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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스플 인터뷰] 고교 덕장의 반문 “왜 한국엔 오타니가 없는가”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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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21 (월) 17:22

                           
| ‘혹사’. 한국 고교야구가 극복해야 할 과제다. 올핸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일 한계 투구수'를 105구로 조정하는 등 다양한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혹사'완 거리가 먼 고교도 있다. 바로 서울 장충고등학교 야구부다.
 


 
[엠스플뉴스]
 
덕수고, 서울고, 경남고, 장충고’
 
올해 고교야구 전국 4강으로 평가받는 팀들이다. 지난해 이 팀들의 주축이던 강백호(서울고, kt 위즈), 양창섭(덕수고, 삼성 라이온즈), 한동희(경남고, 롯데 자이언츠) 성동현(장충고, LG 트윈스) 등이 떠났지만, 여전히 4개 팀은 막강한 전력을 자랑한다. 
 
이 가운데 한국 야구계가 주목하는 건  장충고다. 
 
사실 장충고는 2006년 대통령배 이후  단 한 번도 전국대회 우승기를 차지하지 못한 팀이다. 하지만, 늘 강팀의 대열에 이름을 올려왔다. NC 다이노스 김형준 스카우트는 “장충고는 해마다 1차 지명감 투수들이 배출한다”며 “투수진이 워낙 탄탄하고, 야수들의 기본기가 확실해 모든 고교팀이 상대하기 꺼려하는 팀”이라고 평가했다. 
 
메이저리그(MLB)의 한 스카우트 역시 “장충고는 선수 기용이 여느 한국 고교팀과는 결이 다르다"며 "한 투수에게 부담을 집중시키는 법이 없다”고 말했다. 
 
과연 장충고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을까.
 
‘다혈질 코치’, 부드러운 리더쉽에 취하다.
 


 
올해도 장충고를 ‘전국 4강’으로 꼽는 아마야구 전문가가 많습니다.
 
매년 그런 말이 나오더라고요(웃음). 제가 못난 탓에 팀에 우승을 안겨주지 못했습니다. 솔직히 '만년 4강 후보'가 제겐 상당히 부담스런 꼬리표이기도 해요. 

전국대회 우승컵이 없는데도 늘 '강팀'으로 꼽히는 비결,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특별한 비결은 없습니다. 굳이 꼽자면 제 '콧수염' 덕분 아닐까요(웃음). 
 
콧수염도 콧수염이지만, 강렬한 눈매로 '무서운 감독'으로 알렸졌지 않습니까.
 
(크게 웃고서) 가끔 욱 할때가 있지만, 학생선수들에겐 가능한 한 부드러운 지도자가 되려고 노력 중입니다. 
 
한 고교 감독이 그러더군요. "고교 감독에게 인내는 곧 고행"이라고요.
 
틀린 말이 아닙니다. 지도자로 살아온지 20년이 됐지만, 예전엔 시행착오가 많았어요. 처음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을 땐 의욕만 앞섰거든요. 조급한 마음에 학생선수들을 다그치고, 호통치는 게 일상이었어요. 문제는 그런 방법이 학생선수들을 주눅 들게만 한다는 거였어요.  
 
그래서 어떻게 했습니까. 
 
문득 유영준 단장님(현 NC 다이노스 단장)이 생각나더라고요. 
 


 
유영준 단장이요?
 
지금은 NC에서 단장직을 수행하고 계시지만, 유 단장님이 장충고 감독으로 계실 때 제가 코치로 일하면서 정말 많은 걸 배웠어요. 유 단장님은 타고난 덕장이셨어요.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도 학생선수들을 움직이게 하고, 변하게 만드셨죠. 위기에 몰린 학생선수들을 다독이면서 용기를 주시던 게 지금도 어제 일처럼 생생합니다. 코치로 있으면서 자연스럽게 유 단장님의 리더쉽을 배웠던 것 같아요.
 
유 단장이 지도자의 길로 인도했다는 얘길 들은 기억이 있습니다.
 
맞아요. 현역 시절 뛰던 한국화장품 야구단이 해체하면서 포스틸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다 뒤늦게 입대했습니다. 다행히 군에 있을 때, 프로 입단을 제안한 구단이 있었어요. 나름 기대가 컸습니다. 전역 후, 유 단장님이 감독으로 있었던 서울 이수중에서 몸을 만들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인가, 유 단장님이 절 부르시는 거예요. 
 
왜요?
 
“(송)민수야. 모든 일엔 다 때가 있다. 넌 때를 잃어버린 것 같다. 아쉬움은 그만 내려놓고, 지도자의 길을 가보는 게 어떻겠니?” 하시더군요. 순간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프로 입단은 제 평생의 꿈이었으니까요. 하지만, 누구보다 유 단장님을 믿었기에 “네. 알겠습니다." 했어요. 제 지도자 생활은 그렇게 시작됐습니다. 
 
