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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헌의 브러시백] 강백호-로하스에겐 테이블 세터가 정답이었다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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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30 (수) 14:22

                           
| 올 시즌 53경기에서 총 51종류 라인업을 가동한 KT 위즈. 그랬던 KT가 최근 경기에선 강백호-로하스 테이블세터와 4번타자 황재균의 고정 타순을 선보이며 성공을 거두는 중이다.
 
[배지헌의 브러시백] 강백호-로하스에겐 테이블 세터가 정답이었다

 
[엠스플뉴스]
 
KT 위즈는 올 시즌 KBO리그에서 가장 타순 변동이 잦은 팀이다. 자고 일어나면 외모가 바뀌는 영화 ‘뷰티 인사이드’처럼, KT는 자고 일어나면 타순이 바뀌는 ‘타순 인사이드’ 실험을 계속했다. 
 
5월 29일까지 치른 53경기에서 KT가 사용한 타순은 총 51종류. 2번 이상 사용한 타순도 딱 두 종류밖에 없었다. 전날 경기 톱타자가 다음날 9번으로 자릴 옮기고, 하위타순으로 출전한 선수가 다음날 중심타선으로 이동하는 변화를 매 경기 거듭했다. 
 
신인타자 강백호는 중심타선을 제외한 모든 타순을 한 차례 이상 경험했다. KT 관계자는 웃음기를 담아 “이제 4번타자로 출전할 일만 남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타순이 자주 바뀐 건 외국인 타자 멜 로하스도 마찬가지다. 1번, 4번, 9번을 제외한 모든 타순으로 한 차례 이상 출전했다. 88억 사나이 황재균도 1번, 3번, 4번, 5번, 6번, 7번을 한 차례 이상 경험했다. 
 
공교롭게도 세 타자 모두 부침이 심했다. 시즌 초반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강백호는 4월말부터 서서히 페이스가 떨어지더니, 5월 19일 NC전을 마친 뒤 타율이 시즌 최저치인 0.250까지 떨어졌다.
 
로하스도 한때 타율이 0.239까지 떨어지는 침체를 겪었다. 15일 한화전에선 8번타자로 ‘강등’되는 수모도 겪었다. 물론 낮은 타율에도 여전히 많은 장타를 때려내며 제몫을 했지만, 타율이 낮다는 이유로 ‘부진’하다는 누명을 써야 했다. 애꿎은 ‘벌크업’이 부진의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황재균은 더 힘든 시간을 보냈다. 올 시즌 거액을 받고 팀에 합류했지만, 그 부담 탓인지 찬스 때만 되면 결과가 좋지 않았다. 시즌 첫 45경기에서 황재균이 올린 타점은 16점. 타율은 3할대로 준수했지만, 영양가가 없다는 비판에 시달려야 했다.
 
시즌 초반 활활 타오르던 KT 방망이도 5월 들어 수렁에 빠졌다. 4월까지만 해도 KT는 49홈런(2위) 179득점(3위) OPS 0.842(2위)로 ‘돈내고 치라’는 소리가 절로 나올 법한 타격을 했다. 
 
그러나 5월 들어 주축 타자들이 단체로 결의라도 한듯 부진했다. 5월 첫 14경기에서 8홈런(최소) 37득점(최소) 타율 0.238(꼴찌)를 기록하며 4승 10패 부진에 빠졌다. 한때 5위권을 오르내리던 팀 순위도 19승 26패로 리그 8위까지 내려앉았다. 
 
타격이 너무 안 맞다보니 벤치에선 활로를 찾기 위해 계속 타순 변화를 시도했다. 안 맞는 타자의 타순을 바꿔도 보고, 새로 콜업한 타자를 라인업에 넣어도 봤다. 하지만 한번 짜게 식은 타격감은 좀처럼 살아나지 않았고, 그럴수록 타순은 더 극적인 변화를 거듭했다.
 
1번 강백호, 2번 로하스, 4번 황재균까지... 고정 타순 생긴 KT
 
[배지헌의 브러시백] 강백호-로하스에겐 테이블 세터가 정답이었다

 
그랬던 KT가 확 달라졌다. 18-3으로 대승을 거둔 20일 NC전이 일종의 전환점이 됐다. 이날 KT는 장단 25안타 5홈런을 퍼부으며 NC 마운드를 초토화했다. 물론 선발을 1이닝 만에 교체하고 ‘김진성 벌투논란’을 빚은 NC의 마운드 운영도 KT의 맹타에 한 몫을 했지만, 분명한 건 이 경기를 통해 KT가 타선 반등의 실마리를 찾았단 점이다.
 
