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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헌의 브러시백] ‘강력 불펜+선발 안정’ 한화, 이게 진짜 행복야구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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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30 (수) 11:00

                           
| 시즌 초반 불펜 의존도가 높았던 한화 이글스. 5월 들어 선발투수진이 안정되면서 불펜 투수들의 부담이 줄었다. 강한 불펜에 더해 안정적인 선발까지 갖춘 강팀으로 나아가는 한화의 변화를 살펴봤다. 
 
[배지헌의 브러시백] ‘강력 불펜+선발 안정’ 한화, 이게 진짜 행복야구

 
[엠스플뉴스]
 
시즌 초반 한화 이글스를 상위권으로 이끈 원동력은 첫째도 불펜, 둘째도 불펜, 셋째도 불펜이었다.
 
한화 선발투수들은 시즌 초만 해도 5회를 못 넘기고 무너지기 일쑤였다. 4월까지 한화 선발투수의 조기강판은 총 14회로 10개 구단 최다. 퀵후크도 10차례로 최다 2위였다.
 
대신 ‘두 번째 투수’가 강했다. 송은범, 이태양, 안영명 등이 올라와 선발이 못 채우고 내려간 이닝을 완벽하게 지웠다. 불펜이 버티는 사이 타선이 힘을 내서 기어이 역전을 이뤘고, 마지막은 정우람이 완벽하게 장식했다. 한화가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은 전력을 갖고도 4월까지 5할 승률-5위권을 유지한 힘은 불펜에서 나왔다.
 
한화가 펼치는 기묘한 승리 행진에는 한 가지 함정이 있었다. 야구는 144경기를 치르는 장기레이스다. 시즌 초반 불펜투수를 과도하게 소모하면, 시즌 후반에 가서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되어 있다. 
 
송은범은 4월까지 15경기에서 22.2이닝을 던졌다. 144경기로 환산하면 112.2이닝을 던질 페이스였다. 이제는 추억이 된 2015년 권혁의 78경기 112이닝을 뛰어넘을 기세였다. 
 
4월까지 16이닝을 던진 안영명도 시즌 79.1이닝 페이스, 15.2이닝을 던진 이태양은 78이닝에 도달할 기세였다. ‘이런 식으로 끝까지 갈 수 없다’는 사실은 분명했다. 한화는 그게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이미 겪어봐서 더 잘 안다. 
 
무거웠던 한화 불펜 부담, 5월부터 줄었다
 
[배지헌의 브러시백] ‘강력 불펜+선발 안정’ 한화, 이게 진짜 행복야구

 
하지만 5월 들어 한화 불펜이 짊어진 부담이 조금씩 줄어드는 모양새다. 4월까지 리그에서 두 번째로 많은 이닝(114.1)을 소화했던 한화 불펜은 5월 들어 리그 4위에 해당하는 80이닝만을 던졌다(30일 현재). 4월까지 제2의 권혁을 꿈꾸는 듯했던 송은범은 5월 들어 단 9.2이닝만을 던졌다. 
 
시즌 초반 시구자와 거의 같은 속도로 마운드에서 쫓겨나던 선발투수진이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4월까지 한화 선발진이 책임진 이닝은 139.2이닝으로 10개 팀 중에 가장 적었다. 경기당 평균 이닝도 4.81이닝으로 전체 이닝의 55%에 불과했다. 외국인 투수 키버스 샘슨과 제이슨 휠러가 흔들리고, 국내 선발진이 제몫을 못한 결과다.
 
5월 들어 달라졌다. 이 기간 한화 선발진이 책임진 이닝은 128이닝으로 10개 팀 중 최다 4위다. 경기당 평균 5.56이닝으로 이제는 전체 이닝수의 61.5%를 선발투수가 책임지고 있다. 
 
샘슨-휠러 원투펀치는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샘슨은 5월 들어 5경기에서 3승 1패, 경기당 평균 6이닝 이상을 책임졌다. 휠러도 5경기에서 경기당 평균 5.8이닝으로 6이닝 가까운 이닝을 소화했다. 
 
노장 배영수는 5월 등판한 4경기 중에 3경기에서 5이닝 이상을 버텼다. 김재영은 아직 기복이 있지만, 그래도 2경기에 한번씩은 선발 역할을 해주고 있다. 무엇보다 김민우가 1군에 복귀한 뒤 연일 호투를 펼치며 선발진의 새 희망으로 떠올랐다. 
 
한화 선발 안정, 감독 믿음+자신감 효과
 
[배지헌의 브러시백] ‘강력 불펜+선발 안정’ 한화, 이게 진짜 행복야구

 
김민우는 29일 대전 NC전에서 6이닝 1실점 호투로 시즌 2승째를 거뒀다. 2회 비디오판독 오심으로 1점을 내줬고 3회엔 만루 위기를 맞았지만, 스스로 이겨내고 6회까지 이닝을 끌고 갔다. 최근 3경기에서 모두 5이닝 이상을 소화했고, 6이닝 이상 던진 경기도 두 차례다.
 
한용덕 감독은 이날 김민우의 호투에 대해 “자신감을 되찾고 안정된 피칭을 보여줬다”며 “우리 팀의 미래를 이끌 투수가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칭찬했다. 김재영은 “감독님이 믿어주셔서 마음 편하게 던진다. 그만큼 책임감도 더 커졌다”고 했다. 
 
한 감독은 시즌 전부터 “김민우, 김재영 등 젊은 선발투수들이 성장해야 한화가 강팀이 된다”며 힘을 실어줬고 실제로 그 약속을 지켰다. 시즌 초반 거듭되는 조기 강판에도 계속해서 믿고 기회를 준 결과, 선발투수들이 조금씩 자기만의 것을 찾아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선발투수가 안정되면서 불펜투수들은 부담을 덜었다. 멀티 이닝을 던지는 경기도 크게 줄었다. 송은범이 5월 들어 1.1이닝 이상 던진 경기는 두 차례 뿐. 2이닝 이상 던진 경기는 없다. 이태양도 5일 삼성전 4.1이닝을 던진 뒤엔 주로 1이닝 안팎의 짧은 이닝만 투구하고 있다. 한 감독도 "요즘 선발투수들이 제 역할을 잘 해주고 있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112이닝 페이스였던 송은범은 30일 현재 32.1이닝을 투구해 144경기 환산시 89.2이닝 페이스다. 선발투수진이 지금처럼 좋은 모습을 이어간다면, 이 숫자는 앞으로 더 줄어들 수 있다. 비슷한 역할을 맡고 있는 안영명, 이태양도 마찬가지다.
 
러시아 대문호 톨스토이는 “모든 행복한 가정은 서로 비슷하다”고 했다. 잘 나가는 팀도 대개 비슷하다. 팀 분위기가 좋고, 강력한 불펜과 탄탄한 선발진을 갖춘 팀이 행복한 팀이 된다. 시즌 초반 ‘팀 분위기’와 ‘불펜’에 의존했던 한화가 이제는 안정적인 선발진까지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한화는 점점 더 행복한 팀이 되어가고 있다.
 
배지헌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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