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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삼성화재 푸른 심장 박철우, '新 삼성 왕조'를 꿈꾸다

일병 news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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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17 (일) 11:58

                           

[매거진] 삼성화재 푸른 심장 박철우, '新 삼성 왕조'를 꿈꾸다



 



신명난 몸짓하며 절규하듯 지르는 목소리가 무언가에 홀린듯하다. 동료들은 거기에 장단 맞춰 춤추듯 뛰어다닌다. 엄청난 기운이 코트를 감돈다. 그 기운은 네트를 넘어 적을 집어삼킬 기세다. ‘캡틴’ 박철우(32)가 이끄는 삼성화재 배구팀은 올 시즌 경기력뿐만 아니라 상대를 움츠러들게 하는 특별한 무엇을 갖고 있다. 프로배구 14년차 선수 박철우는 삼성화재 주장이다. 경북사대부고를 졸업하고 19살 때 바로 프로무대에 뛰어든 그도 어느덧 30세를 훌쩍 넘겼다. 1시간이 되든, 2시간이 넘든 경기 내내 신들린 듯 몰입하는 박철우를 바라보는 팬들 시선에 경이로움이 묻어난다. 그의 경기력도 전성기를 다시 만난 듯 물이 올랐다. 그 덕분인지 삼성화재도 지난 시즌 실패를 딛고 초반 남자부 선두를 달리며 ‘배구명가’ 재건을 꿈꾼다. 주장이자 맏형으로 매사 솔선수범하는 삼성화재의 푸른 심장. ‘신 삼성 왕조’ 부활에 앞장서고 있는 박철우를 만나러 지난 11월 13일, 경기도 용인에 소재한 삼성화재 트레이닝 센터(STC)를 찾았다.



 



[매거진] 삼성화재 푸른 심장 박철우, '新 삼성 왕조'를 꿈꾸다



 



넘치는 파이팅,



경기에 몰입한다는 증거




박철우가 본 ‘과거 삼성화재’는 늘 파이팅 넘치는 팀이었다. 매 순간 모든 플레이에서 에너지가 느껴졌다. 최근 삼성화재 선수들이 유독 힘 있는 세리머니를 보여주는 이유였다. 그는 “원래 삼성화재가 그런 팀이었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이 같은 이유 때문인지 올 시즌 삼성화재 선수들은 코트에서 유독 활기 넘친 몸짓과 표정을 짓고 있다. 다소 딱딱하고 무겁던 지난 모습과는 달리 선수들 얼굴에서 생기가 느껴진다.




박철우는 “단순히 웃고 즐기는 게 좋은 분위기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라며 단호하게 말했다. 이어 “코트 안에서 치열하고 집중해 몰입할 때 즐거운 것입니다. 열심히 소리치는 것 역시 몰입하고 있다는 증거고요. 여러 선수들에게 ‘훈련 때부터 이런 분위기를 만들자’라고 말했습니다. 덕분에 실전에서도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 같아요”라고 말을 이어갔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박철우는 크고 작은 부상으로 고생하고 있었다. 지난 10월 29일, 한국전력 전에서 착지 도중 입었던 발목 부상부터 크고 작은 부상들이 그를 괴롭히고 있다. 그렇지만 박철우는 언제 아팠냐는 듯이 경기때만 되면 코트 위에서 포효한다.



 



박철우는 부상을 안고도 코트에 오른 이유를 “팀 시너지를 위해서”라고 밝혔다. 자칫 본인이 결장한다면 팀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프로라면 몸을 걸고 경기에 뛰는 것이 당연한 거죠. ‘프로’이기 때문입니다. 프로는 승리하기 위해 존재합니다. 패배란 곧 낙오를 의미하고요. 항상 승리를 요구하고 열정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럼에도 늘 이길 순 없겠죠. 그래서 매 순간 절실하게 경기에 매달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승리를 향한 간절함이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과연 이번 시즌 박철우를 이토록 절실하게 만든 건 무엇일지 궁금했다. “올 시즌 처음으로 주장을 맡았습니다. 내가 주장이어서 성적이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진 않습니다. 또 다시 삼성화재가 강팀 반열에 올랐으면 하는 바람도 있고요. 무엇보다 군 전역 후 어느덧 나이가 삼십 줄에 들어섰어요. 예전엔 잘 안되면 ‘내년에 잘하지 뭐’라는 생각을 했는데 이제 정말 은퇴를 할 수 있는 나이가 됐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음은 없다는 생각에서 절실함이 피어나는 것 같아요.”



