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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스플 현장] '퍼펙트 도전자' 최원태는 울지 않았다, 내일이 있기에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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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19 (목) 18:22

                           


 
[엠스플뉴스=고척]
 
"저 안 울었어요. (이)정후가 미안하다고 우는게 짠해서 눈물이 날 뻔 했는데, 눈물이 안 나오더라구요."
 
퍼펙트 게임을 놓친 후유증은 전혀 없었다. 넥센 히어로즈 최원태는 4월 19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NC 다이노스전을 앞두고 밝은 표정으로 취재진 앞에 나타나, 퍼펙트 게임에 도전한 전날 경기를 돌아봤다. 
 
최원태는 18일 NC전에 선발등판해 8회 1아웃까지 퍼펙트 행진을 펼쳤다. 안타는 물론 볼넷, 몸에 맞는 볼조차 하나도 내주지 않고 완벽한 피칭을 이어갔다. 그러나 8회 1사에서 나온 최준석에게 우익수쪽 2루타를 맞고 아깝게 대기록을 놓쳤다. 우익수 이정후가 열심히 쫓아가 몸을 날렸지만, 공이 글러브를 맞고 떨어져 안타로 기록됐다.
 
최원태는 사실 전날 경기를 앞두고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컨디션이 안 좋았는데, 보통 컨디션 안 좋은 날 잘 던질 때가 많았다"며 "항상 (컨디션이) 안 좋았으면 하는 생각도 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날 최원태는 140km/h 초반대 투심 패스트볼에 결정구로 체인지업을 섞어 NC 타선을 꽁꽁 묶었다.
 
7회까지 0의 행진을 펼친 최원태는 8회 1사후 최준석에게 첫 안타를 맞았다. 그는 "사실 안타가 나올 줄 알았다. 안타가 나올 때가 됐다 싶었는데, 수비가 잘 해줬다"며 "퍼펙트를 전혀 의식하지 않았다. 막아야겠다는 생각 밖에 없었다"고 했다. 
 
최준석에 첫 안타를 맞은 순간에 어떤 기분이었을까. 최원태는 "안타 맞을 수도 있죠"라며 덤덤하게 말했다. "안타였는데, 이정후는 자기가 놓쳤다고 생각한 것 같다. 경기 끝난 뒤 미안하다고 와서 울길래, 짠해서 나도 눈물이 날 뻔 했다." 최원태의 말이다. 하지만 끝까지 눈물은 안 나왔다고.
 
8회 점수를 내준 최원태는 9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경기를 끝까지 책임졌다. 최원태는 당연히 9회에도 올라가는 줄 알았다고 했다. 그래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만일 넥센이 9회말 동점을 만들었다면, 10회에도 마운드에 오를 생각이었다고 했다. 최원태는 "9회 동안 투구수가 92개였다. 100구 이내로 끊은 게 만족스럽다"고 했다.
 
한 점도 못 낸 타자들이 야속하진 않았을까. 오히려 그 반대다. 최원태는 "작년에 타자들 덕분에 10승을 했다"며 "지난 경기 때도 5이닝 3실점하고 승리투수가 됐다. 내가 못 던졌을 때도 타자들이 도와줘서 승을 올린 적이 많다. 그럴 때도 있고, 이럴 때도 있는 법"이라고 의젓한 자세를 보였다. 이어 "박동원 형의 리드가 좋았다. 야수 형들에게도 고맙다"며 동료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최원태는 끝까지 울지 않은 이유를 이야기할 때 싱긋 웃으며 "내일이 있잖아요"라고 했다. 올해 21살의 프로 3년차 투수. 하지만 이미 지난해 두 자리 승수를 거두며 내국인 에이스로 올라섰고, 올해는 시즌 초반부터 퍼펙트 게임에 도전하며 한 단계 더 위로 올라선 최원태다. 비록 첫 퍼펙트 도전은 아쉽게 끝났지만, 최원태에겐 앞으로 대기록에 도전할 수많은 날이 남아 있다. 
 
배지헌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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