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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우의 MLB+] 메이저리그의 사례로 본 사인 훔치기 논란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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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20 (금) 15:44

                           


 
[엠스플뉴스]
 
지난 18일 한국 야구팬들 사이에서 LG 트윈스 더그아웃에 붙은 종이 한 장이 논란이 됐다. 종이에는 KIA 타이거즈의 구종별 사인이 상세하게 적혀 있었다. '사인 훔치기'에 대한 논란이 거세게 일자, 이 사건은 KBO 상벌위까지 넘어가게 됐다. KBO는 20일 오후 2시 LG 사인 훔치기 논란 관련 상벌위를 개최했다.
 
사실 야구 경기에서 상대 팀의 사인을 훔치는 행위는 하루 이틀 벌어진 일이 아니다. 상대 팀의 사인이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알 수 있다면 투수가 어떤 공을 던질지, 어떤 작전이 펼쳐질지 미리 알고 대비할 수 있다. 그러니 사인을 훔치면 경기에서 이길 확률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프로야구가 생긴 이래로 사인을 훔치려는 시도가 늘 있었던 이유다.
 
비도덕적인 행위인지 아닌지를 떠나서 사인을 훔치는 행위엔 선의의 피해자도, 절대 악의 가해자도 없다. 기회만 있으면 상대의 사인을 알아내기 위해 애쓰는 건 모든 팀이 마찬가지다. 괜히 모든 팀이 이닝마다 사인을 바꾸고 가짜 사인을 섞는 게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상시에 사인 훔치기가 논란거리로 비화하지 않는 이유는, 은밀한 형태로 행해지기 때문이다.
 
사인 훔치기가 도마 위에 오르는 것은 암묵적인 '사인 훔치기의 규칙'을 어길 때다. 
 
첨단 장비를 활용한 메이저리그의 사인 훔치기 전쟁
 
 


 
메이저리그에서도 과거부터 사인 훔치기는 존재해왔다. 하지만 "벤치 내부, 베이스코치 및 주자가 타자에게 상대투수의 구종 등의 전달 행위를 금지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KBO리그와는 달리, 메이저리그에는 '육안으로' 사인을 훔치는 행위를 제재하는 마땅한 규정이 없다. 물론 예외는 있다. 바로 전자기기를 활용한 사인 훔치기와 그라운드 밖 직원을 통한 사인 훔치기다.
 
이런 규정이 생긴 이유는 최신 기술을 활용해 사인을 훔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2017년 보스턴 레드삭스가 전자 기기를 활용해 사인을 훔쳤던 사건이 있다. 보스턴은 지난해 9월 그라운드 외부에 있는 영상 분석관이 스마트 워치를 통해 더그아웃 내부에 있는 트레이너와 일부 코치에게 포수 사인 등의 정보를 전달한 사실이 적발돼 벌금을 물었다.
 
한편, 같은 해 9월 보스턴은 뉴욕 양키스 역시 구단 중계 카메라를 활용해 사인을 훔쳤다고 문제를 제기한 적이 있었다. 사무국은 이를 '증거 불충분'으로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조사 과정에서 양키스가 불펜 전화를 '사인을 훔치는 용도'로 활용한 사실이 적발되면서 양키스 역시 벌금을 무는 해프닝이 있었다. 이 역시 전자기기 또는 통신장비를 악용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메이저리그가 올해부터 더그아웃 통화 내용을 모두 녹음하기로 한 데에는 이러한 배경이 깔려있다. 하지만 이런 사인 훔치기에 관한 모든 규정은 '경기 중'인 상황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경기가 아닐 때 전력분석원 등이 상대 구단의 사인을 분석하는 것은 메이저리그에서도 일상적인 일에 가깝다. 당연히 금지 대상도 아니다.
 
LG의 잘못, 허술함과 안이함
 


 
이런 메이저리그의 기준에서 이번 LG의 사인 훔치기 사건은 *애매한 측면이 있다. 종이가 발견된 시점이 19일 '경기 전'이기 때문이다. KBO리그 역시 관련 규정에 "경기 중 외부로부터 전자기기나 페이퍼 등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을 금한다"고 명시되어 있지만, 경기 전 상대팀의 사인을 분석한 내용을 공유하는 것에 대해서는 금하고 있지 않다.
 
 * 물론 사인을 분석한 내용을 종이에 적어놓은 것을 "경기 중 벤치 내부, 베이스코치 및 주자가 타자에게 상대투수의 구종 등을 전달하기 위해서"라고 해석할 경우에는 KBO리그 규정에 따라 처벌을 내릴 근거가 될 수도 있다. 한편, LG 구단의 공식 입장 전문은 "(사인 훔치기가) 야구팬의 기대와 신뢰를 저버릴 수 있는 불미스러운 일"이었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사실 18일 경기 전 LG 더그아웃 벽에 붙은 종이에 적힌 정보는 KBO 어느 구단에서나 전력분석팀이 경기 전 선수단에게 전달하는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따라서 이번 사건은 '규정상으로 금지되는 사인 훔치기 행위'와는 큰 관련이 없다. LG의 진짜 잘못은 이런 정보를 누구나 볼 수 있는 곳에 대놓고 부착한 허술함과 안이함에 있다. 
 
이것이 과연 처벌받을 사유인지와는 별개로 LG 구단은 허술한 정보 관리에 대한 자성이 필요해 보인다.
 
 
 
이현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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