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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우의 MLB+] MLB에 등장한 스탤스 잠수함, 마키타 가즈히사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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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16 (월) 15:44

                           


 
[엠스플뉴스]
 
2011년 개봉한 브래드 피트 주연 영화 <머니볼>에는 독특한 투구폼을 지닌 투수가 나온다. 
 
채드 브래드포드(케이시 본드 분)다. 그는 손이 땅에 닿을 듯한 극단적인 투구폼(일명 정통파 언더핸드 스로)로 공을 던졌다. 그렇기에 2000년 마이너리그 평균자책점 1.51, 메이저리그 평균자책점 1.98이란 뛰어난 성적을 남겼음에도 불구하고 소속팀에서 중용받지 못했다. 하지만 저비용 고효율 선수를 모으던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의 단장 빌리 빈은 바로 그 점에 주목했다.
 
트레이드를 통해 브래드포드를 영입한 오클랜드는 그를 우타자 전문 스페셜리스트로 기용했다. 그리고 브래드포드는 2001년부터 2004년까지 4년간 평균 4승 4패 62.0이닝 평균자책 3.34를 기록하며, 핵심 불펜 요원으로 활약했다. 브래드포드 영입은 빈의 대표적인 영입 성공 사례로 꼽힌다. 영화 <머니볼>에서 브래드포드가 주연급 분량을 차지했던 이유다.
 
브래드포드는 2009년까지 통산 36승 28패 515.2이닝 평균자책 3.26을 기록하고 은퇴했다. 이후 메이저리그에는 팔각도가 30~40' 정도인 투수는 제법 있었지만, 브래드포드 같은 극단적인 언더핸드로 공을 던지는 투수가 없었다.
 
아니, 딱 2번 정통파 언더핸드 투수가 등장할 뻔한 적이 있었다. '국내 최고의 싱커볼 투수' 정대현과 '미스터 서브마린' 와타나베 슌스케다. 하지만 2011년 볼티모어와 합의 직전에 이르렀던 정대현의 계약은 신체검사 결과를 이유로 무산됐고, 2013년 보스턴과 스플릿 계약을 맺은 와타나베는 빅리그 로스터에 합류하지 못했다.
 
이런 이유로 지난해까지 8년간 메이저리그의 '잠수함' 투수는 멸종 위기에 놓여있었다. 그런데 2018년 거의 끊어질 뻔했던 잠수함 투수의 계보를 잇는 이가 등장했다. 바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마키타 가즈히사(33)다.
 
마키타가 메이저리그 팬들에게 주목받는 이유
 


 
마키타는 2010년 드래프트 2순위로 세이부 라이온즈에 입단해 2011년부터 2017년까지 NPB 통산 53승 49패 25세이브 921.1이닝 평균자책 2.83을 기록한 투수다. 데뷔 시즌인 2011년에는 선발과 구원을 오가며 55경기(11선발)에 등판해 127.2이닝 동안 5승 7패 22세이브 평균자책 2.62를 기록하며 퍼시픽리그 신인상을 받았고, 이후 3년간은 팀의 주축 선발 투수로 활약했다.
 
선발 시절 마키타가 거둔 최고의 성적은 2012년 기록한 13승 9패 178.0이닝 평균자책 2.43이었다. 하지만 '선발 마키타'는 서서히 하락세를 겪었고, 2015년 후반기부터 불펜으로 보직을 옮겼다. 보직 전환은 신의 한 수였다. '불펜 마키타'는 2016년 7승 1패 78.2이닝 평균자책 1.60을 기록한 데 이어, 2017년에도 3승 3패 62.2이닝 평균자책 2.30이란 뛰어난 성적을 남겼다.
 
마키타는 2017시즌을 마치고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고, 올해 1월 6일(이하 한국시간) 교섭권을 획득한 샌디에이고와 2년 400만 달러에 계약했다. 그리고 2018년 4월 16일 현재까지 6경기에 등판해 승패 없이 5.1이닝 1실점 5탈삼진 평균자책 1.69를 기록하며, 메이저리그 팬들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하지만 그가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성적 때문만은 아니다.
 


 
메이저리그는 2002년부터 <게임데이>를 통해 문자중계를 제공하고 있다. 위 사진은 <게임데이>를 통해 지난 15일 샌프란시스코전에서 마키타가 헌터 펜스를 상대한 타석의 투구정보를 살펴본 결과다. 일반적으론 밑줄 친 부분처럼 모든 공의 구속과 구종이 제공된다. 하지만 올 시즌 마키타의 경우에는 1, 3, 4구처럼 투구정보가 나오지 않는 경우가 유독 잦다.
 
현지 팬들은 <게임데이>에 표시되지 않는 마키타의 이런 공을 가리켜 '사라지는 공'이라고 부른다. 물론 중계 화면상으로 마키타의 공은 사라지지 않았다. 따라서 이는 '측정상의 오류'라고 봐야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라지는 공'의 가치가 없다고는 볼 수 없다. 그렇다면 대체 마키타가 던지는 '사라지는 공'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마키타의 '사라지는 공'이 의미하는 것
 


 
<트랙맨베이스볼>에서 스탯캐스트에 투구정보를 제공한 2015년 이래로 정규시즌에서 마키타처럼 높은 확률로 투구정보가 측정되지 않는 투수는 한 명도 없었다. 따라서 마키타의 공을 트랙맨 레이더가 포착하지 못한 이유는 공이 느려서도(마키타보다 느린 공을 던지는 투수는 많다), 회전수가 많아서도(마찬가지로 마키타와 비슷한 회전수를 기록한 투수도 많다) 아니다.
 
트랙맨은 군사용 레이더를 활용해 경기장 내 거의 모든 공의 움직임을 추적한다. 하지만 투구로 기록이 되기 위해서는 예상되는 구역에서 투구가 이뤄져야 한다. 예를 들어 샌디에이고 투수 루이스 퍼도모와 콜로라도 놀란 아레나도의 벤치클리어링이 일어났을 때, 퍼도모가 마운드 밑으로 내려와서 던진 글러브의 속도는 트랙맨 레이더에 기록되지 않았다.
 
마키타의 릴리스포인트는 지면에서 약 20cm 높이로 와타나베(약 3cm)보다 다소 높지만, 브래드포드(약 30cm)보다는 낮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이러한 높이에서 공을 던지는 투수는 1명도 없었다. 따라서 이런 특이한 부분이 트랙맨에게 어려운 숙제를 주었을지도 모른다. 트랙맨 담당자는 "이 문제는 펫코파크에만 국한된 것이며 조만간 패치될 것"이라 전했다.
 
이는 바꿔말해 마키타가 공을 던지는 각도가 그만큼 독특하다는 뜻도 된다.
 


 
마키타와 같은 정통파 언더핸드 투수의 공은, 평범한 패스트볼이더라도 마치 밑에서부터 위로 떠 오르는 것처럼 느껴진다. 심지어 마키타의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평균 130km/h, 최고 137km로, 약 120km/h를 간신히 넘겼던 와타나베보다는 훨씬 빠르다. 따라서 이와 같은 궤적으로 오는 공에 익숙하지 않은 메이저리그 타자에게는 생소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한편, 마키타가 과거에 선발 투수였던 만큼 다양한 구종(패스트볼, 슬라이더, 슈트, 체인지업)을 갖췄다는 점 역시 타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요소가 될 수 있다. 상대적으로 다른 일본인 메이저리거들에 비해 NPB리그 성적이 부족한 데다, 늦은 나이(만 33세)에 메이저리그 무대에 진출했음에도 불구하고 마키타의 성공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이유다.
 
이현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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