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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스플 추적] KBO 비디오 판독 시스템은 여전히 ‘깡통’이다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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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25 (수) 13:44

                           
- KBO 시즌 전 "비디오 판독 오독률 0%에 도전하겠다"고 자신감 표출
"비디오 판독 화면, 전광판에 띄우겠다"고도 공표
현실은 여전히 '깡통' 비디오 판독 센터 운영 중
충격 증언 "KBO 자체 비디오 판독 영상, 전광판에 띄우는 건 불가능. 전송 회선도 없고, 실시간 편집 능력도 없다."
 


 
[엠스플뉴스]
 
우리는 흔히 ‘오심’으로 승부가 갈렸을 때 "오심도 경기의 일부분"이라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어차피 야구도 인간이 하는 일이고, 판정도 인간의 영역이다. 
 
그 '인간의 한계'를 조금이라도 극복하고자 KBO(한국야구위원회)는 수 억 원을 들여 비디오 판독 시스템을 구축했다. 문제는 비디오 판독 시스템이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기는 고사하고, 애초부터 비디오 판독 시스템 자체가 '한계'가 분명한 상태에서 구축됐다는 점이다.
 
4월 25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가 '한계'를 극명하게 보여준 예였다. 5회 초 무사 1루 상황. 롯데 전준우가 때린 공이 KT 유격수 박기혁 쪽으로 굴러갔다. 박기혁은 2루수 김지열에게 공을 가볍게 토스했다. 1루에서 2루로 뛰던 주자는 포스아웃. 
 
KT 2루수 김지열은 재빠르게 1루로 공을 던졌다. 공과 타자 주자 가운데 누가 더 빠른지 육안으론 판단이 쉽지 않은 상황. 전일수 1루심은 양팔을 넓게 펼치며, ‘세이프’를 선언했다. 
 
벤치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KT 김진욱 감독은 지체 없이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다. 비디오 판독 결과는 3분이 지난 오후 8시 17분에 발표됐다. 
 
심판진은 원심을 유지했다. 그리고 그 순간, 전광판에 방송사 중계화면이 떴다. KT 1루수 윤석민 미트에 공이 들어간 순간 타자 주자 전준우의 발은 1루에 닿지 않았다. ‘비디오 판독’을 거쳤음에도, 오심을 막지 못한 것이다. 
 
‘비디오 판독 오심 논란’은 왜 사라지지 않나
 


 
결과론적으로 ‘비디오 판독 오심’은 이날 경기의 ‘승부처가 됐다. 5회 초 4점을 내주며, 흔들리던 KT 투수 신병률은 비디오 판독 이후 무너졌다. 신병률은 5회 초 투아웃 이후 이대호와 민병헌에게 백투백 홈런을 맞고, 4점을 추가로 내줬다.
 
롯데는 5회 초에만 8점을 내면서, KT에 13대 0으로 앞서갔다. 경기 흐름이 롯데 쪽으로 완전히 넘어간 것이다.
 
KT는 5회 말부터 득점포를 가동하며, 추격을 시작했다. 4회까지 무득점에 그친 KT 타선은 5회부터 8점을 쓸어 담으며, 롯데를 추격했다. 하지만, 경기 초반 13점이나 벌어진 점수 차를 극복하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이날 경기는 롯데가 KT를 14대 8로 꺾으며 막을 내렸다. 
 
야구에 만약은 없다. 하지만, ‘비디오 판독 오심’이 없었다면, KT의 맹추격은 경기를 한층 더 흥미롭게 했을 것이다. ‘비디오 판독 오심이 야구장을 찾은 팬들이 흥미로운 경기를 관전할 권리를 빼앗았다’고 볼 수 있는 이유다.  
 


 
 
지난해에도 ‘비디오 판독 오심’은 KBO리그의 단골 논란거리였다. 그렇다면, KBO가 ‘비디오 판독 오심 논란’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KBO는 각 구장마다, 세이프-아웃 판독 요청이 가장 많은 1, 2루를 타깃 삼아 1루에 2대, 2루에 1대의 고정 카메라를 설치했다. 이 때문에 3루와 홈 쪽의 비디오 판독 사항에 대해선 제대로 된 피드백이 이뤄지기 힘든 구조다. 
 
