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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헌의 브러시백] ‘장정석 주니어’ 덕수고 장재영, 급이 다른 유망주가 나타났다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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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22 (화) 11:22

                           
| 덕수고 1학년 장재영은 최근 주목받는 야구인 2세 선수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재능을 가진 선수다. 탁월한 신체조건에서 나오는 150km/h대 강속구, 제구력, 경기운영능력, 여기에 16살답지 않게 차분한 성품까지. 장정석 넥센 감독의 2세로 더 주목받는 장재영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엠스플뉴스]
 
보통 ‘야구인 2세’ 선수는 자기 실력보다 아버지 때문에 먼저 유명세를 탄다. 누구누구의 아들이란 사실이 먼저 알려지면서 이름을 알리고,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실력을 발휘해 인정을 받는 순서를 거친다. 넥센 히어로즈 이정후도 프로 무대에서 맹타를 휘두르기 전까지는 ‘바람의 아들’ 이종범의 아들로 먼저 알려졌다. 
 
덕수고 1학년 우완투수 장재영은 반대다. 장재영은 모두가 깜짝 놀랄 만한 야구 실력으로 먼저 이름을 알렸다. 신월중학교 3학년 때 이미 144km/h를 스피드건에 찍었다. 덕수고에 진학한 뒤엔 150km/h대로 스피드를 끌어올렸다. ‘급이 다르다’는 스카우트들의 찬사가 쏟아진다. 그러고 난 뒤 뒤늦게 장재영의 성장 배경이 알려졌다. 넥센 히어로즈 장정석 감독의 2남 1녀 중에 야구를 한다던 장남이 바로 장재영이다. 
 
장재영의 배경이 뒤늦게 알려진 데는 이유가 있다. 장정석 감독이 평소 자식 자랑을 전혀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장 감독은 평소 자녀 얘기가 나오면 ‘아들이 참 착하다’ ‘요즘 잘 못봐서 아쉽다’는 얘기만 한다. 아들이 어느 학교에서 야구를 하는지, 얼마나 대단한 유망주인지는 기자들이나 외부에 알리지 않았다.
 
경기장에서 취재진과 대화를 나누다 아들 얘기가 나와도 빙긋 미소만 지을 뿐, 별다른 얘기를 하지 않는다. 다른 아버지들처럼 시간날 때마다 아들 경기를 보러 가지도 않는다. “아들 본지 오래됐다. 기사를 통해서 봤으면 좋겠다”며 미소만 짓는다. 
 
장 감독 말대로 이제는 기사를 통해 아들을 만나는 날이 많아질 것 같다. 5월 21일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이날 덕수고-안산공고 경기에서 모든 사람의 관심은 덕수고 1학년생 장재영의 등판에 쏠렸다. 덕수고가 8-3으로 앞선 9회말, 기대대로 장재영이 마운드에 올랐다. 그리고는 주머니에서 물건 꺼내듯 손쉽게 149km/h, 151km/h를 던졌다. 
 
“저런 1학년 선수는 처음 봅니다.” 한 지방구단 스카우트의 말이다. “정말 다른 유망주들과는 차원이 달라요. 제가 스카우트 일을 시작한 뒤 본 선수 중에 가장 뛰어납니다.”
 
“재영이가 이미 중학교 때부터 140km/h 중반대 빠른 공을 던졌습니다.” 덕수고 정윤진 감독의 말이다. “3월에 입학한 뒤에 하체 쓰는 법을 집중적으로 알려줬더니 스피드가 부쩍 올라왔어요. 정말 배우는 속도가 빠릅니다.”
 
고교 무대 첫 전국대회 등판을 1이닝 무실점으로 장식한 뒤, 장재영은 “첫 등판이라 올라가기 전엔 조금 긴장했지만, 막상 올라가니까 괜찮았다. 감독님께서 긴장하지 말고 자신있게 던지라고 말씀해 주신게 도움이 됐다”고 의젓하게 말했다. 
 