이날 KT는 톱타자로 강백호를, 2번타자로 로하스를 배치한 새로운 타순을 선보였다. 4번타자 자리엔 황재균을 배치한 것도 그간 기용과 달랐다. 강백호는 이날 5안타 4타점 3득점 1홈런으로 펄펄 날았고, 로하스도 2안타 1득점으로 활약했다. 황재균은 홈런 2방을 터뜨리며 3안타 6타점을 몰아쳤다.
 
NC전 이후 KT 타순에는 중요한 변화가 생겼다. 강백호와 로하스가 매경기 테이블세터로 출전하며 ‘고정’ 타순이 생긴 것이다. 황재균 역시 계속해서 4번타자로 출전하고 있다. 20일부터 29일까지 8경기 동안 1번 강백호, 2번 로하스, 4번 황재균 자리는 한번도 바뀌지 않았다. 그리고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것인지, 세 타자는 타순이 고정된 뒤 놀라운 성적을 거두고 있다.
 
강백호는 1번타자로 고정된 20일 이후 8경기에서 타율 0.444에 3홈런 10타점을 기록했다. 이 기간 OPS는 1.333에 달한다. 강백호의 1번타자 출전시 성적은 타율 0.380 3홈런 11타점으로 모든 타순 가운데 가장 뛰어나다. 물론 대부분은 타격감이 살아난 최근 경기에서 거둔 성적이다. 
 
로하스도 2번타자로 고정된 20일 이후 8경기에서 타율 0.444에 4홈런 13타점을 기록 중이다. 2번타순에서 성적도 타율 0.423에 6홈런 17타점으로 무시무시하다. 겨우내 벌크업에 신경쓴 효과가 최근 타격감 상승과 함께 가공할 기록으로 나타나고 있다.
 
황재균도 4번타자로 고정된 20일 이후 극적인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그 이전까지 황재균의 득점 찬스에서 성적은 타율 0.226에 무홈런으로 엑스맨이 따로 없었다. 20일 이후 8경기에서 황재균은 득점 찬스시 타율 0.444에 1홈런 10타점을 기록하는 중이다. 이제야 좀 ‘88억의 사나이’답다.
 
강백호-로하스 효과, KT 1회 득점이 많아졌다
 
[배지헌의 브러시백] 강백호-로하스에겐 테이블 세터가 정답이었다

 
KT는 시즌 초반 마땅한 톱타자 감이 없어 애를 끓였다. KT의 타순이 자주 바뀌는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가 바로 톱타자 부재였다. 톱타자 부재 약점은 빈약한 1회 득점력으로 이어졌다. 5월 19일까지 KT는 45경기 가운데 단 7경기에서만 1회 득점에 성공했다. 10개 구단 가운데 가장 1회 득점이 적은 팀이 KT였다.
 
강백호-로하스 테이블 세터가 고정된 20일 이후엔 달라졌다. 8경기 가운데 6경기에서 1회에 득점을 올리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1회 득점에 성공한 6경기에서 5승 1패를 기록했다. 이 8경기 동안 KT는 총 80득점으로 경기당 평균 10점을 뽑아내고 있다. 최근 팀 성적도 6승 2패로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물론 타순 고정과 활발한 타격감 사이에 뚜렷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긴 어렵다. 그보단 최근 타격감이 가장 좋은 타자들이 나란히 상위 타선에 포진하면서, KT 팀 전체 득점력이 살아났다고 봐야 한다. 이건 ‘팀내 최고 타자를 2번타순에 배치하는’ 최근 야구계 흐름과도 통하는 면이 있다.
 
한 가지 눈여겨볼 지점이 있다. 한창 잘 맞던 강백호와 로하스는 26일 LG전에서 나란히 4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이전 같으면 다음날 바로 타순이 바뀌거나, 벤치로 자리를 옮겼을지 모른다. 
 
하지만 KT는 다음날에도 둘을 변함없이 테이블세터로 기용했고, 둘다 나란히 안타를 때려내며 제몫을 했다. 29일 삼성전에서도 강백호-로하스 듀오는 나란히 4안타를 때렸다. 야구 시즌은 길고, 타격엔 사이클이 있다. 때로는 진득하게 지켜보는 것도 방법이다.
 
배지헌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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