여기다 KBO가 각 구장에 설치해놓은 ‘비디오 판독용 카메라’ 가운덴 여전히 초고속 카메라가 없다. 육안으로 보는 것과 큰 차이가 없는 판독 센터 영상은 정확한 비디오 판독을 하는 데 큰 장애물이 되고 있다. 이건 올해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다.
 
충격 증언 "KBO 자체 비디오 판독 영상, 구장 송출 불가능. 전송 회선도 없고 실시간으로 편집할 시스템과 역량이 없다."
 


 
KBO는 올해도 ‘경기 중 일어나는 돌출 상황’에 대비한 제대로 된 비디오 판독 시스템을 갖추지 않았다. 변한 게 있다면 ‘비디오 판독 센터를 상암에서 KBO 회관으로 이전한 것’뿐이다. 비디오 판독의 ‘질적 향상’을 위해 KBO가 한 일이라곤 아무것도 없다.
 
그런데도 KBO는 올 시즌을 앞두고 “비디오 판독 관련 중계화면을 전광판에 공표하겠다”고 발표했다. 실제로 중계화면이 전광판에 뜨기도 한다. 하지만, 중계화면은 비디오 판정이 끝난 뒤에 뜨고 있다. 이유는 무엇일까.
 
한 방송사 관계자는 “지난해까진 중계방송사들이 원활한 경기 진행을 위해 비디오 판정 중일 때 논란이 되는 순간을 방송에 내보냈다”고 전했다.
 
방송사들이 KBO에 협조해주고 받는 대가는 전무했다. 그러던 방송사들이 올 시즌엔 180도 태도를 바꿨다. KBO의 고압적인 태도 때문이었다는 게 방송사들의 중평이다.
 
메이저급 스포츠전문 방송사 관계자는 “KBO가 공표한 ‘중계화면 전광판 송출’은 중계방송사와의 협의없이 KBO가 일방적으로 발표한 내용이었다”며 다음과 같이 밝혔다. 
 
“일방적으로 공표한 것도 공표한 것이지만, KBO 고위층이 ‘어차피 방송 중계 저작권이 KBO에 있는데, 방송사와 무슨 협의를 하느냐’란 고압적인 태도로 일관하면서 방송사들이 반발한 게 사실이다. KBO가 방송사에 중계권을 파는 건 맞지만, 중계 화면을 언제 내보낼지는 방송사의 고유 권한이다. 특히나 방송사는 KBO에 돈을 주고 중계권을 사오는 곳이다. 하지만, 이런 방송사들이 과연 KBO로부터 정당하게 존중받아왔는지 의문이다. 우린 KBO의 '을'이 아니다.” 
 
다른 방송사 편성팀장은 “비디오 판정도 ‘경기의 일부’다. 어느 나라 프로스포츠에서도, 중계 화면이 ‘경기 진행’에 개입하는 경우는 없다”며 "KBO가 자체적으로 비디오 판독 시스템을 갖춘 만큼 KBO 비디오 판독 센터 영상을 전광판으로 내보내면 아무 문제가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렇다면 어째서 KBO 자체 비디오 판독 영상은 전광판에 뜨지 않는 걸까. KBO 비디오 판독센터에서 일했던 A 씨는 "KBO 자체 비디오 판독 영상을 각 구장 전광판에 송출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다음과 같은 충격적인 증언을 들려줬다.
 
판독센터에서 각 구장에 비디오 판독 화면을 송출하려면, 판독센터와 구장 사이에 전용 회선이 필요하다. 하지만, KBO는 이 전송 회선을 깔지도 않았다. 회선 설치에 드는 예산이 상당하기 때문이다여기다 실시간으로 편집해야 하는데 그런 편집 시스템도 없고, 역량 역시 갖추지 못했다. KBO 자체 비디오 판독 영상을 전광판에 내보낼 수 없는 이유다. 모든 야구팬이 아셨으면 하는데 비디오 판독 시스템은 지난해나 올해나 똑같이 '깡통'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KBO 말만 믿고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비디오 판독' 예산 전액을 책임지고 있다. 알려진 금액만 5억 원 이상이다. '눈 먼 돈'이 KBO 회관 상공에서 2년 연속 뿌려지고 있다.
 
이동섭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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