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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희의 작전타임] KB 김민정, “깡다구 없었던 나, 지금부터 자신 있게”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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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19 (목) 14:22

                           



[점프볼=이원희 기자] KB스타즈 김민정(24)은 별로 말이 없는 친구다. 코트 위에서도 그렇다. 묵묵히 제 역할만 하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자신의 이름을 알리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 모른다. 김민정은 2017-2018시즌 평균 3.1점 1.4리바운드 0.3어시스트로 핵심 식스맨을 수행했다. 선수 생활 처음으로 평균 출전시간 10분(12분41초)을 넘겼다. 시즌 내내 KB스타즈의 상승세에 힘을 보탰고,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다. 존재감이 미미했던 과거와 달랐다. 김민정의 프로 데뷔 5시즌 만이다. 김민정은 “코트에 뛰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했다”고 말했다.

김민정의 동기는 구슬(KDB생명), 김한비(KB스타즈), 최은실(우리은행), 유승희, 김아름(이상 신한은행) 강이슬, 김이슬(KEB하나은행) 정도다. 다른 선수들과 비교해 인지도가 높지 않았던 편. 구슬과 최은실은 팀을 대표하는 유망주. 유승희와 김아름도 주전 선수들의 뒤를 받치며 성장세를 알렸다. 강이슬과 김이슬은 주전급으로 활약 중이다. 하지만 김민정과 김한비는 출전시간이 제한됐다. 퓨처스리그 스타로 떠올랐지만 1군 무대에서는 벤치에 앉는 일이 대부분이었다. 안덕수 감독 체제 이후 김민정에게도 조금씩 기회가 주어졌다. 신장 182cm로 높이가 괜찮고 밖에서 슛을 던질 줄 아는 멀티자원이다. 쓰임새가 많았다. 박지수의 체력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라도 김민정이 필요했다. 안 감독도 시즌 도중 “김민정에게 항상 자신 있게 슛을 던지라고 주문한다. 보통 상대 수비가 강아정 박지수에게 집중되는 편이다. 김민정이 잘해주면 상대 시선이 분산되는데, 그 역할을 잘해준다”고 칭찬도 했다.

▶ “난 깡다구가 부족했던 선수”

Q. 시즌이 끝났다. 어떻게 지내고 있나.

휴가를 재밌게 보내고 있다. 선수단 복귀가 6월1일이다. 다른 팀들에 비해 늦게 복귀한다. 다행이다(웃음). 복귀 전에는 스킬 트레이닝을 받을 예정이다. 최근에는 구슬, (최)은실이와 함께 베트남의 다낭 여행을 다녀왔다.

Q. 올 시즌부터 서서히 기회를 얻기 시작했다.

솔직히 2016-2017시즌까지 많이 뛰지 못했다. 안 감독님이 오시면서 부족한 모습을 줄이고, 뭐든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기들은 열심히 뛰고 있었기 때문에 이제부터라도 열심히 하자고 다짐했다. 올 시즌 초반에도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 중반부터 뛸 수 있었다. 의미가 많은 시즌이다. 코트에 뛰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했다.

Q. 다른 팀의 동기들은 출전시간이 많아 부러웠던 적은 없었나.

동기들은 벌써 자리를 잡고 뛰고 있고, 저 혼자 뛰지 못해 자괴감이 들었다. 뭐하고 있나 싶었다. 강이슬과 김이슬은 프로 초기부터 많이 뛰어 부러웠다. 구슬, 최은실과 친한 편이다. 동기들과 포지션도 비슷한데 저만 못 뛰고 있었다. 단체 카톡방에 둘이 경기에 대해 얘기할 때면, 저는 할 말이 없었다. 솔직히 지난 시즌에도 출전시간이 많지 않아 계속 농구를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Q. 이제 자신감이 생겼을 거 같다.

안 감독님을 비롯해 코치진이 도움을 주시고 신경 써주셔서 잘할 수 있었다. 언니들도 자신 있게 하라는 말을 많이 했다. 저는 깡다구가 부족한 선수였다. 한 대 맞으면 맞받아쳐야 하는데 피하기만 바빴다. 코치진에 혼이 나면 위축되고, 눈을 피하기만 했다. 올 시즌 경험을 바탕으로 다음 시즌 자신 있게 뛰겠다.

Q. 올 시즌 김진영과 식스맨 경쟁을 했다.

원래 포지션은 4번인데, 올 시즌 3번으로도 많이 뛰었다. 그래서 경쟁체제가 된 거 같다. 사실 크게 의식하지 않았지만, 후배인 (김)진영이가 많이 나가면 서운한 것도 있었다. 코치진에 어필하기 보다는 개인훈련부터 열심히 하려고 했다. 오후 훈련이 시작되기 30분 전부터 슛을 쐈고, 야간 훈련에도 슛과 드리블 등 부족한 부분에 집중하다보니 기회가 왔다. 노력했다고 조금이라도 기회를 주시는 게 보였다.

▶ “어렸을 때는 우리은행 선수가 되고 싶었다.”

