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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한의 골든크로스] 양창섭의 119구, 잠시 쉼표를 찍게 하다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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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13 (금)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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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일 2018.04.13 (금) 13:16

                           


 


[엠스플뉴스]


 


“정말 고민되더라고요.”


 


4월 11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5회 초 수비 내내 삼성 라이온즈 김한수 감독의 머릿속은 복잡했다. 마운드 위엔 삼성 신인 투수 양창섭이 두산 베어스 타자들을 상대로 고전하고 있었다. 승리 투수 요건까지 단 하나의 아웃 카운트가 남았지만, 좀처럼 두산 타자들의 방망이는 식지 않았다.


 


어느덧 양창섭의 투구 수는 100구를 훌쩍 넘어갔다. 삼성이 5-1로 앞선 5회 초 2사 1, 2루 상황에서 양창섭은 김민혁에게 2타점 적시 2루타를 허용했다. 이 순간 양창섭의 투구 수는 116구에 달했다. 선택의 순간은 점점 다가왔다. 양창섭은 허경민에게 중전 안타를 맞고 2사 1, 3루 위기를 다시 맞이했다. 119구였다. “그땐 ‘안 되겠다’싶었습니다.” 김 감독은 결단을 내렸다.


 


결국, 삼성 오치아이 에이지 투수코치가 공을 들고 마운드로 올라갔다. 오치아이 코치는 양창섭의 올 시즌 세 차례 등판 가운데 이날 내용(5볼넷)이 가장 안 좋다고 판단했다. 승리투수 요건까지 아웃 카운트 단 한 개가 남았지만, 오치아이 코치의 눈빛은 단호했다.


 


“서로 신뢰 관계가 있기에 과감하게 교체했다. 마운드에 올라간 뒤 양창섭에게 얘기했다. ‘너는 이런 내용으로 이기는 투수가 아니다. 쓰라린 경험이 됐을 거다. 볼넷을 5개 이상 내주면서 무리하게 이기는 것보단 미래를 위해 바꾸는 게 낫다’고 말이다.” 오치아이 코치의 말이다.
 
바뀐 투수 김승현이 정진호에게 1타점 적시 2루타를 맞으면서 양창섭의 실점은 ‘4’까지 늘었다. 이날 양창섭의 등판 기록은 4.2이닝 6피안타 5탈삼진 4볼넷 4실점(3자책)이었다. 강판 당시 진한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던 양창섭은 팀의 역전패까지 씁쓸하게 지켜봤다. 삼성은 6회 초 김재호에게 역전 3점 홈런을 허용하면서 끝내 6-7로 패했다.


 


119구의 여파는 분명히 있었다. 12일 경기를 앞두고 김 감독의 입에선 양창섭의 이름이 나왔다. 1군 엔트리 말소였다. 김 감독은 “(양)창섭이가 어린 선수인데 스프링 캠프부터 시범경기, 그리고 정규시즌까지 공을 많이 던졌다. 어제(11일) 경기에서도 공을 119개나 던져서 휴식이 필요한 때라고 봤다. 1군과 동행하면서 체력을 다시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치아이 코치 “더 강해진 양창섭으로 돌아오길”


 




 


양창섭은 시즌 시작부터 강렬한 인상을 분명히 남겼다. 양창섭은 3경기(15.2이닝)에 선발 등판해 1승 1패 평균자책 2.87 10탈삼진 WHIP(이닝당 출루 허용률) 1.40으로 신인답지 않은 활약을 펼쳤다. 김 감독은 “이제 20살인데 너무 잘해주고 있지 않나. 아직 아쉬운 점을 얘기할 땐 아니다. 선수 스스로 생각을 많이 할 거다. 정말 좋은 활약을 보여줬다”라며 칭찬을 거듭했다.


 


양창섭을 향한 칭찬 릴레이는 계속됐다. 양창섭과 호흡을 맞춘 삼성 포수 강민호는 “카운트를 잡는 변화구가 정말 훌륭하다. 119개의 공을 던지면서 힘들었을 텐데 어린 나이에도 티 안 내고 잘 던지더라. 선배로서 너무 고마울 뿐이었다. 경기 운영능력이 돋보이는 투수”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양창섭과 직접 상대한 두산 타자들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두산 내야수 최주환은 “속구보단 변화구가 확실히 날카로웠다. 어린 나이인데 침착하게 좋은 공을 잘 던졌다”라고 칭찬했다. 두산 외야수 박건우도 “신인 투수라고 얕볼 수 없는 공 같다. 상대하기가 정말 어려웠다. 미래에 대성할 투수라고 느껴졌다”라며 고갤 끄덕였다.


 


무엇보다 양창섭의 최대 강점은 바로 마운드 위에서의 ‘침착함’이다.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양창섭의 ‘멘탈’이 돋보이는 상황이다. 양창섭은 “프로에 오니 환경이 많이 달라졌지만, 크게 신경 쓰이는 건 없다. 결과가 나쁘게 나와도 한 시간 정도만 생각하고 그 뒤론 바로 잊고 다음 경기를 준비한다. 학창 시절보다 더 높은 수준의 타자들을 상대하기에 제구에 최대한 신경을 썼다. 강민호 선배님의 리드대로 공을 던지니 결과가 좋은 것 같다”라며 수줍게 웃었다.


 


이렇게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여준 양창섭에겐 잠시 쉼표가 찍힌다. 오치아이 코치는 휴식 시간 뒤 더 강해져서 올라올 양창섭을 기대했다.


 


“완전히 지쳤을 때 휴식을 주는 것보단 체력이 남았을 때 휴식을 줘야 더 좋은 활약을 기대할 수 있다. 원래 후반기부터 양창섭을 활용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팀 투수진 사정상 시즌 개막부터 양창섭에게 기댔다. 그래도 정말 잘해줘서 다행이었다. 체력 회복이 먼저다. 그리고 투구 수가 많은데 볼 배합 공부를 하고 돌아오면 더 강해진 양창섭이 될 거다.” 오치아이 코치의 말투 속엔 확신이 가득 차 있었다.


 


김근한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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