변수도 있다. 4월 한 달간 타율 .327 10홈런 30타점 OPS 1.156를 기록하던 그레고리우스는, 5월 들어 타율 .131 1홈런 4타점 OPS .373에 그치며 어느덧 타율이 .236까지 내려앉았다. 그 뿐이 아니다. 연봉 조정 3년차인 그레고리우스는 올 시즌을 마치고 FA가 된다.
 
이에 따라 그레고리우스가 FA로 팀을 떠나거나, 타격 부진이 길어진다면 적어도 내년 빠르면 조만간 양키스가 토레스를 본래 포지션인 유격수로 기용할 확률이 높다(물론 디디와 재계약을 맺거나, 올해를 끝으로 FA로 나설 마차도를 영입할 가능성도 있다). 그렇게 되면 토레스는 포지션을 포함한 모든 면에서'지터의 후계자'로 부르기에 손색이 없어진다.
 
 
 
과연 토레스는 지금의 기세를 이어가 신인 첫해에 소속팀 양키스를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끌고 지터의 후계자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남은 시즌 토레스의 활약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이현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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