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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우의 MLB+] 탬파베이의 새로운 도전, ML 대세될까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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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22 (화) 19:00

                           


 
[엠스플뉴스]
 
지난 주말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에 위치한 <에인절스타디움>에서 매우 진귀한 장면이 연출됐다. 탬파베이 레이스의 불펜 투수인 세르지오 로모(35)가 선발 투수로 등판한 것이다. 로모는 20일(한국시간) LA 에인절스전에서 선발로 등판하기 전까지 통산 588경기를 모두 불펜 투수로서 등판했던 투수다. 단순히 선발 등판을 한 것만으로도 화제가 될만하다. 
 
하지만 이 사건에서 진짜로 놀랄만한 점은 따로 있다. 20일 선발 등판한 로모가 이튿날인 21일에도 선발 투수로서 등판한 것이다. 전날 선발 등판해서 1이닝 이상 투구한 투수가 다음 날 다시 등판한 사례는 1980년 오클랜드 어슬레틱스 투수 스티브 맥카티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물론 로모는 일반적인 선발처럼 기용되지는 않았다. 로모는 20일 경기에서 1이닝만을 소화했고, 그가 만난 세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처리했다. 21일 경기에서는 1.1이닝을 2볼넷 3탈삼진으로 막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로모를 선발 투수로 등판시킨 경기에서 탬파베이는 에인절스를 상대로 1승 1패를 거뒀다. 양 팀의 전력 차이를 생각했을 때 이는 절대 나쁜 결과가 아니었다.
 
탬파베이는 재정상의 문제로 올 시즌이 시작되기 전 주축 타자였던 에반 롱고리아, 코리 디커슨, 로건 모리슨, 스티븐 수자와 주축 투수였던 알렉스 콥, 제이크 오도리지를 떠나보내야 했다. 지난해 이들의 fWAR(대체선수 대비 기여승수) 합계 14.6승은, 팀 전체 WAR인 36.9승의 약 40%에 해당한다. 이정도로 전력이 이탈하면 성적이 급락하는 게 당연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탬파베이는 지난해(80승 82패 승률 49.4%)와 거의 비슷한 승률(22승 23패 48.9%)를 유지하고 있다. 아직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전력 이탈을 고려했을 때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탬파베이가 일으키고 있는 이변은 우연이 아닐지도 모른다. 시즌 시작 전부터 탬파베이는 어쩔 수 없이 약화된 전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여러 방안을 마련했다. 
 
'불펜 투수를 선발로 기용하는 전략' 역시 그런 일환 가운데 하나였다.
 
'불펜 투수를 선발로 기용하는 전략'의 근거
 


 
탬파베이는 올 시즌을 앞두고 고정적으로 로테이션을 소화하는 선발 투수를 4명으로 줄이는 대신 5인 선발 로테이션 하에서 5선발이 맡았어야 할 1경기를 불펜 투수들에게 맡기기로 했다. 한마디로 말해, 5경기 중 1경기는 고정적인 선발 투수를 두지 않고 불펜 투수를 총 투입하는 방식으로 치르겠다는 것이다. 이런 선택을 내린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추측해볼 수 있다.
 
첫째, 최근 들어 타순이 돌면 돌수록 선발투수의 성적이 급격히 나빠지는 경향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베이스볼레퍼런스>에 따르면 지난해 선발투수의 첫 바퀴 피OPS는 .728이었다. 그러나 두 번째 바퀴에선 .782, 세 번째 바퀴에선 .805로 급격히 증가했다. 이런 이유로 A급 선발투수의 평균 이닝마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하물며 5선발급 투수는 말할 것도 없다.
 
둘째, 선수층이 두터운 메이저리그에서도 한 시즌 내내 5명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실제로 지난해 선발 5명이 모두 25경기 이상 등판한 구단은 한 팀도 없었다. 시즌을 치르다 보면 적어도 5인 로테이션 가운데 한 자리는 대체선수급(replacements level) 자원이 뛰게 된다. 그럴 바에야 5일 중 하루는 불펜 투수로 기용하는 게 효율적일 수도 있다.
 
