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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우의 MLB+] 류현진의 패스트볼, 뭐가 달라졌을까?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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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18 (수) 15:44

                           


 
[엠스플뉴스]
 
류현진(31·LA 다저스)이 시즌 두 번째 승을 거뒀다.
 
류현진은 17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열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3피안타(1피홈런) 0볼넷 9탈삼진 2실점을 기록하며 팀의 10-3 승리를 이끌었다. 시즌 두 번째 승리를 따낸 류현진의 2018시즌 성적은 2승 0패 15.2이닝 5실점 평균자책 2.87가 됐다.
 
지난 경기에 이은 완벽한 호투였다. 류현진은 지난 11일 오클랜드전에서 6이닝 1피안타 1볼넷 8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며, 시즌 첫 승을 따냈다. 오클랜드 강타선을 상대로 탈삼진 8개를 따낸 점도 인상적이지만, 제대로 맞은 뜬공 타구를 단 1개밖에 허용하지 않았다. 이날 류현진의 투구가 얼마나 압도적이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날 경기가 끝나고 필자는 류현진의 호투 비결로 컷 패스트볼(커터)과 경기 후반부터 살아난 체인지업의 제구를 꼽았다. 경기 초반 신무기라고 할 수 있는 커터와 커브볼 중심으로 승부하고, 3회 이후에는 패스트볼과 체인지업 조합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투구패턴을 바꾸자, 오클랜드 타선은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17일 경기에서는 달랐다. 류현진은 처음부터 끝까지 한 구종으로 상대 타선을 몰아부쳤다. 그 구종은 다름 아닌 패스트볼(포심+투심)이다.
 
부상 복귀 첫해보다 좋아진 패스트볼 구위
 


 
17일 류현진은 총 51개의 패스트볼을 던졌다. 이는 전체 투구의 54.8%에 해당한다. 부상 복귀 첫해였던 지난해보단 약 20%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올 시즌 첫 2경기 평균(23.3%)에 비해서는 30% 이상 늘어났다. 지난 두 경기에서 류현진이 패스트볼로 만들어낸 아웃카운트는 6개(11타수 2안타 3볼넷)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번 경기에선 12개(12타수 0안타 0볼넷)에 달했다. 
 
17일 만들어낸 아웃카운트 가운데 무려 2/3에 해당하는 수치다. 심지어 류현진은 패스트볼을 활용해서 승부를 했을 때 단 1개의 피안타도 허용하지 않았다. 지난해 류현진의 패스트볼 피안타율이 .369에 달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17일 경기에서 류현진의 패스트볼은 어떤 점이 달랐던 것일까?
 
재밌는 점은 17일 류현진의 패스트볼 평균 구속(89.8마일), 최고 구속(91.8파일)은 앞선 2경기에 비해 오히려 낮았다는 것이다. 아니, 사실 류현진의 올해 패스트볼 전체 평균구속(90.0마일)은 지난해(90.2마일)와 비교해도 낮았다. 이유는 단순하다. 류현진은 포심 패스트볼만 던지던 지난해완 달리, 올해부터는 투심 패스트볼을 섞어서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메이저리그 문자중계를 제공하는 <게임데이>는 아직 류현진의 포심과 투심을 분리하지 않고 묶어서 나타내고 있다. 투심 패스트볼은 패스트볼에 비해 평균적으로 1~2마일이 느리다. 그러다 보니 포심과 투심을 묶어서 계산할 경우 평균구속에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둘을 따로 집계해보면, 올시즌 류현진의 포심 구속은 평균 90.3마일(145.3km/h)이 된다.
 


 
 * 위 표는 <베이스볼서번트>에서 제공하는 자료를 <브룩스베이스볼>이 류현진의 패스트볼을 분류하고 있는 기준(상하 무브먼트 +-7.5인치)에 따라 재가공한 자료다. 무브먼트 역시 브룩스베이스볼 스케일로 재가공했다. 이런 방식을 택한 이유는 '보정 방식'에 따라 두 사이트가 제공하는 투구정보가 약간 달라지기 때문이다. <게임데이>에서 표시되는 데이터는 베이스볼서번트와 같다. 하지만 브룩스베이스볼은 평균 구속이 약 0.8마일 정도 더 높게 나온다.
 
이는 지난해 같은 시기(4월) 포심 패스트볼 평균구속에 비해 약 2km/h 가까이 상승한 수치다. 또한, 시즌 초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류현진의 구속은 날이 더워짐에 따라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 즉, 류현진은 패스트볼 구속 측면에서 지난해보다 확연히 좋아졌다. 이는 올해 류현진의 패스트볼이 지난해보다 훨씬 낮은 피안타율을 기록하고 있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다양한 레퍼토리와 뛰어난 투구 지능이 만들어낸 호투
 


 
하지만 지난 경기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패스트볼의 구속만이 아니다. 앞서 밝힌 바와 같이 지난 경기에서 류현진의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올 시즌 등판한 3경기 가운데 가장 낮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난 경기에서 류현진의 패스트볼이 위력을 발휘했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선 구속보다는 '투구 전략(구종 배합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앞선 두 경기에서 류현진의 주무기는 단연 커터였다. 류현진은 지난 두 경기에서 커터로 탈삼진 5개를 포함해 총 10개의 아웃카운트를 만들어냈는데, 이는 모든 구종을 통틀어 가장 높은 비율이다. 모든 구종을 통틀어 가장 많은 공(42개)을 던졌지만, 피안타를 단 하나도 허용하지 않았다. 따라서 샌디에이고 타선은 류현진의 커터를 노리는 전략을 취했다.
 
커터만 놓고 보면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샌디에이고 타선은 류현진의 커터를 공략해 홈런 포함, 안타 3개를 뽑아냈다. 하지만 전체적인 측면에선 다저스 배터리에게 완벽히 농락 당했다. 상대팀이 커터만 노린다는 사실을 깨달은 류현진은 2회 투런 홈런을 허용한 이후 커터를 철저히 보여주는 용도로만 활용했다. 대신 패스트볼 비중을 늘리기 시작했다(그림1).
 
흥미로운 점이 있다면 다저스의 배터리가 바꾼 것은 주력구종뿐만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커터를 주무기로 활용한 앞선 두 경기에서 류현진은 패스트볼을 의도적으로 높은 쪽으로 던졌다. 이는 비슷한 높이로 던지는 커터의 위력을 배가시키기 위한 로케이션이다. 반면, 패스트볼을 주력 구종으로 활용한 이번 경기에서 류현진은 철저히 낮은 코스를 공략했다.
 


 
이런 패스트볼 로케이션은 바깥쪽 낮은 코스로 던져지는 체인지업, 커브와 동반 상승효과를 불러일으켰다. 그 결과 지난 경기에서 류현진은 커터를 제외한 나머지 구종을 던져 단 1개의 피안타도 허용하지 않을 수 있었다. 한마디로 말해, 지난 경기 호투는 패스트볼의 구위 회복과 다양한 레퍼토리가 만들어낸 합작품이었던 셈이다.
 
사실 류현진의 구위가 부상 이전보다 나빠진 것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투구 패턴도 부상 이전과는 천차만별이다. 따라서 "우리가 아는 류현진이 돌아왔다"는 말은 적절치 않다. 대신 류현진은 매년 새로운 구종을 장착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깨달아가고 있다. 
 
 
이현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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