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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스플 이슈] 대학야구 대표팀은 왜 세계선수권 참가를 포기했나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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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28 (월) 10:22

                           
| 8년 만에 다시 열리는 세계대학야구선수권 대회 참가를 위해 대표팀 감독을 선임하고, 대표 선수를 선발하던 '한국대학야구연맹'이 돌연 대회 참가를 포기해 논란이 되고 있다. 왜 대학야구연맹은 국제대회 참가를 포기한 것일까.
 
[엠스플 이슈] 대학야구 대표팀은 왜 세계선수권 참가를 포기했나

 
[엠스플뉴스]
 
2018 세계대학야구선수권 대회는 예산문제 및 대회준비 미흡으로 불참하게 됐다. 추후엔 예산확보와 준비를 잘해 참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최근 한국대학야구연맹(이하 연맹)이 밝힌 세계대학야구선수권대회 불참 사유다. 
 
불참 소식을 들은 대학야구계는 "황당하다"는 반응 일색이다. 한 대학 감독은 “연맹이 김경호 단국대 감독을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하고, 대표팀 선수들을 선발하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갑자기 예산과 준비 미흡으로 출전을 포기한다고 발표하니 솔직히 뭐가 뭔지 잘 모르겠다”며 고갤 갸웃했다.
 
대학야구 사정에 밝은 한 프로팀 관계자는 “예산 부족도 부족이지만,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며 이렇게 귀띔했다. 대표팀 선수 선발을 놓고 대표팀 감독과 연맹, 다른 감독들 사이에 의견 충돌이 있었다. 이 견해차를 좁히지 못해 아예 대표팀을 보내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안다."
 
“대표팀 선발, 난항 있었지만 참가 무산 결정적 이유 아니다”
 
[엠스플 이슈] 대학야구 대표팀은 왜 세계선수권 참가를 포기했나

 
대학야구 대표팀 감독과 대표선수 선발은 연맹이 구성한 기술경기력향상위원회가 전담한다. 그렇다면 대표팀 구성 과정의 잡음이 국제대회 출전 무산으로 이어졌다는 일각의 주장은 어느 정도 사실일까.
 
지방대학의 한 감독은 “'대표팀 선수 선발을 두고 감독 간 의견차가 심하다'는 얘길 들었다. 과거에도 대표팀 감독이 자기 학교 선수를 대거 선발하려다 다른 대학 감독들의 반대에 부딪혀 논란이 되곤 했다"며 "이번에도 대표팀 선수 선발이 순조롭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연맹은 애초 5월 18일까지 대표팀 엔트리를 확정해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이하 협회)에 전달할 예정이었다. 협회 김용균 사무처장은 "원래는 18일이 제출 날짜였는데, 연맹 쪽에서 갑자기 엔트리 제출 날짜를 조금만 미뤄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다 17일 갑자기 대회 불참 결정을 했다는 사실을 전해 들었다"며 "지금도 당황스럽다"고 밝혔다.
 
[엠스플 이슈] 대학야구 대표팀은 왜 세계선수권 참가를 포기했나

 
연맹 관계자는 엠스플뉴스와 통화에서 발표한 그대로 예산 부족이 대회 불참의 이유라고 답변했다. 이 관계자는 '대표팀 선수 선발 잡음이 불참의 결정적 이유 아니냐'는 질문엔 “우리가 낸 보도자료 중에 ‘대회준비 미흡’이란 문구가 있다. 그걸 보고 이해해주시면 될 것 같다”는 말로 애써 부정하지 않았다.
 
연맹의 다른 관계자는 “대표팀 선발 문제가 세계선수권대회 불참을 결정한 이유 가운데 하나인 건 확실하다. '엔트리 마감일까지 대표팀 선발이 어렵다'는 판단 아래 참가를 포기했다"면서도 "물론 주된 문제는 예산 부족”이라고 강조했다. 
 