 



[매거진] 삼성화재 푸른 심장 박철우, '新 삼성 왕조'를 꿈꾸다



 



토종 아포짓 스파이커,
앞으로 더 많이 나왔으면…




지난 2016~2017 시즌부터 남자부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 제도가 들어섰다. 외국인선수 수준이 평준화됐다. 박철우, 문성민, 이강원같은 토종 아포짓 스파이커가 상대적으로 돋보일 수 있게 됐다. 박철우는 “긍정적인 현상이다”라며 이를 평가했다.




그가 계속해서 말했다. “예전에는 어린 친구들이 아포짓 스파이커를 하지 않으려 했다고 합니다. 프로에서 외인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니 비전이 없다는 이유에서죠. 그 때문에 국제무대서 활약할 젊은 선수들이 많이 나오질 않았는데,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친구들이 희망을 갖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부디 젊은 선수들이 더 나와 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대화는 자연스럽게 올 시즌 새로 프로 무대에 오른 신인들 이야기로 이어졌다. 올 시즌은 삼성화재 김정호를 비롯해 우리카드 한성정, OK저축은행 차지환 등 벌써부터 두각을 나타내는 신인 선수들이 여럿 있다. 박철우는 “어린 선수들이 뛰어주는 것 자체만으로도 분위기 전환에 큰 힘이 되고 있다”라고 신인 등장을 반겼다.




가장 주목하는 신인 선수로는 본인과 같은 포지션인 대한항공 임동혁을 꼽았다. “지난 비시즌 때 청소년대표팀과 연습 경기를 치른 적이 있습니다. 그 중 임동혁이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타이스가 없긴 했지만 우리를 상대로 경기를 치르는 걸 보면서 대단하다고 느꼈습니다. 차기 국가대표 공격수로 한 자리 차지하겠구나 싶었죠. 많은 신인들이 뛰는 걸 보면 우리 어린 시절보다 지금 선수들이 훨씬 낫다고 생각합니다.”




그 말을 듣자 문득 박철우 어린 시절이 궁금했다. 어린 박철우는 어떤 선수였을까. 박철우는 ‘말라깽이 유망주’라고 과거를 표현했다. “체격은 좋지 않았지만 키가 커 만년 유망주 소리를 들었어요. 목이 길다보니 어릴 적 별명은 기린이었습니다. 성격은 정말 순수했어요(웃음). 어떻게든 선배를 뛰어넘고 성공하겠다는 순수한 열망으로 가득 찬 선수였던 것 같아요. 야망이 가득했죠.”




박철우는 중학교 1학년 때, 배구를 하던 체육선생님으로부터 선수 생활 권유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 때 이미 키는 188cm까지 자랐다. “원래는 농구를 좋아했는데요, 배구를 보는 순간 ‘아 이건 운명인가’ 싶을 정도로 확 꽂혀버렸죠. 그렇게 배구에 입문하게 됐습니다. 2학년이 되니 195cm, 중3때 198cm까지 컸어요. 부모님들께서 신장이 크긴 하지만 제가 좀 유별나게 컸습니다.”



 



[매거진] 삼성화재 푸른 심장 박철우, '新 삼성 왕조'를 꿈꾸다



 



각자 역할에 맞게,
삼성화재가 빛나는 이유



 



아직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삼성화재는 연일 뛰어난 경기력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그렇지만 박철우는 “여전히 보완할 부분이 많다”라며 안심하지 않았다. “기술적인 부분을 더 보완해야 합니다. 블로킹 높이 자체는 좋아졌지만 블로킹 득점 자체는 많이 떨어졌어요. 팀에서 이 부분 굉장히 강조하고 있는데요, 그 외에 기본기가 더 보완된다면 지금보다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올 시즌 남자부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강한 서브’다. 많은 팀들이 강서브로 상대 리시브를 흔드는 작전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삼성화재는 나머지 팀들과는 정반대 행보를 보인다. 무작정 강한 서브보다는 범실을 줄이는 서브에 초점을 맞춘 모습이다. 이에 박철우는 ‘감독님 지시’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강한 서브는 양날의 검과 같다. 강한 서브는 곧 잦은 범실과 연결된다. 자칫 서브가 들어가지 않게 되면 팀 흐름을 끊어 상대를 도와주는 꼴이 된다.




