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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우의 MLB+] '출루 머신'으로 돌아온 추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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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28 (월)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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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일 2018.05.28 (월) 15:05

                           
[이현우의 MLB+] '출루 머신'으로 돌아온 추신수


 


[엠스플뉴스]


 


우리가 알던 추신수가 돌아왔다. 추신수(35·텍사스 레인저스)는 27일(이하 한국시간) 열린 캔자스시티 로열스와의 경기에서 10회말 상대 투수 케빈 맥카시의 공을 받아쳐 끝내기 홈런을 쏘아 올렸다. 2018시즌 8호 홈런이자, 통산 176번째 홈런. 참고로 176홈런은 역대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아시아 타자 가운데 최다 홈런 기록이다.


 


이어 28일 경기에서도 3타수 1안타(2루타) 1볼넷을 기록한 추신수의 2018시즌 성적은 어느덧 타율 .260 8홈런 23타점 OPS .787이 됐다. 타율이 낮다고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추신수의 출루율은 타율보다 1할 이상 높은 .361에 달하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추신수는 상대적으로 낮은 타율에도 불구하고 wRC+(조정 득점창출력, 100이 평균) 114를 기록 중이다.


 


현대야구에서 출루율이 갖는 가치는 특별하다. 출루율이 높다는 것은 곧 아웃 당하지 않고 주자로 살아나갔다는 뜻이다. 그리고 야구 경기에서 득점의 기본 명제는 우선 누상에 주자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출루율은 세이버메트릭션들이 타자를 평가하는 데 있어 가장 기본적인 지표이자, 주요 지표 가운데 하나로 사용되고 있다.


 


추신수가 지난 2013년 텍사스와 7년 1억 1300만 달러(약 1214억 원)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에 FA 계약을 맺을 수 있었던 비결 역시, 그가 통산 .389에 달하는 출루율을 기록하는 타자였던 것이 주효했다. 그리고 추신수는 텍사스 이적 후 부상과 부진에 시달렸음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타율 대비 1할 가까이 높은 출루율만큼은 유지해왔다.


 


추신수의 2018시즌 기간별 성적


 


[3월 30일~5월 16일] 타율 .241 출루율 .312 장타율 .382  OPS .695


[5월 17일~5월 27일] 타율 .355 출루율 .556 장타율 .645 OPS 1.201


[2018시즌 전체] 타율 .260 출루율 .361 장타율 .426 OPS .787 


 


그러나 올해 초에는 달랐다. 당시 슬럼프에 빠져있었던 추신수는 꾸준했던 선구안에서도 문제점을 드러냈다. 5월 17일까지 추신수의 출루율은 고작 .312, 타석당 볼넷 비율은 7.9%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타율 대비 1할 이상 높은 출루율을 기록 중인 이유는, 최근 11경기에서 556에 달하는 출루율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추신수의 타석당 볼넷 비율은 무려 31.1%(ML 3위)에 달한다. 그 사이 추신수에겐 어떤 일이 생긴걸까?


 


뜬공 혁명 대열에 동참한 추신수, 그러나...


 


[이현우의 MLB+] '출루 머신'으로 돌아온 추신수


[이현우의 MLB+] '출루 머신'으로 돌아온 추신수


 


올 시즌 추신수에 대해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요소를 딱 한 가지만 꼽자면, 아마도 '레그킥'일 것이다. 2018시즌을 앞두고 추신수는 과감한 변화를 시도했다. LA 다저스 3루수 저스틴 터너의 은사로도 잘 알려진 덕 래타 개인 타격 인스트럭터에게 레슨을 받으면서 레그킥 장착에 나선 것이다. 이는 레그킥과 어퍼스윙을 기반으로 '공을 강하게 멀리 치는 것'에 집중하는 최근 메이저리그의 타격 트랜드를 수용함으로써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서였다.


 


메이저리그 14년 차인 추신수는 커리어 내내 토-텝(toe-tap, 앞다리로 발끝으로 지면을 툭툭 튕기는 동작) 수준 이상으로 다리를 들어 올린 적이 없었다. 테이크백(take back, 스윙하기에 앞서 배트를 뒤쪽으로 약간 당겨 힘을 모으는 동작)도 거의 없다시피 했다. 이런 '사전 동작이 최소화된 타격폼'은 추신수가 통산 패스트볼 상대 타율 .328을 기록할 수 있었던 비결이었다. 하지만 단점도 있었다. 바로 힘을 모으는 동작이 없기 때문에 장타 생산에 있어선 불리하다는 점이다.


 


물론 통산 다섯 차례나 단일시즌 20홈런 이상을 기록한 추신수의 타격 자세가 장타를 치기에 불리하다는 말은 선뜻 납득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20홈런은 더는 메이저리그에서 특별한 기록이 아니게 됐다. 2000년대 들어 시즌당 약 82명 수준이었던 20홈런 달성자는 지난해 117명으로 35명가량 늘어났다. 이에 따라 지난해 22홈런을 친 추신수의 홈런 순위는 MLB 전체 95위에 불과했다. 같은 22홈런을 친 2010년에 비해 42계단이나 밀려난 수치다.


