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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헌의 브러시백] 임병욱·김성욱의 닮은꼴 반전드라마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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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15 (화) 11:00

                           
| 지난 시즌 큰 기대를 받으며 시작해 부상과 부진으로 아쉬운 한 해를 보낸 넥센 임병욱과 NC 김성욱. 두 선수는 올 시즌 약속이라도 한 듯이 확 달라진 모습으로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무엇이 2017년과 2018년의 차이를 만들었을까?
 


 
[엠스플뉴스]
 
넥센 히어로즈 임병욱과 NC 다이노스 김성욱은 올 시즌 리그에서 가장 눈에 띄는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외야수다. 5월 15일 현재 리그 중견수 대체선수대비 기여승수(WAR) 부문에서 임병욱은 1.49승으로 1위를, 김성욱은 0.90승으로 4위에 올라 있다. 
 
둘은 공통점이 참 많다. 빠른 발과 펀치력, 넓은 수비범위와 강한 어깨를 자랑하는 ‘5툴 플레이어’로 입단 때부터 큰 기대를 모았다. 미래의 ‘20홈런-20도루 클럽’ 가입자로 기대를 받는 것도 공통점이다. 둘 다 2016시즌 좋은 활약을 펼쳐 팀의 주전 선수로 도약했다. 그리고 지난해 최악의 시즌을 보낸 것까지 닮았다.
 
2016년 가능성을 보여준 임병욱과 김성욱은 지난 시즌 개막을 앞두고 팀과 언론, 팬들의 큰 기대를 받았다. 임병욱에 대해 한 넥센 관계자는 "미래에 슈퍼스타가 될 선수다. 충분히 그럴 만한 자질을 갖고 있다"며 기대감을 표현했다. 임병욱은 넥센 주전 중견수로 낙점됐다. 김성욱도 20-20클럽 얘기가 여기저기서 나올 만큼 기대가 컸다. 
 
하지만 임병욱은 시즌 개막을 앞두고 부상으로 팀을 떠났다. 그 자리를 신인 이정후가 파고들었다. 시즌 내내 팔꿈치 부상으로 고생한 임병욱은 시즌 후반이 되어서야 경기에 나설 수 있었다. 국군체육부대(상무) 입대를 지원했지만 탈락해 군입대를 1년 연기하는 아픔까지 겪었다.
 
김성욱도 사정이 좋지 않긴 마찬가지. 개막전을 5타수 무안타로 시작한 김성욱은 5월 31일까지 타율 0.189로 타율이 2할에도 미치지 못했다. 7월 중순이 돼서야 처음 0.230을 넘길 만큼 극심한 타격 부진에 시달렸다. 수비력 덕분에 꾸준히 1군 경기에 나오긴 했지만, 2016년 보여준 존재감은 온데간데 없었다.
 
임병욱-김성욱의 반전, 오늘-현재에 집중한 결과
 


 
그랬던 두 선수가 올 시즌 들어 확 달라졌다. 15일 현재 임병욱은 41경기에 출전해 타율 0.331에 5홈런 8도루
(실패 0) 장타율 0.559로 ‘외국인 타자급’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김성욱도 42경기에서 타율 0.285에 7홈런 15타점 5도루로 활약이 좋다. 잡을 수 있는 타구는 쉽게 잡고, 잡기 어려운 타구도 잡아내는 수비력은 여전하다. 
 
무엇이 달라졌을까. 지난해 두 선수는 주변의 과도한 기대에 시달렸다. 선수가 스스로에게 갖는 기대와, 다른 사람들이 선수에게 거는 기대는 다르다. 자신이 설정한 목표가 아닌 남들이 생각하는 목표는 선수의 경기력에 악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다. [멘탈게임]의 저자 하비 A. 도프만은 “목표는 자신을 위해, 기대는 남을 위해 있다”고 썼다.
 
원하는 결과가 마음처럼 나오지 않는 가운데, 임병욱은 불의의 팔꿈치 부상으로 장기간 팀을 떠나야 했다. 김성욱은 스스로 “올해는 안 될 것 같다. 타격을 시즌 끝나고 완전히 갈아엎어야 할 것 같다”고 할 정도로 타격이 맘대로 되질 않았다. 아이러니하게도, 김성욱은 그렇게 얘기한 시점부터 타격이 상승세를 타기 시작해 타율 0.247로 시즌을 마쳤다.
 
