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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헌의 브러시백] 정주현, LG 2루-발야구 '해결사' 됐다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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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24 (목) 10:22

                           
| 올 시즌을 앞두고 확실한 2루수가 없어서, 발 빠른 선수가 없어서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던 류중일 감독. 그러나 예상도 못했던 정주현이 5월 이후 주전 2루수로 자리잡으면서 LG의 고민 해결사로 등장했다.
 
[배지헌의 브러시백] 정주현, LG 2루-발야구 '해결사' 됐다

 
[엠스플뉴스]
 
LG 트윈스 류중일 감독은 올 초 스프링캠프 기간 눈에 불을 켜고 새 키스톤 콤비를 찾았다. 
 
주전 유격수 오지환이 스프링캠프에 합류하지 못한 가운데, 만일의 경우까지 대비해 새 유격수를 발굴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손주인의 뒤를 이을 2루 자리 주인도 찾아야 했다. 이에 강승호, 박지규, 윤진호, 백승현, 장준원 등 내야수 글러브를 소지한 웬만한 선수는 죄다 모아놓고 경쟁을 붙였지만, 확실한 눈도장을 찍은 선수는 나오지 않았다.
 
유격수 고민은 의외로 싱겁게 해결됐다. 기존 주전 유격수 오지환이 개막전부터 한 경기도 빠짐없이 선발 출전했다. 오지환은 올해 LG에서 유격수로 선발 출전한 유일한 선수다. 5월 24일 현재 타율 0.292에 4홈런 28타점으로 성적도 좋다. 
 
류 감독은 여전히 ‘오지환 이후도 준비해야 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지만, 지금의 페이스를 이어간다면 내년 시즌에도 오지환의 무대가 잠실이 되지 말란 법은 없다. 
 
13경기 연속 선발 출전, LG 2루 고민 해결
 
[배지헌의 브러시백] 정주현, LG 2루-발야구 '해결사' 됐다

 
2루수 고민 해결은 좀 더 시간이 걸렸다. 캠프 기간 경쟁한 선수들에게 먼저 기회가 돌아갔다. 첫 주자는 강승호. 그러나 장점인 타격 부진(타율 0.191)에 수비에서도 아쉬운 장면을 거듭 연출한 끝에 2군에 내려갔다. 이어 박지규에게 기회가 돌아갔지만, 역시 공수에서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세 번째 주자가 정주현이다. 사실 정주현은 1군 스프링캠프 명단에 들지 못했던 선수다. 류 감독은 수비의 안정감을 중시하는 지도자다. 확실한 자기 포지션이 없는 정주현은 류 감독 머리에 제일 먼저 떠오를 만한 스타일의 선수는 아니다.
 
1군 캠프에 탈락한 정주현은 2군 캠프를 치른 뒤 이천 챔피언스 필드에서 시즌을 준비했다. 2군에서 평가가 좋았다. LG 퓨처스팀 관계자는 캠프 탈락 멤버 중에는 정주현의 페이스가 가장 좋다. 공수에서 기량이 많이 올라왔다. 1군에 올라가면 쓰임새가 많을 것이라고 예고했고, 정주현은 개막전부터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는 데 성공했다. 
 
4월까지는 선발 출전 기회가 전혀 주어지지 않았다. 대주자, 혹은 외야 대수비 요원으로 이따금 경기에 나섰다. 그러다 강승호, 박지규 카드가 죄다 실패로 돌아간 5월초 기회가 왔다. 5월 8일 잠실 롯데전에서 시즌 처음 2루수로 선발 출전 기회를 얻었다.  
 
타석에선 2루타 하나를 때려냈지만, 수비에선 아쉬운 장면을 연출했다. 2-0 앞선 4회초 1사 2루 때 이병규의 1-2간 빠지는 타구를 잡은 뒤 1루에 무리하게 던지다 악송구 실책. 2루 주자의 득점을 허용했다. 팀은 2-4로 역전패, 8연패 수렁에 빠졌다.
 
하지만 류 감독은 다음날 경기에도 정주현을 선발 2루수로 기용했다. 정주현은 눈부신 호수비로 화답했다. 1-1 동점을 이룬 3회초 2사 2루, 이대호의 중전안타성 타구를 몸을 날려 잡아내 이닝을 끝냈다. 역전 위기를 모면한 LG는 3-2로 승리, 길었던 8연패 늪에서 탈출했다.
 
