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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우의 MLB+] 여전히 진화 중인 오타니 쇼헤이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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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14 (월) 15:22

수정 1

수정일 2018.05.14 (월) 15:28

                           


 


[엠스플뉴스]


 


2018년 현재까지 메이저리그 최고의 히트상품은 단연 오타니 쇼헤이(23·LA 에인절스)다. 그의 등판일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 스포츠 전문매체 ESPN, CBS스포츠 등 유력 미국 스포츠 채널의 대문은 오타니로 온통 도배되고 있다. 그렇다면 오타니가 메이저리그 팬들로부터 이토록 많은 관심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째 비결은 역시 투타겸업에서 찾을 수 있다. 오타니는 올 시즌 투수로서 3승 1패 평균자책 3.58을, 타자로서 타율 .348 5홈런 16타점을 기록 중이다. 투수와 타자를 겸업하면서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성공한다는 것은 정말 만화에서나 나올 법한 일이다. 그러다 보니 매 경기 기록을 세울 때마다 '전설' 베이브 루스가 소환될 지경이다.


 


하지만 투수와 타자를 겸업하는 것은 인기 면에서도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시범경기 부진에 빠졌을 때 한·미·일 언론의 보도가 그 증거다. 당시 미국 <야후 스포츠>는 스카우트의 말을 빌려 "타자로서 고등학생 수준"이라고 평했고, 일본 네티즌들 역시 "이도류에서 도를 뺀 이류"라고 비꼬았다. 한편, 우리나라 대부분 언론은 이를 전달하기에 바빴다.


 


이런 식으로 극단적인 평가가 나오는 원인은 어렵지 않게 추측해볼 수 있다. 투타겸업 도전은 '튀는(건방진) 행위'다. 프로무대에서 투타겸업에 도전하는 행위에 대해 내재된 기존 팬들(야구인들)의 반감 역시 적지 않다. 둘 다 잘하면 두 배로 찬양을 받지만, 둘 중 하나라도 못 하면 곧바로 어느 하나를 포기하란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오타니의 인기는 단순히 투타겸업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투타겸업이라는 튀는 행동에도 불구하고 오타니가 팬들로부터 응원받는 진짜 비결은 그가 누가 보더라도 '여전히 발전 도상에 있는, 겸손한 선수'이기 때문이다.


 


레그킥 없이 타격, 그에 못지 않은 '투수 오타니'의 진화


 






 


오타니가 '발전 도상에 있는 선수'라는 것은 단순히 그가 만 23세라는 어린 나이이기 때문에 하는 말이 아니다. 대부분의 NPB 출신으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선수들은 기술적으로 거의 완성된 상태에서 빅리그에 데뷔했다. 그들 역시 메이저리그 무대에 적응하기 위해 변화를 시도하긴 했지만, 그것은 이미 가진 무기를 어떤 식으로 활용하는지에 가까웠다.


 


하지만 오타니는 다르다. 프로야구 무대 경력 자체가 상대적으로 짧을 뿐만 아니라, 투수와 타자로 번갈아 나섰기에 양쪽 모두 경험치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 대신 마치 스펀지와 같은 기세로 미국 무대에서 배운 것들을 새로 습득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타격폼 수정이다. 오타니는 NPB 시절부터 스프링캠프가 한창이던 3월 22일까지 레그킥을 하고 타격을 했다.


 


그런데 오타니는 정규시즌을 사흘 앞둔 3월 27일 경기에서부터 레그킥을 하지 않고 타격을 하기 시작했다. 레그킥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레그킥 타법의 장점인 '중심 이동이 원활하기 때문에 이를 기반으로 공을 강하게 멀리 칠 수 있다는 점'을 포기했다는 것을 뜻한다. 그 대신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강속구에 대응하기 수월해졌다. 타자 오타니가 맹활약을 펼치는 비결이다.