이에 대해 박철우는 “우리 배구는 ‘지키는 배구’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강한 서브보다는 안정적인 서브로 범실을 줄이는 게 첫 번째죠. 상대가 날린 강한 서브는 리시브서 이겨내고 우리 득점으로 연결합니다. 우리 득점 차례에 점수를 내고, 반대로 상대가 점수를 낼 타이밍에 디그, 블로킹으로 막아내는 배구가 우리 지향점입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는 강한 수비, 곧 리시브와 디그, 거기에 높은 블로킹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류윤식-부용찬 수비 라인이 수비에서 연일 맹활약을 선보이고 있다. 여기에 박상하와 김규민이 버티는 중앙 블로킹 벽도 높다.




박철우 역시 이를 강조했다. “배구는 (공을) 받아주지 못하면 그 다음 과정이 없어요. 아무리 좋은 공격수를 가졌다 해도 리시브, 디그가 없인 힘을 발휘하지 못하죠. 류윤식-부용찬이 뒤를 잘 받쳐주고 있어 타이스와 제가 편히 공격할 수 있습니다. 또 세터 황동일이 신장이 좋아 넘어가는 공들을 제대로 잡아주는 점도 크게 작용합니다. 여러모로 각자 제 역할에 충실하게 임해 삼성화재가 빛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매거진] 삼성화재 푸른 심장 박철우, '新 삼성 왕조'를 꿈꾸다



 



2년의 공백, 그리고 복귀
이겨낼 수 있었던 힘… ‘가족’



 



박철우는 2년 여 기간 동안 공익근무를 마치고 지난 시즌 삼성화재로 돌아왔다. 그는 “미리 느껴본 은퇴”라고 그 당시를 회상했다.




“운동선수는 여기저기서 주목을 많이 받는 직업이잖아요. 그에 반해 사회복무요원은 조용히 업무에만 집중해야 하죠. 공익 생활을 하면서 선수 시절을 떠올리면 허무한 감정이 들었어요. 미리 은퇴를 느껴본 것 같았죠. 그리고는 ‘아, 선수 생활이 행복한 거구나’라고 느꼈어요. 하루 빨리 승리할 때 쾌감을 다시 느껴보고 싶었어요.”




박철우는 그 힘든 시간을 이겨낼 수 있었던 이유로 가족들을 꼽았다. 그는 “그 시절 뿐 아니라 훈련, 시즌 등을 이겨내는 데 가족들이 90% 이상”이라고 이야기했다.




“내가 이것도 못 이겨내서 어떻게 좋은 아빠가 되겠나 생각합니다. 또 옆에서 늘 묵묵히 도와주는 아내도 큰 힘이 되고요. 아내도 참 힘들 겁니다. 매 홈경기마다 아이들 데려와서 경기를 본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 뭐, 제가 ‘너 와야 이겨’라고 반 강제적으로 부르는 것도 있지만요(웃음).”




그는 계속해서 아내 걱정을 이어갔다. “집에서 아이를 기르는 일이 절대 쉬운 일이 아니죠. 공익 근무 하면서 2년 간 육아를 했는데 정말 어려웠어요. 육아하다가 배구를 하니 배구가 쉬울 정도였으니까요.”




‘아내와 아이들에 많은 시간을 쓰지 못해 미안하다’라고 말하는 박철우에게 기자가 ‘가정적인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러자 박철우는 고개를 저었다. “가정적이라는 말은 없는 것 같아요. 부부에게 특별히 정해진 역할 같은 건 없다고 생각해요. 서로 같이 하는 거죠.”