“아마추어 야구는 학생선수들이 높이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곳”
 




 
송민수 감독의 또 다른 이름은 ‘명투수 조련사’다. 투수 출신답게 두산 베어스 투수 유희관, 이용찬, KIA 타이거즈 한승혁, 한화 이글스 김진영, LG 트윈스 성동현 등 쟁쟁한 투수들을 직접 지도했다. 한화 이글스 이정훈 스카우트 팀장은 송 감독의 지도관을 ‘관리 야구’라고 불렀다. 
 
“송 감독은 우리나라 고교 감독들 가운데 혹사와 가장 거리가 먼 지도자다. 장충고 감독이 된 다음엔 학생선수들을 무리시키지 않는 선수 기용으로 주목 받았다. 송 감독은 학생선수들의 미래를 먼저 생각하는 지도자다.” 이 팀장의 말이다. 
 


 
야구계에선 감독님을 ‘명투수 조련사’로 부릅니다. 최근 기록을 살펴보니 장충고 출신 투수들이 신인 드래프트 상위권에서 상당수 지명됐더군요. 
 
운이 좋았어요(웃음). 솔직히 코치 시절부터 '투수 욕심'이 많았습니다. 제자들을 가르치는 것으로 현역 시절 이루지 못한 제 꿈을 이루고 싶었다고나 할까요(웃음). 
 
특히 ‘장충고식 관리야구’를 언급하는 야구인이 많습니다.   
 
(손사래를 치며) 장충고식이요? 그런 건 없습니다. 전 지도자 변신 후, 덕수고, 대전고, 장충고 등을 거치며 많은 걸 배웠습니다. 지금 제 야구는 많은 선배가 가르쳐준 야구를 한데 모아둔 것에 지나지 않아요.  
 
예를 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지난해 초일 거예요. 모든 야구 관계자가 장충고 투수 성동현을 높게 평가했습니다. 춘계리그 땐 ‘서울권 1차 지명감’으로도 꼽히기도 했어요. 하지만, 1차 지명에선 아쉽게 부름을 받지 못했습니다. 좋은 속구를 던졌지만, 경기 경험과 변화구 구사 능력이 부족하단 평가 때문이었어요.
 
지명 결과에 불만이라도(웃음).
 
절대 아닙니다(웃음). 오히려 정확했다고 봐요. 좋은 투수가 되려면 경기를 스스로 운영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당연히 변화구 구사 능력도 필요하고요. 한편으론 제가 변화구 구사 비율을 낮게 주문한 게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싶어 (성)동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어요.
 
변화구 구사 비율을 낮게 요구한 이유라도 있었습니까. 
 
지나치게 많은 변화구가 팔에 무리를 준단 건 초등학생도 아는 얘기잖아요.
 
그렇죠. 
 
아무리 좋은 공을 던져도 몸이 아프면 다신 좋은 공을 던질 수 없습니다. 고교야구는 한 선수를 완성시키는 곳이 아니에요. 계속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주는 곳입니다. 그런 발판을 마련해준 게 고교 지도자들의 진짜 역할이기도 하고요. 제가 투수들에게 지나치게 많은 변화구를 던지지 않도록 하는 것도 고교 땐 기술보다 건강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장충고에 전담 트레이너가 있는 것도 학생선수들의 '건강 보호' 때문입니까.
 
코치 시절부터 부상에 대해 관심이 많았습니다. 의학 전문가들에게 자주 조언을 구하기도 했어요. 그럴 때마다 '선수촌 병원' 한경진 원장님이 큰 도움을 주셨어요. 전담 트레이너는 아마추어 팀에 정말 필요한 존재입니다. 우리 팀 트레이너는 학생선수가 아프면 함께 병원을 찾습니다. 트레이너가 의사 소견을 직접 듣고, 저와 논의하는 식이에요. 그런 다음 해당 선수에게 맞는 훈련 프로그램을 짜게 됩니다. 아직 성장 중인 학생선수들에겐 정말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한국야구는 ‘혹사’란 키워드와 사투를 벌였습니다. 특히 아마야구는 한 투수가 연일 많은 경기에 등판하고, 수백 개의 공을 던지면서 큰 문제가 됐습니다. 
 
혹사 문제는 많은 지도자가 고민하는 부분이에요. 경기에 이기기 위해선 에이스가 많은 이닝을 소화할 수밖에 없어요. 그런 점은 아마야구의 한계이기도 합니다. 각자의 생각이 다를 수 있기에 무엇이 옳다고 말할 순 없을 것 같습니다.
 


 
반면, 장충고는 혹사의 청정 지대로 불립니다.
 
제가 전지훈련을 앞두고, 늘 코치들에게 강조하는 사항이 있습니다.
 
어떤 겁니까.
 
‘에이스’란 단어를 잊으라고 합니다. 
 
에이스란 단어를 잊어라?
 
예를 들어 우리 팀 에이스가 송명기, 김현수라고 칩시다. 그럼 코치들에게 ‘이 두 선수는 잊으라’고 해요. 대신 ‘두 선수가 상처를 입어도 버틸 수 있는 팀을 만들자’고 독려합니다. 에이스급이 아니라도 경기에 나설 선수가 팀에 반드시 있어야 해요. 또 그런 선수들에게도 동등한 기회를 줘야 하고요. 에이스라고 무조건 부담을 줘선 안됩니다. 그런 무게감은 결국 부상으로 이어지게 마련입니다. 적어도 한 팀이라면 결과를 떠나서 모두가 함께 짐을 들어야 합니다. 
 
