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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한의 골든크로스] 궁예가 될 상벌위, 양의지의 속마음을 읽는다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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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12 (목) 10:22

                           


 
[엠스플뉴스=대구]
 
두산 베어스 포수 양의지가 ‘볼 패싱’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닝 교대 시간 연습 투구 과정에서 양의지가 고의로 포구를 하지 않고 심판이 공에 맞도록 유도했단 것이다. KBO(한국야구위원회)는 양의지 ‘볼 패싱’ 논란과 관련해 상벌위원회를 열기로 했다.
 
‘볼 패싱’ 논란은 4월 10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일어났다.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가 맞붙은 이날 경기에서 양의지는 7회 말 이닝 교대 과정에서 바뀐 투수 곽빈의 연습 투구를 받고 있었다. 연습 투구 과정에서 양의지는 포구에 실패하면서 공 하나를 뒤로 빠뜨렸다. 양의지의 뒤에 서 있던 정종수 구심에게 순식간에 공이 향했다. 다행히 정 구심은 재빠르게 몸을 움직이면서 공을 피했다.
 
이 장면을 본 두산 김태형 감독은 곧바로 양의지를 더그아웃으로 불러 야단을 쳤다. 이 상황은 현장 카메라를 통해 생생히 중계됐다. 양의지가 7회 초 자신의 타석에서 초구 바깥쪽 스트라이크 판정에 대해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기에 고의로 심판이 공에 맞도록 한 게 아니냐는 ‘볼 패싱’ 논란이 발생했다. 현장에선 심판과 선수 간의 직접적인 충돌 없이 상황이 종료됐다.
 
KBO “양의지 볼 패싱, 비신사적인 행위일 수 있다.”
 


 
하지만, 다음날 사태는 더 커졌다. KBO는 4월 11일 양의지의 ‘볼 패싱’ 논란과 관련한 비신사적인 행위 여부를 심의하기 위해 상벌위원회를 12일 오전에 열겠다고 밝혔다. 정 구심과 김용희 감독관이 ‘볼 패싱’ 논란에 대한 경위서를 경기 종료 뒤 KBO에 올린 까닭이었다. 두 경위서엔 ‘일어나선 안 될 일이 발생했다. 양의지의 행동은 비신사적인 행위에 가깝다’라는 의견이 적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KBO의 상벌위 개최에 대해 의문스러운 시선이 쏠리는 건 사실이다. 우선 양의지가 고의로 공을 피하면서 정 구심을 다치게 하려 했단 객관적인 증거는 없다. ‘직전 스트라이크 판정에 불만을 내비친 것과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뿐이다. 실제 양의지도 해당 상황에 대해 “순간적으로 공이 보이지 않아 포구에 실패했다”라고 답했다.
 
단순한 정황만으로 KBO가 상벌위 개최를 결정한 셈이다. KBO 관계자도 정황만을 놓고 상벌위 개최를 결정했다고 인정했다. KBO 관계자는 “해당 경기감독관의 경위서를 봤는데 정황상 본다면 오해할만한 행동을 했다. 뒤에 구심이 있던 걸 알았을 텐데 일부러 피했다고 비칠 수도 있지 않나. 만약 심판이 공에 맞았다면 크게 다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고의가 아니라면 선수가 억울한 상황이 아니냐는 질문엔 해당 상황 자체가 일어나선 안 될 일이라는 답을 내놨다. KBO 관계자는 “특이한 상황이긴 하지만, 벌어져선 안 될 일인 거 같다. 물론 시각차가 있을 수 있다. KBO가 판단했을 땐 비신사적인 행위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상벌위에서 한번 판단해볼 문제라고 본다”라고 강조했다.
 
“단순한 정황으로 상벌위 개최는 KBO의 무리한 판단이다.”
 


 
일각에선 김태형 감독이 양의지를 야단친 장면을 두고 ‘볼 패싱’의 고의성이 드러난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하지만, 실제로 김 감독은 구심이 공에 맞을 뻔한 것과 관련해 양의지를 혼낸 것이 아니었다. 신인 투수 곽빈의 연습 투구를 제대로 포구하지 않은 것에 대한 김 감독의 지적이었다.
 
김 감독은 “(양)의지가 기분이 안 좋은 상태에서 연습 투구 포구를 툭툭 (성의 없이) 하더라. 그래서 혼을 냈다. 그런 상황(고의로 심판을 맞히려고 했다.)은 전혀 생각 못 했다. 경기가 끝나고 영상을 다시 보니 충분히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 앞으로 이런 오해를 살 행동은 없어야 한다”라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근본적으로 이 사안 자체가 상벌위에 올라갈 만한 일인지에 대한 의문도 존재한다. 한 야구 관계자는 “현장에서 구심과 양의지 간의 실제 충돌은 없었지 않나. 심판이 지적하거나 경고를 한 상황도 아닌데 단순히 정황만으로 KBO가 상벌위를 열겠단 결정을 내린 것은 무리한 판단 같다. 해당 사건으로 감정이 상했던 심판계가 보복성으로 상벌위 개최에 입김을 불어 넣은 건 아닌가”라며 의구심을 내비쳤다.
 
상벌위에서 실제로 양의지에 대한 징계가 나오는 상황도 ‘코미디’에 가깝단 시각이 많다. 상벌위원들은 각자 ‘궁예’가 돼 양의지의 속마음을 읽는 ‘독심술’을 발휘해야 한다. 4월 12일 대구에서 경기를 치러야 하는 양의지는 직접 상벌위에 출석해 해명하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결국, 두산 구단은 양의지의 해명을 넣은 소명서를 KBO에 이메일로 보내겠단 뜻을 밝혔다.
 
현장에선 KBO가 상벌위 개최를 결정한 것부터 양의지에 대한 징계는 확실해진 상황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징계 수위가 어느 정도일지가 관건이라는 말도 나온다. 이미 양의지의 이마엔 ‘고의’라는 단어가 찍힌 느낌이다. 선수협 관계자는 “징계 판단은 객관적으로 해야 한다. 제대로 된 사실 확인도 안 된 상황에서 무리한 징계를 주는 게 아닐지 걱정된다”라고 목소릴 높였다.
 
결국, 단순한 정황만으로 양의지에게 징계를 주는 상황이 상벌위에서 연출될지 주목된다. 12일 오전 11시에 열리는 상벌위의 징계 결과에 야구팬들의 많은 관심이 쏠아질 전망이다.
 
김근한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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