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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헌의 브러시백] '5이닝 불만족' 김재영 "선발이면 6, 7회는 던져야죠"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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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14 (월) 13:22

                           
| 한화 이글스 선발진의 젊은 독수리 김재영의 시즌 출발이 좋다. 지난해보다 나아진 제구력과 자신감을 바탕으로, 경기마다 5이닝 이상 책임지는 선발투수로 거듭났다.
 


 
[엠스플뉴스]
 
한때 한화 이글스 마운드는 '토종 선발'의 불모지였다. 
 
2010년 이후, 류현진(LA 다저스)을 제외하고는 제대로 된 국내 선발투수가 나오지 않았다. 최근 10년 이내 류현진을 제외하고 한화 국내 선발 가운데 시즌 10승 이상 거둔 투수는 안영명(2009년, 2015년)뿐이다. 시즌 150이닝 이상 던진 국내 선발도 2014년 이태양이 마지막이다. 최근 3시즌 동안엔 아예 규정이닝을 채운 선발조차 나오지 않았다.
 
한화 한용덕 감독은 국내 선발투수를 키워내야 팀이 장기적으로 강해질 수 있다고 믿는다. 이에 시즌을 앞두고 젊은 투수들 위주로 선발진을 구축하고, 시즌 내내 꾸준히 기회를 주면서 키우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 감독은 “초반에 조금 흔들려도 계속 기회를 줄 것”이라며 투수들에 신임을 보냈다.
 
그 믿음과 노력이 조금씩 결과를 내고 있다. 사이드암 선발투수 김재영이 등판하는 경기마다 꾸준히 5이닝 이상을 책임지며 선발투수로서 제 몫을 해내는 중이다. 김재영은 5월 14일 현재 7경기에 등판해 36.1이닝을 던졌고 7경기 가운데 5경기에서 5이닝 이상을 책임졌다. 퀄리티스타트도 두 차례 기록했다.
 
김재영은 지난해보다 공격적인 피칭을 하는 게 비결이라고 밝혔다. 꾸준한 노력을 통해 제구력을 개선하고, 볼넷에 대해 두려움을 지운 것도 호투의 비결이다. 
 
선수를 믿고 기다려주는 벤치의 역할도 크다. 지난해까지 한화 투수들은 경기 초반 안타를 맞거나 볼넷을 내주면 벤치 쪽 눈치를 보기 바빴다. 조금만 흔들려도 바로 교체될 수 있다는 압박에서 벗어난 게, 투수들의 호투로 돌아오고 있다. 한화 마운드의 슬픈 전설이 옛이야기가 될 가능성이 점점 커지는 중이다.
 
김재영의 시즌 목표는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고 풀 시즌을 소화해 150이닝 이상을 던지는 것이다. 단지 5이닝만 막고 내려가는 선발투수에 머물 생각은 없다. 한번 나오면 6, 7이닝 이상을 책임지는 선발투수가 되는 게 김재영의 목표다. 선발투수의 ‘책임감’을 거듭 강조한 김재영의 얘기를 엠스플뉴스가 들어봤다. 
 
“공격적으로 던지는 게 호투 비결, 볼넷 두려움 떨쳤다”
 


 
시즌 초반 페이스가 상당히 좋습니다. 5월 10일 넥센전 호투로 벌써 3승째를 따냈어요. 직전 삼성전 부진(3.2이닝 6실점)을 바로 다음 경기에서 만회했습니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등판 때마다 기복이 있는 게 아쉬워요. 기복을 줄이는 게 제가 풀어야 할 숙제인 것 같습니다.
 
올 시즌 등판하는 경기마다 꾸준히 5이닝 이상을 던지고 있잖아요.
 
선발투수라면 컨디션이 안 좋은 날에도 버티면서 이닝을 막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컨디션 좋은 날은 그런대로 이닝을 끌어가는데, 컨디션이 안 좋은 날엔 쉽게 무너지는 것 같아서... 그게 보완 과제 같습니다.
 
그래도 좋은 피칭을 하고 있는 건 분명합니다. 한 가지 증거는 지난해보다 제구력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는 점인데요, 존 안에 던진 공의 비율을 나타내는 존%를 보면 지난해 45.5%에서 올해는 51.2%로 크게 향상됐습니다. SK 강속구 투수 앙헬 산체스와 같은 비율입니다. 
 