 




 


한편, 5월 11일에 열린 경기에서 선발 투수로 등판한 오타니는 '타자 오타니가 레그킥을 포기한 것 못지않은 터닝 포인트'를 만들어냈다. 이날 오타니가 잡은 삼진 11개 가운데 스플리터로 잡은 삼진은 5개였다(스플리터 5, 슬라이더 3, 패스트볼 2, 커브 1). 종전까지 스플리터로 잡은 삼진 비율이 약 60%에 가까웠던 것을 생각했을 때 이는 오타니에게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현재까지 오타니의 스플리터는 마구에 가까운 위력을 자랑하고 있다. 생각해보면 당연하다. 오타니는 평균 156.6km/h에 이르는 강속구를 던진다. 타자들은 이에 미리 대비할 수밖에 없다. 그런 상황에서 패스트볼과 거의 같은 릴리스포인트에서 비슷한 빠르기(약 142km/h)로 들어오다가 갑자기 뚝 떨어지는 공을 던지면 헛스윙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 스플리터를 바탕으로 오타니는 부상으로 조기 교체된 한 경기를 제외하곤 꾸준한 활약을 펼치고 있었다. 하지만 스플리터의 구사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점은 페드로 마르티네스를 비롯한 전문가로부터 꾸준히 불안요소(부상 위험성↑)로 지적받았다. 그런데도 오타니가 스플리터를 높은 비율로 던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다. 바로 슬라이더의 제구 때문이다.


 


공인구 적응? 달라진 슬라이더 로케이션(location, 투구위치)


 




 


널리 알려진 것처럼 메이저리그 공인구는 한·일 양국 프로리그의 공인구보다 미끄럽다. 그렇기 때문에 지난 등판까지 오타니는 슬라이더 제구에 애를 먹고 있었다([그림1] 왼쪽). 어쩔 수 없이 슬라이더 비율을 줄이고 스플리터의 구사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대응을 하고 있었지만, 오타니의 나잇대에는 인대가 완전히 발달하지 않아 부상 위험성이 높은 상태였다.


 


그런데 11일 경기에서는 달랐다([그림2] 오른쪽). 지난 경기까지 우타자 몸쪽 높은 코스 또는 중앙으로 몰리는 현상이 심했던 오타니의 슬라이더가, 우타자 바깥쪽 낮은 코스로 제구되기 시작한 것이다. 자신감을 얻은 오타니는 평소보다 슬라이더 구사율을 늘렸다. 그러면서 스플리터 비율은 감소했지만, 그럼에도 6.1이닝 3피안타 1실점 11탈삼진으로 호투를 펼칠 수 있었다.


 


이렇게 선택지가 늘어나자, 메이저리그 타자들은 오타니의 패스트볼과 단 한 개밖에 삼진을 기록하지 못했던 커브에도 헛스윙을 하기 시작했다. 즉, 그동안 오타니가 스플리터 하나에 의존하는 투수였다면, 이번 경기에서의 오타니는 다양한 구종으로 상대방을 압도하는 투수였다. 이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오타니에게 긍정적인 변화가 아닐 수 없다.


 








 


 


 


놀라운 점은 오타니가 불안요소로 지적되던 부분을 개선한 적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란 사실이다. 오타니는 스프링캠프에서부터 시즌 초반에 이르기까지 약점으로 지목 받았던 몸쪽 코스와 강속구를 얼마 안 가 타격폼 조정을 통해 장점으로 탈바꿈시켰다. 한편, 구속에 비해 평범했던 패스트볼의 회전수와 무브먼트도 시간이 흐를수록 나날이 좋아지고 있다. 


 


여기에 슬라이더 제구를 가다듬으면서 지나친 스플리터 의존도를 줄일 수 있었고, 이를 통해 부상 위험성을 낮추고 구종 다양성을 확보하게 됐다. 이 모든 과정 시즌이 개막한 지 두 달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뤄졌다는 것은 그가 얼마나 천재적인 재능을 타고난 선수인지를 말해준다. 하지만 타고난 천재임에도 불구하고 오타니를 보면 건방지다는 생각은 추호도 들지 않는다.


 


우리가 인터뷰 등을 통해 만나는 오타니는 늘 겸손한 태도로 배우려는 자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의 태도에는 가식의 냄새조차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이런 모습을 통해 오타니는 처음엔 그를 건방지다고 바라봤던 이들조차도 팬으로 만들고 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미국 무대에 맞춰 진화하고 있다.


 


이현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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