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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스플의 눈] NC·KT는 어쩌다 ‘노회한’ 막내구단이 됐나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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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29 (화) 13:44

                           
'신생구단' NC· KT, '뒷돈 트레이드'로 리그 질서 파괴 
NC, 창단 이후 승부조작과 각종 은폐 의혹으로 이미지 악화
"'나쁜 짓' 단죄 없는 KBO와 기존 구단들 보고, 막내구단들이 그대로 따라 배웠다"
 
[엠스플의 눈] NC·KT는 어쩌다 ‘노회한’ 막내구단이 됐나

 
[엠스플뉴스]
 
넥센 히어로즈 발 ‘뒷돈 트레이드 파문’에서 비난의 화살은 주로 히어로즈 쪽으로 향한다. 먼저 이면 계약을 요구했고, 받은 현금을 이장석 전 대표 인센티브로 지급한 히어로즈 구단이 비난을 받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히어로즈의 '뒷돈 트레이드'는 상대방이 있기에 가능했다. 히어로즈의 요구를 덥석 받아들인 뒤, 언론을 통해 폭로될 때까지 입을 꾹 다물었던 NC 다이노스와 KT 위즈의 책임도 가볍지 않다. 
 
히어로즈와 NC, KT는 KBO리그에 뒤늦게 합류한 막내 구단들이다. 히어로즈는 해체된 현대 유니콘스를 인수해 2008년 창단한 8구단이다. NC는 2012년 창단해 2013년부터 1군에 합류한 9구단이다. KT는 2014년 창단해 2015년 1군에 가세한 10구단이다. 역사가 짧은 ‘막내’ 구단들이 리그 질서를 파괴하는 기만행위를 공모했다는 사실이 할 말을 잃게 만든다. 
 
신선했던 NC, 승부조작 사건 이후 무너졌다
 
[엠스플의 눈] NC·KT는 어쩌다 ‘노회한’ 막내구단이 됐나

 
막내 구단 창단 당시 야구계는 큰 기대감으로 세 구단을 지켜봤다. 기존 구단들의 관행과 ‘구악’에서 벗어나, 신생 구단들이 야구계에 신선한 자극을 줄 것으로 기대했다. 실제로 일정 영역에선 그런 가능성을 보였다.
 
NC는 창단 이후 창의적이고 색다른 마케팅 활동으로 프로야구계에 큰 주목을 받았다. 기존 구단들이 소홀했던 홈페이지와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운영부터, 스토리텔링을 활용한 마케팅까지 모든 게 획기적이었다. ‘정의·명예·존중’이란 캐치프레이즈로 성적이 아닌 ‘가치’를 앞세운 것도 높게 평가됐다. 그렇다고 야구장 밖에서만 열심이었던 건 아니다.
 
NC는 신인 선수와 외부 영입 선수들로 구성된 팀을 빠르게 정비해 1군 진입 2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뤘다. 그리고 이후 4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과 '한국시리즈 준우승'이란 큰 성과도 거뒀다. 나성범, 박민우 등 스타를 키워냈고, NC만의 매력적인 야구 색깔을 만들었다는 호평을 받았다. 여기까지만 해도 분명 NC는 막내구단다웠고, 신선했다.
 
하지만, 2016년 승부조작 사태가 터지면서 NC의 신선한 이미지에 조금씩 때가 묻기 시작했다. 그해 7월 21일 창원지방검찰청이 발표한 프로야구 승부조작 사건에 연루된 투수 이태양은 야구계로부터 영구 제명됐다. 
 
여기다 같은 해 11월엔 ‘승부조작 은폐’ 의혹까지 터졌다. NC 핵심 관계자 2명이 2014년 당시 소속 투수였던 이성민의 승부조작 의혹을 인지하고도 은폐한 뒤, KT가 신생팀 특별지명으로 데려가도록 유도해 10억 원의 이득을 챙겼다는 혐의를 받은 것이다. 시간상 '이성민 사건'은 이태양 사건보다 먼저 발생했다. 만일 이성민 사건 때 철저히 선수단을 관리했다면, 이태양 사건은 터지지 않았을  있었다.
 
대중에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NC 선수가 연루된 또 다른 승부조작 의혹도 있었다. 2012년 2월 검찰 수사 발표에서 인터넷 도박 혐의로 약식기소된 투수 A다. 경찰 조사에서 A는 팀 동료 선수에게 승부조작을 제의한 혐의를 받았다. 그러나 NC 동료 선수들은 이 제의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NC는 2014년 이미 A 선수가 동료들에게 승부조작을 제안한 사실을 인지했다. 하지만 KBO에 보고하지 않은 채 방출했다. 이후 A는 2016년 한화에 육성선수로 입단했고, 퓨처스리그 경기에도 등판했다. NC는 이때도 KBO와 한화에 A 선수 관련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나중에 승부조작 사태가 터지고 A의 혐의가 거론되자, 한화는 뒤늦게 A를 방출했다. 
 
NC, 창단 7년 만에 ‘초유의 사건’만 몇 번째인가
 
[엠스플의 눈] NC·KT는 어쩌다 ‘노회한’ 막내구단이 됐나

 
이성민 사건 당시 책임자였던 NC 구단 관계자 2명은 2016년 11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검찰은 2017년 2월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NC 관계자 2명에 대해 '무혐의'를 적용했다. NC는 이 사건을 언급할 때마다 '검찰이 무혐의 처분한 사건'이란 걸 강조한다. 당시 한 언론 인터뷰에선 ‘홀가분’하다는 표현까지 썼다.
 
