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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우의 MLB+] 방출 1순위에서 팀의 보배로, 맷 켐프의 귀환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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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25 (수) 15:22

                           


 
[엠스플뉴스]
 
형편없는 수비력과 거대한 잔여 계약금, 게으른 훈련 태도. 최근 수년간 맷 켐프(33·LA 다저스)에게 따라붙은 꼬리표다. 그 때문에 지난겨울 켐프가 친정팀으로 복귀했을 때 다수의 전문가는 다저스가 연봉보조를 해주는 한이 있더라도 시즌 시작 전까지 그를 다른 팀으로 트레이드하거나, 남은 연봉을 모두 부담하더라도 방출해버리리라 예측했다.
 
하지만 켐프는 시즌 시작 후에도 트레이드되거나, 방출되지 않았다. 아니, 더 정확하게는 '트레이드되지 못했다'고 봐야 할지도 모른다. 다 떠안고 방출하기에 켐프의 잔여연봉(4300만 달러)은 다저스로서도 만만치 않은 금액이다. 따라서 켐프의 연봉을 조금이라도 떠안아줄 구단을 찾기 위해선 일단 그를 기용하면서 반등하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반전이 일어났다. 아직 시즌 초지만, 켐프는 팀의 주포 저스틴 터너가 빠진 공백을 완벽하게 메워주고 있다. 4월 25일(이하 한국시간)까지 켐프의 성적은 19경기 3홈런 10타점 타율 .321 OPS .896에 달한다. 한때 퇴물 취급을 받았던 왕년의 프랜차이즈 스타는 연일 맹타를 휘두르며 팀에 없어선 안 될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
 
명문팀의 프랜차이즈 스타에서 퇴출 1순위로
 


 
켐프는 2014년까지 다저스의 프랜차이즈 스타였다. 2011년 타율 .324 39홈런 40도루 126타점을 기록한 켐프는 다저스 팬들에게 KeMVP(Kemp + MVP)라고 불렸다. 홈런 1개 차이로 40-40 달성에 실패했고, 내셔널리그 MVP는 라이언 브론에게 빼았겼지만, 이때까지 켐프의 활약은 '켐브이피'란 찬사를 받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그러나 이듬해부터 켐프가 거둔 성적과 태도는 팬들을 실망시키기에 충분했다. 2012년 켐프는 급격히 체중이 불어난 상태로 스프링캠프에 나섰다. 그럼에도 시즌 초반 좋은 성적을 기록했지만, 결국 불어난 체중으로 인해 햄스트링 부상으로 약 2달간을 결장했고, 시즌이 끝나고는 어깨 회전근 수술을 받았다. 이후 이 두 가지 부상은 끈질기게 켐프를 괴롭혀왔다.
 
특히 과체중으로 인한 하체 부상(햄스트링+발목)은 외야수로서의 수비력을 완전히 앗아갔다. 켐프가 2011년 이후 한 번도 그에 근접한 성적을 거두지 못한 이유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장기 계약 전후 그가 보인 태도다. 2010년 켐프는 인기 팝스타인 리한나와 사귀며 훈련에 소홀해졌고, 조 토레를 비롯한 수뇌부로부터 "야구에 집중하지 않는다"고 지적 받았다.
 
리한나와 결별한 후 2011년에는 MVP급 성적을 거뒀지만, 2012시즌을 앞두고 다시 인기 배우 에바 롱고리아와 염문을 뿌린 이후부터 훈련에 소홀해졌다. 훗날 켐프 역시 <플레이어즈트리뷴>을 통해 그 사실을 인정했다. 심지어 2013년에는 최악의 성적을 거둔 것도 모자라, 자신에 대한 트레이드설이 돌고 있는 것에 대해 대놓고 불만을 드러냈다.
 


 
이에 다저스의 새 프런트는 2014년 켐프가 전성기와 흡사한 타격성적을 기록하자(수비는 여전히 나빴다), 기다렸다는 듯 그해 겨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로 트레이드했다. 그리고 켐프는 1년 반 만에 애틀랜타로 다시 떠밀리듯이 트레이드됐다. 3년 동안 두 차례 팀을 옮기는 동안 켐프의 WAR(대체선수 대비 기여승수)는 1.4승. 이를 WAR 1승당 가치로 환산하면 1130만 달러다.
 
그런데 같은 기간 켐프가 받은 연봉은 6400만 달러였다. 얼마나 돈값을 못 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다저스에 복귀한 이유조차도 양팀의 '고액연봉자 정리'를 위해서였다. 다저스는 계약 기간이 1년 남은 애드리안 곤잘레스와 브랜든 맥카시, 스콧 캐즈미어(합계 약 5000만 달러)를 처분하길 원했고, 애틀랜타는 계약기간이 2년 남은 켐프(약 4300만 달러)를 처분하길 원했다.
 
트레이드 직후 곧바로 방출된 곤잘레스(물론 사전 합의에 의한 것이었다)처럼 켐프도 충분히 방출될 수 있었다. 그만큼 다저스 내에서 켐프의 입지는 위태로웠다.
 
줄어든 체중, 빨라진 주력, 높아진 타구각도
 


 
하지만 다저스로 돌아온 켐프는 달라졌다. 2014년 이후 3년간의 외유 끝에 고향 팀으로의 복귀는 그를 심기일전하게 했다. 켐프는 겨우내 체중을 40파운드(약 18kg)을 줄였을 뿐만 아니라, 야수들 가운데 가장 먼저 스프링캠프 훈련장에 합류했다. 과거에 슬리퍼 차림으로 웨이트 트레이닝 룸에 갔다가 박찬호로부터 지적받던 때와는 180도로 달라진 모습이었다.
 
체중이 줄어들면서 켐프가 가장 달라진 점은 바로 주력에서 찾을 수 있다. 2017년 켐프의 스프린트 스피드(sprint speed, 초당 이동거리)는 1초당 24.9피트(7.6m)였다. 2018년 현재는 지난해에 비해 1.7피트(0.52m)나 빨라진 1초당 26.6피트(8.1m)다. 이는 지난 1년 사이 메이저리그 모든 선수를 통틀어 가장 스프린트 스피드가 빨라진 사례다.
 
그리고 빨라진 주력은 좋은 수비와 타격으로 이어지고 있다. 먼저 켐프의 올해 UZR(수비로 막아낸 점수)은 115.2이닝 동안 -0.8점이다. 이를 150경기로 환산하면 -9.1점인데, 2013년 이후 켐프의 UZR/150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다. 지난 4년간 켐프가 나름 준수한 타격에도 불구하고 불안한 수비로 인해 기용 못됐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놀랄만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2017, 2018년 켐프의 타구지표 변화
 
2017년: [땅볼비율] [발사각도] 8.2' [강한타구] 34.7%
2018년: [땅볼비율] [발사각도] 16.9' [강한타구] 46.2%
 
한편, 켐프의 변화는 타구 지표에서도 관찰된다. 켐프는 땅볼 비율을 지난해 48.5%에서 올해 35.9%로 12.6% 포인트 낮췄는데, 이는 전성기였던 2011년 땅볼 비율 36.3%와 매우 흡사한 수치다. 땅볼 비율이 줄어들자 자연스럽게 평균 발사각도도 높아지고(8.2'→16.9'), 95마일 이상인 타구도 늘어나면서(34.7%→ 46.2%) 좋은 타격 성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타구 지표는 켐프가 뜨거운 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는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님을 말해준다. 올 시즌 달라진 모습으로 고향 팀에 돌아온 켐프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이현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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