지난해와 달리 올 시즌은 바닥에서 시작했다. 더는 잃을 게 없는 상황이다. 2018 아시안게임 예비엔트리에 뽑히긴 했지만, 김성욱은 “생각도 안 한다”고 했다. 지난 시즌 활약으로 대표팀에 근접한 선수들과는 출발 지점이 달랐다. 그래서 국가대표니, 20-20이니 같은 거창한 것들을 생각하는 대신 오늘 경기와 오늘 타석에 초점을 맞췄다. 눈앞에 오지도 않은 결과를 미리 생각하는 대신, 지금 현재 눈 앞에 있는 것들에 집중했다. 
 
넥센 송지만 코치는 스프링캠프 당시 "올해 임병욱을 지켜보라"며 "올 시즌 잘 될 것이다. 군입대를 1년 미룬 게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고 예고했다. 넥센 관계자는 "임병욱이 어느 때보다 차분하고 진지하게 시즌을 준비했다. 캠프에서 운동하는 모습도 홀가분해 보였다"고 전했다. 
 
김성욱은 “그냥 오늘 하루만 하고 다음으로 넘어가자는 생각이다. 오늘 하루, 오늘 하루. 그런 생각으로 하고 있다”고 했다. 임병욱도 “작년에 부상으로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에 올해는 몸 관리에 더 신경쓰고 있다. 어떤 상황에 나오든 팀에 도움을 주고 싶다”며 '소박한' 목표를 얘기한다. 
 
외부 침입자 침략 못하게, 마음의 성벽 탄탄히 쌓길
 


 
대표팀 선발을 기대하는지 묻자 김성욱은 “나보다 더 잘하는 사람들이 많다. 생각 안 한다. 너무 거기에 파고들면 안 될 것 같다”고 했다. 지난 시즌 부진에 대표팀 생각을 아예 머리에서 지운 결과가 , 예비 엔트리 외야수 가운데 단연 눈에 띄는 성적으로 돌아오고 있는 역설적 상황이다. 
 
NC 김경문 감독은 "감독인 나도 '연패중이니까 오늘 꼭 이겨야 한다'고 생각하면 부담이 되고 경기가 꼬인다"며 "뭔가를 해야만 한다는 생각이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대표팀에 꼭 뽑혀야만 한다'는 생각도 마찬가지다. 대표팀에 뽑히기 위해 지금보다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 반드시 안타를 쳐야 한다는 생각, 부진에 빠지면 안 된다는 생각은 더 깊은 수렁으로 빠지는 원인이 된다. 
 
완봉승, 홈런, 20-20, 대표팀 등은 전형적인 '결과 목표'에 해당한다. [멘탈게임]의 저자 하비 A. 도프만은 “결과 목표는 선수의 통제권 밖에 있다. 자신감이 아닌 중압감을 유발할 소지가 있다. 긍정적인 수단 같지만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해야 돼’ 증후군은 목표를 제대로 설정하지 못했을 때 나타나는 증상이다. 이 말의 배후에는 부정적인 사고가 분명히 도사리고 있다. 이걸 하지 못하면 실패자라는 암시로, 절박감이 묻어나는 표현이다. 실패에 대한 공포에서 비롯된 불안감은 선수에게 악영향을 주고 경기력을 약화시킨다." 도프만 박사의 지적이다. 
 
지난 시즌 쓰라린 경험이 임병욱과 김성욱에겐 오히려 약이 됐다. 두 선수는 과도한 기대와 목표에서 벗어나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했다. 내일 걱정을 미리 하기보단 오늘 타석에서 잘하는 데 집중했다. 거창한 '결과 목표'는 머리에서 지운채 현재에 충실했다. 그 결과가 시즌 초반 좋은 결과로 돌아오고 있다.
 
물론 아직 시즌이 100경기 가까이 남았다. 초반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점차 욕심이 커지고 주위의 기대가 집중되다보면 마음이 흔들리는 때가 올지 모른다. 큰 결과 목표가 눈앞에 아른거리면 차분했던 마음에 동요가 생길지도 모르는 일이다. 시련을 잘 극복한 두 선수가 남은 시즌 외부의 기대와 압박이란 침입자가 침략하지 못하게, 마음의 성벽을 탄탄하게 쌓길 바라는 마음이다. 
 
배지헌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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