2018년 메이저리그 선발투수의 타순 바퀴별 성적
 
한 경기에서 첫 번째 상대 시: .697
한 경기에서 두 번째 상대 시: .722
한 경기에서 세 번째 상대 시: .805
 
탬파베이의 재정 형편상 5인 선발 로테이션을 구성할 경우 5선발 자리는 마이너리그에서 갓 올라온 신인이나, 최저 연봉을 주고 영입한 베테랑 선발투수가 맡게 될 것이 뻔하다. 그렇게 되면 그날의 승패는 운에 맡기는 수밖에 없다. 그 대신 불펜투수를 쏟아붓는다면 승률은 올라갈 수밖에 없다. 즉, 소위 말하는 '버리는 경기'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에인절스를 상대로 로모를 선발로 낸 전략은 주목할만하다.
 
불펜 Day의 효용성, 그러나 결정적인 의문점
 
 
 
탬파베이가 에인절스를 상대로 로모를 낸 것은 에인절스의 강력한 상위타선이 대부분 우타자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좌타 강타자인 오타니는 선발 등판 전 휴식일, 선발 등판일이라 타석에 들어서지 않았다). 한편, 로모는 우타자를 상대로 만큼은 여전히 강한 면모(피안타율 .192)를 보이고 있다. 그런데 경기가 막 시작된 만큼 에인절스가 대타를 낼 확률은 희박하다. 
 
따라서 우타자를 상대로 강한 로모는 첫 이닝을 성공적으로 막아낼 확률이 매우 높다. 반면, 에인절스와는 반대로 상위타선이 대부분 좌타자로 구성된 팀을 만나면 탬파베이는 좌투수인 라이언 야브로를 선발로 낸다. 선취점이 갖는 중요성을 생각했을 때 탬파베이의 전략은 확실히 효율적이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이런 탬파베이의 전략에는 결정적인 약점이 있다.
 
바로 불펜의 혹사 문제다. 일반적인 기용 방식으로는 선발투수를 1명 줄이는 대신 불펜투수를 8명으로 늘리더라도 불펜에게 가해지는 추가 부담이 심할 수밖에 없다. 이를 피하기 위해선 적어도 2명 이상의 멀티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불펜투수는 필수다. '좌타 전문요원'처럼 1이닝을 채 소화하지 않는 보직을 없애고, 그 자리를 1이닝 이상 소화할 수 있는 투수로 채워야 한다.
 
탬파베이의 최근 5경기 선발투수 명단
 
5월 17일 제이크 파리아(선발)
5월 18일 크리스 아처(선발)
5월 19일 블레이크 스넬(선발)
5월 20일 세르지오 로모(불펜)
5월 21일 세르지오 로모(불펜)
 * 탬파베이는 4선발 역할을 수행했던 요니 치리노스가 지난 4월말 부상을 입으면서 당초 5일 가운데 하루로 예상되던 불펜 Day를 최근 이틀로 늘렸다.
 
한편, 10일로 줄어든 최소 부상자명단 등재기간과 마이너리그 옵션을 잘 활용해야 하는 것은 덤이다. 게다가 설사 앞서 말한 바대로 모두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탬파베이식의 기용이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다. 하지만 탬파베이의 새로운 시도는 명확한 필요성과 함께 성공할 경우 향후 메이저리그의 투수 기용을 완전히 바꿔놓을 만한 잠재력을 지녔다.
 
과연 탬파베이는 2008년부터 2013년까지 그랬던 것처럼 트랜드를 이끄는 구단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아니면 2012년 4인 로테이션을 실험했던 콜로라도 로키스처럼 무모한 실패 사례로 남게 될까? 남은 시즌 탬파베이의 투수 운용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이현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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