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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한의 골든크로스] 강해진 독수리 허리, 한용덕의 유연함이 빛났다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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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18 (수) 08:44

                           
한화 이글스의 시즌 초반 비상이 심상치 않다. 그것도 마운드의 힘으로 상대를 제압하면서 상승세를 타는 분위기다. 리그 최강 불펜진이라는 자부심도 느껴진다. 그 속엔 상황에 맞게 변화를 택한 한용덕 감독의 유연함이 빛나고 있었다.
 


 
[엠스플뉴스]
 
“80%까지 팀이 완성된 것 같다. 이제 남은 20%만 채우면 어떤 팀과도 해볼 만하다.”
 
시즌 초반 한화 이글스의 비상이 놀라울 정도다. 4월 17일 올 시즌 처음 만난 선두 두산 베어스와의 잠실 원정경기에서도 승리를 거둔 한화는 시즌 11승 8패로 리그 단독 3위 자리를 지켰다. 특히 마운드의 힘으로 강력한 두산 타선을 억제했단 점이 고무적이었다.
 
이날 제러드 호잉의 연타석 투런포와 송광민의 희생 뜬공으로 5-0까지 달아난 한화는 선발 투수 윤규진(5이닝 2실점)의 호투로 승기를 굳혔다. 그리고 박상원(1.2이닝)·송은범(1.1이닝)·정우람(1이닝)으로 이어지는 불펜진이 무실점으로 한화의 승리를 지켰다.
 
탄탄한 신·구 조화, 철벽 불펜진을 만들다
 


 
말 그대로 철벽 불펜이다. 한화는 올 시즌 4월 17일 기준 리그 불펜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에서 1.67(리그 2위)을 기록 중이다. 게다가 한화의 팀 불펜 평균자책은 유일한 3점대(3.81)로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다.
 
신·구 조화가 기가 막히게 잘 이뤄졌다. 먼저 서균(12G 4홀드 평균자책 0)·박상원(10G 1패 4홀드 평균자책 2.35)·박주홍(10G 평균자책 6.75) 등 젊은 피가 씩씩하게 공을 던진다. 이들의 뒤를 송은범(10G 3승 1홀드 평균자책 1.56)·안영명(5G 1승 1홀드 평균자책 2.45)·이태양(6G 평균자책 4.00)과 같은 선임들이 잘 이끌고 있다. 마무리 정우람(9G 6세이브 평균자책 2.25)도 빈틈없이 뒷문을 지킨다.
 
선발 투수들도 불펜진에 대해 믿음이 확고하다. 17일 경기에서 선발승을 거둔 윤규진은 “우리 팀 불펜진의 실력이 정말 대단하다. 어떻게든 이기는 상황만 만들어주면 된단 생각으로 던지고 있다. 선발 투수가 5회까지만 버텨도 이길 거란 믿음이 생겼다”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사실 한화가 이렇게 시즌 초반부터 불펜진에 힘을 둘 계획을 세운 건 아니었다. 한화 한용덕 감독은 시즌 개막 전 선발진에 중점을 둔 ‘7선발’ 체제를 구상했다. 외국인 투수 두 명(키버스 샘슨-제이슨 휠러)은 정상적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하는 동시에 토종 선발 5명이 휴식을 고려해 적절히 임무 분담을 한단 계획이었다.
 
하지만, 시즌 초반 8경기에서 팀이 선발진의 부진으로 2승 6패를 기록하면서 한 감독의 생각은 바뀌었다. 한 감독은 “SK 와이번스와의 홈 3연전(싹쓸이 패배)을 끝내고 현실을 직시했다. 시즌에 앞서 말한 대로 7선발 체제를 밀어붙이려고 했는데 한계가 있더라. 아니다 싶으면 빨리 변화를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송은범-이태양 등 베테랑 투수들을 불펜으로 돌려 최적화된 보직을 찾고자 했다. 젊은 계투진도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라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한화 송진우 투수코치는 팀 불펜진의 자신감이 눈에 보인다면서 휴식만큼은 꼭 철저하게 보장하겠다고 강조했다. 송 코치는 “아직 갈 길이 멀지만, 불펜진이 기대 이상으로 잘하고 있다. 시즌 전 리그 최하위 불펜이라는 평가에 불안한 마음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누구든지 서로 나가서 던지고 싶단 분위기다. ‘세상에서 내 공이 가장 좋은 공이다. 내 공은 누구도 칠 수 없다’는 자신감이 눈에 보인다. 필요하면 3연투도 가능하다. 중요한 건 그렇게 공을 던지면 반드시 휴식 시간을 주는 것이다. 공 개수에 상관없이 휴식을 꼭 보장하겠다”라고 힘줘 말했다.
 
