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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섭의 하드아웃] '빈볼 맞고 헌혈' SK 노수광의 따뜻한 열정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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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14 (월) 14:22

                           
몸에 맞는 공을 달갑게 여길 타자는 아무도 없다. 사구에 고의성이 느껴졌다면,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노수광은 사구를 맞은 뒤 웃었다. 노수광은 날갯죽지에 공을 맞은 통증에도, 경기가 끝나자마자 ‘소아암 환우’를 돕기 위한 헌혈 운동에 동참하는 따뜻함을 보였다.
 


 
[엠스플뉴스]
 
노토바이의 엔진은 꺼지지 않는다.
 
SK 와이번스 외야수 노수광은 5월 13일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경기에서 4타수 4안타 1사구 맹활약을 펼쳤다. SK는 ‘테이블세터’ 노수광의 5출루 맹활약에 힘입어 LG에 10대 0 완승을 거뒀다. 
 
이날 노수광의 매력은 ‘출루 능력’에만 그치지 않았다. 노수광은 7회 말 LG 구원 투수 고우석이 던진 151km/h 속구에 날갯죽지를 강타당했다. ‘고의성’을 충분히 의심할 수 있는 사구였다. 하지만, 노수광은 고통을 참아낸 뒤 빙긋 웃었다. 노수광은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1루로 질주했다. 노수광의 성숙한 대처가 돋보인 상황이었다.
 
노토바이의 질주는 경기가 끝난 뒤에도 멈추지 않았다. 노수광은 경기를 마친 뒤 ‘소아암 환우’를 돕기 위한 헌혈 운동에 동참했다.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기에도 모자란 시간, 노수광은 ‘소아암 환우’를 위한 애틋한 마음을 보이며, 헌혈차로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몸 맞는 공? 고의성 느꼈지만, 웃어 넘겼다."
 


 
헌혈차에 도착한 노수광은 여러모로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승리의 기쁨’과 ‘활약에 대한 만족감’에 연신 환한 웃음을 지어 보인 노수광이다.
 
환한 웃음을 지으며, 헌혈을 기다리는 노수광은 계속해서 왼손으로 오른팔을 어루만졌다. 경기 중 사구로 통증이 지속됐기 때문이다. 노수광은 “정말 아픈 부위에 맞았다”며 머리를 긁적였다. 
 
이날 노수광이 맞은 사구는 ‘논란의 불씨’가 됐다. 노수광이 4안타 경기를 일찌감치 완성한 뒤 다섯 번째 타석에 들어선 7회 말. 고우석이 던진 속구가 노수광 날갯죽지를 강타했다. 오훈규 구심은 고우석에게 구두 경고를 했다. ‘고의성’이 있는 사구라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노수광 역시 공을 맞는 순간 ‘고의성’을 직감했다. 
 
노수광은 “고우석이 공을 던지는 순간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며 “‘아차’ 싶었다”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충분히 화가 날 수 있는 사구에 노수광은 ‘웃음’으로 답했다. 노토바이는 충돌 사고에 아랑곳하지 않고, 묵묵히 1루로 걸어 나갔다. 
 


 
“정말 아팠지만, 웃어넘겼어요. 정말 중요한 건 팀 승리니까요. 고의성이요? 고우석은 어린 투수잖아요. 설사 고의로 던졌다 해도, 개인이 의도해서 던진 공이라 생각하지 않았어요. ‘감정  싸움보다 중요한 건, 그라운드 위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는 생각에 웃음으로 대처할 수 있었습니다.” 노수광의 말이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8회 초 SK 불펜투수 신재웅이 던진 148km/h 속구가 LG 이형종 엉덩이에 맞았다. 이 상황을 지켜보던 오훈규 구심은 일말의 고민 없이 투수 신재웅에게 퇴장을 선언했다. 오 구심이 퇴장을 선언한 건 “고의성이 있는 사구라 판단했다”는 이유였다.
 
같은 상황에서 다른 판단의 잣대를 들이댄 심판 판정에 팬들은 야유를 보냈다. 형평성이 결여된 판정에 ‘그라운드의 신사’ 소릴 듣는 SK 트레이 힐만 감독은 전에 없던 분노를 표출했다. 힐만 감독은 심판진을 향해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하지만, ‘퇴장 선언’은 번복되지 않았다. 
 
