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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스플 취재 후] ‘17년 잠실운동장 노예’, 여전히 결론은 없다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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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25 (수) 11:22

                           
'17년 잠실운동장 노예' 사건 경찰 수사는 여전히 진행 중
송파경찰서 "수사 결과 발표, 늦어도 5월 초 안으로"
서울시 체육시설관리사업소 "수사 결과 나와야 행정적인 처분·징계 가능"
피해자 A씨는 장애인 쉼터에서 자활 과정에 들어갔다
 


 
[엠스플뉴스]
 
한 달여 전, 충격적인 사실이 보도됐다. 서울 잠실야구장 옆에 있는 적환장(분리수거장)에서 17년 동안 노예처럼 착취당한 A씨의 얘기가 세상에 공개된 것이다.
 
서울시 장애인인권센터에 따르면 60대 남성 피해자 A씨는 2001년부터 사건이 보도된 2018년까지 무려 17년 동안 잠실야구장 적환장(분리수거장)에서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매일 18시간 이상 일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적장애가 있는 A씨는 버려진 빵을 주워 먹고, 열악한 임시 컨테이너에서 숙식을 해결한 것으로 밝혀졌다. A씨를 고용한 민간 고물상 업자 B씨는 정식 허가 없이 업무를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과 관련해 ‘엠스플뉴스’는 3월 15일 자 기사로 “[엠스플 추적] ‘17년 잠실운동장 노예’ 서울시는 알고 있었다”를 보도했다. 서울시 체육시설관리사업소가 A씨와 B씨의 존재를 알고 있었음에도 소유 부지의 관리·감독 책임을 소홀히 했단 내용이었다. 또 사업소가 두산 베어스·LG 트윈스가 공동으로 관리하는 하위 기관인 잠실야구장으로 일정 부분 책임을 넘기려고 했단 점도 지적했다.
 
‘17년 잠실운동장 노예’ 수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장애인인권센터는 3월 12일 피해자의 근무 경위와 임금 체납, 인권침해 여부 등을 조사한 뒤 송파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 사건은 송파경찰서 지능범죄 1팀이 맡아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업소 관계자는 “우리가 소유한 부지에서 일어난 일이라, 책임감을 느낀다. 죄송할 뿐이다. 적환장 담당자를 포함해 다 같이 경찰의 조사를 받았다”며 고갤 숙였다.
 
‘엠스플뉴스’의 취재 결과 경찰 조사 과정에서 민간 고물상 업자 B씨는 이 사건과 관련해 억울함을 호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B씨는 “A씨의 친형에게 A씨의 임금을 주기적으로 줬다. 친형이 관리하는 것으로 알려진 통장을 조사해보면 된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친형이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진 A씨의 통장을 조사한 결과 B씨가 주기적으로 돈을 넣은 흔적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B씨의 친형이 잘못된 행동을 했던 걸까. 이는 100%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경찰 조사 결과 친형이 통장에서 돈을 착복한 정황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가 받은 돈을 누군가 빼서 쓴 흔적 없이 통장에 그대로 쌓인 것.
 
물론 경찰 조사를 통해 더 명확하게 밝혀져야 할 상황은 여전히 많다. 먼저 B씨가 노동 시간과 노동 강도에 따른 정당한 임금을 A씨의 통장으로 넣었는지가 관건이다. B씨가 A씨에게 극도로 열악했던 근무 환경을 제공한 것도 큰 문제다. 게다가 B씨에게 A씨를 소개한 것으로 알려진 A씨의 친형이 그간 A씨를 무관심하게 방치한 것 역시 의문이다.
 
문제는 사건이 발생하고 한 달여가 넘게 지난 시점에서도 아직 경찰의 수사 결과 발표가 이뤄지지 않고 있단 점이다. 운동장 현장 관계자들은 "경찰 수사가 지지부진해도 너무 지지부진하다"며 "경찰 수사 발표가 늦어지면서 책임져야할 사람들이 은근슬쩍 빠져나가려 준비 중"이라고 불만을 털어놓고 있다.이와 관련해 송파경찰서는 ‘17년 잠실운동장 노예’ 사건과 관련한 수사 결론이 곧 날 것이라고 밝혔다.
 
송파경찰서 고위 관계자는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 자세하게 말씀드리긴 어려울 것 같다. 빠르면 4월이 끝나기 전, 늦어도 5월 초 안으로 수사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그때 모든 수사 결과를 빠짐없이 밝히겠다”고 강조했다.
 
사업소도 경찰 수사 발표가 있어야 해당 사건과 관련한 후속 움직임을 보일 전망이다. 사업소는 A씨와 B씨의 존재를 알고 있었음에도 적환장 관리에 소홀했단 의혹을 받고 있다. 사업소 관계자는 “조사 결과가 나오면 우리가 잘못한 부분에 대해 행정 처분이나 징계 등 조처가 있을 것”이라며 "우리도 경찰 수사 발표가 늦어지면서 우리도 답답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가장 상처받은 건 A씨, 정의로운 수사 결과가 나오길”
 


 
이번 사건을 지켜본 한 현장 관계자는 “누가 장애인 방치 혹은 관리 소홀로 처벌을 받을지 궁금하다. 이 사건에서 가장 큰 상처를 받은 건 A씨다. 경찰의 공정한 수사로 정의로운 결과가 신속하게 나왔으면 좋겠다”라며 답답함을 내비쳤다.
 
앞선 관계자의 말대로 이번 사건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본 사람은 A씨다. A씨는 B씨와의 만남을 두려워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갇힌 적환장에서 17년 만에 열린 세상으로 나온 A씨는 장애인인권센터에서 '장애인 쉼터'로 이동해 자립 과정을 밟고 있다.
 
인권센터 관계자는 “A씨는 보호받아야 할 대상이기에 자세한 상황을 얘기해드리긴 어렵다"면서 다음과 같이 A 씨 근황을 들려줬다.
 
"쉼터가 향후 주거지 마련과 직업 연계 등 A씨의 자활을 지원하고 있다. A씨의 친형이 법적인 보호자는 아닌 걸로 안다. 친형이 A씨를 데려가도록 놔두는 일은 없을 것이다. A씨 혼자 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하는 방향이 가장 바람직하지 않을까 싶다.”
 
다행히 A씨가 열악한 상황에서 근무했던 적환장 환경은 완전히 바뀌었다. 사실상 B씨의 불법 점거에 가까웠던 해당 적환장에선 이제 공식 재활용 업체와 함께 정상적인 분리수거 업무가 진행되고 있다. 
 
사업소 관계자는 “재활용 업체와 급하게 계약해서 송파구청에도 신고했다. 청소 업체에서 분리수거를 깔끔하게 하고 적환장에 갖다 놓으면 분리수거 업체가 재활용품만 가져가면 되는 시스템으로 바뀌었다. 이제 적환장에서 상주하면서 일하는 사람은 없도록 하겠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17년 잠실운동장 노예’ 사건을 통해 우리 사회는 주변의 무관심과 방치가 한 사람의 인권을 얼마나 파괴할 수 있는지를 똑똑히 지켜봤다. ‘엠스플뉴스’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후속 보도를 이어갈 계획이다.
 
김근한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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