 


[이현우의 MLB+] '출루 머신'으로 돌아온 추신수


 


이러한 급격한 홈런 증가에는 최근 <공인구 조사 특별 위원회>의 연구결과에서 밝혀졌듯이 "공인구의 공기역학적 특성 변화로 공이 좀 더 멀리 날아가게 된 것"이 영향을 미쳤다. 같은 타구 속도와 발사 각도에도 불구하고 이전보다 공이 멀리 날아가게 되면서 MLB에는 '레그킥을 통한 원활한 중심 이동'과 '어퍼 스윙'을 통해 더 좋은 성적을 기록하는 타자들이 등장했고, 여러 선수가 이를 모방했다. 그리고 레타 코치는 이 분야에 있어 독보적인 명성을 쌓아가고 있었다.


 


추신수는 장타를 치기 불리한 타격 자세에도 불구하고 이미 타고난 힘을 바탕으로 20홈런 이상을 쳐낼 수 있는 타자였다. 그렇기에 레그킥을 장착할 수 있다면 더욱 원활해진 중심 이동을 통해 더 많은 홈런을 쳐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시즌 개막 이후 첫 주는 이런 예상대로 되어가는 듯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예상과는 달리 추신수의 타격감은 급격히 나빠지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추신수의 새로운 타격폼에 한 가지 결정적인 단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레그킥의 단점을 극복해내다


 


[이현우의 MLB+] '출루 머신'으로 돌아온 추신수


[이현우의 MLB+] '출루 머신'으로 돌아온 추신수


 


추신수는 간소화된 타격폼을 이용해서 공을 오랫동안 지켜보고 치는 타자였다. 이것이야말로 추신수가 커리어 내내 높은 출루율을 유지한 비결이다. 하지만 중간에 레그킥이란 동작이 추가되면, 공을 인식하고 스윙을 할 때까지의 시간이 길어진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시즌 초 추신수가 택한 방식은 공을 지켜보는 시간을 줄이고 (레그킥 동작을 포함해) 스윙을 시작하는 시기를 일찍 가져가는 것이었다. 즉, 히팅 포인트를 과거보다 앞에 두고 타격을 했다는 얘기다.


 


문제는, 이렇게 공을 보는 시간이 짧아지면서 추신수의 선구안이 흐트러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5월 16일까지 추신수의 스윙 비율(Swing%)은 42.6%에 달했다. 이는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만 28세)였던 2011년 이후 가장 높은 스윙 비율이었다. 스윙비율이 늘어나면 지켜보는 공이 줄어들고, 그렇게 되면 볼넷은 자연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한편, 어떻게든 공을 맞힌다고 하더라도 타구에 땅볼이나 내야뜬공 등 빗맞은 타구가 늘어나게 된다.


 


시즌이 개막하고 시간이 흐르자, 추신수를 상대하는 투수들은 이런 사실을 눈치채고 그를 상대로 유인구성 변화구를 던지는 비율을 늘렸다. 시즌 극초반을 지나자 추신수가 한 달 가까이 부진에 빠졌던 이유다. 하지만 그때 추신수의 도우미가 나타났다. 바로 텍사스의 보조 타격 코치인 저스틴 마쇼어다. 네이버스포츠 <추신수 MLB 일기>에 따르면 마쇼어는 레그킥을 하면서 볼넷이 줄어드는 문제로 고민하던 추신수에게 히팅 포인트를 뒤로 가져갈 것을 조언했다.


 


이후 추신수는 타격 훈련 때마다 조금 늦게 치려는 연습을 반복했다. 한편, 그 과정을 통해서 생긴 변화가 있다. 바로 레그킥의 높이다. 위 사진은 추신수의 2018년 4월 타격폼과 최근 타격폼을 비교한 자료다. 레그킥의 높이가 낮아진 것을 육안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레그킥을 간소화하면서 얻은 효과는, 공을 보는 시간이 다시 길어졌다는 것이다. 최근 10경기 동안 추신수의 스윙비율이 33.7%로 감소하고, 볼넷 비율은 31.1%로 높아진 비결이다.


 








 


 


 


이런 추신수의 반등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 있다. 성공을 위해서는 한 가지 길만 있는 것이 아니란 점이다. 터너를 비롯해 레그킥을 더 높게 함으로써 이전보다 큰 성공(장타↑)을 거두는 타자가 있지만, 단순히 레그킥을 높게 한다고 해서 모든 타자가 성공을 거두는 것은 아니다. 개선점을 발견하고 새로운 시도를 하되, 그것은 기존의 장점(선구안)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자신에게 맞는 방식으로 수행되어야 한다. 추신수는 만 35세란 나이에 그것을 해냈다.


 


이것만으로도 그가 얼마나 기량 유지를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는 선수인지를 충분히 짐작해볼 수 있다. 


 


이현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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