노수광은 “경기에 이겼으니 됐다”며 ‘사구 논란’에 대한 이야기를 마쳤다. “그저 소아암 환우를 돕기 위한 경기에서 꼭 승리하고 싶은 마음 뿐이었습니다.” 노수광의 말이다. 
 
핏빛 투혼 노수광 “어린 시절 심장 수술, 소아암 환우들이 나를 보고 힘냈으면”
 


 
‘소아암 환우 돕기 헌혈 캠페인’에 함께 참가한 SK 이재원과 박종훈은 일찌감치 헌혈을 시작했다. 하지만, 노수광의 기다림은 길어졌다. 경기가 끝난 뒤 정신없이 헌혈차로 달려오느라, 차에 신분증을 놓고 왔기 때문이다. 
 
노수광은 무릎에 피가 흥건히 묻어있는 유니폼을 입고, 즐거운 마음으로 헌혈을 기다렸다. 노수광은 13일 경기 1회 초 LG 1번 타자 이형종이 때려낸 중견수 뒤쪽으로 깊숙한 타구를 따라가 다이빙캐치로 잡아내는 호수비를 선보였다. 이 과정에서 노수광 무릎에 출혈이 있었다. 
 
노수광은 출혈을 의식하지 못한 채 남은 경기에 임했다. 노수광의 5출루 맹활약은 ‘핏빛 투혼’의 결과물이었던 셈이다. 무릎에 피가 나고, 어깨에 공을 맞았지만, 노수광이 질주를 멈출 수 없었던 이유는 따로 있었다. 
 
“중학교 2학년 때 심장 질환으로 수술을 한 적이 있어요. 이 수술을 한 뒤에 야구를 하는 데 어려움이 정말 많았습니다. 지금 프로에서 이렇게 뛰고 있는 것 자체가 기적이라 생각할 정도예요. 심장 수술을 한 뒤에도 누구보다 잘 달릴 수 있는 걸 어린이 팬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요. ‘소아암 환우’들이 저를 보고 힘을 냈으면 좋겠습니다. 심장 수술 이후 한 번도 한 적 없던 헌혈을 결심한 이유 역시 이 때문이에요.” 노수광의 목소리엔 결연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 
 


 
그런데, 그때 돌발상황이 발생했다. 헌혈차 간호사가 노수광에게 “헌혈을 할 수 없다”고 통보한 것. 노수광이 얼마 전 가려움증 약을 처방받아 복용해 헌혈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까닭이었다. 
 
헌혈이 무산되자, 노수광은 깊은 한숨으로 짙은 아쉬움을 표현했다. 노수광은 “앞으로 투지 넘치는 플레이를 통해 헌혈을 대신해야겠다”며 아쉬워했다. 
 
“헌혈을 못 해서 정말 아쉬워요. 하지만, 헌혈 말고도 소아암 환우들이 힘을 낼 수 있도록 언제나 최선을 다할 겁니다. 몸이 좋지 않은 어린이 팬들이 저를 보고, ‘할 수 있다’는 각오를 다질 수 있도록요.” 헌혈이 무산된 노수광의 어깨엔 ‘사명감’이란 무게가 더해졌다. 
 
노토바이의 2018년 질주엔 거침이 없다. 노수광은 올 시즌 39경기에 출전해 타율 0.331/ OPS(출루율+장타율) 0.868/ 2홈런/ 4도루/ 12타점/ 23득점을 기록 중이다. ‘홈런 군단’으로 불리는 SK 타선에 정교함을 더하는 노수광의 가치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이제 노수광에겐 ‘소아암 환우를 위한 애틋한 마음’이 더해졌다. 남은 시즌 노토바이의 ‘폭주’가 멈출 수 없는 이유다. 
 


 
취재 후: 의료계 관계자는 “빈볼은 심장에 상당히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통증과 분노가 더해져 엄청난 스트레스가 심장에 전달되기 때문”이란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었다. 
 
어린 시절 심장 수술 경력이 있는 노수광에게 고의성 짙은 사구는 더욱 큰 충격으로 다가왔을 수 있다. 하지만, 노수광은 이를 ‘웃음’으로 대처했다. 노수광의 성숙한 대처가 더욱 박수 받을 만한 이유다. 
 
이동섭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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