이후 정주현은 한 경기도 빠짐없이 선발 2루수로 출전하고 있다. 8일 롯데전부터 23일 NC전까지 13경기 연속 선발 2루수 출전이다. 처음에는 류 감독이 “공격 때문에 쓴다”고 했지만, 점차 수비에서도 안정적인 플레이로 신뢰를 쌓아 가는 중이다. 8일 롯데전 실책이 올해 정주현의 유일한 실책. 23일 NC전까지 12경기 연속 무실책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23일 잠실 NC전에선 여러 차례 수비에서 인상적인 장면도 선보였다. 여러 차례 나온 2루 포스 아웃 상황, 더블플레이 상황에서 안정적으로 아웃카운트를 잡아냈다. 6회초 2아웃에선 박석민의 까다로운 타구를 잘 처리해 이닝을 끝냈고, 7회 2아웃에서도 김종민의 라인드라이브를 점프 캐치로 잡아냈다.
 
류 감독은 정주현에 대해 “수비에서 큰 실수 없이 잘 하고 있지 않느냐”며 수비에서 큰 문제만 보이지 않는다면, 당분간 2루수로 계속 갈 것이라 했다. 정주현은 1군 엔트리에 ‘외야수’로 등록한 선수다. LG의 뿌리깊은 2루 고민이 ‘외야수’ 정주현을 통해 해결 실마리를 찾아가고 있다.
 
도루성공률 100% 정주현, LG 발야구 고민 해결
 
[배지헌의 브러시백] 정주현, LG 2루-발야구 '해결사' 됐다

 
정주현이 해결한 LG의 고민은 2루 자리 뿐만이 아니다. LG의 약점인 ‘발야구’ 고민도 정주현을 통해 해결책을 찾았다. 류 감독은 캠프 때부터 줄곧 “발 빠른 선수가 없다”고 탄식했다. “선수들 뛰는 능력이 너무 떨어진다. 안익훈 정도 외엔 뛸 선수가 보이지 않는다.” 류 감독이 여러 차례 했던 말이다.
 
류 감독은 희생번트보다는 뛰는 야구와 다양한 전술을 적극 활용하는 지도자다. 뛸 선수가 없는 팀 구성이 못내 아쉬울 수밖에 없다. 4월까지만 해도 류 감독의 고민은 현실로 나타나는 듯 했다. 3월과 4월 두달간 LG는 팀 도루 15개로 해당 기간 리그 7위에 머물렀다.
 
그러나 정주현이 본격적인 뜀박질을 시작하면서 고민을 덜었다. 정주현은 2루수 선발 출전한 13경기에서 3차례 도루를 시도해 3번 모두 성공했다. 대주자로 기록한 도루 3개까지 포함하면 6번 시도해 6번 모두 성공했다. 성공률 100%. 20일 한화전과 22일 NC전에선 2경기 연속 도루를 기록했다.
 
정주현은 LG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도루를 시도하는 선수다. 도루시도율 17.7%로 LG 팀내에서 가장 도루시도율이 높고, 리그에서도 심우준-로저 버나디나-박해민 다음으로 높은 도루시도율을 기록 중이다(5도루 이상 기준). 주루에서도 오지환과 함께 한 베이스 더 가는 주루를 통해 득점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 
 
24일 현재 정주현의 스피드스코어(빌 제임스가 고안한 지표. 도루, 도루실패, 3루타 등을 종합해 측정)는 5.6으로 LG 팀내 1위다. 
 
정주현은 프로 데뷔 때부터 빠른 발과 도루 능력으로 주목받았던 선수다. 대구고 시절 전국대회에서 도루상을 수상했고, 2008 청소년 대표팀에서도 빠른 발과 주루 센스로 한국의 우승에 기여했다. 2013시즌엔 시즌 10도루(4실패)로 두 자릿수 도루를 기록하기도 했다. 
 
정주현이 적극적으로 뛰고 이천웅, 오지환이 함께 뛰면서 LG는 5월 들어 팀 도루 12개로 해당 기간 4위를 기록하고 있다. 도루를 통한 득점창출을 나타내는 RAA 도루 지표는 1.27로 두산(2.92)에 이은 2위. 도루 성공률도 73%로 두산(78.6%)에 이은 2위다. 무모한 도루 시도가 오히려 팀 득점력을 깎아먹는다는 점을 생각하면, LG는 도루를 비교적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시즌 초반만 해도 정주현은 류중일 감독의 계산에 포함되지 않은 카드였다. 그러나 시즌 중반으로 접어든 지금, 정주현은 기대 이상의 활약으로 LG의 2루수와 발야구 고민을 일거에 해결하는 중이다. 고민 해결! 이렇게 한 치 앞도 모르는 게 야구다.
 
배지헌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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