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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그치는데 우천취소, 무한재량과 전관예우의 합작품이다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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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14 (토)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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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일 2018.04.14 (토) 21:45

                           
KIA 타이거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정규시즌 2차전 경기가 우천취소됐다. 경기 시작 1시간 48분 전 발표한 우천취소로 구장에 도착한 팬들은 영문도 모른 채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대회’로 어느 시즌보다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선수들에게도, 우천취소는 반가운 소식이 아니었다. 


 








 


 


[엠스플뉴스] 


 


4월 14일 오후 3시 12분 광주 KIA챔피언스필드. 


 


롯데 자이언츠와 KIA 타이거즈의 ‘빅매치’가 예정된 이날, 가랑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그라운드에서 구장 상태를 살피던 KBO 김용희 경기운영위원이 갑자기 ‘우천취소’를 선언했다. 


 


비가 점점 멈추는 상황에서 나온 김 위원의 ‘우천취소’ 결정에 양 팀 관계자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실제로 우천취소 발표가 나오자마자 비는 거짓말처럼 멈췄다. 설레는 마음으로 야구장에 도착한 팬들은 비가 멈춘 하늘을 보며 영문도 모른 채 집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김 위원은 “우천취소를 결정했을 땐 비가 멈추지 않던 상황이었다. 그라운드 상태가 미끄러워 경기를 진행하기 어려울 것으로 봤다”고 우천취소 이유를 설명했다. 


 


덧붙여 김 위원은 “그라운드를 정비하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했다. 주말에 시간을 내 야구장을 찾은 팬들 입장에선 분명 아쉬운 일일 거다. 좋은 조건에서 경기를 치르고 싶었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고 말했다.


 


KBO “우천취소는 현장 경기운영위원이 결정”, 야구계 "경기운영위원 재량만 있을 뿐, 재량의 기준은 전무"


 




 


KBO 김용희 경기운영위원이 ‘우천취소’ 결정을 내리고, 정확히 17분 뒤인 오후 3시 30분. 부슬부슬 내리던 비마저 멈췄다.


 


전날 경기가 끝난 뒤 광주 KIA챔피언스필드 내야엔 대형 방수포가 깔렸다. 외야엔 최첨단 배수기능이 지속해 작동 중이었다. 철저한 준비와 첨단 배수기능으로 토요일 경기를 치르는 덴 별 문제가 없었다.


 


이날 현장에 있던 한 야구 관계자는 “경기를 진행하기에 무리가 없는 상태였다. 김 위원이 그라운드 정비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아 우천취소 결정을 내렸다지만, 현장 상황을 봤을 때 김 위원이 말한 것과 달리 솔직히 그라운드를 정비할 게 별로 없었다"며 "다른 구장도 광주 챔피언스필드와 비슷한 상태였는데 왜 롯데-KIA전만 우천취소가 됐는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실제로 우천취소된 경기는 광주 롯데-KIA전 뿐이었다. 


 


엠스플뉴스는 우천취소 배경을 듣기 위해 KBO에 연락을 취했다. KBO 관계자는 “KBO는 현장에 있는 경기운영위원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한다”며 “경기가 취소된 건 아쉬운 일이지만, 어쩔 수 없는 일 아니냐”고 답했다. 


 


'2018 KBO 리그규정' 제11조 <경기거행 여부의 결정과 경기실시 권한이 주심에게 이관되는 시점>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경기거행 여부 결정은 KBO 경기운영위원이 경기관리인과 협의 하에 결정한다. 경기개시 3시간 전에 개시 여부를 결정하며, 필요시 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 또한, 경기운영위원은 강우예보가 있는 경우 홈구단에 방수포 설치 등 기타 필요한 조치를 내릴 수 있다.'


 


KBO 리그 규정만 따른다면 우천취소 결정은 전적으로 경기운영위원 재량에 달렸다. 문제는 '재량'이다. 재량의 기준이 전무하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식이다. 함량미달의 경기운영위원이 잘못된 재량을 행사해도 이를 막거나 제재할 근거 역시 없다.


 


우천취소를 앞두고 KIA 관계자는 "우린 경기를 할 줄 알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이 우천취소 결정 전까지 별다른 언질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말이 맞다면 김 위원은 '경기관리인과 협의 하에 결정한다'는 리그 규정을 준수하지 않은 꼴이 된다.


 


한 구단 관계자는 "모든 구장에 비디오 판독요원이 나오는 요즘 같은 시대에 왜 경기운영위원이 필요한지 모르겠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경기운영위원 하는 일이 뭔가. 심판 판정을 감독하고, 구장 상태를 점검해 KBO에 리포트를 보내는 일이다. 업무 성격만 본다면 전직 심판들이 맡아야 하는 자리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경기운영위원 대부분이 전직 감독들이다. 그것도 경기운영위원을 맡기 전까지 수억 원씩을 받으며 프로구단 감독을 했던 사람들이다. 전문성도 없는 이들이 '전직 감독'이란 이유만으로 경기운영위원을 맡는다는 건 전형적인 전관예우다. 이렇게 전관예우를 해주니 경기운영위원들이 야구인의 양심보단 KBO 이익에 우선적으로 복무하는 것이다."


 


비 그치는데 우천취소?, 누구를 위한 우천순연인가


 




 


올 시즌은 그 어느 때보다 일정이 빡빡하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대회’로 8월 16일부터 9월 3일까지 19일에 걸친 휴식기를 갖기 때문이다. 3월 24일 시즌을 조기 개막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144경기 체재에서 우천순연을 남발할 경우, 정규시즌은 하염없이 늘어질 수 있다. 그걸 누구보다 KBO가 잘 알았기에 시즌 전 “올 시즌 우천취소 결정에 신중을 기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하지만, KBO는 시즌 초반부터 이해할 수 없는 ‘우천취소’로 자신들의 발표를 스스로 휴짓조각으로 만들고 있다. 


 


미국 메이저리그는 우천취소를 신중하게 결정한다. 지금 폭우가 내려도, 향후 기상 예보를 철저하게 분석해 우천취소를 결정한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순조로운 리그 진행도 진행이지만, 구장을 찾은 관중에게 최대한 '야구 볼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날 광주 우천취소는 '철저'나 '분석'이 전혀 끼어들 틈이 없었다. 팬들의 '야구 볼 기회'를 고려했다는 흔적조자 없다.


 


전직 감독 출신의 김용희 경기운영위원이 한 것이라곤 스마트폰을 손에 쥔 채 하늘을 몇 번 쳐다보고, 어디론가 전화를 걸고서, 몇 마디를 주고 받은 뒤 갑자기 우천취소를 발표한 게 전부였다.


 


KBO 고위 관계자는 "향후 기상상태를 파악하고서 우천취소를 결정해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된 감이 없지 않다"며 "팬들에게 혼란을 드렸다면 죄송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우천취소를 경기운영위원의 '재량'에 전적으로 맡기는 건 문제가 있다. 이와 관련해 새로운 가이드 라인을 만들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전직 감독들의 대표적 전관예우인 '경기운영위원'이 과연 필요한 자리인지 진지하게 검토할 시점이 왔다. 전직 감독들도 야구계로부터 수혜만 받을 생각하지 말고, 그 수혜에 합당한 기본적 업무 역량을 키웠으면 하는 바람이다. 봉사는 바라지도 않는다. 


  


이동섭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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