의젓한 장재영 "아버지가 자랑스럽습니다"
 


 
장재영이 본격적으로 야구를 시작한 건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다. 장정석 감독은 “자식 이기는 부모 없더라”며 야구를 한 게 전적으로 아들의 의사였다고 밝혔다. 장재영도 “제가 한다고 졸랐다. 야구가 너무 재미있었다”고 했다. 어릴 적부터 친구들과 동네에서 야구, 축구를 하며 놀다가 야구에 재미를 붙였고, 아버지의 뒤를 이어 선수를 하게 됐다.
 
아버지가 선수 출신이란 사실은 알았지만, 아버지가 뛰는 모습을 직접 본 적은 없다. 2002년생인 장재영이 태어났을 때 이미 아버지는 선수 생활 막바지였다. 장 감독은 2004년을 마지막으로 현역에서 은퇴했다. 장재영이 두 살 때 일이다. 장재영은 “아버지 선수 시절은 기억이 안 난다”고 했다.
 
은퇴 이후 아버지는 현대 유니콘스와 넥센 히어로즈에서 프런트로 일했다. 아버지를 통해 자연스럽게 많은 야구인을 만나고, 야구장을 접하며 야구에 흥미를 갖게 됐다. 넥센 한 관계자는 “목동야구장 시절 야구부 유니폼을 입고 야구장에 종종 오곤 했다. 그때만 해도 꼬마였는데 벌써 이렇게 성장했다”며 흐뭇해 했다.
 
비록 프로에서 크게 빛을 보진 못했지만, 아버지도 아마추어 시절엔 이름을 날린 선수였다. 중앙대 졸업 후 현대에 입단할 때도 억대 계약금을 받았다. 그 유전자를 장재영도 고스란히 물려받았다. 여기에 철저한 준비와 관리를 통해 아버지보다 더 뛰어난 야구선수의 자질을 갖추게 됐다.
 
장재영은 키 186cm에 몸무게 86kg의 신체조건을 갖췄다. 스카우트들이 좋아하는 긴 팔과 긴 다리에 탄탄한 하체까지, 야구선수로서 축복받은 신체조건이다. 타고난 유연성에 고교에 온 뒤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면서 부쩍 힘이 좋아졌다. 벌써 150km/h 강속구를 던질 수 있는 비결이다.
 
정윤진 감독의 칭찬 "총명하고, 근성있는 선수"
 


 
한 지방구단 스카우트는 “또래 선수들보다 멘탈 면에서도 뛰어난 것 같다”고 했다. “아버지를 닮아서 그런지 차분하고 침착해요. 단지 스피드만 빠른 게 아니라 공을 원하는 곳에 던질줄 알고, 타자와 싸울줄 아는 투수입니다. 1학년답지 않아요.”
 
정윤진 감독도 장재영의 기량에 앞서 성품을 칭찬했다. “나이는 어리지만 정말 훌륭한 친구에요. 머리도 총명하고, 근성도 있구요. 정말 성품이 좋습니다.” 정 감독의 말이다. 한 지방구단 스카우트도 “얼굴만 아버지를 빼닮은 게 아니라, 성격도 아버지를 닮은 것 같다”며 칭찬했다.
 
막상 장재영은 아버지 얘기가 나오자 쑥쓰러운 듯 미소만 지었다. 아버지와 평소 대화를 자주 나누는지 묻자 장재영은 “서로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하는 편”이라고 했다. “아버지가 편해요. 평소에 대화를 자주 합니다. 주로 야구 얘기를 하지만, 다른 얘기도 많이 나눠요.” 그리고는 “아버지가 자랑스럽습니다”라고 힘주어 덧붙였다.
 
정윤진 감독은 이번 대회 덕수고의 히든카드로 장재영을 활용할 계획이다. “혹시라도 8강 이상 올라가면 그때는 붙어봐야죠”라며 장재영의 활약에 기대를 걸었다. 장재영도 “이번 대회 자신있다”며 “3연패를 반드시 해내려는 형들의 의지가 강하다”는 말로 덕수고의 대회 3연패를 자신했다. 
 
‘차원이 다른 유망주’ 장재영이 이번 전국대회에서, 그리고 앞으로 고교 무대에서 어떤 야구 드라마를 그려갈지 벌써부터 야구팬들의 가슴이 뛴다. 
 
배지헌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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