젊은 독수리들의 거침없는 투구 ‘공격 앞으로’
 


 
한 감독 체제에서 불펜진의 ‘신데렐라’로 떠오른 선수는 바로 사이드암 투수 서균이다. 2014년 한화에 입단한 서균은 공익근무요원으로 군 문제를 해결한 뒤 지난해부터 존재감을 내비쳤다. 올 시즌 서균은 공격적인 투구를 선보이면서 한화 불펜의 핵심으로 거듭나는 상황이다.
 
“감독님께서 초구부터 스트라이크 존에 공을 던지라는 공격적인 투구를 강조하셨다. 어떻게든 밀어붙이려고 한다. 지난해 1군 등판 땐 긴장을 많이 했는데 이제 위기 상황도 즐기는 것 같다(웃음). 불펜 분위기뿐만 아니라 팀 전체 분위기가 정말 좋다. 나도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열심히 던지고자 노력하겠다.” 서균의 말이다.
 
‘프로 2년 차’ 박상원도 150km/h에 육박하는 강속구와 날카로운 포크볼을 앞세워 필승 셋업맨으로 자리 잡고 있다. 17일 경기에서도 위기 상황을 역전 허용 없이 막은 박상원은 위기 탈출 때마다 환호와 더불어 큼지막한 세리모니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박상원은 “기분이 좋으니까 나도 모르게 동작이 크게 나왔다(웃음). 팀이 이기는 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돼서 다행이다. 우리 팀 불펜 분위기가 정말 좋은 것 같다. 야수 선배님들은 뒤에서 막아줄 테니 자신 있게 던지라고 강조하신다. 감독님과 코치님의 믿음과 조언도 힘이 된다. 사실 내가 필승조라고 생각 안 한다. 이기는 경기만 나간단 마음은 없다. 감독님의 믿음에 보답하고픈 마음뿐이다”라며 입술을 굳게 깨물었다.
 
젊은 피의 거침없는 공격적인 투구에 볼넷 개수도 뚝 떨어졌다. 4월 17일 기준 한화 불펜진의 올 시즌 9이닝당 볼넷 허용률은 2.88개로 SK 와이번스(2.67개)에 이어 리그 2위에 오른 상태다. 질질 끌면서 피하는 승부가 아닌 자신 있는 과감한 승부가 실제로 통하는 셈이다.
 
한화 포수 최재훈은 “공격적인 투구로 볼넷이 줄어든 게 시즌 초반 불펜진의 가장 큰 성과다. 젊은 투수들에겐 맞으면 내 책임이니까 힘을 빼고 공격적으로 던지라는 주문을 주로 한다. 젊은 투수들이 잘하니까 팀 분위기도 많이 밝아졌다”라며 고갤 끄덕였다.
 
새 얼굴이 떠오르면서 팀 불펜진의 ‘뎁스’도 풍부해졌다. 기존 불펜진의 주축이었던 권혁·송창식·장민재는 서산에서 1군 복귀를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이런 선의의 경쟁은 팀 전체적으로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송진우 코치는 “권혁과 송창식 같은 경우 피로가 지금까지 많이 쌓인 탓인지 공 회전력이 좋지 않더라. 이들은 천천히 몸을 다시 끌어 올릴 필요가 있다. 길게 보면 후반기부터라도 큰 힘이 될 수 있다”라고 바라봤다.
 
한용덕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하나 된 한화’를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시즌 초반부터 한 감독의 말이 현실이 되고 있다. 탄탄한 투·타의 조화와 더불어 가장 빛나는 팀 불펜진의 철벽 호투는 한화 팬들을 설레게 만들고 있다. 해마다 한화에서 나오는 ‘올 시즌은 다르다’는 말이 이번만큼은 가을 끝까지 갈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김근한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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