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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희 작전타임] 길었던 김아름 무명생활, “내 발로 나가기 싫었다”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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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12 (목) 13:44

                           



[점프볼=이원희 기자] 프로 입단 좌절-대학선수-무명생활-핵심 식스맨. 신한은행 에스버드 김아름의 성장기다. 프로지명을 받지 못한 대학선수에서, 1군 근처도 가지 못한 벤치 전력, 2년의 무명생활을 뒤로 하고 2016-2017시즌 데뷔시즌을 가졌다.

2017-2018시즌은 최고의 시간이었다. 김아름은 정규리그 33경기를 뛰고 평균 2.97점 1.1리바운드를 기록했다. 3점슛 성공률도 38.3%로 높았다. 생애 처음으로 플레이오프도 뛰었다. 신기성 신한은행 감독은 “김아름이 자신의 능력 안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수비를 잘하고, 언제나 승리를 만드는 능력도 있다. 피드백을 통해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우영곡절이 많았다. 김아름은 2012년 신인드래프트에 도전했지만 프로 입성에 실패했고, 이후 전주비전대를 거쳐 2014년 신한은행에 지명됐다. 이후 2년 동안 1군 경기를 뛰지 못하다 2016-2017시즌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2017-2018시즌에는 핵심 식스맨이었다. 허슬 플레이라는 기존 장점. 여기에 공격력까지 좋아져 쓰임새가 많아졌다. 김아름은 점점 성장하고 있다.

▶ 굿, 2017-2018시즌

Q. 올시즌 기회가 많았다. 팬들에게 이름을 꽤 알린 거 같은데.

지난 시즌 보다 성장한 것을 느낀다. 일단 수비가 좋아졌다. 공격도 일대일 상황에서 많이 넣지 못했지만, 언니들이 기회를 내주면 꽤 넣었던 걸로 기억한다. 

Q. 공격에 자신감이 상당히 붙은 걸로 보인다.

그간 슛을 빨리 쏘는 연습을 많이 했다. 지난 시즌부터 진짜 농구를 하고 있는 것 같다. 그 전까지는 코트에서 뛰기만 했다. 슛을 쏠 기회가 점점 많아졌고, 출전시간도 늘어나 기분이 좋다.

Q. 신기성 감독님은 언제나 수비가 좋은 선수라고 칭찬하신다.

수비를 잘하는 선수라고 생각하지 않는데, 감독님이 그런 칭찬을 많이 해주셨다. 감독님이 수비는 마음먹기에 달린 거라고 하셨다. 이 악물고 뛰었더니 좋게 봐주셨다. 감사하다.

Q. 신기성 감독님은 어떤 분이신가.

감독님은 완벽주의자다. 쉽게 되지 않는 부분도 끝까지 하게 하신다. 피곤할 때도 있지만, 항상 감사하다. 저에게 기회를 주셨고, 평소에도 장난을 많이 치신다. 짜증도 많이 줄었다. 예민해 보일 때가 많지만, 이전과 비교해 많이 나아지셨다(웃음). 전형수 코치님도 저를 많이 챙겨주신다. 전 코치님은 쓴 소리를 못하시는 분이다. 언제나 괜찮다고 얘기해주시고, 야간훈련 때도 항상 지켜봐주시려고 노력한다. 우리가 조금이라도 더 잘했으면 하는 마음을 선수들이 직접 느끼고 있다.

Q. 올시즌 핵심 식스맨이었다. 본인이 들어갈 때를 알고 있나.

제가 코트에 들어가는 타이밍이 있다. 팀 수비가 되지 않을 때 주로 저를 부르신다. 아직 긴장이 되고 완벽하게 적응됐다고 볼 수도 없다. ‘실수하면 어떡하나’라는 생각도 한다. 그래도 기회가 많아지고 있고, 한 쿼터를 풀타임으로 뛸 때도 있다. 저를 믿어주실 때마다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고, 언제나 감독님 기대에 보답하고 싶다.

Q. 처음 뛰어본 플레이오프는 어땠나.

플레이오프도 정규리그와 같은 경기라고 생각했는데, 관중이 많아서 그런지 긴장이 됐다. 언니들이 단기전은 한 선수가 잘하면 이길 수 있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최선을 다해 뛰었다.

Q. 생애 처음으로 수훈선수에도 뽑혔다. 

제 꿈이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빨리 해서 기분이 좋았다. 방송 인터뷰를 많이 하지 않아서 긴장되고 떨렸다. 뭐라고 해야 할지도 몰랐다. 이제 수훈선수에 뽑혔으니 다음 목표는 라운드 MIP가 되는 것이다.