팀 단장이자 장인어른인 신치용 단장에 대해서도 듣고 싶었다. 말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박철우는 의외로 어렵지 않다는 듯 말을 꺼냈다. “요새 팀 분위기가 좋잖아요. 당연히 그 부분에 대해 칭찬해주시죠. 그렇지만 우승할 때까지 고삐를 늦추지 말라고 단호하게 말씀도 하세요. 겸손하게 준비하고 노력하라 하시죠. 그렇게 하시는 게 당연한 것 같아요. 단장님이시니까요.”




박철우는 단장과 선수 관계로 만나면 여전히 어려운 사이라고 밝히며 말을 이어갔다. “그렇지만 집에서는 전혀 달라지죠. 배구 이야기는 스트레스 받을까 자제하시는 편이셔요. 사위-장인 관계지만 어떻게 보면 사제지간이기도 하죠. 하는 일이 같으니 술 한 잔 하면서 배구 이야기 도 할 수 있어 정말 좋아요. 아, 그리고 집에서는 심각하게 손녀 바보십니다. 눈이 떨어지질 않아요.”



 



 



[매거진] 삼성화재 푸른 심장 박철우, '新 삼성 왕조'를 꿈꾸다



올 시즌 목표,
두말할 것 없이 ‘우승’



 



올 시즌 삼성화재, 그리고 박철우가 가진 목표는 단연 우승이다. “목표는 언제나 그렇듯 우승입니다. 좋은 경기를 펼치기 위해서는 매 게임마다 좋은 경기력을 발휘해야 하죠. 시즌 정말 길어요. 전체를 보고 경기에 임하면 아마 중간에 지쳐버릴 거예요. 그래서 매번 다가오는 한 경기에 집중하려고 노력합니다. 이것이 쌓이면 우승으로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박철우가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베테랑답게 끝인사 역시 노련미가 넘쳤다.




“팬 여러분!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에 탈락해서 아쉬워하고 실망 많이 하셨을 텐데 이번엔 정말 많은 준비를 했습니다. 덕분에 선수들 기량도 많이 좋아졌습니다. 이번 시즌에는 모두가 힘을 합쳐 우승이라는 빛나는 위업을 달성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시시콜콜 QnA




# 가장 예쁜 후배, 규민이




Q 팀 내 가장 돌+아이는 누군가요?
A (한 치 망설임 없이) 김규민이죠. 나쁜 의미는 아니고 규민이가 워낙 밝고요. 처진 분위기를 싫어해 좀 까부는 게 있어요. 전 위로 다섯 살 차이 나는 고희진 코치님이 정말 어려운데 저보다 다섯 살 어린 규민이는 저를 전혀 어려워하지 않아요. 심지어 주먹질 장난도 같이 친다니까요. 사실은 가장 예쁜 후배가 규민입니다.



 




# 늘어난 팬들, 실감하시나요?




Q 최근 경기력이 좋아 박철우 선수 팬이 많이 늘어난 것 같은데요.
A 왜 나만 못 느끼는 거죠? (류)윤식이나 신인 선수들이 인기 많지 저는 별로 없어요. 전 유부남이라 결혼하고 나니 별 거 없어요. 그저 제 플레이를 즐겨주는 팬들에게 고마울 따름입니다.



 



Q 팬들이 붙여준 별명 가운데 마음에 드는 게 있다면요?
A 안 좋은 별명들이 많아서…. 가끔 잘할 때 ‘갓철우’라고 해주면 기분이 참 좋습니다. (가장 싫은 별명은 무엇인지 묻자) 그건 제 마음 속에만 담아두겠습니다!



 




# 커피 장인 박철우




Q 개인적인 취미는 어떤 것인가요.
A 커피를 정말 좋아해요. 맛있다는 커피숍에 가서 온갖 커피를 다 맛보곤 했어요. 한 1년 정도 빠져 살았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아내가 ‘차라리 네가 해먹어!’라면서 좋은 커피머신을 하나 사주더라고요. 요즘엔 집에서 직접 갈아서 마십니다. 아주 즐거운 취미죠.




글/ 이광준 기자  



사진/ 유용우 기자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12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저작권자 ⓒ 더스파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댓글 2

병장 대충놀자

2017.12.17 12:11:08

개그맨인줄 ㅋ

상사 항상양지로가자

2017.12.17 14:10:02

그래도 문성민>>>>>>>>>...박철우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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