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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V2] "우리가 챔피언" 18년 만에 우승, 그 뒤에 숨은 조력자들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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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19 (목) 07:44

                           



[점프볼=강현지 기자] 서울 SK가 1999-2000시즌 이후 18년 만에 우승을 따냈다. 선수들의 투혼도 물론 있었지만, 이들의 뒷받침이 없었다면 우승의 기쁨을 두 배로 누리지 못했을 것이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선수단이 아닌 숨은 조력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현준 전력분석원, 이재호 홍보팀장, 박준태 운영팀장이 그들이다.

 

 

이현준 전력분석원

보통 이현준 전력분석원이 코트에 나서는 시기는 후반전. 전반전까지 그의 자리는 라커룸이다. 그는 홈경기 당일. 전반전 영상 분석을 통해 안됐던 부분을 체크한다. 이후 하프타임 미팅 자리에서 선수단에게 분석 영상으로 보여준다. SK의 홈 승률이 좋은 비결은 어쩜 이현준 전력분석원의 역할이 컸을지도 모른다. 영상 장비를 통해 실시간으로 경기 영상을 끌어오는 시스템은 SK 홈에서만 가능하다.

 

이 분석원은 “(전반 분석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 것 같다”라고 쑥스러워 하며 “상대 팀이 우리에게 공략하는 것, 또 우리가 안 됐던 부분을 짧게 편집해서 전반 종료 후 보여준다. 이 영상이 열 마디 말보다 낫다”며 영상 리뷰가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후반전이 되면 그의 힘(?)도 절반 이상으로 줄어든다. 선수단이 모일 기회가 없어지기 때문. 그의 할 일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최종전에서 그는 선수들의 ‘약점’을 들춰내기 보다 어깨에 힘을 실어줬다. 그는 “6차전에서 기본적인 부분이 아쉽긴 했지만, 사실 6차전 하프타임 미팅에서는 영상을 안 보여줬다.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점수를 벌릴 수 있을 때 달아났고, 상대 지역방어에 대응을 잘했다. 아쉬운 부분은 후반전에 나왔는데, 그땐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이 적다”고 6차전을 되돌아봤다.

 

SK에게 위기가 닥친 건 후반. 경기 종료 1분 30초를 남겨두고 두경민의 3점슛이 들어가면서 연장전을 바라봐야 하는 시점까지 왔다. SK 선수들의 자신감은 막판 한 번 더 위력을 발휘했다. 선수들끼리 집중력을 끌어올리고, 자심감을 가지면서 DB의 공격을 막아섰고, 결국 홈에서 우승 축포를 쏘아 올릴 수 있었다. 이 분석원의 한 시즌 노력도 결실을 맺은 순간이었다.

 

“너무 좋다”고 우승 소감을 말한 그는 “내가 현역 선수일 때 우승하지 못했지만, 전력분석원을 하면서 더 많은 공부를 하게 된다. 사실 내 일은 상대 전략을 파악해야 하다 보니 경기가 끝나고 더 많다. 그 과정에서 힘든 부분이 많았는데, (우승으로서)한 방에 해결됐다”며 우승 기쁨을 누렸다.

 

 

이재호, 박준태 팀장

홍보팀 이재호 팀장과 지원팀 박준태 팀장은 선수단, 프런트를 통틀어 1999-2000시즌 SK가 V1을 달성했을 때부터 SK에 있었던 멤버다. 이재호 팀장은 직급이 대리였을 때고, 박준태 팀장은 선수단 매니저로 있었을 때다.

 

이재호 팀장이 먼저 우승 소감을 이야기했다. “너무 (우승한 지) 오래돼서 그때 감정이 어땠는  지 오히려 모르겠다”라고 속내를 털어놓은 뒤 “그땐 팀 전력이 너무 좋았다. 그래서 몇 년에 한 번씩 우승할 줄 알았다. 그런데 한해 한해 못하다 보니 챔프전 우승 못 한 팀을 제외하면 두 번째 우승을 따내기까지 가장 오래 걸린 팀이 됐다. 6차전을 앞두고 아침에 일어났는데, 오히려 나도 차분했다. 그때(1999-2000시즌)를 되짚었더니 사무국만 흥분했지 감독, 선수단은 차분했던 기억이 났다. 그래서 그런지 6차전을 앞둔 아침이 오히려 차분했다. 어려웠지만 우승을 할 거라고 봤다.”

 

사실 이 팀장은 올 시즌이 아닌 다음 시즌 우승을 내다봤다. 변수가 많았는데, 특히 김선형이 부상으로 이탈한 것이 아쉬웠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가 됐다. 에이스의 전력 이탈이 선수단이 더 똘똘 뭉치는 계기가 됐고, 결국 2연패를 안고 4연승을 거두면서 V2를 달성했다.

 

이 팀장은 “SK그룹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가 ‘패기’다”라고 말하며 “여기서 패기는 무조건 싸우는 것이 아니라 어려울 때 포기하지 않는 것, 일할 때 고민하는 것, 그러다 부족한 점이 있으면 동료에게 도움을 구하는 것 등 그런 부분이 다 패기에 포함된다. 선수들도 마찬가지로 포기하지 않고, 부족한 걸 서로 도와주려고 했다. 선수단, 프런트 등 모든 면에서 삼박자, 사박자가 잘 맞았다”라고 팀 우승에 박수를 쳤다.

 

박준태 팀장은 당시 선수단 매니저 2년 차였다. 박 팀장은 “최태원 회장님이 농구를 좋아하셨다. 그때도 우승 축승회 자리에 참석해서 세리머니를 하고, 행가래를 했는데, 지금과 많이 겹친다. 오늘 오실 거라고 예상도 못 했는데, 오셔서 같은 장면이 데자뷔되다 보니 기분이 색달랐다”고 남다른 감회를 전했다.

 

박 팀장은 올해로 SK에 몸담은 지 20년 차다. “올해 REFRESH 45일 휴가를 간다. SK텔레콤에서 입사 20년을 맞으면 고생했다는 의미로 45일 휴가를 준다. 오는 30일부터 쉬게 되는데, 기분 좋게 떠나게 됐다”며 그간 무거웠던 마음을 훌훌 털었다. 

 

인터뷰에 응한 이들 외에도 SK의 V2 뒤에는 더 많은 이들의 뒷받침이 있었다. 이들 마음은 모두 하나일 것이다. V2를 경험했는데, V3에 도전 못 하랴. “WE ARE CHAMPION"이라고 외친 SK. 벌써 다음 시즌이 기대된다.

 

# 사진_ 유용우 기자, 2017-2018 KBL 미디어가이드북 캡처 



  2018-04-19   강현지([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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