(김아름 전주비전대 시절)

▶ 길었던 무명생활

Q. 2012년 신인드래프트에서 떨어진 아픈 경험이 있다.

고교 시절 잘하는 선수가 아니었지만, 막상 떨어지고 나니 속이 많이 상했다. 사실 대학교도 갈 생각이 크게 없었다. 하지만 플레잉코치로 뛰면서 도움이 많이 됐다. 가장 먼저 힘이 붙더라. 

Q. 대학 생활이 도움 됐다고 생각하나.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프로에 갔다면 돈을 더 벌었을 것이다. 하지만 저는 대신 대학에서 공부를 했다. 주위에 친구들도 많이 생겼다. 사회성을 배우는 부분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Q. 프로에서는 누구와 가장 친하나.

(유)승희다. 같은 팀에 있어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체격과 힘도 비슷해 서로 훈련 파트너가 되고 있다. 둘 다 지기 싫어하는 성격이다. 훈련하면서 경쟁하다 보니 실력이 올라왔다. 친구가 있으니, 혼자 있을 때보다 좋을 때가 많다.

Q. 프로에 오기는 했지만, 2년 동안 1군을 1경기도 뛰지 못했다.

솔직히 물만 날랐다. 보통 드래프트에 뽑히면 12월에 팀에 합류한다. 그리고 다음 해 5월에 정식 계약을 한다. 시즌이 끝날 때쯤 항상 계약을 하지 못할까 걱정이 많았다. 저는 퓨처스리그도 많이 뛰는 선수가 아니었다. 팀에서 ‘나가라’고 할까봐 항상 불안에 떨며 살았다.

Q. 무슨 생각을 하면 프로에서 살아남았나.

제 발로는 절대 나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프로는 제가 오고 싶었던 곳인데, 제 발로 나가면 안 될 것 같았다. 주위에서 ‘왜 나갔느냐’는 소리도 듣기 싫었다. 이때까지 선수 생활을 하면서 부모님에게도 한 번도 ‘그만두고 싶다’는 투정을 부린 적이 없었다.

Q. 부모님께서 많은 도움을 주셨나.

아빠가 매일 제 경기를 따라와 구경하셨다. 어렸을 때는 그게 싫은 적도 있었다. 경기에서 부진할 때면 ‘왜 그랬느냐’고 하시기도 했다. 프로에서도 가끔 혼을 내시기도 하지만 이제는 이해하고 있다. 

▶ ‘욱’하는 성격, 고치겠다.

Q. 시즌 초반 김보미(KB)와 신경전을 벌일 때가 있었다.

제 잘못이다. 100% 제 잘못이라고 생각했다. 지금도 반성하고 있다. 같은 팀에서 볼 때는 투지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다른 팀이 볼 때는 ‘욱’한 거라고 볼 수 있다. 열심히 하겠다는 생각이 너무 앞선 것 같다. (김)보미 언니를 볼 때마다 사과한다. 언니도 괜찮다고 말씀 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Q. 유독 KB와 붙을 때면 신경전이 많았다. 플레이오프에서도 그렇고.

올시즌 파울 콜이 불리지 않아 선수들의 몸싸움이 과격해졌다. (곽)주영 언니도 (박)지수(KB)를 막을 때 치열하게 플레이 하더라.

Q. 본인 성격은 어떤가. ‘욱’하는 게 있는 거 아닌가.

집안 내력인 거 같다(웃음). 오빠와 여동생이 한 명 있는데, 부모님까지 화가 나면 다 티가 난다. 그래도 많이 고치려고 노력 중이다. 경기장에서 그런 모습을 보여드리면 안 된다는 걸 알았다. 언니들도 ‘침착하라’고 도움을 많이 주신다.

Q. 무명 생활이 길었다. 조급했던 적은 없나.

저는 출발이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구슬(KDB생명) 김민정 김한비(이상 KB) 유승희(신한은행) 등 동기들과 비교해도 괜찮다. (김)민정이도 2017-2018시즌 뛰는 시간이 많았는데, 저는 2016-2017시즌부터 뛰기 시작했다. 출발 과정이 힘들었을 뿐이지 늦지는 않았다.

Q. 다음 시즌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가.

비시즌 동안 드리블 연습을 많이 하려고 한다. 상대에게 쉽게 뺏긴 적이 많아서, 앞으로는 공을 제 마음대로 가지고 놀고 싶다. 다음 시즌 일단 외국선수가 한 명 밖에 뛰지 않는다. 국내선수들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이다. 팀이 플레이오프, 또 챔피언결정전에 오를 수 있게 보탬이 되고 싶다. 항상 노력하고 좋을 모습 보여드리겠다.

#사진_이원희 기자, WKBL



  2018-04-12   이원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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