하지만, 당시 법조계에선 ‘마땅히 처벌할 만한 법 조항이 없었다뿐이지, 도의적인 책임까지 없다는 의미는 아니’란 해석을 내놨다. 실제로 검찰은 KBO 규약상 'NC가 KT에 이성민의 승부조작 의혹을 고지할 의무가 없었다'고 해석하고서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KBO 규약이 허술해 마땅히 처벌할 조항을 찾지 못했다는 게 가장 적합한 표현일 것이다.
 
검찰의 무혐의와 별개로 이성민 재판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성민은 1심 재판에서 징역 8개월-집행유예 2년-사회봉사 160시간을 선고받은 뒤 항소했다. 하지만, NC는 구단 관계자 2명에게 무혐의 처분이 나오자 기다렸다는 듯 직무정지 상태였던 이 둘을 새로운 보직에 배치했다.
 
막내구단의 일탈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2016년 10월엔 에릭 테임즈 음주운전을 5일이나 지나서 KBO에 보고해 은폐 의혹을 자초했다. NC가 취재진에 관련 사실을 알린 당일, 한 지역 방송사에서는 저녁 뉴스로 테임즈 음주운전 소식을 단독 보도할 예정이었다. 
 
지난해 시즌이 끝나고, NC는 신임 황순현 대표를 선임했다. 새 대표는 취임 직후 가장 먼저 한 건 ‘회전문 인사’ 단행이었다. 승부조작 사태 당시 책임자였던 배석현 전 단장을 경영본부장으로 복귀시켰고, 연고지인 창원 지역 내에서 평판이 좋지 않은 인사를 지역민 및 지역 언론과 접촉하는 보직에 배치했다. 연고지에 대한 선전포고나 다름없었다. 
 
시즌 초반인 4월엔 전력분석원 2명이 주먹다짐 끝에 팀을 떠났다. 창단 때부터 함께한 구단 직원이 팀을 떠나는 일도 벌이지고 있다. NC 한 관계자는 “새 대표 부임 이후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직원이 적지 않다”고 털어놨다. 5월 28일엔 강윤구 트레이드 당시 1억 원의 뒷돈이 오간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승부조작, 승부조작 은폐 의혹, 음주운전 은폐 의혹, 회전문 인사, 구단 직원간 주먹다짐에 뒷돈 트레이드까지. 30년 이상 역사를 지닌 기존 구단에서도 보기 힘든 초유의 사태가 7년이란 짧은 기간 동안 숱하게 벌어진 NC의 역사다.
 
사고뭉치 막내, KBO와 기존 구단들 보고 배웠나
 
[엠스플의 눈] NC·KT는 어쩌다 ‘노회한’ 막내구단이 됐나

 
NC보다 역사는 2년 짧지만 KT '막장 사고' 역사도 만만찮다. 대표적인 건 2015년 10월 터진 장성우 사태다. 현역 선수가 동료와 지도자들을 원색적으로 비난한 사실이 지인의 SNS를 통해 드러나 큰 물의를 빚었다. KBO는 장성우에게 유소년봉사활동 120시간, 사회봉사 활동 120시간의 징계를, KT는 50경기 출전 정지와 벌금 2천만 원, 연봉 동결의 자체 징계를 내렸다. 
 
2016년엔 ‘김상현 사건’이 터졌다. 당시 KT는 사건을 인지하고도 즉각 현장에 알리지 않아, 김상현이 선발 출전했다가 경기에서 교체되는 촌극을 빚었다. 김상현은 즉각 임의탈퇴 중징계를 받았고, 이후 리그 복귀를 시도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그외에도 KT는 선수단의 잇단 사건 사고로 야구계에 큰 실망감을 안겼다. 
 
28일엔 넥센과 뒷돈 트레이드를 한 사실이 뒤늦게 탄로 났다. 3년 연속 꼴찌 위기에 전력 보강이 다급했다고 하지만, 리그와 팬들을 기만한 행위는 정당화될 수 없다. 메이저리그였다면 책임자가 영구 제명까지 될 수 있는 중대 사안이다. 
 
창단한 지 몇 년 되지도 않은 ‘막내구단’ NC와 KT는 어쩌다 이렇게 빨리 ‘기존 구단화’ 된 것일까. 창단 때의 초심은 어디로 가고, 기존 구단들도 안 하는 ‘나쁜 짓’을 일삼는 '사고뭉치 막내'가 된 것일까.
 
한 원로 야구인은 “막내가 누구를 보며 배우겠는가. 다 KBO와 기존 구단들의 행태를 보고 배운 것 아니겠냐”“NC와 KT가 '노회한 막내'가 된 덴 프로야구 전체의 책임이 크다”고 말했다.
 
KBO의 솜방망이 처벌과 제 식구 감싸기, 기존 구단들의 일탈이 거듭되면서 언젠가부터 리그엔 '남들도 다 한다'는 생각과 '잘못해도 큰 탈 없이 넘어간다'는 인식이 뿌리 내렸다. 그러면서 누구보다 리그의 법을 두려워해야 할 막내 구단들까지 사고를 치고 있다. 정운찬 새 총재가 외치는 '클린베이스볼' 구호가 초라해 보이는 이유다. 
 
배지헌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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