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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우의 MLB+] 뉴욕 메츠를 바꿔놓은 캘러웨이 매직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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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13 (금) 15:00

                           


 
[엠스플뉴스]
 
10승 1패 승률 90.9%
 
2018년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개막 이후 뉴욕 메츠가 거두고 있는 성적이다. 이는 구단 역사상 첫 11경기에서 거둔 가장 좋은 성적이자, 13일(한국시간)을 기준으로 MLB 전체 승률 1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모두의 예상을 깨고 메츠는 시즌 초반 메이저리그에 신선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그 중심엔 메츠의 새로운 감독 미키 캘러웨이(42)가 있다.
 
캘러웨이는 한국 야구팬들에게는 친숙한 이름이다. 2005년부터 2007년까지 세 시즌 동안 현대 유니콘스에서 활약했기 때문이다. 1996년 드래프트 7라운드에 탬파베이 데블레이스(現 레이스)에 지명된 캘러웨이는, 메이저리그에선 통산 4승 11패 평균자책 6.27를 기록하는 평범한 투수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KBO리그에서는 달랐다.
 
캘러웨이는 2005년 16승 9패 평균자책 3.97, 2006년 14승 7패 평균자책 2.87을 기록하며 재정 악화로 기울어져 가는 현대를 지탱하는 대들보 역할을 맡았다. 그가 팬들로부터 사랑받은 이유는 실력이 전부가 아니었다. 캘러웨이는 동태탕을 즐겨 먹고, 가족과 함께 한국식 이름(이태원)을 정하는 등 한국 생활에 성공적으로 적응한 외국인 선수의 대표적인 사례였다.
 
그러나 메이저리그 팬들은 캘러웨이를 우리와는 다른 방식으로 기억한다. 바로 신흥강호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투수진을 육성한 코치로서의 캘러웨이다. 
 
선발투수 조련사의 마술사, 투수코치 캘러웨이 
 


 
2009년 대만 프로야구 퉁이 라이온즈에서의 활동을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한 캘러웨이는 그해 12월부터 클리블랜드 산하 싱글A 팀의 투수코치로 지도자 경력을 시작했다. 그리고 2013년 클리블랜드 메이저리그 팀의 투수코치로 승격됐다. 캘러웨이가 주목받게 된 계기는 이적 후 끝 모를 부진에 빠져있던 우발도 히메네즈를 부활시키면서부터다.
 
투수코치로 부임한 캘러웨이는 히메네즈를 찾아가 투구 템포 조절 및 스트라이드(투구시 뒷발에 모은 힘을 앞으로 이동시키기 위해 앞발을 내딛는 동작)을 수정해볼 것을 제안했다. 그러자 전반기까지 평균자책 4.56을 기록하던 히메네즈는 후반기 들어 평균자책을 1.90(해당기간 AL 1위)까지 끌어내렸다. 이후에도 캘러웨이의 마법은 계속됐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해 AL 사이영상을 받은 코리 클루버다. 2011년까지 트리플A에서 5점대 평균자책을 기록 중이던 클루버는, 당시 마이너 순회코치였던 캘러웨이의 조언으로 그전까지 주로 던지던 포심 패스트볼 대신 투심 패스트볼을 새로 익혔다. 이후 빅리그에서 캘러웨이를 다시 만난 클루버는 2014년 18승 9패 평균자책 2.44를 기록하며, 첫 사이영상을 받았다.
 
캘러웨이는 그밖에도 스캇 캐즈미어, 카를로스 카라스코, 트레버 바우어 등 수많은 클리블랜드 선발 투수들을 키워내며 메이저리그 최고의 투수코치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선발 투수 육성은 그가 클리블랜드 투수진에 미친 영향 가운데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경기장 안에서 캘러웨이가 미친 가장 다른 영향은 바로 '클리블랜드 고유의 불펜 운용'을 착안했다는 데 있다.
 
클리블랜드의 불펜 패러다임 전환, 그리고 캘러웨이
 
 
 
클리블랜드가 2016년 월드시리즈 진출, 2017년 정규시즌 22연승 기록을 달성할 수 있었던 비결은 단연 메이저리그 최강의 불펜진에서 찾을 수 있다. 그런데 최근 2년간 클리블랜드의 불펜 운영은 다른 팀과는 달랐다. 그들은 팀이 보유한 최고의 구원 투수인 앤드류 밀러를 마지막까지 아끼기보단, 가장 중요한 순간이라고 판단되는 시점에 조기 투입했다.
 