공격적으로 던지려고 하는 게 비결인 것 같아요. 항상 선발로 나가면, 투구 수를 적게 던지면서 이닝을 끝내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그래서 2낫싱에서도 바로바로 승부하기도 하구요. 최재훈 형도 공격적인 피칭을 생각하면서 리드를 해주고 있어요.
 
작년 같은 경우 너무 잘 던지려고 하고, 안 맞으려고 한다는 느낌도 있었습니다. 
 
예전엔 볼넷에 대한 걱정이 많았어요. 이제는 볼넷 하나 줘도 다음 타자 막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편하게 마음을 먹고 있습니다. 
 
‘볼넷을 주면 안 돼’란 생각이 오히려 제구를 망치는 원인이라고 하더군요. 반대로 ‘스트라이크를 낮게 던져서 타자를 잡아야지’란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 편이 효과적이라는 얘기를 멘탈 트레이너에게 들은 적이 있습니다. 
 
맞아요. 볼넷을 안 주려고 의식하다 보면 3-1이나 3-0에서 제구가 더 흔들리는 것 같아요. 볼넷이 아예 안 나오면 좋겠지만, 선발투수가 한 경기에 한두 개 정도는 나올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렇게 편안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부담이나 압박감을 느끼지 않으려고 해요.
 


 
공격적 피칭을 비결로 들었는데, 실제 컨트롤도 작년보다 좋아졌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차트를 보니 작년에는 코너워크를 하려다 존 밖에 던지는 공이 많았는데, 올해는 인사이드나 바깥쪽 낮은 쪽에 들어간 스트라이크의 비율이 높아졌어요.
 
제 생각에도 올해는 제구력이 조금은 좋아진 것 같아요. 영점이 약간은 잡힌 것 같구요. 앞으로는 좀 더 속구에 힘을 실어서, 조금 더 정확하게 제구해서 던지는 데 신경을 써야 할 것 같습니다.
 
공격적 피칭을 하는 데는 수비수들에 대한 믿음도 한몫을 하겠죠?
 
맞아요. 넥센전만 해도 진짜 수비수들 도움을 많이 받았잖아요. 수비 쪽에서 에러하는 것보다 저를 도와주는 게 훨씬 많기 때문에, 수비를 믿고 삼진 욕심보다는 ‘맞혀 잡는다’는 생각으로 던지고 있습니다.
 
빠른 볼 구속 자체는 홍익대 에이스 시절에 비해 다소 줄었습니다. 그때는 140km/h 중반 정도는 쉽게 던졌던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대학 때보다 구속이 좀 줄긴 했는데, 그렇게 구속에 욕심을 내진 않고 있어요.
 
그래도 될 것 같은 게, 각종 분석 시스템상으로 ‘가장 까다로운 공을 던지는 투수’ 중에 하나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코치님들이나 포수 형들이 제게 ‘볼의 힘이 좋다. 구속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세요. 저도 볼에 힘만 있으면, 140km/h가 안 나와도 타자를 충분히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구요. 제가 구속에 큰 욕심을 갖지 않는 이유입니다.
 
“야구장 오는 게 재미있고, 하루하루가 즐거워요”
 



올 시즌을 앞두고 한용덕 신임 감독이 윤규진, 김민우와 함께 국내 선발 후보로 김재영 선수의 이름을 언급했잖아요. 웬만하면 변화를 주지 않고 계속 기회를 주겠단 뜻도 밝혔구요. 벤치의 믿음이 올 시즌 초반 호투에 어떤 영향을 주었을지 궁금한데요.
 
작년까지는 한번 마운드에 오르면 잘 해야 한다는 부담이 컸어요. 제가 1군에 완전히 자리 잡은 선수가 아니다 보니, 보여줘야 한다는 욕심도 과했구요. 제 실력은 그 정도가 안되는데, 실력에 비해 지나치게 욕심을 부렸던 거죠. 지금은 달라졌습니다. 감독님께서 믿어준다고 말씀하셨고, 끝까지 밀어준다고 하셨기 때문에 한결 편안한 마음으로 마운드에 오르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책임감도 더욱 커졌구요.
 
책임감이요.
 