여러 이야기를 종합하면 대표팀 선발이 매끄럽게 진행되지 않았다는 일각의 주장은 어느 정도 사실에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표팀 선발 과정에 빚은 마찰이 대회 불참의 결정적인 원인이란 주장은 지나친 확대 해석'이란 게 연맹의 설명이다.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됐던 김경호 단국대 감독 역시 “원래 대표팀을 뽑을 땐 어느 정도 의견 차이가 있게 마련이다. 이번에도 의견 차이가 전혀 없었던 건 아니”라면서도 “그것 때문에 국제대회 참가가 무산됐다는 건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예산 때문에 국제대회 포기하는 대학야구 현주소
 
[엠스플 이슈] 대학야구 대표팀은 왜 세계선수권 참가를 포기했나

 
대학야구연맹 관계자는 “세계대회 참가예산을 편성 받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이 관계자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주최단체 지원금이 대학 주말리그에만 사용할 수 있게 한정돼 있다. 대한체육회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를 통해 대학야구연맹에 지원하는 국제대회 예산이 이번 대회엔 나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협회 관계자는 “이번 세계선수권대회는 국제대학스포츠연맹(FISU)이 주관하는 대회다. 숙박비부터 항공료까지 참가비용을 대학야구연맹이 직접 해결해야 하는 대회”라며 "이를 대학야구연맹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대학야구선수권대회는 2002년 이탈리아에서 첫 대회를 시작한 뒤 격년제로 열리다 2010년 일본 도쿄대회를 끝으로 잠시 중단된 바 있다.
 
연맹은 세계대학야구선수권대회 참가를 놓고 처음부터 혼선을 빚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야구 관계자는 “처음에는 예산 부족으로 대회에 참가하지 않을 거라는 얘기가 나왔다. 그러다 감독자들이 대회 참가를 강하게 주장하면서, 연맹 자체적으로 예산을 조달해 참가하기로 했다. 대표팀 감독을 정하고 선수 선발을 진행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전했다.
 
연맹은 이번 세계선수권대회 참가를 위해 한국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에 예산 지원을 요청했지만, 여의치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연맹 자체 기금으로 대회에 출전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결국 마감 시한까지 예산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고, 결국 8년 만에 다시 열리는 국제대회 참가를 포기한 것으로 밝혀졌다.
 
대학 감독들은 국제대회 참가 무산에 큰 아쉬움과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다. 서울의 한 대학야구 감독은 “대학 선수들에겐 정말 안타까운 일”이라며 “대표팀 참가는 야구 인생에서 흔치 않은 기회다. 선수들 가운데 이번 대회 출전을 염두에 두고 몸을 만들고 준비해온 선수가 많다. 자칫 선수들의 마음이 다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탄식했다.
 
[엠스플 이슈] 대학야구 대표팀은 왜 세계선수권 참가를 포기했나

 
이번 국제대회 참가 무산으로 연맹의 한계가 뚜렷이 드러났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야구 관계자는 “대학야구는 지금 최악의 위기 상황”이라며 “프로에 진출하는 대학 선수가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야구팬들이 대학야구 우승을 어느 팀이 차지했는지 모르는 게 현실이다. 무관심 속에 대학야구 경기가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한 지 오래”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국제대회 참가를 통해 어떻게든 대학야구 활성화를 해도 모자랄 상황에, 예산과 준비 부족 때문에 참가를 포기한다는 건 대학야구를 더 깊은 수렁으로 빠뜨리는 일이다. 대학야구연맹 회장과 부회장들은 대체 뭘하는 사람들인지 모르겠다.
 
연맹은 세계선수권대회 참가 포기를 결정한 뒤 홈페이지에 올린 짧은 공지사항으로 발표를 대신했다. 하지만 예산 부족으로 국제대회 참가를 포기하는 희대의 해프닝을 연맹 수뇌부가 나서서 사과하고 책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외되고 침체에 빠진 한국 대학야구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는 씁쓸한 해프닝이다. 
 
더 슬픈 건, 이런 코미디가 벌어졌다는 사실을 야구팬들이 아무도 모를 뿐더러 관심조차 없다는 사실이다.  
 
배지헌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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