이러한 클리블랜드 고유의 불펜 운영은 여러 팀에게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2016년 포스트시즌에서 밀러가 보여준 경이로운 활약 이후, 포스트시즌에서 마무리를 조기 투입하는 불펜 운영 방식은 일종의 유행이 됐다. 물론 마무리 투수를 조기에 투입하는 전략이 이전에도 없었던 것은 아니다. 양키스의 전설적인 마무리 마리아노 리베라가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리베라의 조기 투입은 결국 마무리 투수가 경기를 매조진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변화라 볼 순 없었다. 최근 MLB의 불펜 운영은 이와 달랐다. 조기 투입되는 불펜 에이스는 바통을 다른 투수에게 넘기고 마운드를 내려간다. 말 그대로 보직이 파괴된 것이다. 클리블랜드가 더 특별한 이유는 이런 운영이 단발성에서 그치지 않고, 정규시즌에도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메이저리그는 비즈니스다. 그리고 불펜, 그 가운데서도 마무리 투수의 성과는 곧 세이브다. 제아무리 셋업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 구원 투수도 마무리 투수보단 몸값이 낮다. 그러므로 불펜 투수들이 철저히 정해진 임무를 수행하는 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그들에게 경력이나 몸값에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심어줄 수 있을 때가 되어야 가능하다.
 
클리블랜드가 진짜 대단한 점은 그것을 투수진들에게 납득시켰다는 것이다. 이런 불펜 운영 전략을 구상하고, 기존 틀에서 벗어난 기용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투수들을 설득하는 중심에 캘러웨이가 있었다. 캘러웨이는 새로 부임한 메츠에서도 비슷한 일을 하고 있다.
 
캘러웨이 매직: 각자가 맡은 역할에 자부심을 갖게 한다는 것
 


 
시즌 초반 메츠가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단연 강력한 불펜진에서 찾을 수 있다. 2018시즌 메츠의 불펜진은 평균자책 1.49으로 전체 2위를 기록 중이다. 2017시즌 평균자책 4.82로 전체 29위에 그쳤던 것을 고려한다면 놀랄만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그 중심에 있는 선수들이 바로 로버트 그셀먼(24)과 세스 루고(28)다. 
 
지난해까지 대부분의 경기에서 선발로 등판한 두 선수는 불펜 전환 이후 2승 0패 3홀드 13.0이닝 평균자책 0.69를 합작해내고 있다. 일반적으로 선발 투수들은 불펜 전환을 반기지 않는다. 하지만 루고와 그셀먼은 “우리가 맡은 역할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마무리 쥬리스 파밀리아 역시 "캘러웨이는 어떤 투수를 어느 상황에서 활용해야 하는지 안다"고 말한다.
 
바뀐 보직에도 불구하고 투수들이 불만을 드러내지 않는 이유는 캘러웨이 특유의 의사소통 능력 덕분이다. 일례로 요에니스 세스페데스는 캘러웨이의 장점으로 "최신 야구 흐름에 정통한 젊은 감독이면서도 의사소통을 아주 잘하고 우리에게 자신감을 준다"는 점을 지목했다. 이런 캘러웨이의 의사소통 능력은 비슷한 유형의 신임 감독과 그가 가장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필라델피아의 신임 감독 게이브 케플러와 양키스의 애런 분은 선임 전부터 '세이버메트릭스에 기반을 둔 최근 흐름에 정통한 이들'로 꼽혔다. 그들 역시 최신의 불펜 운영 방식 및 플래툰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하지만 평가는 극과 극이다. 결과를 떠나, 납득하기 힘든 기용에 벌써 몇몇 선수가 두 감독에게 불만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KBO에서 뛰었던 캘러웨이 투수코치 인터뷰 2016년)
 
반면, 캘러웨이의 선수 기용은 플래툰 시스템 적용으로 인해 출전 기회가 줄어든 베테랑 선수들에게도 합리적이라 인정받고 있다. 좌완 선발이 나오는 경기에선 출전하지 못하고 있는 베테랑 1루수 애드리안 곤잘레스조차도 "재능 있는 선수들이 많은 팀에서 뛰어봤지만, 재능이 곧 좋은 팀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 지금 메츠는 아주 잘 짜인 좋은 팀이다"고 말할 정도다.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새로 부임한 감독 캘러웨이가 불러일으킨 마법이 최근 수년간 전력에 비해 늘 성과가 좋지 못했던 메츠를 강팀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이현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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