장충고의 에이스는 그라운드에 출전한 9명 전원이 되겠군요. 
 
'더그아웃에 앉은 선수들'도 포함됐다고 봐야죠(웃음). 전 '에이스'란 단어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누구나 에이스가 될 수 있는 곳이 바로 장충고예요. 늘 새로운 학생선수가 등장하고, 기존 학생선수들은 보호받는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습니다. 우리 팀 선수 가운데 큰 부상자가 없는 이유도 그 덕분이 아닐까 싶어요.
 
송 감독의 반문. "한국야구에 왜 오타니가 없냐고? 오타니처럼 철저히 관리한 적 있나? 철저히 관리하면 더 나은 오타니 나올 것"
 


 
지난해 9월에 열린 '제28회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18세 이하)'에 한국 대표팀 코치로 국제무대를 밟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정말 특별했던 시간이었어요.
 
결승전에서 아쉽게 미국에 패했는데요. 세계야구와 한국야구. 어떤 점이 달랐습니까.
 
우리 선수들이 정말 잘했지만, 미국의 벽이 높았습니다. 힘에서 차이가 컸어요. 신체적인 차이도 컸고요. 하지만, 가장 놀란 건 그런 게 아니었습니다. 
 
그럼 어떤 것에 놀란 겁니까..
 
가장 인상적인 건 미국 선수들의 훈련법이었어요. 결승전을 앞두고도 미국 선수들은 기본기 훈련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저런 걸 왜 하지’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기초적인 훈련이었지만, 정말 진지하게 훈련했어요. 그런 훈련들이 ‘습관’이 되고, 정말 중요한 순간에 실력으로 발휘되는 게 아닌가 싶어요. 미국야구의 진짜 힘은 그런 작은 부분에서 시작됐다고 봐요.  
 
미국야구 이야기가 나와서 말입니다만. 많은 이가 ‘왜 한국엔 오타니 쇼헤이 같은 선수가 나오지 않을까’ 궁금해 합니다. 
 
우리나라에도 오타니 같은 선수가 많습니다.  
 
많다고요?
 
우리나라에 좋은 투수가 왜 없습니까. 중학교 학생선수들만 봐도 눈에 띄는 투수 유망주가 넘쳐요. 150km/h를 넘나드는 선수도 꽤 많습니다. 
 
그 학생선수들이 다 어디에 있는 겁니까.
 
어디에 있긴 어디에 있어요. 병원에 있고, 재활센터에 있죠. 빠른 공을 던지면 팔에 무리가 올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고교 1학년 때부터 관리를 해야 합니다. 작은 통증 하나가 투수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으니까요. 과연 우리가 오타니처럼 훌륭한 학생선수를 잘 관리했느냐, 솔직히 저부터 반성하게 됩니다.
 
송민수 감독의 꿈, "지도자는 독재자가 아니다. 관리자 혹은 매니저 같은 감독이 최종 목표"
 


 
관리의 중요성은 잘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관리가 필요할까요.
 
과거엔 좋은 투수만 보면 너도나도 자세를 바꾸려 들었어요. 특히 팔 각도엔 과할 정도로 집착했죠. 제가 가르친 투수 가운데 한 선수는 프로 입단 이후 10번 이상 자세가 바뀌더라고요. 그리곤 너도 나도 ‘이 선수를 내가 바꿨다’고 자랑을 늘어놓습니다. 정말 팔 각도만 높인다고 좋은 투수일까요. 
 
아니죠.
 
자세는 한 선수가 태어나고 초, 중, 고등학교를 거치면서 쌓아온 ‘본능’입니다. 그걸 함부로 바꾸려 들면 오혈 거부감이 생길 수 있어요. 제겐 철칙이 하나 있습니다. 선수들 자세에 집착하지 말잔 거예요. 자신이 가진 자세 가운데 나쁜 버릇이 있다면 그걸 스스로 고치겠끔 유도할 수 있지만, 완전히 뜯어 고치려들면 안됩니다. 투수에겐 독이 될 수 있어요. 
 
송 감독에게 지도자란 야구뿐만이 아니라 한 팀을 운영하는 ‘매니저’의 개념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야구요? 정말 중요합니다. 자세요? 그런 부분도 빼놓을 수 없죠. 하지만, 전 감독입니다. 나무만 봐선 안됩니다. 산을 봐야죠. 그래서 운영이 정말 중요한 겁니다. 제게 산이란 팀 전체의 운영이라고 할 수 있어요.
 
재미있는 이야기입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감독은 학부모, 학생선수, 코칭스태프, 학교 관계자들의 균형을 잘 맞춰야 합니다. 한쪽이 무너지면 팀이 흔들릴 수 있어요. 그렇기에 많은 이의 의견도 함께 수렴해야 합니다. 
 
전수은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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