편하게 던지긴 하지만, 선발투수로서 책임감을 갖고 마운드에 오르려고 합니다. 선발은 매일 경기에 나가질 않잖아요. 일주일에 2경기, 1경기를 나가서 던지는 게 선발투수니까요. 제가 한번 나가서 던지는 경기만큼은 책임감을 갖고, 팀이 반드시 이길 수 있도록 한다는 사명감, 책임감이 더욱 커졌습니다.
 
현재까지는 아주 잘 하고 있습니다. 7경기에서 팀이 5승 2패를 기록하고 있어요. 경기마다 기본 5이닝을 던지면서 선발 역할을 잘 하고 있다고 봅니다.
 
예, 5이닝씩 던지고는 있는데... 선발투수가 6, 7이닝 정도는 던져줘야 팀이 마운드를 운영하기 훨씬 편해진다는 게 제 생각이에요. 앞으로는 경기 후반에 좀 더 집중해서 실투를 줄이고, 더 많은 이닝을 책임지고 싶어요.
 
외부에선 다들 올 시즌 한화 분위기가 좋아졌다는 얘길 하는데, 실제 안에서 느끼기엔 어떤가요. 
 
제가 올해 입단 3년째인데, 그중에 분위기가 제일 좋은 게 올 시즌입니다. 선수들도 다들 승부욕이 생긴 것 같아요. 지면 억울해하고, 이기려는 마음이 굉장히 커졌어요. 계속 이기다 보니까, 다들 이기는 방법도 조금씩 알아가는 것 같습니다.
 
사실 이기면 분위기가 좋아지고, 지면 분위기가 처지는 게 야구팀이긴 합니다. 혹시 요새 매일 이기다 보니 분위기가 좋다고 느끼는 건 아닐까요.
 
그렇긴 하죠. 그래도 올해 우리 팀 분위기는 운동할 때나, 경기할 때나 항상 좋습니다. 라커룸에서도 늘 즐거운 분위기가 유지되고 있어요. 요새는 야구장 오는 게 정말 재미있고, 하루하루가 즐겁습니다. 
 
팬들의 성원도 대단하더군요. 원정경기 퇴근길에 팬들이 선수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크게 외치는 장면을 봤습니다. 포스트시즌인 줄 알았어요. 
 
팬들도 진짜 기분이 좋으신가 봐요. (웃음) 요즘 응원을 정말 많이 보내 주시는데, 감사할 뿐이죠.
 
“국내 투수라고 외국인 투수만큼 못 던지란 법 있나요”
 


 
선발투수로서 시즌 초반 스타트를 잘 끊었습니다. 시즌 전에 세웠던 목표에 변화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아뇨. 시즌 전에 워낙 목표를 크게 잡았기 때문에, 그거보다 더 상향 조정은 안 될 것 같아요.
 
대체 얼마나 큰 목표이길래...
 
일단 규정이닝을 꼭 넘기고 싶구요. 구체적인 승수보다는 로테이션 거르지 않고 150이닝 이상 던지고 싶습니다. 그게 제 목표에요. 물론 지금보다 좀 더 잘 던져야겠지만, 아프지만 않으면 이룰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남은 시즌 보완하고 싶은 부분은 어떤 게 있을까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좋을 때와 나쁠 때 기복을 줄이고 싶습니다. 코치님들과 함께 연구하면서 줄여나가야 할 것 같아요. 투구이닝도 지금의 5이닝보다 많은 6, 7이닝을 던질 수 있게 스테미너를 키워야 할 것 같아요.
 
6, 7이닝 던지는 투수라면 외국인 투수보다도 나은 것 아닌가요.
 
국내 투수라고 외국인 투수만큼 못 던지라는 법은 없잖아요. 제가 나가는 경기마다 가능한 오래 마운드에 머물고 싶어요.
 
끝으로 한화 팬들에게 꼭 지킬 수 있는 약속 하나만 해주세요.
 
몸 관리 철저히 해서, 시즌 중에 부상으로 빠지는 일은 없도록 하겠습니다. 아직 젊고 건강하고, 특별히 아픈 데도 없고, 보강 운동도 열심히 하고 있거든요. (웃음) 제가 부상으로 로테이션에서 빠지는 일만은 없게 하겠습니다. 약속합니다.
 
배지헌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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