Q. 플레이오프나 챔피언결정전을 뛰어보니 어땠나.

서동철(부산 KT) 감독님이 계실 때 챔피언결정전을 뛰기는 했다. 1분 정도였나(웃음). 올 시즌 좋은 경험을 했다. 플레이오프 때 벤치에만 있었는데, 이번에 많이 뛰어 ‘이런 게 플레이오프구나’라는 느낌을 받았다. 긴장은 했다. 큰 무대를 뛰는 게 처음이어서 코트에서 얼어 있었다. 분위기가 다르더라.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들이었는데, 정규리그처럼 하려고 해도 되지 않았다.

Q. 챔프전에서 우리은행에 패해 아쉬웠겠다.

다시 느끼지만 우리은행은 엄청 센 팀이다. 힘과 노련미에서 차이가 났다. 특히 제가 약해서 그런지, 제 쪽으로 공격을 많이 했다. 이 선수를 맡으면 저 선수가 공격하고, 저 선수를 맡으면 다른 선수들이 치고 들어왔다. 한 골씩 내줄 때면 열이 받기도 했지만, 다음 플레이가 쉽게 되지 않았다. 우승을 못해서 아쉽다. 언니들이 체력적으로 힘들었을 것이다. 플레이오프에서 신한은행을 상대로 2차전에서 끝내지 못한 것이 컸다.

Q. 옛날에는 우리은행 팬이었다고.

제가 춘천여고 출신이다(과거 우리은행 연고지). 그래서 우리은행에서 뛰고 싶었다. 제가 초등학생이었을 때, 우리은행이 타미카 캐칭을 앞세워 우승을 차지했었다. 김계령, 김영옥, 김은혜 등 우리은행 선배님들을 보고 자라왔고, 꼭 저런 선수가 되겠다고 마음먹었다. 현장에서 종종 우리은행 선배님들을 볼 때가 있는데, 연예인을 본 것처럼 신기하다. 

Q. 친동생도 농구선수라고 들었는데.

친동생 (김)민선이는 실업팀 사천시청에서 뛰고 있다. 동생 키가 168cm로 작은 편이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저보다 동생의 실력이 더 좋았다. 아무래도 체격이 작아 프로에 뽑히지 못한 거 같다. 동생이 종종 프로에 있는 저를 부러워할 때가 있었다. 그런 동생을 위해 조언을 많이 해주고 있다. 항상 열심히 하다 보면 기회가 올 거라고 했다.

▶ 안덕수 감독님, 좋은 분이다.

Q. 안덕수 감독님은 어떤가. 평소에도 경기 때처럼 펄쩍펄쩍 뛸 때가 많나.

열정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또 코트 안이랑 밖에 있을 때를 확실하게 구분하신다. 코트 안에서 조금 무섭다면, 밖에서는 잘해주신다. 좋은 분이시다. 칭찬도 많이 해주신다. 목소리가 커서 짜증을 내시는 거라 오해할 수 있는데, 분명 아니다. 하프라인부터 엔드라인까지 박수를 치면 격려해주실 때가 많다. 선수들을 혼낼 때면 뒤에서 미안해하신다. 장난이라도 한 번 더 걸려고 노력하는 게 보인다. 그런 감독님을 볼 때면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Q. 안 감독님은 본인을 뭐라고 부르나.

만두라고 한다. 특별한 뜻이 없다. 만두를 닮았단다. 괜찮은 별명이다. 그렇게 불러주셔도 괜찮다. 안 감독님 생일 때 세게 밟고 갔다고 ‘야! 만두 왜 밟아!’라고 하셨다. 재밌었다.

Q. 팀에서 가장 친한 선수는.

김현아다. 참 저돌적이고 열정적인 아이다. 장난이 보통이 아니다. 붙임성이 좋고 사람들을 살갑게 대한다. 어떻게 해야 예쁨을 받는지 아는 거 같다. 저랑 다르면서도 맞는 부분이 많다. 특히 먹을 거에서 통한다. 둘이 만나면 다 못 먹더라도 무조건 왕창 시켜야 한다. 또 (김)현아는 코트에서 몸을 날리는 스타일이다. 후배이지만, 내가 배워야 할 부분이다. 출전기회가 많지 않아 힘들어 할 때면 위로를 해준다. 아직 젊으니 괜찮다고 한다. 꼭 옛날의 저를 보는 거 같다. 

Q. 본인 성격과 완전히 다르지 않나.

음..내 생각에는 내성적인 성격과 외향적인 부분이 공존하는 거 같다. 부끄러울 때도 있지만, 아무렇지 않게 다가갈 때도 있다.

Q. 다음 시즌 어떤 목표를 세웠나.

우선 지금보다 더 열심히 하겠다. 좋은 활약을 보여줘서 퓨처스리그와 박신자컵 MVP를 받고 싶다. 기회가 되면 라운드 MIP, 정규리그 MIP도 수상하고 싶다.  

#사진_이원희 기자, 김민정 제공, WKBL



  2018-04-19   이원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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